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으로 가족 나들이 떠나세요
『재미있다 한국사』
『재미있다 한국사』 시리즈의 구완회 저자가 독자들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서울 역사 박물관’을 함께 둘러보며 감춰져 있었던 서울의 이야기를 발견해낸 것이다.
한양, 조선의 수도로 삼다
가족 나들이를 떠나기 가장 좋은 5월, 자녀에게 놀이는 물론 학습의 체험까지 안겨주고 싶은 부모들을 위해 출판사 창비가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다. 『재미있다 한국사』 시리즈의 구완회 저자와 함께 서울의 역사를 찾아 떠나는 작은 여행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 9일, 따스한 햇살도 가벼운 바람도 완벽에 가까웠던 봄 날, 이들은 ‘서울 역사 박물관’ 앞에서 여정을 시작했다.
『재미있다 한국사』가 그러했듯 저자는 역사의 현장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었다. ‘서울 역사 박물관’ 앞에 남아있는 금천교를 직접 보여주면서,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곳이 경희궁의 옛 터였다는 사실을 느끼도록 했다. 그리고 발아래 새겨져 있는 서울의 지도 위를 직접 걸으며 600년 전 한양의 전체 모습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어 박물관 내부로 걸음을 옮긴 저자는 한양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로 어린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우고 수도를 정할 때, 한양 말고도 후보지가 여러 곳 있었어요. 처음에는 계룡산에 궁궐을 짓고 있었는데 ‘무릇 수도는 나라 중앙에 있어야 된다’는 이유로 취소됐죠. 그래서 조선의 가운데인 한양으로 수도를 정한 거예요. 한양은 산으로 둘러싸여있어서 왜적을 막기가 쉬웠고, 가운데 큰 강이 흘러서 마실 물이 풍부했거든요. 그래서 수도로 삼은 거예요. 조선을 처음 세운 때가 1392년이니까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이네요. 한양으로 수도를 정하고 난 다음 제일 먼저 세운 것은 종묘예요. 종묘는 역대 왕들의 신위를 모시는 곳이에요. 그리고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직단도 지었죠.”
조선 왕조와 운명을 같이 했던 궁궐들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저자는 궁중 화가들이 직접 그린 그림 앞에서 경희궁과 창덕궁, 창경궁의 역사를 들려주었다.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창경궁과 창덕궁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어요.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궁궐을 또 하나 짓는 건, 원래 있던 궁궐이 화재나 전쟁으로 없어졌을 때 옮겨가기 위해서잖아요. 그런데 왜 창경궁은 창덕궁 바로 옆에 붙여서 지었을까요? 처음부터 창경궁은 다른 궁궐의 역할을 하기 위해 지은 곳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성종이라는 임금님에게는 어머니가 두 분 계셨어요. 그 분은 왕의 아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을 낳아주신 어머니와 왕의 부인이 계셨거든요. 그리고 왕의 할머니까지 계셨고요. 그래서 세 분의 대비를 모시기 위해서 창경궁을 새로 지었던 거예요. 창경궁에는 왕실의 가족들이 주로 살았고, 왕은 창덕궁에 살면서 정치를 폈던 거죠.”
많은 이들이 조선을 대표하는 궁궐로 경복궁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왕이 주로 머물렀던 곳은 창덕궁이었다. 구완회 저자는 그 사실을 설명하며 임진왜란 이후 재건이 먼저 이루어진 곳도 창덕궁이었다고 덧붙였다. 전쟁으로 인해 왕실 재정이 악화된 데다 백성들을 동원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더 작은 창덕궁을 먼저 재건했다는 것. 또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한 창덕궁의 후원은, 궐 밖 출입이 자유롭지 않았던 왕들에게는 휴식처와도 같은 곳이었다.
‘서울 역사 박물관’ 안에는 서울 곳곳의 옛 모습을 축소해서 재현해 놓은 다양한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다. 지금의 광화문 앞 거리를 복원해 놓은 모형도 그 중 하나다. 조선 시대의 육조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던 모습과 함께 궐 밖으로 나서는 왕의 행렬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왕들은 자주 궁궐 밖으로 나가지 못했어요. 한 번 행차할 때마다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따라나섰거든요. 많을 때는 2000명까지도 함께했어요. 재미있는 건, 백성들이 왕의 행렬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는 거예요. 무언가 억울한 일을 겪은 백성이 행렬 앞에 뛰어들어서 꽹과리를 두드리는 ‘격쟁’이라는 행위를 했던 건데요. 물론 조선시대에는 신문고라는 제도가 있었지만 일반 백성들은 신문고를 치기가 어려웠어요. 신문고를 치려면 자신의 고을에 있는 사또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이후에도 도 관찰사와 사헌부의 허가를 받아야했거든요. 그래서 신문고를 두드리기 쉬운 사람들은 양반들이었어요. 더구나 신문고가 창덕궁으로 옮겨간 후부터는 궁궐 안에 있었기 때문에, 백성들이 궁 안으로 들어가서 신문고를 두드리기는 더 어려웠죠. 그래서 백성들은 억울함이 있을 때 격쟁을 더 선호했답니다. 왕은 그 사연을 듣고 난 뒤에 억울함을 풀어줬고요.”
1900년, 조선에도 선글라스가 유행했다?
