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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은 금속 때문에 벌어졌다?

『금속의 세계사』 김동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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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의 세계사』는 책 제목이 말해주듯 세계사를 금속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 지금까지 세계사는 주로 정치나 경제 등 거시사로 접근했고, 미시사로 접근하더라도 음식, 의복, 질병 등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금속의 세계사』에는 신선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뭘까? 많은 사람이 의식주라고 답할 것이다. 금속은 의식주 중 하나는 아니지만, 의식주 대부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금속 없이 사람이 살아가는 생필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금속의 중요함을 생각한다면 지금까지 금속으로 역사를 바라보려는 시도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은 의아하다.

 

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 원장과 배석 박사가 함께 쓴 『금속의 세계사』는 금속이 세계사 전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해할 독자의 의문을 풀어준다. 이 책은 인류에 중요했던 그리고 지금도 중요한 금속 7가지를 소개하며 연대기순으로 각 금속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려준다. 김동환 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동환 소장님 사진.jpg

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 원장은 남호주대학에서 국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호주연구소와 호크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남호주대학 국제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다수의 대기업 및 중소기업 해외자원 개발 기업들의 자문과 매일경제 자원정보 자문위원, 국제지역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를 활용한 자원민족주의를 연구했으며, 냉전기간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에 관해 연구해 온 중국 외교정책 전문가이다. 대표 저서로 『중앙아시아』, 『희토류 자원전쟁』, 레드 앤 블랙: 중국과 아프리카 신 자원로드 열다등이 있다.


‘금속’이라는 주제에 끌린 계기가 궁금합니다.

 

희토류를 비롯한 금속?광물자원 정책에 대한 연구를 업으로 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금속에서 비롯한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되었고,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나누어 함께 즐기고 싶었습니다.


책에는 7가지 금속을 소개해주셨는데요. 7가지를 선정한 이유와 배치 순서는 어떻게 정하셨나요.

 

‘고대 금속(Metals of antiquity)’이라고 불리는 일곱 개의 금속들인데 구리, 납, 은, 금, 주석, 철, 수은을 가리킵니다. 이들은 인류가 선사시대(先史時代)부터 최초로 사용해 온 금속들이며, 이 금속들에 얽힌 이야기들이 곧 인류 발전의 역사 이야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중 구리는 기원전 9500년경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금속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기에 가장 먼저 배치되었습니다. 그 후 순차적으로 납, 은, 금, 주석, 철, 수은을 사용하게 되었기에 책에서의 배치도 인류의 금속 사용의 연대순을 따랐습니다. 


이 책이 다른 세계사 책과 다른 점은?

 

금속이 중심에 있다는 것이죠. 금속은 처음 사용된 순간부터 역사의 중심에 존재해 왔습니다. 변신을 거듭하며 인류의 삶을 통째로 뒤바꿀 만큼 엄청난 발전을 이끌기도 했고, 전쟁이라는 비극을 극대화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무자비한 수단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금속은 역사의 다양한 장면에서 묵직한 존재감으로 언제나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그동안 그 역사성을 제대로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음식, 의복, 질병, 전쟁, 건축 등 역사를 바라보는 접근법이 매우 다양해졌음에도 말이죠.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금속이란 곧 과학의 영역이라고만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금속을 통해 바라본 인류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금속에 얽힌 우리의 역사가 다양하게 소개된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책에 임진왜란의 이야기도 등장하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임진왜란과 금속, 어떤 관계가 있나요.

 

조선 시대,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은 제련법인 ‘단천연은법’이 있었습니다. 이 은 제련법은 중국?일본과 같은 주변국에 널리 퍼져나갔습니다. 특히 제대로 된 은 제련법이 없던 일본에 큰 영향을 끼쳤지요. 우리의 은 제련 기술을 받아들여 광산 개발에 박차를 가한 일본은 16세기 후반에 이르자 상당한 양의 은을 생산하게 되었고, 당시 혼란스러웠던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렇게 생산된 은으로 임진왜란을 일으킬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비극적이게도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은 제련법이 일본의 성장과 그로 인해 일어난 임진왜란에 도움을 주게 된 것이죠.


세계사적으로 인류 역사 전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진 금속을 세 가지 정도 꼽아 주신다면?

 

인류가 지구에 등장한 이후부터의 기나긴 인류 역사를 오로지 세 덩어리로 나누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너무 고민하지 않아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라는 삼시대법에 따라 인류 역사를 구분 짓는 방식에 익숙해졌을 것입니다. 명불허전이라고, 청동기시대를 연 금속인 ‘구리’와 ‘주석’, 그리고 철기시대를 이끈 금속인 ‘철’, 이 세 가지 금속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요. 구리와 주석은 끈질기게도 길었던 석기시대를 종식시켰고, 철은 건축과 교통의 발전을 이끌어 현대 도시문명의 형성이 가능하게끔 만들어주었으니까요.   


