글쓰기는 입말, 단문, 팩트!
『기자의 글쓰기』 박종인 저자 인터뷰
책을 보면 제조업체에서 만드는 상품과 글을 비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글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독자라는 소비자에게 내놓는 상품이라고 생각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상품을 고르는 원칙에 맞게 글을 ‘제조’하면 됩니다.
사람들은 글을 쓴다. 그리고 잘 쓰고 싶어 한다.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 수가 많았으면 좋겠고 블로그 방문자가 늘었으면 좋겠다. 그럴듯한 자기소개서로 인사 담당자의 눈에 띄었으면 좋겠고 세련된 업무 메일을 작성했으면 좋겠다.
다양한 사람만큼 다양한 글쓰기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글쓰기 강좌를 찾고 글쓰기 책을 산다. 그럼에도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다. 글쓰기는 왜 어려울까. 정확히 말하면 글쓰기는 어려운 게 아니라 두렵다고 느끼는 거다. 글에 대한 원칙은 장르와 상관없이 똑같다는 걸 깨달으면 두려움을 깨고 글을 쓸 수 있다.
24년 넘게 글밥으로 먹고산 박종인 기자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조선일보 저널리즘 아카데미에서 글쓰기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을 토대로 못 다한 노하우까지 담아 『기자의 글쓰기』를 펴냈다. 2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고 학생부터 대기업 CEO까지 직업도 다양한 수강생들로부터 직접 받은 질문에 대한 답들을 정리했고, 실제 과제로 진행했던 글들의 첨삭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기자의 글쓰기 비법이, 한 편의 글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겼다.
글쓰기 특강을 오랫동안 진행해오고 계십니다.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이 대학생부터 기업 CEO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라고 하셨는데요. 직접 체감한, 글쓰기에 대한 고민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합니다. 우리들 주변에 글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데, 정작 우리들은 글 쓰는 방법 자체를 모릅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글쓰기 수업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지 않나요? 말로만 글 잘 쓰라고 할 뿐이지요. 그러니까 성인이 되어서 글을 쓰고 싶은데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니까 접근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겁니다.
자서전, 여행에세이, 블로그, SNS, 수필, 소설 등등 쓰고 싶은 글은 다양합니다. 어디에 가면 자서전 쓰는 법은 이렇고 저기 가면 기행문 쓰는 법은 저렇고 블로그는 또 저렇게 쓴다고 합니다. 글마다 방법이 다 다르다고 하니, 가뜩이나 글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판에 더 헷갈려들 하십니다. 한마디로, 글쓰기가 ‘너무’ 어렵다는 거지요.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입말, 단문, 팩트’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 세 가지 원칙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고 공감하는 글을 쓸 수 있으니까요. 독자가 재미를 느끼고 읽는 글은 쉽고 단순하고 알찬 글입니다. ‘입말’, ‘단문’, ‘팩트’는 ‘재미있는’ 글을 위한 기본 원칙입니다.
저는 문자로 기록된 말이 바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은 허공으로 사라져버리니까, 그 내용을 문자로 기록하는 거지요. 그게 바로 글입니다. 말 어렵게 하거나 두서없이 하거나 잘난 척하며 말 하는 사람들은 듣는 사람에게 불친절한 사람입니다. 글도 마찬가지로, 독자에게 친절한 글은 입말, 바로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로 구성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쓰는 단어, 쓰는 문장 구조가 쉽다고 해서 내용까지 얕은 것은 아니니까요. 심오한 철학도 쉬운 단어, 쉬운 구조로 포장돼 있어야 독자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문기자들은 이렇게 배웁니다. ‘중학교 1학년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 너는 잘못 쓴 거다.’
같은 의미에서 문장도 짧아야 합니다. 주절주절 끝없이 이어지는 말이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지요.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필요한 내용만 또박또박 적혀 있으면 독자들은 쉽게 이해합니다. 단문은 독서를 쉽게 만듭니다. 입말을 쓰자는 이유와 똑같습니다. 게다가 단문은 문장 구조가 간단하니까, 문법적으로 틀릴 확률도 적어지지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글이 길어야 뭔가를 ‘해냈다’는 착각을 합니다.
팩트(fact)는 ‘진실’이 아니라 ‘사실’을 뜻합니다. 주장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로 글을 채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해야 한다 식으로 자기 주장을 내세우면 바른생활 교과서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독자들은 주장이 아니라 그 주장이 나오는 ‘근거’를 알고 싶어합니다. 그게 제가 말하는 ‘팩트’입니다. ‘너무 좋다’가 아니라 좋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써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들이 공감을 합니다.
입말과 단문, 그리고 팩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글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강조하는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사랑
박순화
사랑을 모르고
살았다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고
사랑할 새도
없었다
박순화라는 할머니가 쓴 시입니다. 평생 까막눈으로 살다가 늘그막에 한글학교 석달 다니며 깨우친 글솜씨로 쓴 시지요. 현학적인 단어도, 긴 문장도 없습니다.
초반에 신입기자 시절 겪었던 에피소드가 재미있습니다. 글을 쓸 때 ‘의’와 ‘것’을 빼고 쓰라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선배가 “빼라면 빼”라고 하지 않고 “빼서 고쳐”라고 한 이유가 명백합니다. 본인이 고치면서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고치고 나면 글이 어떻게 좋아지는지 직접 느껴보라는 말이었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들이 대화를 나눌 때 ‘의’와 ‘것’을 얼마나 많이 사용할까요? 꼭 필요할 때 외에는 쓰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나 싶습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드시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의’와 ‘것’을 사용하지 않는 글이 더 쉽고 독서가 빠릅니다. 효율적이라는 말이지요. 이 대답 속에도 의와 것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책 안에 글에 대한 실속 있는 팁을 많이 소개하고 계십니다. 독자들이 관심 있어 하는 자기소개서와 보고서에 관한 전략적인 팁 한두 가지 부탁드립니다.
