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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적이지만 강한 사람, ‘김대중’의 마음을 담다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저자 김택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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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알려져서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이름, 김대중.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저자 김택근은 김대중 대통령을 ‘천성은 겁이 많았지만, 나서야 했기에 나선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말과 함의를 담은 이번 작업을 통해, 지극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얘기했던 낙천주의자 김대중의 참모습을 온전히 드러내고 싶었다.

너무 잘 알려져서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이름, 김대중. 저자 김택근은 김대중 대통령을 ‘천성은 겁이 많았지만, 나서야 했기에 나선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30년간 활동한 저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요청에 의해 자서전의 편집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1983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을 받아 시인으로 등당하기도 한 저자는 <경향신문>의 문화부장, 종합편집장, 경향닷컴 사장,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말과 함의를 담은 이번 작업을 통해, 지극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얘기했던 낙천주의자 김대중의 참모습을 온전히 드러내고 싶었다는 저자를 만나 평전을 출간한 소회를 들어보았다.   

 

 

김대중 대통령과의 첫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2004년 봄 제가 신문사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었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이란 직책의 두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두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의 뜻이라며 내게 『김대중 자서전』을 쓸 수 없겠냐고 했습니다. 십수 년 전, 편집국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수인사 나눈 게 인연의 전부였었는데, 저는 너무 놀랐지요. 기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선뜻 수락할 수 없었어요. 쓰고 싶은 욕심은 났지만 자신이 없었거든요. 김대중이란 인물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아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두 비서관은 저에게 “대통령을 한번 만나 보시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김대중 대통령을 ‘김대중도서관’에서 만났습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몸이 많이 쇠약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때 막 불붙기 시작한 한류에 관해서 이야기하며 우리 민족의 문화창조력은 어느 민족보다 우수하다고, 앞으로 세계가 우리 민족과 문화를 주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퇴임 대통령이었지만 가장 절망적인 시간에 가장 희망적인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큰 감명을 받았어요. “저런 사람 생이라면 한번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후 자서전 작업에 6년, 평전에 2년이 걸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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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구성이 독특합니다. 일곱 개의 키워드가 제시되었는데요. 용기, 도전, 평화 등의 키워드는 어떻게 뽑아내셨나요? 이 중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김대중이란 정치인은 가장 정제된 ‘입’을 지녔고, 또 글과 말에는 품격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를 구사했고요. 일곱 개의 키워드는 그분의 삶과 사상을 더듬어 향과 결이 같은 것들을 묶다가 키워드로 분류가 되었습니다. 어록을 한데 모으다 보니 키워드에 다소 벗어난 것들도 있습니다. 김대중을 가장 잘 나타낸 단어를 고르라면 좀 난감합니다. 모두가 우리에게 남긴 불멸의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하나만 선택하라며 ‘평화’를 꼽겠습니다. 평화란 용어 밑에 모여 있는 말과 글들이 좋다기보다는 김대중은 평화의 다른 이름이라는 평소의 제 생각 때문입니다. 

 

얼마 전, 은수미 의원이 장시간의 필리버스터 중에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인용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때 어떤 생각이 떠오르셨나요?

 

우선 저의 생각보다 김대중 대통령이라면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당시 정치 신인 김대중은 여당의 정치자금 의혹을 폭로한 야당 의원의 구속을 막으려 필리버스터에 나섰습니다. 5시간 19분 동안 연단에 서서 결국 체포동의안 처리를 막았지요. 은수미 의원이 국회 최장 발언이었던 김대중의 기록을 깨면서 김대중의 말을 인용했다는 것에 여러 생각이 밀려 왔습니다. 아마도 김대중 대통령이 그런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그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넸겠지요. 은수미 의원처럼 나도 새삼 우리 민주주의에 관한 모든 구석구석을 섭렵했던 김대중 대통령이 그리웠습니다.     

