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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부끄러움을 아는 게 정말 중요해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최경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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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작가는 한 편의 만화로 자신의 경험을 치밀하게 고백했다. 결론이나 해답을 내리려는 건 아니었다.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어서 쓴 책”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책은 우리 모두에게 큰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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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다!’
분명 지적을 했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곧 냉소한다. 지적해봐야 안 변해, 문제제기 나도 해봤어, 하는 심정이 된다. 같은 영역에서 비슷한 문제가 일어나면 ‘아, 저거’하고 눈을 돌려버린다. 비슷하지만 결코 같을 수 없는 문제들이 부수적 피해자들을 만들어도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가 그곳에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문제를 지적하나 해결되지 않으니 문제라고 부르짖는 목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진다. 시끄럽지만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영역들, 정치, 사회갈등, 소수자 문제 그리고 군대….


문제가 해결되었는지를 알아보려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따져보면 될 것이다. 해결하려는 의지를 엿보려면 저기서 내놓은 해결책을 살피면 된다. 관심 사병이었다는 사람의 자살, 탈영, 총기 난사 같은 심각한 문제들 앞에서 군대라는 조직이 어떤 해결책을 내놓았는지 생각해본다. 글쎄.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는 걸 보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말은 무조건 옳다.


좀 서늘하다.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발생할 ‘부수적 피해자’들이 내 가족, 동료라고 생각하면 갑자기 불안이 얼굴을 들이민다. 저 불행이 나를 피해가는 행운을 기대할 뿐이다. 어째서? 절대 죽지 않는 영화 주인공이라도 되길 바라는 걸까? 결국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게 터무니없이 어리석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에는 부조리에 침묵함으로써 부조리에 가담했던 ‘평범한’ 군필자의 적응기가 쓰리게 그려져 있다. “부끄러웠다고 누군가 얘기를 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알게”되므로 “수치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최경민 작가는 한 편의 만화로 자신의 경험을 치밀하게 고백했다. 결론이나 해답을 내리려는 건 아니었다.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어서 쓴 책”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책은 우리 모두에게 큰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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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싶은 이야기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엄정한 자기반성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것이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인상 깊은 책이었습니다. 다소 어려운 고백이었을 텐데 말하기까지 고민은 없었나요?




반성을 잘해서요.(웃음) 군대 가기 전부터 군대 갔다 오면 만화 그려야지, 생각하고 갔어요. 그냥 지나가면 아깝잖아요. 그거라도 해야 보상 받는 기분이니까요. 군대 가서도 계속 생각하고 있었죠. 가서는 이런 감정이구나, 하는 것들을 기억하려고 했고요. 책 쓰는 사람들은 책을 쓰면서 자기 치유를 한다고 하잖아요. 저도 쓰다보면 안 좋았던 기억도 나아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그런 걸 자주 하는 편이어서 이것도 그런 식으로 쓴 거예요.

 

좀 정화가 되셨어요?


뱉어내고 나니까 조금 괜찮아지더라고요. 약간 후련한 거 있잖아요. 말하고 싶었던 걸 말했으니까요.

 

군대에 가기 전에 짐작했던 것과 실제가 많이 다르던가요? 똑같았나요?


많이 바뀌었다고 하던데 비슷한 것 같아요. 똑같네, 그런 생각했죠.

 

결국 내가 일종의 가해자였던 거잖아요. 


처음에는 피해자였다가 점점 가해자 위치로 가는 게 되게 신기했어요. 2년 안에 그걸 다 경험한 거죠. 2년이란 기간 동안 압축적으로 모든 경험을 다 해봤다는 생각이 들어요. 직후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내가 가해자 위치로 옮겨갔다는 걸 알았어요. 신기한 경험이란 생각이 들어요.

 

소위 ‘고문관’이라고 하는 동기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심리가 잘 전달됐어요. 처음에는 그저 든든했다가 점점 싫어하게 되고, 동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그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었거든요.


실제로 모델이 있긴 있었는데 그때 감정이 그랬어요. 처음에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기였는데 가다보니 원망이 들어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실제 인물이 있었군요?


섞여있어요. 제 이야기도 있는데요. 다른 친구들의 군 생활 이야기에 대해서 들은 것도 썼고요. 여러 가지 섞였어요. 상사 같은 경우 사람들을 성격마다 분리시켜 놓았어요. 사람의 성격은 다양하잖아요. 그걸 그대로 넣으면 상징성이 없으니까 성격들을 하나씩 뽑아서 캐릭터에 넣었죠.

