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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책] 당장 나가고 싶게 만드는 책

5월, 밖으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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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수영을 다닌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몸 그래프는 계속 하향세다. 등산화가 있는데, 1년에 한 번 회사 등반대회 때만 신는다. 가끔 자전거로 출근하고, 아주 가끔 5킬로미터 이상 달린다. 그래도 한 귀퉁이 몸에 대한 미안함이 남아있기 때문인 듯. 한 주제에 대해서 여러 권을 모아 읽는 것은 성격 때문이라기보다는 직업병인 것 같다.

한 권만 뽑으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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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을 이기고 수영장에 뛰어드는 방법을 하나 알고 있다. 차가운 물이 간절해질 때까지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는 것이다. 『달리기와 존재하기』는 그런 책이다. 읽다 보면 뛰쳐나가 달리고 싶어진다. 어떤 분야에서든 이렇게 강력한 효능을 가진 책은 세상에 몇 권 없다.

 

조지 쉬언은 취미로 달리기를 즐긴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직업이 여러 개였는데, 의사이면서 장거리 달리기 선수였다. 베스트셀러 작가, 기자이기도 했다. 러너로서 그는 1마일 달리기부터 마라톤까지 장거리라면 거리를 가리지 않고 달렸다. 취미로 달리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시간을 단축해서 마라톤 3시간의 벽을 뚫을 수만 있다면 어떤 훈련계획이나 방법, 식이요법도 따를 각오가 된 사람이었다.


건강이나 수명 연장을 위해 달린 것도 아니었다. 의사로서 조지 쉬언은 사람의 수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단언한다. 물론 달리기를 통해 자신이 최적의 몸 상태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최적이란 달리기에서 최고의 능력치를 발휘할 수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달리기를 통해 건강을 얻어 뭔가를 하는 건 그의 계획이 아니다. 평소 달리기를 통해서 달리기에 맞는 몸을 유지하고 결국 다음 달리기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는 게 그의 목적이다. 이 정도면 달리기에 미쳤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데, 한 술 더 떠서 '규칙적으로 뛰어 노는 것'을 첫번째 교리로 한 종교를 만들겠다고 한다.


달릴 때 조지 쉬언은 괴로운 만큼 헉헉 소리를 내고 한숨을 쉬고 탄식을 했다고 한다. 심지어 같이 달리던 경쟁자가 이 노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스러워서 피할 정도였다. 어떤 때에는 스스로 에너지 자체가 된 것처럼 가볍게 출발하지만, 30킬로미터 지점이 되면 어김 없이 벽이 나타나고 고통과 함께 탈진 상태가 된다. 허벅지에 얼음 송곳을 박아놓은 것 같고, 달릴 수도 걸을 수도 서있을 수도 없고 주저앉는 일마저 상당히 힘이 드는 상태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달리기가 ‘뛰어노는’ 것이라고 하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 마크 트웨인을 인용해 답한다. “억지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면 그 무슨 일이든 노동이고, 억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면 그 무슨 일이든 놀이다.” 이제까지 얼마를 달려왔든 앞으로 1마일은 첫번째 1마일이고 이 한 걸음은 첫번째 걸음이다. 그건 매번 새로운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이다.

 

조지 쉬언이 학창 시절 즐기다가 중단했던 달리기를 다시 시작한 나이가 마흔네 살이었다고 한다. 위에 적은 것처럼 그는 42.195킬로미터를 3시간 이내에 달리는 것이 목표였는데, 개인 최고 기록은 다시 달리기 시작한 지 20여 년이 더 지나서 세워졌다. 예순한 살에 3시간 1분만에 완주한 것이다. 달리기에 관한 한 그의 인생부터 어떤 메시지를 준다. 목표에 매진할 것, 노력하는 순간 행복할 것.

 

이 책은 모두 18개 장으로 나뉘어있다. 모든 장은 ‘~ing’로 끝나는 제목을 달고 있다. 제1장 달리기(running)부터 제18장 바라보기(seeing)까지이다. 달리기를 찬양하기 위해 기원 전부터 현대의 유명인들이 계속 등장한다. 플라톤부터 키에르케고르, 카잔차키스까지다. 좀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으려면 8장 놀기(playing)부터 18장까지 읽은 후에 1장부터 다시 읽기를 권한다. 8장 놀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셰익스피어는 틀렸다.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노느냐 놀지 못하느냐 그게 진정한 문제다. 유머가 뭔지 아는 사람은 삶이 비극이 아니라 거대한 농담이라는 걸 안다. 또한 삶은 수수께끼다. 다른 수수께끼와 마찬가지로 여기에는 분명히 답이 있다. 삶은 자멸의 길이 아니라 놀이의 길이다.”

