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길의 드로잉으로 담은 아름다운 유럽 여행기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리모 김현길
이제 유럽은 더는 먼 곳이 아니어서, 많은 사람이 유럽으로 떠난다. 그래서 유럽 여행책도 많다.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은 조금은 독특한 유럽 여행책이다. 사진과 글이 아니라, 드로잉과 글이 어우러졌다는 점이 그렇다.
만화가가 꿈이었지만 취업을 위해 공과대학을 나온 사람이 있었다. 그는 졸업하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했다. 하지만 회사원으로서의 삶은 만족스럽지 않았고 퇴사를 결심, 미래를 고민하던 중에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 평소 그리기를 좋아했던 저자는 유럽 여행에서의 기록을 드로잉으로 남겼고, 차곡차곡 쌓이면서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이라는 책으로까지 나왔다.
다녀온 여행의 일정을 소개해주세요.
사진 대신 그림으로 담는 여행을 목표로 여행지를 유럽으로 정했습니다. 유럽의 아름다운 풍경을 종이에 가득 담아오고자 마음먹었죠.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서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체코를 거쳐 마지막으로 터키의 이스탄불을 여행했습니다. 마음이 쫓기는 여행을 하고 싶지 않아서, 한 국가당 너무 많은 도시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답니다. 여행기간은 총 38일이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새로운 직업을 고민하던 시기에 떠난 여행이었어요. 공과대학에서 소프트웨어를 전공하고 4년 가까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는데,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결국 이기지 못했죠.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그림’을 직업으로 하고 싶었기 때문에, 유럽에서의 그림 여행을 통해 제 자신을 테스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림은 원래 잘 그렸나요? 왜 공학을 전공하게 됐나요?
잘 다니던 회사를 나와 갑자기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하니, 어떤 분들은 저라는 사람을 굉장히 즉흥적인 부류라고 판단하더군요. 하지만 회사에 입사하기 전부터 저는 그림을 좋아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오랜 기간 홀로 연습해온 세월이 있었답니다. 저는 오히려 제 안에 현실적인 측면이 강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토록 좋아하던 그림을 포기하고 공학을 전공해 개발자의 삶을 살기도 했으니까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기업에 입사하면 모든 것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어요.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재능으로 성취감 없이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삶이 무료하게 느껴졌죠. 돌이켜보면 저는 그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나 봐요.
여행을 사진이 아닌 드로잉으로 남긴 것이 인상적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림으로 남기는 나의 여행기록. 정말 해보고 싶던 일이었습니다. 책을 구상하기 훨씬 이전부터 그런 소망이 마음속에 들어와 있었던 것 같아요. 언젠가 꼭 도전해보리라 했던 것을 비로소 이루게 된 것이죠. 남겨진 그림들은 여행의 성실한 기록이면서도 나를 위한 소중한 여행의 선물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지금도 지난 드로잉들을 보고 있노라면 여행의 풍경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던 그 순간의 느낌들이 생생히 되살아나는 것 같아요. 그것이 여행드로잉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이 작가님께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또 그 책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으면 하나요?
제 책을 ‘사진 대신 드로잉으로 담은 아름다운 유럽 여행기’라고만 생각한다면,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의 절반 정도만 얻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유럽 드로잉 여행은 저의 내면을 좀 더 깊고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었고, 인생의 전환점에 있는 한 남자에게 아름다운 추억과 긍정적인 자신감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저의 서투른 여행기록 안에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모범답안이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한 직장인이 자신의 걸어온 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을 용감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제 책이 사람들에게 대단한 의미가 되길 바라지는 않습니다. 저의 여행을 함께하는 시간이 힘든 현실에 대한 작은 위로라도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한 일이 아닐까 해요.
스케치 드로잉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꾸준한 연습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들이 “우와” 하고 감탄할 정도로 실력을 키우라는 것이 아니고, 어떤 장소든지 당당하게 스케치북을 펼칠 수 있도록 그림이라는 것이 내게 편한 옷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림 그 자체를 즐기며 많이 그려야 합니다. 당장은 서툴고 어색하겠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스타일을 찾게 될 테니까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을 통해 책 한 권을 집필하는 것의 성취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 전시뿐만 아니라 꾸준히 일상과 여행을 담은 에세이를 집필할 예정입니다. 세상을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쾌하게 바라보고자 합니다. 그 고민의 흔적들을 여러분과 오래도록 나누고 싶네요.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리모 김현길 저 | 재승출판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은 누구나 꿈꾸는 대기업에 입사해 밤샘야근에 시달리며 세상의 모든 불행을 혼자 짊어진 듯했던 사람이 아쉽지 않은 연봉과 성과급을 뒤로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저자는 현실과의 타협을 변명 삼아 그림을 포기하고 쉼 없이 달려온 시간 속에 정작 자신의 행복이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간단한 드로잉 도구를 챙겨 유럽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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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태그: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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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을 위한 여행을 시작하다 시공간이 멈춘 그곳, 유럽에서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은 누구나 꿈꾸는 대기업에 입사해 밤샘야근에 시달리며 세상의 모든 불행을 혼자 짊어진 듯했던 사람이 아쉽지 않은 연봉과 성과급을 뒤로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저자는 현실과의 타협을 변명 삼아 그림을 포기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