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주의자, 흥정주의자 부부의 세계여행
『잠시 멈춤, 세계여행』 오빛나 저자 인터뷰
참, 저희가 스쿠버 다이빙 팬이라고 말씀 드렸나요? 몰디브, 이집트 다합,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스리랑카 그리고 모잠비크의 바다는 정말 정말 아름다워요. 올해 휴가를 한번 노려보세요.
멀쩡한 대기업에 다니던 직장인 두 남녀가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한 지 9개월이 되던 어느 날, 그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계획했다. 함께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아 결혼했다는 그들은 양가 부모님 몰래 전셋집을 빼고 ‘일상 탈출’을 준비해나갔다. 그렇게 해서 떠난 그들은 아시아에서 남미까지 636일 간 52개국을 여행했다. 여행은 그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돌아온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자발적 백수 부부에서 야무진 여행자 부부로 진화한 용감한 그들의 스펙터클한 세계여행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인생을 잠시 멈추고 세계 여행
여행을 좋아하는 부부는 많지만, 이렇게 부부가 함께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다녀오는 건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둘 다 여행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결정 그 자체는 즉흥적이었어요. 여느 때처럼 퇴근을 하고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툭 던지듯 튀어나온 말이었거든요. 보통 세계여행이라 하면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그때도 아마 그런 생각으로 세계여행이란 말이 튀어 나왔을 거예요. 이상하게 그 날은 상상만으로 끝나지 않았지만요.
여행에 대한, 여행 이후에 대한 걱정은 여행을 결심하던 날보다 떠나는 날을 몇 일 앞두고 갑자기 몰려왔어요. 그때부터 저희는 저희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하고, 그로 인해 다가올 결과에 책임을 지기로 마음먹었죠. 회사를 그만 둔 것도, 신혼집을 정리한 것도,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도 결국 모두 저희의 선택이었으니까요.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누군가 대신해 줄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그러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책을 보니, 총 9천만 원의 여행 경비를 마련해서 636일, 그러니까 약 1년 9개월간 여행을 다녀오셨더라고요. 부족하진 않으셨나요? 여행 경비 설계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모든 비용은 신혼집 전세자금을 활용했어요. 결혼을 하면서 둘이 모아온 모든 돈을 신혼집에 올인한 상태였으니 별 대안이 없었죠. 귀국편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고, 여행 이후 정착 비용까지 고려해야 했기에 돈을 아끼는 것이 중요했어요. 때문에 잠은 호텔이 아닌 호스텔에서, 식사는 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현지식으로, 이동은 택시가 아닌 대중교통과 두 다리로 해결하는 배낭여행족이 되어야 했고요.
하지만 돈을 아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저희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투자였어요. 저희는 여행 중에 틈틈이 스쿠버다이빙(40회 이상)을 하고 스페인에서 3개월간 어학연수를 했어요. 그 부분은 별도로 비용을 생각했죠. 경비가 바닥을 드러내는 바람에 브라질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돌아서야 했던 것은 조금 아쉬워요. 여행 국가와 여행 스타일에 따라 경비가 달라지겠지만 비상금은 꼭 준비해야 해요. 비상금은 크게 두 가지로, 여행 중 도난이나 사고로 대비한 것과 여행 후 사회로 돌아오기까지의 생활비 정도예요.
다녀오신 52개국 252개 도시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을 꼽아주신다면 어떤 곳이 있을까요?
항상 듣는 질문이자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에요. 장소마다 저마다의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저희 부부가 가장 사랑한 곳은 검은 대륙, 아프리카예요.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막막했던 곳이었고, 여행 중에는 가장 고생했던 곳이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곳이죠. 눈 앞에서 마주한 아프리카의 자연은 정말 눈물 나게 아름다웠어요. 좁아터진 버스에 하루 종일 갇혀있고, 달려오는 코끼리에 급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저희가 조금씩 자라나는 것을 느꼈어요. 어떤 환경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법을 익혔다고 할까요?
여행 1년째 되는 시점에 머문 스페인 세비야도 잊을 수 없어요. 10주의 시간을 보내면서 참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죠. 대부분 유럽과 미국에서 온 친구들이라 그들의 삶의 방식과 생각들을 들을 수 있었고, 친구들에게 우리나라를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 대해 모르고 있던 것들을 배울 수 있었죠. 참, 저희가 스쿠버 다이빙 팬이라고 말씀 드렸나요? 몰디브, 이집트 다합,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스리랑카 그리고 모잠비크의 바다는 정말 정말 아름다워요. 올해 휴가를 한번 노려보세요.
책을 읽다 보니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은 커플이시더라고요. 여행 중에 서로 다투거나 서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거나, 그런 부분도 있으셨겠죠?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고, 결혼 전까지 4년이나 연애를 해서 상대방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언제 어디서나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허물없이 현지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남편의 모습 역시 제겐 낯선 모습 중 하나였지요. 1년 9개월이란 시간을 항상 붙어 지내며 저희가 나눈 대화가 저희가 연예를 하고 신혼생활을 한 5년간의 대화보다 더 많았을 것 같아요. 그만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죠. 놀랍게도 여행 중에 다툰 적이 없어요. 물론 조금씩 서로에게 서운한 순간은 있었지만 금방금방 풀리곤 했어요. 비법이라면 항상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상대방에게 솔직히 표현하려 노력했던 것? 아님 여행 길 위에서 다투면 서로 갈 곳이 없으니까요.