 

저자에게 달리기가 어떤 의미인지, 달리는 동안 몸은 어떤 생화학적인 변화가 일어나는지, 그래서 달리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어떤 체조를 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앞 부분에 비해서 8장부터는 한 번 달려볼까 하는 독자들이 더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화 끈을 묶을 수 있도록 해준다. 거기에 더해서 저자가 참가한 마라톤 대회의 풍경들도 재미있게 읽을 만하다. 예를 들어, 늙은 러너는 젊은 경쟁자를 두 번 따라잡아야 한다는 대목 같은 부분이다. 나이가 많은 경쟁자에게 따라 잡힌 젊은 러너는 속도를 높여서 경쟁자를 다시 따라잡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지 쉬언은 경쟁자를 따라잡을 때 이런 방법을 쓴다고 한다. ‘천천히 따라잡아야 한다. 내쉬는 숨이 마치 마지막 숨결이라도 된다는 듯이 소리를 내어 헐떡거리고 괴로워하면서.’

 

이 책을 읽고 뛰쳐나간 독자들에겐 두 가지 결말 중에 하나가 마련돼있을 것이다. 몇 킬로미터 못가 포기하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거나, 조지 쉬언이 그린 것처럼 “고통에 온몸으로 반응하는 러너,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낯빛으로 그대로 보여주는 러너, 온 나라에 비명 소리를 울려 퍼지게 하는 러너”가 되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은 러너에게 조지 쉬언의 꿈을 들려드리고 싶다. 아마 몇 걸음이라도 더 버티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완벽한 자세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원히 달릴 수 있는 속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되면 내 안의 육체가 나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 책의 번역을 소설가 김연수가 맡았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격언은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라고 한다. 러너 김연수가 이 책에서 얻은 것은 ‘왜 달리는가’라는 질문이 결국 ‘왜 사는가’를 묻는 것과 같다는 사실이다. 어쨌거나 소설가, 러너이자 독자인 김연수에게도 조지 쉬언의 글은 기대했던 효과를 낸 게 분명하다. 그는 계속 뛰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읽는다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저/임홍빈 역 | 문학사상

하와이, 아테네, 보스턴, 뉴욕을 오가며 수십 차례의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 100킬로미터 울트라 마라톤까지 견뎌낸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묘비명으로 쓰고 싶은 문구는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라고 한다. 달리기가 40, 소설이 40 비율로 섞여있다. 거기에 그의 에세이가 늘 그렇듯, 맥주가 20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거는 이름이 '죽을 때까지 열여덟 살'이라고 한다.

 

 

 

 

마운틴 오디세이
심산 저 | 바다출판사

2002년, 심산은 <마운틴 오디세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적이 있다. 이때 출간됐던 책은 22권의 산악 문학 작품을 소개한, 일종의 비평집이었다. 같은 이름으로 다시 출간한 책에는 작품이 아니라 산악인 37명을 소개했다. 저자 스스로도 인물과 에피소드로 엮은 이야기 세계등반사라고 한 만큼, 정상에 서고 싶었던 산악인들의 성취와 뒷이야기가 끝까지 읽힌다.

 

 

 

 

자전거 여행 1
김훈 저/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김훈이 그의 자전거 풍륜(風輪)을 타고 찾았던 숲, 강, 갯벌, 사연과 소회를 책으로 묶었다. 이 책이 처음 나온 해가 2000년인데, 풍륜은 2000년 7월에 '늙고 병든 말처럼 망가져서' 퇴역시키고 새 자전거를 장만했다고 한다. 이 책은 말하자면 온전히 풍륜의 업적이기도 하다. 여의도, 잠실, 군산, 여수를 오고 가는 여정을 따라다니면서 혹시 이런 여행을 떠난다면 자전거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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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금주(서점 직원)

chyes@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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