 

사실 그런 문제들은 한 사람 안에 복합적으로 다 있기도 하니까요.


네. 인상 깊었던 사람들 있잖아요. 도와주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 사람들을 각 캐릭터에 넣어봤어요. 실제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주변 예비역들에게 읽히고 소감을 물었더니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밖에서 보기에 군대는 ‘그래도’ 변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이에요.


근본 자체는 안 변할 것 같아요. 계속이요.(웃음) 변할 수가 없는 구조기 때문에 바꾸기가 힘들겠죠. 원래 군대라는 곳이 굉장히 폐쇄적이잖아요. 폐쇄적이라는 건 개방을 안 하려고 한다는 것이에요. 군대에서 다 해결한다는 식이니까 무슨 사고가 나도 제대로 해결되기 힘들어요. 군사재판이라는 게 있잖아요. 중대장이 지휘관인데요. 지휘관이 임의로 다 판결을 할 수 있는 그런 이상한 구조예요.


작년 윤일병 사태 직후 만화 내용이 많이 바뀌었어요. 원래는 코믹하게 그려보려고 했는데 말이에요. 그 사건 때 라디오도 듣고, <그것이 알고 싶다>도 보고 하면서 자세히 알고 보니까 정말 말이 안 된다는 걸 알았어요. 그때 이런 것들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말 그대로 보수를 상징하는 곳이에요. 자연스럽게 사건을 묻어버리고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요. 앞으로도 안 될 것 같아요.(웃음) 해체할 수도 없는 거고요.

 

 

사회를 보수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곳, 군대


원래 군대 문제에 관심이 좀 있으셨던 건가요?


군대 가기 전에도 군대 얘기를 좋아했어요. 재미있는 거예요. 군대에 관련된 만화책은 거의 다 봤어요. 윤종빈 감독의 영화 <용서 받지 못한 자>도 재미있게 봤고요.


이 만화를 하면서 방송이나 라디오를 많이 봤어요. 이것저것 찾아보면서요. 군사 전문가들이 나와서 얘기하는 걸 들으면 되게 새로운 내용인 거예요. 그 후 군대 생활을 회상해보니 그게 그거였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도 있었고요. 그 안에 있을 땐 잘 몰랐어요. 밖에 나와서 보니 그런 문제도 있었구나 싶었어요.

 

책을 쓰면서도 정리된 부분들이 있었겠네요.


원래 이것 말고 단편이 하나 더 있었어요. 뒷부분에 여자 후배가 나오잖아요. 여자 후배의 동생 이야기가 있어요. 나중에 자살 한다는 그런 이야기가 있는데요. 그걸 그릴 때 많이 정리된 게 있었어요. 라디오에서 듣고, 방송에서 했던 내용들을 많이 넣은 단편이에요. 그건 내용이 너무 우울하다 해서 이 책에 안 실었어요. 제가 봐도 너무 다큐 식이고 딱딱해서 책과 좀 안 맞더라고요. 대신 영창 이야기를 넣었어요.

 

군대 문제에 대한 뉴스는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직도 똑같구나, 싶어요. 바뀐다고 하는데 해결책들이 말도 안 되는 것만 나오니까요. 내무반에서 뉴스 나오는 걸 보잖아요. 군대 관련 내용이 나오면 상사들이 ‘너희는 수류탄 던지지 마, 나쁜 짓이야’하면서 그냥 비꼬듯이 말해요.

 

군대와 사회, 가장 결정적인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한국 사회에서 ‘개념 있다’는 말을 쓰잖아요. 군대 갔다 온 애들은 개념 있다, 미필자는 개념 없다 하는데요. 그 개념이 ‘군대식 개념’과 완전히 연결돼 있어서 말이죠. 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개념이라는 게 군사적인 것과 너무 닮아 있어요. 말도 안 되는 건데 그것을 개념 있다는 식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받아들이니까요. 진짜 사소한 걸 계급으로 나눠서 ‘네 짬밥에 그런 걸 하느냐’고 하죠. 그게 사회에서도 당연하게 쓰니까요.

 

일반적으로 회사 조직에서도 군대 다녀온 남자 부하 직원을 좋아하죠.


시키는 대로 하니까요.(웃음) 군대 안 다녀온 사람이나 여성은 모르거나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는데 그걸 당연하게 강요하면서 ‘이래서 여자는 안 돼’, ‘이래서 미필은 안 돼’라고 하니까 문제인 것 같아요. 군대라는 게 사회를 보수적으로 돌아가도록 유지해주고 있어요. 군대 없어지면 그 사람들도 피해를 많이 보겠죠. 그동안은 편했잖아요. 눈치만 주면 굴러가는데 그게 안 되니까요.

