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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면 좋은 것들

『나를 치유하는 동작』 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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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떠나 살고 있는 우리는 다시 몸으로 돌아가야 함을 깨닫게 했다. 성찰은 생각만으로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몸으로도 성찰은 가능하다. 어쩌면 머리보다 더 깊은 성찰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가을은 몸으로 성찰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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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매개로 자신의 내면에 접근하려 할 때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자기 검열과 자기 분석에 빠져든다. 이런 경우에는 비언어적 접근 방식이 내면으로 다가서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다. 반면 움직이는 몸은 자기 검열과 방어기제가 쉽게 작동되지 않는 미개척지다.”(22쪽)

 

우리는 의외로 몸을 모르고 산다. 몸이 신호를 보내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무시한다. 몸은 마음보다 더 직접적이다. 마음은 몸을 통해 드러난다. 몸의 언어를 알아차리는 것, 마음을 아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힐링모션의 한지영 대표를 따라 몸의 동작을 행하면서 새삼 몸이 말하는 언어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됐다. 등도 말을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지난 10월 8일, 서울 강서구 MW스튜디오에서 한지영과 함께하는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서였다. ‘바디 스캐닝 명상’이라는 부제로 평소에 보지 못했던 몸 구석구석을 살펴 마음과 몸의 연결 고리를 회복하기 위한 하루 수업이 열린 것. 높은 경쟁률을 뚫고 8명의 독자가 몸의 언어에 귀를 기울였다.

 

한지영 대표는 이날 오랫동안 외면하고 혹사시켰던 몸과 화해하면서 몸으로 회귀하는 짧은 여행을 떠나볼 것을 권했다. 어렵게 찾은 스튜디오에서 한데 둘러앉은 독자들에게 몸을 천천히 움직여 볼 것을 권했다. 긴장한 몸을 풀기 위한 스트레칭이다. 한 대표에 의하면 몸에도 정서가 있다. 몸의 정서를 관찰하는 것은 내 몸을 알기 위해 중요하다. 독자들은 앉아서 몸을 뻗어 손바닥을 다리 곳곳을 지나 발까지 향하게 하면서 내 몸의 상태와 기분을 감지했다.

 

“전국과 해외를 다니면서 동작치유를 하고 있어요. 다음주에는 500명을 대상으로 해야 해서 떨리는데, 오늘 이런 자리가 위안이 돼요(웃음).”

 

독자들은 각자의 이름을 가슴에 붙이고 자신이 지금 느끼고 있는 기분과 상태를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옆 사람의 팔에 2초간 손을 대도록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체온을 전달하는 동시에 내 옆에 생명체가 있구나, 하는 감정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동작이지만 그 짧은 2초는 ‘여기, 사람이 있다’는 자명한 사실을 몸으로 깨닫게 만들었다. 관념이 아닌 체온과 체온이 맞닥뜨리는 동작을 통해서 말이다.

 

이어 두 사람이 짝을 이뤄 자신의 짝의 등을 보고 느낌을 말하도록 했다. 등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눈에 비친 짝의 등. 다양한 느낌들이 언급됐다. 곰 같은 등, 여성스러운 등, 지친 등, 가을의 문과 같은 등... 등을 보고 그 사람에 대해 읽고자 애를 쓴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표정은 얼굴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등에도 표정이 있었다.

 

한 대표는 등의 호흡을 관찰하는 방법도 알려줬다. 역시 두 사람이 짝을 이뤄 한 사람이 등을 보이면 등 뒤의 사람은 손바닥을 등에 댄다. 손바닥으로 등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어떤 기운이 스며들고 열이 어떻게 이동하지 등을 파악하도록 했다. 관찰하고 느낄 것. 호흡을 따라가 볼 것. 

 
“A가 앉으면 B는 그 등뒤에 앉아 두 손바닥을 A의 등에 댄다. A는 어깨를 편안하게 내린 채 눈을 감고, B의 손길에 놀란 호흡이 평소와 같아지도록 기다린다. B는 상대 등의 움직임을 손바닥으로 느끼면서 고요하고 편안하게 지켜본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힘을 주어 상대를 누르지 않도록 유의한다. 11자 모양으로 손바닥을 대고 있다가 그다음에는 견갑골과 등허리 부분에 등호 모양으로 손을 배치하고 관찰한다. A가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손바닥에 전해오는 미세한 움직임을 마음을 비우고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가능하다면 그 호흡을 따라가본다. 서로 역할을 바꾸어 똑같이 해본다.”(77~78쪽)

 

