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칙연산
『서른의 공식』 이서윤 저자 인터뷰
인생은 답이 하나인 방정식이 아니라 모든 숫자가 답이 되는 항등식임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위로의 말을 건네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은 공식으로 되어 있다.’ 『서른의 공식』의 이서윤 저자의 말이다. ‘사칙연산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고통 총량의 법칙’, ‘시련은 세상을 보는 눈을 둔각으로 만든다’ 등 제목만으로도 깊이있으면서 감각적인 통찰이 묻어난다. 일상과 사랑, 인생의 여러 단면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수학공식과 그래프들로 이야기하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공식 『서른의 공식』 이서윤 저자를 만났다.
학교 선생님으로서 어린이와 부모를 위한 책은 많이 써오셨는데요. 에세이는 처음입니다.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내향적이라 혼자 쓰는 글로 속풀이를 하곤 해요. 그런데 신기한 게 글을 쓰다 보면 진짜 제 속마음과 마주쳐요. 머릿속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글을 쓰는 손끝에서 마음이 나온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예를 들면 나는 혼자가 좋다고 말했던 사람인데 사실은 외로웠다던가, 우유부단한 줄 알았는데 욕심이 많은 거였다든가 하는 것 말이에요.
어린아이는 옷을 입지 않은 벌거벗은 사람과 같은 존재거든요. 커가면서 나를 포장하는 법을 배우게 되죠. 그런데 직업상 학교에서 수많은 아이와 지내고, 자녀 교육서를 쓰고 아동심리 등에 대해 공부하면서 그 본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저 자신과 타인들의 벌거벗은 모습들을 조금씩 보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마음과 세상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느 누가 제가 논하는 인생을 읽을까, 하는 두려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어요. 하지만 어머니께서 제 원고를 읽으시더니 그 자리에 앉아 꼬박 다 읽으시더라고요. 그리고 하신 말씀이 “이거 정말 네가 썼니? 나이 60을 바라보지만 나도 너무 공감된다.”였어요.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쁘다는데 저희 어머니는 너무 객관적이어서 항상 불만이었거든요. 그런 어머니께서 공감한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내어 원고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지요.
일상과 사랑 인생의 여러 단면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수학공식과 그래프들로 설명한다. 기획이 참 신선한데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내게 되었나요?
저는 우유부단한 편이에요. 어느 날 친구를 만나러 나가야 하나, 집에 있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어요.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지만 마음이 딱 반반인 거예요. 그래서 마음의 저울에 ‘친구 만나기’와 ‘집에 있기’를 올려놓고 부등호가 어디로 입을 벌리는지 생각해봤죠. ‘집에 있기’ 마음이 조금 더 크다는 생각이 들면서 집에 있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때부터 제 결정 장애는 조금 해결이 되었습니다. 감정 부등호를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만 아니면 내 마음이 더 큰 쪽을 생각하자!’라고 결심했어요.
「햄릿」에서 우리는 불확실한 삶 때문에 고민하는 나약한 인간을 볼 수 있잖아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나약하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거였어요. 강한 존재가 확실하고 결론을 아는 길을 걸어간다면 별로 고민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저 역시 우유부단하기 때문에 더 고민했고, 조금이라도 명쾌함에 다가가고 싶어 했었죠.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저는 교과서와 지도서를 바라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수학공식과 그래프로 제 마음을 설명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책의 표지에 계란 한판을 채워 넣는 여자의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이 책을 쓰실 때 특별히 염두에 둔 독자들이 있는지요? 아직 책을 보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요?
책을 쓸 때 사실은 딱히 ‘서른’, 즉 20-30대를 염두에 두고 쓰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시간이 가도 나이가 먹어도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보편적이더라고요. 물론 그 감정의 크기나 깊이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초등학생 어린아이의 교실이나 성인들의 사회나 별다를 게 없어요. 그래서 처음 붙인 제목은 《인생수학》이었어요. 제목은 《서른의 공식》이지만 꼭 서른을 앞두거나 막 서른을 지나친 사람만 읽어야 하는 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인생에 있어 하나의 벽을 넘어서서 이쯤 되면 철 좀 들어 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나이가 서른이라, 또 제 나이도 30대 초반이고 해서 기준이 서른이 되었죠.
이 책은 수학 공식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에요.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과 고민을 보이는 기호와 글자로 옮긴 책이다. 10줄 걸려 쓴 내용을 단 한 줄의 수학 기호 식으로 정리하는 과정은 복잡하게 꼬여있던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고 정리하고 일반화시켜 치유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하죠.