이밖에도 저자는 조선 시대의 시장인 ‘운종가’와 전국의 쌀을 서울로 실어 나르던 ‘마포 포구’의 옛 모습을 둘러보며 당시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드는 곳이라 해서 ‘운종가’라는 이름이 붙은 시장의 가게들에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낯선 물건들이 가득했고, 포구에는 마포에서 활동하며 주로 쌀을 거래했던 강경 상인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한양의 사람들은 청계천을 중심으로 신분에 따라 세 곳에 나뉘어 살았어요. 북쪽의 북촌, 남산에 있는 남촌, 청계천 근처의 중촌이 있었던 건데요. 북촌에는 양반들 중에서도 관직이 높거나 궁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살았어요. 중촌에는 중인들이 살았고요. 중인들은 양반과 일반 백성 사이에 중간 정도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었어요. 지금의 의사인 의관, 통역사인 역관, 그리고 법률전문가인 율관도 중인이었죠. 남촌에는 관직이 낮거나 벼슬을 하지 않는 양반들이 살았고요. 백성들은 성저십리에 많이 살았어요. 성저십리는 성 밖의 십리를 의미하는데, 이곳도 한성부에서 관리하는 지역이었어요.”
한양의 태동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덧 20세기 초반 격변기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구완회 저자는 1901년 독일인에 의해 촬영된 사진을 근거로 달라진 조선의 모습에 대해 설명했다. 조선의 전통 복식을 입은 사람들과 서양 사람들이 한 데 어울려 거리를 거닐고 거리의 양쪽 끝으로 전봇대가 길게 늘어서 있는, 작은 변화의 단초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냈다.
“이 사진을 보면 선글라스를 쓴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처음 안경을 쓰기 시작한 건 15세기 말부터 16세기 사이예요. 안경이 처음 만들어진 건 1200년대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던 거죠. 1900년대 초반에는 외국 사람들도 조선에 많이 왔어요. 주로 기독교를 전하거나 장사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양을 찾았던 거예요. 그리고 많은 전봇대가 보이는데요. 우리나라에 전기가 처음 들어온 건 1880년대예요. 이 사진이 촬영된 1901년에는 이미 서울시내에 전기가 공급되었다는 걸 알 수 있죠. 경복궁 내의 건청궁에는 향원정이라는 호수가 있는데요. 그곳에 가면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전기를 설치했던 터가 남아있어요.”
변화의 흔적은 ‘환구단’에도 남아있었다. ‘환구단’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단으로,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 뒤에 세운 것이다. 이전까지는 중국과 달리 황제가 없었던 까닭에 조선에서는 하늘을 향해 제사를 올릴 수 없었다. 지금의 시청광장 근처에 있었던 ‘환구단’은 현재는 그 흔적만을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이후 조선은 더욱 거센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구완회 저자와 독자들은 일제 강점기의 흔적들을 통해 그 사실을 되짚었다.
“이 지도는 일제강점기에 서울의 모습을 그린 거예요. 이 시기에 일본은 한양의 이름을 경성으로 바꾸고 새로운 건물들도 마음대로 지었어요. 광화문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조선 총독부라는 건물을 세웠고요. 경희궁을 없애고 그 자리에 중학교를 지었죠. 창경궁에는 식물원과 동물원을 세우고 놀이공원으로 만들어 놓았어요. 조선의 권위를 떨어뜨리려고 했던 거예요. 그리고 일본의 신사처럼 ‘조선 신궁’이라는 곳을 지어놓고 아침마다 남쪽에 있는 일본의 신들에게 인사를 하도록 만들었어요.”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서울은 폐허가 되었다. 70년대에 이르러 정점에 다다랐던 대규모 건설이 불가피했던 이유다. 점차 지금의 모습을 갖추어 가는 서울의 지난날을 지켜보며 구완회 저자와 독자들은 작은 여행을 마무리했다.
『재미있다 한국사』와 함께 떠났던 서울 역사 탐험은 익숙한 곳을 낯설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오래된 역사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린 독자들에게는 역사의 순간들을 직접 체감하는 경험을 안겨주었고, 학부모들에게는 가까운 곳에서도 아이들과 역사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굳이 집을 나서지 않더라도 『재미있다 한국사』 시리즈를 펼치면 역사적 현장들과 만날 수 있다. 선사시대부터 조선 전기에 이르기까지, 주요 박물관과 유적지에 감춰져 있는 이야기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재미있다! 한국사 1~3 세트구완회 글/김재희 그림/김기흥 감수 | 창비
선사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우리나라 역사를 박물관, 유적지 등 전국 곳곳의 역사 현장을 찾아다니며 배우는 초등 한국사 시리즈입니다. 새롭게 바뀐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역사 영역에 맞춰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한국사 핵심 내용을 충실히 담아내면서 역사 현장을 직접 찾아가 유물ㆍ유적을 보는 가운데 우리 역사를 배우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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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구완회> 글/<김재희> 그림/<김기흥> 감수29,700원(10% + 5%)
재미있다! 한국사 시리즈는 우리나라 곳곳의 역사 현장을 다니며 살아 있는 한국사를 배웁니다. 2015년에 새롭게 바뀐 초등 한국사 교과서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였고 생생한 유물과 유적 사진, 흥미진진한 그림과 지도 등 다양한 시각 자료를 담았습니다. 또한 시대별로 전문 학자의 감수를 받아 역사적 사실을 올바르게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