여행 중에 두 분이 각자 역할 분담을 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저자 소개글에 보니 ‘기록주의자’와 ‘흥정주의자’라는 캐릭터도 있으시더라고요? 어떻게 역할을 나누셨는지, 또 현지에서 터득한 두 분 만의 ‘여행의 기술’이랄까, 그런 것들을 알려주신다면?
출발할 때는 단순한 방법으로 역할을 나눴어요. DSLR의 무게가 있으니 카메라는 남편이 책임지고, 기록을 남기는 것은 2005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한 저의 몫이었죠. 이렇게 처음에는 ‘사진’과 ‘기록’ 이게 전부였지요. 하지만 여행이 길어지면서 필요한 역할이 많아졌고, 어느 순간 돌아보니 저희가 너무 자연스럽게 그 역할들을 나눠서 수행하고 있더라고요.
덕분에 익히게 된 ‘여행의 기술’도 많아요. 남편의 경우에는 ‘우측’ 그리고 ‘수동’ 운전, 가성비 좋은 숙소나 투어를 찾아내는 것 그리고 좁은 공간에 효율적으로 빨랫줄을 설치하는 (깨알 같지만 꼭 필요한) 기술도 있죠. 제가 습득한 가장 큰 기술은 요리예요. 간단한 캠핑요리로 시작해서 난생처음 김치까지 담았다니까요.
제목이 『잠시 멈춤, 세계여행』인데요. 인생을 잠시 멈추고, 여행을 다녀오셨기에 앞으로의 삶에 대해 많은 고민도 하셨을 것 같아요. 여행이 남긴 인생의 깨달음,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아까 말한대로, 저희는 결혼 전부터 여행을 참 좋아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세계여행’이란 꿈을 가지고 있었고요. 그래서 여행 초반에는 세계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에 굉장한 성취감을 느꼈어요. 이름난 유적지를 보고, 근사한 풍경을 보고,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그저 꿈만 같았죠.
그런데 여행이 길어지면서 세계여행을 한다는 것 보다는 하고 싶었던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에 더 희열을 느끼고 있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연스레 여행지 자체보다 거기서 경험하고 생각한 것 하나하나가 마음 속에 그리고 머리 속에 박히더군요. 말은 거창해 보이지만 그 깨달음이 사실 대단한 것은 아니에요. 우리 인생에 있어 건강과 행복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가장 큰 재산은 가족과 친구들이라는 것,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면 결국 이루어 진다는 것. 누구나 알고 있는, 하지만 살다 보면 잊어버리게 되는 사실들을 마음속 깊이 되새기게 된 거죠.
책의 마지막 부분에 보면, 귀국 후 다시 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신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 하실 것 같은데요. 여행 이후, 어떻게 살고 계신가요?
남편의 취업과 동시에 네덜란드에서 살게 됐어요. 지난 1년 9개월 간 여행을 하면서 거주지가 계속 바뀌다 보니 힘들고 외롭단 생각도 들었었어요. 하지만 올해 초, 이곳으로 이사를 하고 한국에서 실어온 짐을 펼쳐놓으면서 멀리 낯선 땅이지만 익숙한 집의 편안함을 느끼게 됐어요. 먼 길을 돌아 이제서야 집에 돌아온 느낌, 그 편안함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 저희 집 손님방을 여행자들을 위해 개방했어요. 덕분에 여행이 끝났어도 여전히 많은 친구들을 사귀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일을 하는 것부터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것까지 이곳에 정착하는 것이 한국에서의 삶보다 쉬운 것은 없어요. 다만 여행을 하던 그때처럼 하나씩 저희 힘으로 풀어가면서 또 다른 뭔가를 배우고 깨달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이 시간들이 또 다른 저희의 꿈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으면서.
잠시멈춤, 세계여행오빛나 저/배용연 사진 | 중앙m&b
쩡한 대기업에 다니던 5, 7년 차 직장인 두 남녀가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한 지 9개월이 되던 어느 날 밤, 그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계획했다. 이유는 단 하나! “지금이 아니면 못갈 것 같아서!” 『잠시멈춤, 세계여행』은 아시아에서 남미까지 636일 간 52개국을 여행한 한 신혼부부의 여행기를 담은 책이다. 여행은 그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돌아온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자발적 백수 부부에서 야무진 여행자 부부로 진화한 용감한 그들의 스펙터클한 세계여행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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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빛나> 저/<배용연> 사진17,820원(10% + 5%)
멀쩡한 대기업에 다니던 직장인 두 남녀가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한 지 9개월이 되던 어느 날, 그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계획했다. 함께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아 결혼했다는 그들은 양가 부모님 몰래 전셋집을 빼고 ‘일상 탈출’을 준비해나갔다. 그렇게 해서 떠난 그들은 아시아에서 남미까지 636일 간 5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