선택의 알고리즘을 보면서 조금은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해보고 인생은 경험의 합이 아니라 경험과 감정을 곱한 값의 합임을 알고, 인생은 답이 하나인 방정식이 아니라 모든 숫자가 답이 되는 항등식임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위로의 말을 건네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보면, ‘고통 총량의 법칙’, ‘사랑의 필요충분조건’, ‘타인은 내가 아니다’ 등 누구나 겪지만 스쳐버리고 마는 일상의 단면들을 정리된 공식으로 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그래, 인생에는 이런 의미가 있지’라고 깨달음을 주기도 하고요. 책의 공식 중에서 가장 좋아하거나 깨달음을 안겨준 공식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모든 공식이 저에게 깨달음을 주었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건 ‘사칙연산에도 우선순위가 있다’가 아닐까 생각해요. 혼합계산을 할 때 곱셈이나 나눗셈을 가장 먼저 하고 그 다음 덧셈이나 뺄셈 계산을 하죠. 그런데 괄호가 쳐 있으면 그걸 먼저 하기도 해요. 곱셈이나 나눗셈은 ‘가족’에 해당하는 인생계산이라는 거예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짧지만 우리는 그 소중함을 잊곤 하죠.
이 공식을 쓴 것은 어머니께서 편찮으셔서 큰 수술을 받고 난 이후였어요. 익숙한 엄마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걸 느끼면서 너무 두렵고 무서워서 잠을 못 잤었거든요. 그래서 여러 계산이 섞인 우리 인생문제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 우선으로 두어야겠다 하면서도 저도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훨씬 많은 인생의 공식을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지면의 한계로 책에서는 빠졌지만, 독자와 꼭 나누고 싶은 인생의 공식이 있다면요?
네. 지금도 일상에서 공식을 찾아서 적어놓곤 해요. 내 일을 객관적으로 보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사실관계보다 감정에 빠져있을 때가 많은데요. 그것과 관련해서 쓴 공식 일부를 보여드릴게요.
현명해진다는 것은 1인칭과 3인칭의 시점이동 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이다.
남의 일은 객관적 사실들의 인과관계가 먼저 보이기에 해결방법이 눈에 잘 띄는 노란 옷을 입고 서 있다. 내 일은 사실보다는 감정이 해결방법을 투명인간으로 만들어버린다.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 남의 고통에는 둔감하고 나의 고통에는 예민한 사람은 인생을 지극히 1인칭 시점으로만 사는 사람이다. 내 일을 1인칭으로만 바라보고 있을 때, 3인칭의 시점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일은 1인칭 시점으로 바라보며 함께 아파해줄 수 있되 내 일은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보며 자기연민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자유로운 시점 이동의 인생을 살고 싶다.
같은 일상을 살면서도 어떤 사람은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는데, 어떤 사람은 계속해서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선택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자신만의 공식을 만들어나간다는 뜻이 아닐까?’ 하는 문구도 나오는데, 자신만의 공식을 만들어가기 위해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불편한 생각들을 하는 겁니다. 나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 어떨 때는 너무 부끄럽고, 후회되고 잊어버리고 싶습니다. 끝까지 물어져서 내 바닥까지 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더라고요.
지금 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성찰력이 10이라고 할 때, 30의 성찰력을 갖고 그 문제를 바라보는 것과 100의 성찰력을 갖고 바라보는 것은 다르잖아요. 그렇게 자꾸 생각의 깊이, 성찰력을 키우는 방법은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인생의 근력을 키워주는 족집게 과외 선생이 곧 책이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요즘은 스마트폰에도 읽을거리가 많지만 같은 시간에 생각할 거리를 더 많이 던져주는 것은 어떤 매체보다도 책이 최고입니다. 책은 성찰력을 길러주는 효율성이 높은 도구죠.
동화, 자녀교육서, 에세이 등 다양한 주제로 책을 쓰셨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분야를 주제로 작품을 쓰고 싶으신지요?
글을 쓰다 보니 욕심이 생기는 게 사실이에요. 여러 분야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고요. 교실에서 생활하면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동화를 써야겠고, 학부모님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녀 교육서를 써야겠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책을 읽다보면 에세이가 쓰고 싶어지거든요.
이번에 제 생각이 많이 들어가는 에세이 글을 쓰면서 참 행복하더라고요. 지금 제 나이에만 느끼는 감정은 그 순간이 지나면 사라지잖아요. 그래서 독자님들의 생각을 풍요롭게 하고 영감을 줄 수 있는 에세이를 쓰면서 독자분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서른의 공식
이서윤 저/어진선 그림 | 카시오페아
서른이 다 되도록 잘하는 것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것만 같은데 서른이 코앞에 왔다. 벌써 서른, 아직 서른, 고작 서른, 그저 나이로 계란 한 판 채운 것뿐인데 무언가 달라질 것 같다고 많이도 상상했었다. 가까운 일상에서부터 시작해 연애, 사랑, 직업, 인간관계까지 무어라도 이루어놔야 할 것 같지만 뭐 또 막상 되어보면 달라진 것도 별로 없는 듯한 나이. 그럼에도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그 고민하는 시간 동안 조금씩 큰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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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