 

사실 주제를 조금 넓혀도 유효한 이야기들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악의 없이, 혹은 잘못된 판단으로 부조리에 편승하잖아요. 이른바 ‘악의 평범성’인데,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그 답을 말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어서 쓴 책이라서 아직 결론은 못 내리겠어요. 환경에 딱 밀어 넣으면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환경에서 살아남으려고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생존이 달린 문제니까요. 거기서 자기 생존을 넘어선 행동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서 갈리는 것 같아요. 일제 때 친일 했던 사람들이 있잖아요. 독립운동을 하면 바로 죽으니까 생존의 문제예요. 그 안에서 능동적으로 친일을 하는가, 최소한만 하고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인가를 따져보면요. 둘 다 친일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조금은 다르다고 봐요. 뭔가를 조금 더 획득하기 위해 능동적인 행동을 했느냐 살기 위해 가만히 있었는가는 차이가 있겠죠. 물론 저항한 사람들도 있죠. 제 입장에서는 그 사람들이 정말 대단해 보이는 거죠. 그 정도까지는 안 되니까요. 제가 만약 그 상황이라면 저항하거나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조용히 있겠죠. 그런데 그게 부끄러운 거죠. 그 부끄러움을 아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고, 수치를 아는 게 중요하죠.

 

부끄러움을 아는 것,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은 일을 하고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 것과 ‘잘못 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분명 다르니까요.


부끄러웠다고 누군가 얘기를 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되니까요. 이야기 뒷부분에 여자 후배의 역할이 그런 거였어요. 그 전까지는 이게 당연하다고 쭉 흘러오다가 누구 하나 제지하는 캐릭터를 넣고 싶었거든요. ‘그거 아닌데?’이렇게요. 다른 의견을 말하는 거죠. 보통 남자들끼리 군대 얘기하면 결론은 원래 그렇다, 어쩔 수 없다, 가 돼요. 거기에 대해 그건 아니라고 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리거든요. 그러면 너는 그렇게 했냐고 질문이 되돌아와요. 그렇게 하진 않았으니까(웃음) 그런 역할이 되기 힘든 것 같아요.

 


집단과 개인의 관계


그간 발표한 작품들을 보면 작가의 문제의식이 엿보이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그런 이야기들을 하게 되는 이유가 뭔가요?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건데요.(웃음) 저는 그런 것 같아요. 제가 경험한 이야기를 말하고 싶은 거 있잖아요. 어떤 경험을 혼자 삭이면 응어리지는 게 있으니까요. 말 한 번 하면 시원해서 계속 하는 것 같아요. 그것들이 20대에 겪은 일이니까 20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은 거예요. 제가 결론을 내기는 싫어요. 결론은 못 내리는 거고, 내 경험은 이랬고, 내 생각은 이랬는데 너희들은 어떠냐고 물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을 했던 것 같아요.

 

단지 경험한 이야기라서 한 것은 분명 아닐 테고, 작가를 끌어당기는 이야기나 주제가 분명히 있어 보이거든요.


주로 집단과 개인의 관계를 고민한 것 같아요. 저는 항상 혼란스러워하는 편이에요.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집단에 들어가고 싶고, 참 갈팡질팡해요. 집단에 못 어울려서 혼자 있는 건데도 그게 싫어서 혼자 있는 거라고 할 때도 있고요.(웃음) 그러다 보니 마녀사냥에 대한 이야기도 한 것 같아요. 사람과의 관계를 보면서 신기하고 느껴지는 게 있어서 그런 얘기를 자꾸 하는 것 같아요.


특히 자기가 ‘정의’라고 말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 우리가 하고 있는 게 정의롭다는 말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주로 집단이 그렇죠. 혼자 있으면 고민할 수 있는데 집단에 있으면 그렇지 못해요. 당연히 우리가 정의라는 분위기가 있는데요. 어차피 각자의 이익에 부딪치는 것이죠. 그걸 정의라고 말하는 게 싫었어요. 정치도 그렇잖아요. 서로가 정의라고 해요. 정책, 성향으로 나누는 게 아니잖아요. 결국 이들도 기득권이 되면 똑같이 하겠죠. 정의를 위한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한 거예요. 자리 뺏기 싸움이죠.