로마제국 멸망으로 납 중독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사실인가요.

 

로마가 멸망한 이유를 말하자면 또 책 한 권은 더 쓸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가 나올 것 같네요. 그만큼 로마 제국의 멸망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추측되는 사건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죠. 게르만족의 이동 때문이다, 야만족들에게 안보를 맡겼기 때문이다, 천연두 같은 질병으로 인구의 절반이 감소해 군대 유지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등 잘 알려진 이유가 많습니다. 납 중독 또한 로마의 멸망을 불러온 수많은 원인 중 하나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마의 멸망 원인으로 납 중독 가설을 가장 먼저 제안한 사람은 1983년 나이지리아 출신의 지구화학자인 제롬(Jerome Nriagu)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그의 가설은 상당히 설득력을 얻기도 했으나 현재는 이를 반박하는 다양한 논문과 연구들이 발표됐기 때문에 정설로 인정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납 중독 가설을 반박하는 논문들이 나올 정도이니, 그만큼 사람들이 납 중독 가설에 흥미가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죠.


기술이 발전할수록 새로운 금속이 발견될 가능성이 줄고 있는데요. 새로운 금속의 발견 가능성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아쉬운 이야기지만, 인공적인 핵변환에 의해 생기는 방사성 핵종인 초우라늄원소(우라늄(U, 92)보다 원자번호가 큰 원소의 총칭)를 제외하고는 자연계에서 새로운 금속을 발견하기란 꽤나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21세기 들어서는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생명공학기술(Bio-Technology), 나노기술(Nano Technology) 등 눈부신 현대 최첨단 과학 시대의 기술력에 힘입어 우주로 나가는 횟수도 늘어나고 있지만, 우주에서 새로운 금속을 발견하는 것도 아직은 먼 이야기가 될 것 같네요.


책을 통해 수은과 납과 같은 금속은 현재 그 위험성 때문에 사용을 점점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금속과 인류의 역사는 어떻게 쓰일 거라고 예상하시나요.

 

기술적으로 대체물을 찾기 어려운 일부 희소금속들이 있어요. 이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금속이 철인데, 그 사용량은 앞으로 점점 줄어들게 될 겁니다. 수은이나 납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아마도 한 두 세기 이후에는 여러 금속들이 역사의 언덕 너머로 사라지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만약 지금처럼 금속보다 저렴하면서도 가볍고 품질도 좋은 신소재 물질들이 계속 개발된다면 인류가 금속으로부터 독립을 찾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항상 변함없는 진리가 있죠. 바로,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 끝이 없을 것만 같이 수 천 년간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철기시대도 언젠가는 새로운 시대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되겠지요.


글 곳곳에서 재치 있는 표현과 능수능란한 입담을 발견한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이 책에 흥미를 더하기도 하는데요. 학자 출신으로 이런 방식의 글쓰기가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이 책을 보시다가 저의 전작을 한 번 보신다면, 아마도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보시는 것처럼 매우 다른 서체의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전문서적과 교양서적의 차이에서 오는 분위기의 전환이랄까요? 순수하게 정치학자의 입장에서만 쓴 이전의 책들과는 달리 이번 금속의 세계사는 옆집 사는 ‘잡학박사’ 삼촌으로 빙의해서 집필한 책이라고 설명해 드리고 싶네요. 금속의 과학적 특성에서 비롯한 인류의 역사 이야기다 보니 과학과 인문의 절묘한 조화를 접근하기 쉽게 풀어나가고 싶었습니다. 책 속에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 재치 있는 표현들은 대부분 아내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보물들입니다.


앞으로 쓸 책은 어떤 주제를 생각하고 계신가요.

 

정치학자로서의 노선은 지키되, 가끔은 삼천포로 빠져서 번외 편으로 다양한 교양서적을 집필하고 싶은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사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보니 언제나 후보에 올라와 있어요. 특히, 청소년 및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수 있는 인성이나 기초소양에 관련된 주제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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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의 세계사 : 인류의 문명을 바꾼 7가지 금속 이야기김동환,배석 공저 | 다산에듀
문명의 탄생부터 현대의 최첨단 산업까지 역사의 모든 곳에는 항상 금속이 있었다. 인류는 금속 물질을 사용하면서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겪기 시작했고, 금속의 힘을 바탕으로 대규모 전쟁을 일으켰으며, 금속 덕분에 찬란한 문화와 기술을 발전시켰다. 이 책은 인류의 곁에서 언제나 묵직한 존재감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해 온 금속을 새롭게 재조명하기 위해, 금속이 만든 세계사를 생생하게 다룬 역사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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