책을 보면 제조업체에서 만드는 상품과 글을 비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글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독자라는 소비자에게 내놓는 상품이라고 생각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상품을 고르는 원칙에 맞게 글을 ‘제조’하면 됩니다.
좋은 상품은 ‘사용하기 쉽고’ ‘디자인이 단순하고’ ‘디자인이 참신하고’ ‘용도가 범용이 아니라 구체적’입니다. 좋은 글은 ‘읽기 쉽고’ ‘글이 단순하고’ ‘관점과 표현이 독특하며’ ‘구체적’입니다. 자기소개서는 ‘독창적’이어야 합니다. 성장과정, 스펙, 합격 후 계획 같은 남과 동일한 구성과 동일한 내용으로 채워진 자기소개서는 면접관 대신 휴지통이 먹을 확률이 높습니다. 학원이나 자기소개서 강좌에서 알려주는 표준형 자기소개서는 단순히 참고만 하십시오. 절대로 정답이 아닙니다. 보고서는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현황 분석과 미래 예측은 반드시 단정적인 수치와 판단이 필요합니다. ‘~일 것이다’가 아니라 ‘~이다’로, ‘대략 10% 정도’가 아니라 ‘12.3%’라는 구체적인 팩트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려면, 반드시 그 수치에 대한 확신이나 근거가 있어야겠지요.
글을 고치는 것까지가 글을 쓰는 과정이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퇴고 작업만 1년이 넘게 걸리는 작가들의 이야기만 들어보아도 글을 고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데요. 자신의 글, 그러니까 ‘초고’를 객관적으로 읽어줄 사람이 주변에 없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주세요.
전문 독자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행복한 필자가 많이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목소리 모델’을 늘 상상합니다. 글 내용과 리듬에 따라 어울리는 목소리를 상상하면서 저 스스로 작은 소리로 읽어보는 거지요. 단, 초고를 끝내자마자 읽지 않고 최소 10분 정도 후에 읽습니다. 시간을 두고 읽지 않으면 아직 자기가 쓴 글에 대해 미련이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틀린 점, 좋은 점이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반드시 작은 소리로 낭독을 합니다. 그래야 제3자, 그러니까 신뢰할 수 있는 첫 번째 독자 시각에서 자기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읽다가 틀림없이 입에서 멈칫하고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틀린 부분입니다. 고칩니다. 읽다가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자기가 쓰고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내용이 틀리거나 모호한 부분입니다. 팩트를 보충하거나 설명을 해줘야 합니다.
낭독이라는 과정이 없으면 위 오류들을 바로잡을 방법이 없습니다. 자기 눈 속 들보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절대 보이지 않습니다.
읽으면서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너라면 읽겠냐?’
쟁쟁한 글쓰기 책이 여럿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이 책만의 강점을 전한다면 무엇일까요?
실용적인 글쓰기 요리책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A부터 Z까지, 글쓰기에 필요한 내용만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바람직한 글, 도덕적인 글, 글을 쓰는 자세 따위 가치평가는 하지 않고, 오로지 ‘글쓰기’에 필요한 실용적인 원칙만 기록했다고 생각합니다. 옆에 놔두고 필요할 때 들춰보면서 참고할 수 있는 그런.
복잡하면 원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제시한 원칙은 간단합니다. ‘입말로, 짧은 문장으로, 팩트를 쓴다.’ 물론 그 아래 각론이 있긴 하지만 세 가지 원칙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습니다. 24년 동안 일간지 기자로 선후배들로부터 배우고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는 원칙입니다.
그래서 서문에 ‘악마를 소환하는 글도 악마를 감동시킬 만큼 재미가 있어야 악마를 부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독자가 읽지 않는 글은 무의미하니, 그렇다면 독자가 읽는 글은 어떻게 쓸까, 라는 고민을 담았습니다. 재미있는 글을 써야 한다고 하면 상업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골방에서 쓰는 일기장도 훗날 자기 자신을 독자로 상상하며 쓰는 글이 아닐까요? 일기 또한 쉽게, 내용 충실하게 써야겠지요. 그래야 독자가 재미를 느끼고 읽게 됩니다.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다’는 선입견으로 시작도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한번이 어렵지 두 번부터는 쉽다는 말이 있습니다. 매사가 마찬가지입니다. 글도 첫 번째가 어렵지 쓰기 시작하면 써집니다.
어렵다는 생각은 글은 말과 다르다는 생각에서 나옵니다. 글은 멋있어야 하고, 현학적이어야 하고 고전을 인용해야 하고 박학다식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그런데 글은 ‘문자로 기록된 말’입니다. 동료와 대화를 하다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있다면, 듣거나 말한 그대로 글로 옮겨 보십시오. 그게 글입니다. 물론 문법적인 오류나 구어(口語), 입말에서 남발하는 감탄사 같은 부분은 수정을 해야겠지요.
결국 글은 말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르거나 무시하고 글은 글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글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글은 쉽습니다. 원칙을 몰라서 쉬운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 원칙을 이 책에 기록했습니다.
기자의 글쓰기박종인 저 | 북라이프
사람들은 글을 쓴다. 매일 쓴다. 그리고 잘 쓰고 싶어 한다.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 수가 많았으면 좋겠고 블로그 방문자가 늘었으면 좋겠다. 그럴듯한 자기소개서로 인사 담당자의 눈에 띄었으면 좋겠고 세련된 업무 메일을 작성했으면 좋겠다. 책 한 권도 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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