 

정치 영역에서 특히 그런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도 그래요. 대학교에 가보니까 정말 많더라고요.(웃음) 친한 무리들이 다른 무리가 딱히 잘못한 것이 없는데 싫어하죠. 웃긴 건 저 무리가 없으면 이 무리가 안 생겨요. 적이 없으면 우리가 없잖아요. 그런 관계가 재미있어서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하는 것 같아요. 타자를 증오해서 결속이 생긴다는 게 재미있어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문제 같아서 계속 얘기하게 돼요. 저도 잘 모르고 함께 얘기해보고 싶으니까요.

 

책에도 결국 또 다른 정병수가 등장하잖아요. 정병수라는 개인이 잘못이라기보다는 그 조직에서 정병수의 자리를 차지할 누군가는 늘 필요한 거죠.


정병수가 있다면 나는 묻히니까요. 정병수를 등신으로 만들면 나는 평균이 될 수 있죠. 정병수가 실수를 많이 하면 내 실수는 가려져요. 한 번 실수해서 욕을 먹으면 계속 실수할 수밖에 없어요. 긴장이 되니까요. 얼어붙어서 또 실수하고 욕을 먹어요. 그 사람은 앞으로 1의 실수를 해도 10의 욕을 먹죠. 나머지는 10의 실수를 해도 가려지죠. 그런 식으로 정병수가 필요한 거죠. 과녁처럼 말이에요. 어떤 무리에서든 그런 사람들이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움베르토 에코가 책 『적을 만들다』에서 역사적으로 인간이 계속해서 적을 만들어왔음을 짚었는데, 말씀을 들으니 그 책이 떠오르네요.


이런 장면을 처음 봤던 게 만화책이었어요. 권가야 작가님의 『남자 이야기』라고 진짜 좋아하는 만화책인데요. 고2땐가 고3때 처음 봤어요. 서로 편 갈라 싸우는 얘기가 나와요. 전쟁 장면에서 내레이션으로 나온 말이 있어요. ‘저들이 아니었으면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말이었는데 그게 무척 와 닿더라고요. 그때부터 항상 거기에 대해서 생각을 했어요. 나 역시 그게 싫다고 하면서도 계속 그렇게 하고 있잖아요.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요.

 

작가의 말에서 “지켜야 할 것과 변화해야 할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사회이길” 바란다고 하셨어요. 지켜야 할 것, 변화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지켜야 할 것은 총이겠죠.(웃음) 뺏기면 안 되니까요. 기본적, 군사적인 것들은 지켜야죠. 진짜 필요한 명령체계들 말이에요. 그런 것 말고 한국 군대는 진짜 필요 없는 게 많아요. 사소한 것들 있잖아요. 이등병은 하지 말아야 할 게 정말 많았어요. 이등병끼리 말도 하면 안 돼요. 불평불만을 서로 이야기할 테니까요. 군화도 꿇어앉아서 신어야 해요. 편하게 신으면 이등병이 아닌 거죠. 이등병이 편하면 긴장을 안 하니까요. 담배에 관한 이야기도 엄청 많아요. 담배를 피운 후 털어서 끄면 안 되고, 조용히 꿇어앉은 다음 발뒤꿈치로 꺼야 해요. 안 그러면 욕 엄청 먹어요. 이유를 모르겠어요.(웃음) 진짜 쓸데없는 게 많아요. 그런 게 없어지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당했던 애들이 큰 다음 이등병이 자기랑 똑같이 하면 열 받아 해요. 나는 그렇게 안 했는데 너는 뭐냐고 하면서요. 똑같이 시키는 거예요. 그걸 누가 끊어야 하는데 쉽지 않죠. 또 한 명이 끊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에요. 내무반에 보통 20명이 있는데 착한 고참이 한 명 있어요. 이 고참이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해도 밑에 있는 애들이 몰래 해요. 당한 게 있으니까 고참이 모르게 해요. 말하지 말라고 하면 되죠. 저 고참 나가면 내가 고참이니까요. 고참이 편하냐고 물어도 편하다고 할 수밖에 없어요. 좋은 사람이 있어도 나쁜 사람 때문에 계속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싶은 욕구


정보들은 주로 어디서 얻으세요? 책도 많이 읽으시나요?


지금까지는 제가 경험한 이야기들을 써서 따로 자료 수집한 건 없었던 것 같고요. 팟캐스트를 들은 건 얼마 안 됐는데 그런 걸 듣다가 답답한 게 있으면 기억해놨다가 이야기로 재구성해보곤 해요. 대학교 다닐 때는 학교에만 있어도 사례들이 많이 보이니까 편했는데요.(웃음) 다양한 사람들이 많잖아요. 지금까지 제가 그렸던 만화들은 다 실존인물이 있어요. 흥미로운 사람이 있으면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렸어요. 지금은 SNS도 많이 봐요. 일부러 이상한 소리 많이 하는 애들은 친구를 안 끊어요. 그 사람은 항상 뭔가를 제공해주니까요.(웃음) 욕하면서 계속 보는 거예요.

