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집] 그 날 이후 2년, 직접 전하는 목소리
세월호 참사 2주기,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
세월호참사를 바라보며 각자의 마음에 찾아든 미안함을 ‘지켜주지 못한 어른의 미안함’만으로 설명할 때,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또다시 어린 존재들은 배제된다.
벌써 2주기다. 172명이 살아서 물에서 나왔고 295명은 싸늘하게 뭍으로 돌아왔다. 9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지난 2년 동안 세월호 청문회가 열렸고 인양이 결정됐지만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고통받았고 구하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알 수 없다.
지난 주 4월 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다시 봄이 올거예요』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다시 봄이 올거예요』는 세월호 참사를 온몸으로 겪은 생존 학생 11명과 형제자매를 잃고 유가족이 된 형제자매 15명이 털어놓은 참사 이후 2년 삶의 구술이자, 그들의 속내를 담은 최초의 육성기록집이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집필한 ‘416 세월호참가 작가기록단’이 이번에는 사건 당사자이자 진상규명활동에서 조연으로만 등장한 ‘어린 유가족’의 목소리를 담았다.
책을 내기까지
희생자 박성호군의 누나인 박보나(23)씨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보라고 한 게 처음’이었다면서 ‘’세월호 세대’ 또래들에게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게 우리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출간 동기를 밝혔다. 작가기록단 이호연 씨는 ‘누구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들려지지 않았나, 혹은 못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특히 생존 학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어른들에 의해서 판단되는 존재가 아니라 구체적인 증언자로 서야 한다’고 생각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호연(작가기록단) 『금요일에 돌아오렴』 이후 세월호를 알리는 활동을 많이 했다. 지금 시기를 놓치면 더 듣기 힘든 목소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이제까지는 주로 부모님의 입을 통해 발언되었다. 2015년 상반기에 인권실태조사를 하는 와중 생존 학생들과 부모님이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 책의 집필을 시작했다.
박보나(피해자 남매) (인터뷰 요청을 받고) 많이 고민한 친구도 있고 아무 고민 없이 바로 하겠다고 한 친구도 있다. 우리 이야기를 많이 들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보라고 한 게 처음이었다. 형제자매의 고통은 부모나 생존학생에 비해 약하다. ‘세월호 세대’ 또래들에게 잘 살아갈 수 있게 우리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
다르게 흐른 2년의 시간
생존자들과 피해자 가족은 참사 당일과 이후의 일상 내내 슬픔과 죄책감이 가득했다. ‘나만 살아나왔다’는 자책감, 혹은 ‘엄마아빠도 힘든데 나까지’라는 지레짐작으로 부러 말이 없어지거나 화를 내거나 하며 참사 이후의 세월을 견뎌 냈다.
“’슬픔은 나누면 줄어들고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근데 저는 그렇지 못한 거 같아요. 슬픔을 나누는데 어떻게 줄어들어요. 둘 다 슬프지. 그냥 둘 다 슬플 뿐이지. 그러니까 그냥 힘들어도 나만 힘들고 말지, 다른사람까지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50쪽)
시간이 지나면서 진상 규명은 지지부진해지고 사람들의 관심도 희미해졌다. 그러나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와중에 피해자의 형제자매들은 서로 모이게 되었다. 피해자 남지연 양의 언니 남서현(25)씨는 ‘모인다는 것에 부모님의 우려도 컸고 모이기도 힘들었다’며 나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부모님이 세월호 진상규명에 뛰어들거나 하면서 형제자매는 가시화되지 않고 방치된 상황이었다.
대화 상대를 찾지 못해 묻어둔 이야기가 활자로 나오면서 ‘생존자’와 ‘유가족’ 간에 서먹하거나 오해했던 벽이 무너지기를 바라기도 했다.
박보나 처음부터 생존자와 형제자매가 같이 (인터뷰를) 한다고 했을 때 꼭 같이 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존자는 어떻게 견뎌왔는지 공감하고 이해하고 싶었다. 서로에 대한 오해로 벽이 생기기도 했는데, 책을 통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부모 세대에서 못하면 우리 세대에서 이 싸움의 주체가 될 텐데, 그 친구들과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끝까지 하자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같이 했다.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사회
작가들에게 어떻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호연 작가는 이미 자신의 이야기가 왜곡되는 경험이 있는 상태였던 유가족과 생존자 사이에서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배경내 작가는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참사 당시 있었던 일을 구술하기 꺼려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하며 왜 아직도 못할 말들이 생기는지에 대해 생각을 피력했다.
