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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네 자매의 계절과 시선, 그리고 사람 이야기
『바닷마을 다이어리』
매 에피소드마다 역이나 신사, 단풍 명소 같은 카마쿠라에 실존하는 정감 어린 장소들이 사건의 소소한 메타포로 사용되곤 한다. 작은 지역 공동체 카마쿠라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로 존재하며, 이곳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따스함을 느끼게 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1. 오프닝
‘작가의 장벽(Writer’s Block)’이란 말이 있다고 해요.
정신적으로 어떤 장벽이 마음속에 생겨서
단 한 줄도 쓰지 못하는 상황을 말하는데요.
그 ‘장벽’이란 건 좋은 글, 감동적인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 대부분이라고 하네요.
이걸 극복하는 방법, 의외로 간단하다고 합니다.
그냥 아무거나 쓰는 거예요.
말이 되건 말건 무조건 자판을 두드리다 보면
나중엔 정말 말하고 싶은 걸 쓰게 된다는 건데요.
일단, 그냥, 아무거나 한 문장을 써 보는 것.
우리가 읽어온 저 위대한 명작들, 그중에서 많은 작품은
어쩌면 이런 시시한 시작에서 비롯한 것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들만 그런가요.
우리도 가끔 이런 장벽에 부딪힐 때가 있죠.
너무 잘 하려고 할 때, 너무 진지할 때, 너무 작정할 때!
작가 귄터 그라스의 말을 빌려봅니다.
“나는 쓰고 싶어서 쓰는 것뿐입니다.
어떻게 하면 전작보다 나은 책을 쓸까 고민은 안 합니다.
그런 욕심으로 내 앞에 놓인 흰 종이를 더럽히고 싶지 않아요.
새 마음 새 뜻으로 써내려갈 뿐입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책, 임자를 만나다'에서는 2016년 첫 책으로 만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가지고 왔습니다. 최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 작품을 원작으로한 동명의 영화를 발표하기도 했었죠. 일본 가마쿠라의 작은 바닷마을에 사는 네 자매. 그녀들의 소박하고 섬세한 일상이 잘 녹아있는 이 작품과 함께 2016년 <빨간책방>의 문을 열어 보겠습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바닷마을 네 자매의 계절과 시선,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
1) 책 소개
20세기 만화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며, 순정만화의 영역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나나 피시』의 작가 요시다 아키미 최신작. 일본 온라인서점 아마존 만화부문 베스트 3위에 오를 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이다. 신종마약을 둘러싼 거대 마피아의 음모를 다룬 작가의 거칠고 강렬한 대표작『바나나 피시』에 비하면 같은 이가 그렸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평화롭고 소박해 보이는 작품지만,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속 깊고 단단한 시선과 원숙함이 느껴진다. 『바나나 피시』나 『러버스 키스』 등의 작품에서 독자들을 사로잡은 요시다 아키미의 섬세하고 설득력 있는 인물과 감정 묘사는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늘 햇살만 내리쬘 것 같은 소도시 카마쿠라… 이 작품에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사람들의 속내를 찬찬히 들여다볼 줄 아는 사려 깊은 이들이 등장한다. 담백한 그림체만큼이나 무심하고 평온해 보이는 인물들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들에 이르면 그것이 슬픔이든, 기쁨이든 읽는 이의 마음에 조용하지만 깊은 파문을 일으킨다. 욕심 없이 진솔하게 짜인 이야기 안에서 조용히 주고받는 마음들이 한없이 포근하고 뭉클하다.
작품의 무대인 바닷가 마을 카마쿠라는 요시다 아키미가 ‘제2의 고향’이라 부를 정도로 애착을 가진 곳으로, 작가의 1996년작 『러버스 키스』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덕분에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토모아키를 비롯한 몇몇 인물이나 장소가 재등장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 또한 감상의 묘미다.(『러버스 키스』에서 엑스트라에 가까웠던 인물들이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기도 한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매 에피소드마다 역이나 신사, 단풍 명소 같은 카마쿠라에 실존하는 정감 어린 장소들이 사건의 소소한 메타포로 사용되곤 한다. 작은 지역 공동체 카마쿠라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로 존재하며, 이곳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따스함을 느끼게 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2) 저자 : 요시다 아키미
대학과 대학원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국제영화제에서 자원봉사를 한 것을 계기로 영화 번역의 세계를 접하게 되었다. 2004년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자막 제작과 번역을 병행하며 서울에서 열린 일본영화제 상영 작품을 다수 번역하였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서로 『핫 바나나 퍼지』 『테조로』등이 있다.
◆ 156-157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다음 '책, 임자를 만나다' 2016년 비문학 첫시간에서는 <빨간책방> 최초로 미술에 관한 책과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큰 마음을 먹고 미술관을 찾았는데 칭송받는 미술작품 앞에서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던 기억…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죠. 그런데 이것은 전문가들 역시 느끼는 감정이라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테이트 갤러리의 관장 윌 곰퍼츠는 미술 작품의 탄생 과정을 통해 현대 미술사를 쉽게 이야기 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번에 다룰 『발칙한 현대미술사』가 바로 그런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미술 이야기 함께 나눠보시죠.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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