 

“용기는 모든 도덕 중 최고의 덕이다.”로 시작되는 꼭지에서, 선생님은 김대중 대통령이 겁이 많았다고 표현하셨습니다. 고난을 뚫고 온 인동초 이미지와는 달라서 좀 놀라웠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김대중 대통령의 유년시절을 살펴보면 누구보다 심성이 여렸습니다. 마당 한쪽에 있는 측간(화장실)에 귀신이 나올까 봐 밤에는 가지 못했을 정도였어요. 또 어머니가 먼저 세상을 뜰까 봐 홀로 훌쩍거리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겁쟁이 울보였어요. 이건 대통령께서 제게 구술했던 만큼 사실입니다. 그런데 김대중은 누구보다 독재와 싸우며 불의에 저항했지요. 그것은 그의 심성이 모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나는 그가 맑고 고왔기 때문에 일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심도 지니지 않았기에 세상을 바로 볼 수 있었고, 그의 눈에 비친 삐뚤어진 세상을 바로잡자며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김대중은 무서워도 해야 할 일은 했습니다. 원래 담대하기 때문이 아니라 담대하게 맞서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용기를 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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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경향신문 편집국에서 처음 만난 김대중과 저자 김택근

 
김대중 대통령은 다독가십니다. 가장 아끼시던 책은 무엇이었나요? 작가님의 애독서도 궁금합니다.

 

저는 『김대중 자서전』 작업을 하며 “김대중의 삶이 산일 줄 알고 올랐는데 산맥이었다”고 술회했습니다. 사실이었어요. 그의 지식과 성찰은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나는 그 원천이 그의 책 읽기와 사색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어떤 책을 가장 아낀다는 말은 내게 해 준 적이 없습니다. 다만, 죽음을 앞에 두고 엎드려서 읽었던 『성경』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합니다. 저는 시집으로는 『무인도를 위하여(신대철)』, 종교 서적으로는 『금강경』 관련 서적들을 애독서로 꼽겠습니다. 

 

마지막 ‘감사’ 편에 노년의 김대중 대통령이 잠들기 전에 이희호 여사와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 평화롭게 묘사되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을 개인적인 면이 드러나는 또 다른 에피소드 있으면 들려주세요.

 

김대중 대통령은 남을 의지해서 올라가는 담쟁이 넝쿨이나 능소화 같은 것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또 무지막지하게 모양을 내기 위해 뿌리를 자르는 분재도 탐탁지 않게 여겼습니다. 꽃과 나무(특히 진달래와 코스모스)는 무척 좋아했지만, 다소 잔혹한 면이 있는 식물들은 곁에 두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살아온 여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요.

 

대통령은 또 ‘비비빅’이란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 어디를 가다가도 불쑥 가게 앞에 차를 세우고 비비빅을 사서 들었다고 합니다. 성격은 소탈했고, 소소한 것들을 사랑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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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45쪽 중

 

마지막으로 어록집의 저자이신 만큼 여쭤보겠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금 살아 계신다면 국민에게 어떤 말씀을 주셨을까요?

 

시국이 엄중한 만큼 정치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세상을 떠나기 전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그 지적은 시퍼렇게 살아있습니다. 아마 이 문제를 지속해서 얘기했겠지요. 또 한 가지, 외교에 대해서 많은 조언을 했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한반도는 지리적으로는 작은 나라지만 지형적으로는 중요한 나라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내 문제는 잘못했더라도 다시 고칠 수 있지만, 외교는 한 번 실수하면 민족의 명운이 좌우된다면서 늘 깨어있으라고 일렀습니다. 대통령의 말씀이 어느 때보다 가슴에 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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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김택근 저 | 메디치미디어
이 책은 김대중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그리고 김대중의 말에서 삶의 이정표를 찾으려는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지금도 절망한 젊은이들은 ‘헬조선’이라 부르며 이 나라를 탈출하려 한다. 노후 대책은 꿈도 못 꾸는 4050, 삶이 외로운 6070. 대한민국이라는 배는 그런 슬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라앉고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김대중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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