배경내(작가기록단) 세월호 사고 이후에 유가족과 생존자는 사회적 지지보다 지탄, 비난, 혹은 의혹을 받았다. (인터뷰를) 제안했으나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두려움이나 엄마 아빠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할까 봐, 잘못될까봐 입을 닫는 사람들이었다. 그만큼 이 사회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지만 사회가 들을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세월호 이후 2년, 사람들의 관계는 변화했다. 잃어버린 친구 외에 다른 누군가를 새롭게 만났고, 가족 안에서는 돌봄 받는 입장에서 누군가를 돌봐 주어야 할 역할이 되기도 했다. 앞으로 더 살아갈 날들이 많은 이들이 애써 입을 연 이유는 ‘나는 이렇게 살아왔으니 함께 살면 좋겠다’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인터뷰를 기록한 작가기록단 또한 이 기록을 통해 이 사회가 피해자를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하고 그를 통해 앞으로 동료 시민으로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려 했다.
세월호참사를 바라보며 각자의 마음에 찾아든 미안함을 ‘지켜주지 못한 어른의 미안함’만으로 설명할 때,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또다시 어린 존재들은 배제된다. 우리에게 좀더 중요한 건 ‘어른으로서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이런 참사를 대비하지 못한, 모든 피해자에 대한 책임감’이 아닐까.
(344쪽)
이 책의 수록된 인터뷰는 박건웅, 윤필, 김한조, 소복이, 남펭 등의 만화가들이 만화로 공개하기도 했다. 더 많은 이들과 참사의 고통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나누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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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관련 도서
금요일엔 돌아오렴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저 | 창비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그해 12월까지 단원고 희생학생 유가족들과 동고동락하며 그중 부모 열세명을 인터뷰하여 이 책을 펴냈다. 기존의 언론매체가 보도하지 못한 유가족들의 애타는 마음, 힘없는 개인이 느끼는 국가에 대한 격정적인 분노와 무력감, 사건 이후 대다수 가족들이 시달리고 있는 극심한 트라우마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중요한 기록이다.
눈먼 자들의 국가
김애란,김행숙,김연수,박민규,진은영,황정은,배명훈,황종연,김홍중,전규찬,김서영,홍철기 공저 | 문학동네
책에 실려 있는 글들은 모두 세월호 참사 이후 출간된 계간 『문학동네』 2014년 여름호와 가을호에 게재된 것들이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인들과 사회과학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숙연한 열정으로 써내려간 이 글들이 더 많은 분들에게 신속히 전달되어야 한다는 다급한 심정 속에서 이 단행본을 엮는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저 | 진실의힘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 10개월 동안 방대한 기록과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물이다. 2014년 4월 15일 저녁 세월호가 인천항을 출항한 순간부터 4월 16일 오전 8시 49분 급격히 오른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해 10시 30분 침몰할 때까지 101분 동안 세월호 안과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생하게 재현했다.
그날, 하나님은 어디 계셨는가
박영식 저 | 새물결플러스
이 서양에서 아우슈비츠의 비극이 이후 신학의 가능성을 고민하게 했다면, 우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 과연 신학은 가능한가를 고민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라는 렌즈를 통해서 하나님의 전능성과 인간의 고통의 문제를 변증법적으로 풀어냄으로써, 기독교 신앙이 개인의 실존적 고난을 넘어서서 사회역사적 고난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바른 것인지에 대한 깊은 사유와 고민의 방향성을 제공한다.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고은 등저 | 실천문학사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는 국가 안전 시스템뿐만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존엄마저 냉혹한 자본의 권력 앞에 무참히 파괴되었음을 보여주었다. 6월 2일 문학인들은 시국 선언을 통해 정부의 자격을 묻고 권력의 폭력을 고발했다. 그리고 세월호 추모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를 출간하며 문학의 윤리로 권력과 싸우고, 문학의 자유로 절망을 헤쳐나가고자 다짐한다.
다시 봄이 올 거예요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저 | 창비
세월호참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10대들의 이야기가 최초로 공개된다. 이 책은 참사 당시에 생존한 단원고 학생 11명과 형제자매를 잃고 어린 나이에 유가족이 된 15명이 털어놓은 2년여 삶의 구술이자, 그들이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한 속내를 담은 최초의 육성기록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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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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