도란도란, 소곤소곤. 등이 말하고 있었다. 등으로 말하고 있었다. 손바닥을 통해 전해오는 기운은 그냥 무뚝뚝한 등이 아니었다. 등은 그 자체만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몸 안에서도 등의 언어가 따로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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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등을 맞대도록 했다. 한 대표는 최근 2~3주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등을 통해 드러내보라고 권했다. 짝을 이룬 사람들끼리 등을 마주 대하고 등으로 말을 했다. 꿈틀꿈틀, 슬렁슬렁, 아웅다웅. 등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평온했거나 따분했거나 분노했거나 분주했거나, 각자 최근의 상황이 등을 통해 발설됐다. 상대방 등의 이야기를 들은 짝은 이를 재현하면서 등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석했다. 대부분 짝의 등이 말하는 것을 맞출 정도로 등의 이야기를 마음의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문득, 내 눈에 등이 보이지 않는다고 소홀하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이 따랐다. 등으로 하는 대화는 생소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해주고 있었다.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과 몸으로 말하고 파트너가 그것을 느낀 거예요. 저를 빼고는 다들 비슷하게 맞추시네요(웃음). 이런 등의 대화를 통해 내 파트너의 상태, 컨디션, 마음 등을 알 수 있어요. 모든 감정은 몸에 쌓여요. 마음은 몸을 통해서 드러나고요.”

 

“10년간 동작치유 워크숍에 이 ‘등 대화’ 기법을 지속적으로 활용했으며, 대상의 특징과 집단의 규모에 따라 심리치유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하고 보완했다.(중략) 등의 대화를 경험한 사람들의 피드백은 한결같다. 다소 상기된 얼굴로 “등을 통해서도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방금 경험한 형언할 수 없는 느낌에 대해서 묘사하려고 애쓰지만, 말로 표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실감하고 만다.”(130쪽) 

 

등으로 몸으로 말하는 방법은 달랐다. 한 대표는 힘들고 무겁고 지친 몸을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동작치유가 줄 수 있는 하나라고 했다. 스트레스는 현실에서 불가피하다. 살아있는 한 스트레스를 영원히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런데 한국은 이 스트레스가 유난하다.

 

“한국에서 이 스트레스를 버티는 사람은 고기능이 아닐까 싶어요(웃음).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풀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몸으로 들어가서 호흡하고 느끼면서 스트레스나 우울함이 어떤 형태로 있는지 심상화해보세요. 즉, 바디 스캐닝을 하면서 몸 안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몸 안에서 어떤 변화가 있고 상태가 어떤지 찾아보고 이를 이미지화 해보는 거죠. 말이 안 될 수도 있지만 본인에게는 말이 될 수 있어요! 몸의 심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면 좀 더 자신의 몸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을 겁니다.”

 

“단조로운 방식으로 고착된 커뮤니케이션은 모두에게 손해다. 한 가지 패턴으로 고착된 소통은 대화의 내용까지도 빈약하게 만든다. 그래서 기존의 패턴을 쓸 수 없도록 일종의 제약을 주어 내담자로 하여금 새로운 방식을 채택하도록 하는 몸 대화 기법들은 신기하게도 이전과 다른 방식의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새로운 대화의 전개는 새로운 관계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143쪽) 

 

한 대표는 중요한 것은 호흡이라고 했다. 내 몸의 모든 지점에서는 호흡이 이뤄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 그리고 세계와 관계를 맺는 중요한 방법이 호흡인 것이다. 짝의 등을 바라보면서 등을 마주하면서도 호흡을 통해 우리는 몸의 언어를 익히고 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이날만큼은 내가 이뤄낸 동작과 다른 사람의 동작을 통해 새로운 언어를 익혔다. “한 사람의 체온을 갖고 간다”는 소감이 이 소중한 시간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날의 수업은 몸을 떠나 살고 있는 우리는 다시 몸으로 돌아가야 함을 깨닫게 했다. 성찰은 생각만으로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몸으로도 성찰은 가능하다. 어쩌면 머리보다 더 깊은 성찰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가을은 몸으로 성찰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이렇게 스스로 몸을 통해 목격하고 체험하면서 얻은 성찰은 그 어떤 외부의 조언이나 분석보다 강렬한 힘을 갖는다.”(80~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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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치유하는 동작한지영 저 | 아우름
책의 1, 2부에서는 동작치유의 원리와 몸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3, 4부는 구체적인 동작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마지막 5부에선 우울감, 흡연, 식이 장애, 낮은 면역력 등 현대인들이 당면한 여러 문제를 동작치유의 관점으로 해결법을 제시한다. 사람들이 지닌 문제의 대부분은 사실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동작치유는 몸과 마음을 스스로 살펴, 문제를 해결할 방법과 힘을 외부보다 내면에서 찾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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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나를 치유하는 동작

<한지영> 저13,320원(10% + 5%)

『나를 치유하는 동작』은 신체심리학의 일종인 ‘동작치유’를 통해 몸과 마음의 통합을 강조하고, 이를 함께 돌볼 것을 권유하는 책이다. 무용동작치료로 석사학위를 받고 10년째 동작치유 프로그램을 공무원, 군인, 회사원, 다문화 가정 주부, 학교 폭력 피해자 등 다양한 계층에 선보여온 저자는 동작치유의 원리를 소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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