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용 디자이너, 그래도 꿈꾸는 당신에게
『세상은 나를 꺾을 수 없다』 고태용 저자 인터뷰
이 책은 기본적으로 엔포세대라 불리면서도 꿈을 꾸는 친구들 혹은 꿈 앞에서 망설이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썼다. 어느 분야를 가도 금수저들은 있다. 금수저들의 리그에서 꿈을 이룬다는 것은 과정이야 힘들겠지만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여기 돈도 빽도 없어 유학은 꿈도 꾸지 못하고, 미술엔 소질도 없으면서 옷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의류학과에 편입한 학생이 있다. 과연 이 학생이 한국 패션계에서 디자이너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대부분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학생은 서울패션위크에 최연소로 데뷔를 하며 금수저들 리그로 불리는 패션계에서 디자이너로 우뚝 섰다. 바로 비욘드 클로젯 고태용 디자이너의 이야기다.
그 통쾌한 도전을 담은 책 『세상은 나를 꺾을 수 없다』가 최근 출간되었다. 이 책을 통해 현실에 부딪혀 꿈을 포기했던 사람은 꿈을 꿀 수 있는 용기를, 현실에 안주해 있던 청춘들은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열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책을 쓰면서 가장 고민했던 점은 무엇인가.
신화 같은 성공 스토리를 담은 책은 많았다. 하지만 나는 정말 궁금하고 현실적인 책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쓰기에 앞서 SNS에 질문을 받았다. 고맙게도 많은 친구들이 “영어를 못하는데 성공할 수 있나요?”부터 “미술을 못 그려도 디자이너 관련 일을 할 수 있나요?”, “돈이 없어도 내 사업을 할 수 있나요?”까지 질문을 보내 줬다. 이렇게 받은 질문들을 내 경험과 연결해 풀어냈다.
국내파 디자이너로 패션계에서 자리 잡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가.
2009년 SS컬렉션 당시 주최측 사정으로 갑자기 서울패션위크에서 빠져야 했다. 억울하기도 했지만 다 준비해놓은 컬렉션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급하게 한 갤러리를 대관했는데, 컬렉션 전날 리허설을 하러 갔더니 뒤늦게 내 스펙을 듣고 대관을 거부했다. 유학파나 명문대 출신이면 모를까 나 같은 근본 없는 애들이 쇼를 할 수 있는 데가 아니라나. 컬렉션은 만 하루도 남지 않았는데, 정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위로를 건네며 포기하라고 했지만 오기가 생기더라. 자정이 지나 지인 도움으로 작은 카페를 쇼장으로 구했다. 쇼가 12시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날을 새서 준비해 결국 쇼를 치뤘다. 갑자기 변경된 장소 때문에 원래 고지했던 장소로 찾아간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아마도 쇼를 연기했다면 그해 컬렉션 자체를 포기했을 것이다.
개티는 디자이너 브랜드 중 단일 아이템으로 유일하게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사람들이 고태용 디자이너는 몰라도 개티는 알더라.
개티는 사실 자본이 넉넉지 않던 시절 가격 부담이 덜한 단품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내놓은 것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고마울 따름이다. 누구나 알 만한 히트작이 있다는 것은 자랑거리지만 알 만한 브랜드들이 모작을 뽑아내기까지 하니 한편으로는 골칫거리기도 하다. 디자이너가 유명해지면 그만큼 옷도 많이 팔린다는데, 앞으로 더 분발해야겠다.(웃음)
개티 시그니처
늘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일은 어려울 듯하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는가.
나는 의외로 매번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일이 고통스럽지만은 않다. 아이디어는 생각지 않은 때에 불현 듯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떠오른 생각들을 흘려버리지 않고 메모를 해둔다. 좋아하는 명언 중에 ‘아마추어가 영감을 기다릴 때 프로는 작업한다’는 말이 있다.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작업하는 과정, 작업 그 자체에서 나오기에 영감이 떠오를 때를 기다리지 말라는 의미인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물론 가끔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감을 일으키는 장소에 갈 때도 있다.
책에 이종석, 지코, 김원중, 이성경 등 많은 사람이 나온다. 이 중에서 더 특별한 인연이 있는가.
어느새 디자이너로 데뷔한지 10년이 되었다. 돌아보니 단 한순간도 나 혼자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없었다는 생각이 들더라. 돌아보니 내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지난 10년을 이야기 하면서 그들을 빼 놓을 수 없었다. 그들은 내 영감의 시작이자 든든한 후원자다. 요즈음 비욘드 클로젯 무대에 가장 많이 오른 톱 모델, 김원중과 디자인이나 비즈니스적인 측면으로도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는 2011년부터 패션 디자이너라는 오랜 꿈을 실행에 옮겨 또래 모델 친구들인 ‘87’ 크루와 함께 온라인 숍 ‘87mm’까지 운영하고 있다. 파리 쇼룸과 해외 매체에까지 소개될 만큼 급성장했다.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본다는 것이 그렇게 흐뭇한 일이라는 걸 그를 통해 알게 됐다.
위_김원중과 고태용. 출처: 고태용 인스타그램
아래_닉우스터와 함께
어떤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가.
디자이너 이야기라서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패션계에서 일하고 싶은 친구들에게 더 피부에 와 닿겠지만 이 책은 기본적으로 엔포세대라 불리면서도 꿈을 꾸는 친구들 혹은 꿈 앞에서 망설이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썼다. 어느 분야를 가도 금수저들은 있다. 금수저들의 리그에서 꿈을 이룬다는 것은 과정이야 힘들겠지만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 책이 바로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 이야기다.
자신의 장점을 거침없는 추진력으로 꼽았다. 지금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가.
비욘드 클로젯은 패션 피플들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수도권을 벗어나면 아직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비욘드 클로젯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최종 목표는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다. 클래식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컬러와 위트를 잃지 않는 폴 스미스 같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옷뿐만 아니라 일상의 다양한 제품을 내 스타일로 디자인해 더 넓은 영역에서 비욘드 크로젯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016 FW 서울패션위크. 마블매거진 제공
세상은 나를 꺾을 수 없다고태용 저 | 넥서스BOOKS
고태용은 미술엔 소질도 없었으며 유학은 꿈도 꾸지 못하는 돈도 빽도 없는 편입생이었다. 하지만 스물 일곱, 서울패션위크에 최연소로 데뷔하며 금수저들의 리그로 불리는 패션계에 우뚝 섰다. 2015년 전 세계에서 5인만이 파이널로 진출하는 경연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며 세계적인 패션 피플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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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태그: 고태용, 디자이너, 세상은 나를 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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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빽도 없는 편입생 출신 디자이너 고태용의 통쾌한 도전! 많은 사람이 학력, 스펙, 인맥에 꺾여 좋아하는 일에 도전도 하지 않은 채 꿈을 포기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자신을 믿고 끊임없이 도전해 신화 같은 성공을 이뤄 낸 사람들이 있다. ‘국민 개티’로 유명한 비욘드 클로젯의 CEO 고태용이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