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자고로 이래야지
2월 2주 신간
우리 시대의 정치와 지도자에 대한 보고서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 집 안에 놓인 의자와 조명도 그 집에 사는 사람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 된 이 때, 『명품 가구의 비밀』, 최재천의 잉여와 거품에 대한 예찬론 『거품예찬』, 웹툰의 역사로 기록될 『덴마』 세트 등 눈에 띄는 이 주의 신간을 소개합니다.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
마우리시오 라부페티 저/박채연 역 | 부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지혜로운 사람"이라 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신념 있는 인권의 옹호자"라고 평했다. 2013년과 2014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으며,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혔다. 52%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5년 뒤 퇴임할 때는 65%라는 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해 아름답게 '퇴장'했다. 우리에게도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는 타이틀로 알려진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 얘기다. 이 책은 단순한 전기라기보다는 저널리스트의 눈으로 본 우리 시대의 정치와 지도자에 대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저자의 서문 마지막 글은 다음과 같다. "나는 여러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에 대해서, 그리고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에 대하여 생각하고 토론하기를 소망한다." 무히카의 대통령 재임기를 집중 조명한 첫 책으로, 전 세계 16개국에 출간되었다.
명품 가구의 비밀
조 스즈키 저/전선영 역 | 디자인하우스
세상 모든 의자와 조명, 소파 중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치지 않는 것은 없다. 그 중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생명력이 사그라지지 않고 사랑을 받는 작품들을 특별히 '디자인 가구' 혹은 '명품 가구'라고 부르는 것이겠지만, 결국 가구이고, 인테리어 소품이다.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의자(팁톤)가 있는가 하면, 시골 요양원을 위해 고안된 의자(파이미오 체어)도 있다. 주변에 심심치 않게 보이는 디자인이 알고 보니 디자이너의 유명한 작품인 경우도 있다. 이 책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디자인 가구만의 비밀을 다채로운 시선으로 풀어낸다. 이 책에 소개된 스물여섯 개의 가구와 그 비하인드 스토리는 사람들이 갖고 있었을 법한 디자인 가구와의 거리감을 좁혀준다. 옷이 사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듯, 집 안에 놓인 소파와 테이블, 의자와 조명 역시 그 집에 사는 사람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 되었다. 자신을 표현하고 장소의 품격마저 차별화시킬 수 있는 '나만의 가구 찾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거품예찬
최재천 저 | 문학과지성사
한국 사회는 효율성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시장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경제 논리가 우선하며 '거품'과 '잉여'라는 말이 대변하듯 정규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면 쓸모없고 낭비적인 것들로 취급받기 일쑤다. 저자는 현 세태를 자연 과학자의 시선으로 색다르게 바라본다. 가령 경제 분야에서는 '거품'이라면 질색하지만 "진화의 기본은 거품이며 자연은 스스로 낭비를 선택했다"는 것. 자연은 무모하리만치 많은 알과 씨를 뿌리는 지극히 낭비적인 삶의 방식을 택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으며, 따지고 들면 자본주의 국가의 자유경쟁 시장에서도 수요와 공급은 언제나 출렁이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생태학의 관점으로 저자 특유의 통섭적 사유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덴마 1-5 세트
양영순 글,그림 | 네오카툰
"완결만 하신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스페이스 오페라가 될 것이며, 양영순 작가의 두 번째 전성기를 대표하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완결까지 무사히. 믓시엘."(네이버 웹툰 편집장 김준구)
네이버 웹툰의, 나아가 한국 만화의 중요한 역사로 기록될 「덴마」가 세트로 나왔다. 긴 휴재와 잦은 연재 지연으로 악명높았던 작품이지만, 다시 연재한다는 소식에 팬들은 그간의 악플을 모두 잊고 작가를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우주의 택배 기사 이야기로 시작된 줄거리는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처럼 서로가 맞물리고 뒤엉키며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무한으로 펼치게 한다. 이야기를 창조한 게 아니라 세계를 창조한 작품이다. 믿기지 않는다면 부디 일독을 권해드린다. 웹 상으로 보기보다는 종이 책이 이 세계를 여행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몇 번씩 들어가서 덴마의 세계를 헤엄쳐야 하므로.