 

역시 인물에 관심이 많으신 거군요.


사람들의 싫은 모습을 저와 많이 섞어서 봐요. 나의 싫어하는 면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걸 제 경험과 섞어서 유추해보는 것 같아요. 나중에 써보려고 그런 식으로 글을 많이 써놔요. 나중에 쓸 기회가 있겠죠.

 

쌍팔놈코믹스 소개 좀 해주세요. 그곳을 보면 일러스트는 물론이고 <쑈!미더머니>라는 작품도 연재중인데요.


원래 일러스트를 올리고 싶어서 시작한 건데 하다 보니 짧은 단편, 4컷 만화 이런 것도 올리게 됐어요. 제가 힙합을 좋아해서 원래 팬아트를 올렸어요. 하다 보니까 좋아하던 마음이 애증 같은 걸로 바뀌었어요.(웃음) 좋아하는 거였고, 항상 작업할 때 힘이 되었던 것이었는데 보고 있으면 답답하니까 거기에 대해 비판하는 만화를 그렸던 거죠. 올리고 싶은 걸 올리는 공간이에요. 공식적으로 발표하긴 애매한 것들을 개인적으로 발산하는 공간인 것 같아요.

 

일기 쓰듯이 작업을 매일 계속 하시는 건가요?


여유 있을 때는 그렇게 했는데 요즘은 웹툰 연재하고 그런 것 때문에 많이 못했어요. 계속 하려고 했는데 작업하던 것이 몇 번 날아가다 보니까(웃음) 이걸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은 웹툰만 하고 있어요. 한 번 몰아치는 기간이 또 있어요. 그게 안 떠오르면 굳이 매일 그리지 않고요. 일부러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해요. 어떤 사람은 매일 하나씩 올리는데 저는 그게 신기해요. 따라하려다가 일주일 하고 관뒀어요. 힘들어서요.(웃음)

 

언제부터 그리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궁금해지네요.


어렸을 때부터 그리고 싶은 욕구는 있었던 것 같아요. 계속 뭔가 해봐야지 생각했었고요. 비록 끈기가 없어서 시작만 하고 끝을 맺지는 못했지만요.(웃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애들이랑 공책에 만화 그리고 했었어요. 만화가가 돼야겠다는 마음은 있었는데 어떻게 되는지 몰랐다가 고2때 가서야 만화 입시학원이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어요. 부모님 반대가 너무 심했거든요. 두 분 다 만화를 안 좋아하셨고요. 대학을 붙으면 허락해준다고 해서 그때 열심히 그리고,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교를 붙었어요. 그때부터는 많이 믿어주셨어요. 한 번 이겨보면 방법을 알게 된다는 걸 처음 깨달았던 것 같아요.

 

만화를 그리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고, 요즘은 웹툰의 인기도 대단한데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제가 데뷔한 게 잡지 지원 사업을 된 거예요. 그런 게 은근히 많아요. 동기나 후배들 보면 막연하게 열심히 그리는데 어디에 내보겠다는 생각을 잘 안 해요. 찾아가보고 계속 붙으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지원 사업에 여러 번 떨어지고 된 거거든요. 그런 식으로 찾아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플랫폼도 많고, 일단 지원 사업이 많기 때문에 꼼꼼하게 하다보면 하나씩 붙어요. 일단 데뷔가 열리고 어떤 플랫폼에 들어가고 나면 경력이 쌓이고, 그리면서 연습이 되거든요. 항상 돈 받으면서 연습하는 기분도 있기 때문에(웃음)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막연히 되겠지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그걸 못해요. 막연하면 불안해서 못하거든요. 공모전에 내보고, 당선되면 뭔가 되긴 되는 것 같아요.
 
요즘 가장 관심 있는 이슈는 뭔가요?


힙합 만화를 꼭 해보고 싶어요. 힙합 동아리도 했었고, 주변에 힙합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거기서 있었던 일 가지고도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밖에 꼭 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들려주세요.


단편집을 내보고 싶어요. 한국 소설을 좋아하는데 장편보다 단편을 좋아하거든요. 특히 천명관 작가님 진짜 좋아하는데 상상력도 좋고 정말 재미있어요. 그런 식으로 그려보고 싶어요. 만화적으로는 생활 느낌이 나는, 공감이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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