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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를 이해하는 자세가 통섭이다 '과학자 최재천'
‘통섭=최재천’은 하나의 고유명사
최재천 교수는 “자신은 비빔밥에 얹힌 고추장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한다. “다른 재료는 다 있어도 고추장이 없으면 제 맛을 내지 못하듯, 고추장은 모든 재료의 특질을 어우르고 결집해 맛을 연출해내기 때문”이다.
꿈대로라면 그는 지금쯤 시인이 됐어야 한다.
그러나 문학적 소양이 풍부했던 소년은 예상과 달리 문과로 진학하지 못했다.
아니 못했다.
“당시에 교장 선생님이 문?이과 편성 방침에 따라 일률적으로 줄을 세웠기”때문이란다. 삼팔선이 책상에서 줄자 하나로 그어진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렇게 그의 운명도 갈렸다.
‘통섭=최재천’은 하나의 고유명사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에코과학연구소 소장)는 자연과학자가 아니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아니 맞지도 틀리지도 않다.
지난 몇 년간 그에게는 새로운 호칭이 붙었다. 통섭학자, 통섭인문학자라고 불린다. 호칭은 개인의 삶과 존재는 규정하는 준거다. 그는 통섭적으로 사고하고, 말하고, 강의한다. 통섭적으로 글을 쓰고, 연구하고, 예측한다. ‘통섭=최재천’은 하나의 고유명사 내지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통섭(consilience)은 19세기 영국의 자연철학자 윌리엄 휴얼에 의해 정립되었다고 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부각된 개념으로 학문간 소통을 의미한다. 영국에서는 사문화되었지만 우리 학계에서는 2005년 최 교수가 처음 화두를 던진 이후 넘나듦, 융합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 ‘통섭학’을 알리고 대중화한 대표적인 학자다. 그가 설파하고 있는 ‘통섭’은 어려운 학문이나 고상한 그 무엇이 아니다. 어쩌면 21세기 화두인 소통과 같은 맥락인지 모른다. 타자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소통이고 통섭이다.
아인슈타인보다 피카소처럼 공부하라
“아인슈타인보다 피카소가 되어야 합니다.”
공부 비결에 대해 물었더니 물어온 대답이다. 연구실 학생들에게 “논문 안 쓰니?”라고 물으면 대개가 “아직”이라는 답을 한단다. 홈런을 때리려고 웅크리고 있는 거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아인슈타인은 만루 홈런을 때린 케이스다. 그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물어보라”고 한다.
“내가 아이슈타인인가”라고.
그러면 답은 의외로 간단해진다고 한다.
“피카소처럼 여러 작품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홈런을 때릴 수 있어요. 단타를 많이 때려야 결정타도 날릴 수 있어요. 세계적 대학들은 별 볼 일 없는 것으로 연구를 시작합니다. 꽃이 정원에서만 핀다는 생각은 편견에 지나지 않아요.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핀다는 사실을 우리 학생들이 알았으면 싶네요.”
최재천 교수가 건네준 명함에는 원숭이가 그려져 있다. 또록한 눈망울로 세상을 응시하는 원숭이는 뭔가를 말하려는 눈빛이다. 통섭학자로 유명한 이화여대 최재천교수의 명함은 그렇게 특이하다.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명함을 받았지만, 최교수의 것만큼 특별한 명함은 보지 못했다. 명함에는 원숭이뿐만 아니라 겅중겅중 걷는 개미 두 마리와 커다란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는 새도 있다. 명함이 한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이라면, 최 교수의 명함은 그가 누구이며, 어떤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최재천 교수는 “자신은 비빔밥에 얹힌 고추장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한다. “다른 재료는 다 있어도 고추장이 없으면 제 맛을 내지 못하듯, 고추장은 모든 재료의 특질을 어우르고 결집해 맛을 연출해내기 때문”이다.
최재천 과학자는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다.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번역하여 국내외 학계의 스타가 되었고, ‘통섭’이라는 학문용어를 학계 및 일반사회에 널리 알리고 있다. 1998년부터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과학의 대중화를 실천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1989년 미국곤충학회 젊은 과학자상, 2000년 대한민국과학문화상을 수상했고, 1992-95년까지 Michigan Society Of Fellow의 Junior Fellow로 선정되었다. 그 밖에도 ‘국제환경상’ ‘올해의 여성운동상’ ‘대한민국 과학기술훈장’ 등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반부에서 출간한 영문서적을 비롯하여 다수의 전문서적들과 『과학자의 서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개미제국의 발견』,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알이 닭을 낳는다』,『최재천의 인간과 동물』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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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광주일보 기자인 저자는 다양한 영역에 걸친 글쓰기를 통해 사람과 세상, 문화에 대한 지평을 넓혀가는 인문학자다. 문학 기자와 『예향』 기자로 활동하면서 문학 관련 기사뿐 아니라 우리 시대 화제가 되는 인물 인터뷰, 다양한 문화 담론, 인문학적 주제, 학술 전반에 대해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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