3년 후, 한국은 없다
공병호 저 | 21세기북스
『10년 후, 한국』으로 유명한 저자 공병호가 도발적인 제목으로 돌아왔다. 실제로 한국이 없어진다기보다 우리가 꿈꾸던 장밋빛 한국은 없다는 뜻이다. 2016년 현재 우리 한국이 처한 현실을 낱낱이 살펴보고 반드시 실천해야 할 혁신과 해법을 제시하는 전망서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대한민국 민낯 보고서'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와 국민이 더 이상 진실을 회피하거나 다른 말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과거에 비해 모든 요소를 갖춘 상태에서도 저성장과 고실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비효율적인 시스템과 리더십 부재에 그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암담한 한국의 현실을 개탄하는 데 힘과 자원을 낭비하기보다는, 이제라도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고 문제를 혁파하자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역사적 맥락과 거시적 안목으로 사회 각 부문별 진단과 처방을 제시한다.
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 저/박찬원 역 | 문학동네
"더 나중에도, 이날 이후 이어진 열세 번의 밤 동안에도, 본능적으로 그들은 '작은 것들'에 집착했다. '큰 것들'은 안에 도사리고 있지도 않았다. 자신들에게는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미래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작은 것들에 집착했다." (461쪽) 아룬다티 로이는 페미니즘, 환경 문제부터 인도와 주변국의 정치 문제, 나아가 세계화에 따른 신제국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에 대해 강렬한 목소리를 내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여성, 아이, 파괴되는 자연 등 지구 위의 작고 연약한 존재들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저자의 인간과 세상에 대한 시선이 담겨 있다. 1969년 인도 케랄라 아예메넴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단 하루 만에 모든 것이 바뀐' 한 가족의 비극을 섬세하게 다룬 작품이다.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는 이란성 쌍둥이 에스타와 라헬의 탄생, 경찰서에 갇힌 벨루타, 그를 구하고자 진실을 밝히려는 암무 등 도대체 이들 가족에게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작은 것들'은 무엇이며 '작은 것들의 신'은 누구인가 혹은 무엇인가. 핍박받는 자들의 대의를 대변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긍정하고 위무하는 인간의 '작은 힘'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작품.
사이버 스톰
사매튜 매서 저/공보경 역 | 황금가지
자비 출판만으로 미국 최대 서점 아마존 SF 부문 1위를 기록한 화제의 소설. 사이버 테러와 해킹으로 인터넷이 한순간에 마비된 도시를 배경으로, 60여 일 동안 겨울 혹한과 눈 폭풍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이들의 생존기를 담고 있다. 실제 사이버 보안 및 컴퓨터 나노 기술 등 IT 전문가인 저자는 점차 광범위해지는 인터넷 활용도에 비해 허술한 보안 체계가 불러올 위험성과 새로운 국가 간 전쟁터로서의 사이버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다양한 이해 관계가 얽힌 조직들, 러시아 갱, 이란 테러리스트, 어나니머스 해킹그룹 등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테러로 인해 도시의 모든 시설이 정지된다. 수도나 가스, 전기 등 생활에 필수인 시스템이 마비되자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도시인들은 혹한과 눈 폭풍, 전염병 창궐이라는 자연재해 앞에 노출된다. 평범한 도시인의 일상이 서서히 괴멸되어 극한에 이르는 충격적인 과정이 미래 세계가 아닌 바로 현재를 기반으로 두고 있어, 독자들에게 더욱 더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자비 출판된 책으로는 기록적으로 50만 부가 넘게 판매됐으며, 현재 20세기 폭스사가 판권을 사들여 영화로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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