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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책, 임자를 만나다’ 시간에서는 조금 묵직한 책을 만납니다. 바로 수전 손택의 에세이 『타인의 고통』인데요, 흔히 현대를 이미지 홍수, 혹은 이미지 과잉 시대라고 하죠. 그만큼 온갖 자극적이고 현란한 이미지들이 하루에도 수십번이나 우리를 공격합니다. 그런 이미지가 과연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리고 그러한 이미지들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요? 오늘 이 책과 함께 생각을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타인의 고통』 이미징 과잉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1) 책 소개
『타인의 고통』은 9.11 세계무역센터 폭파 사건을 비롯해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전쟁 전후의 현실 정세에 대한 '지적' 개입이다. 『해석에 반대한다』의 '투명성 Transparency'은 9.11 테러와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손택의 관찰에 따르면, "사진 없는 전쟁, 즉 저 뛰어난 전쟁의 미학을 갖추지 않은 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쟁이나 참화를 찍은 사진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취해 왔는지 분석하여 "고통을 둘러싼 도상학의 기나긴 족보"를 밝히고 2차 세계대전 당시 포토리얼리즘이 꽃피웠음을 확인시킨다.
이를 토대로 이미지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자극적이 될수록 타인의 고통은 소비될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라 고통의 이미지를 담는 행위는 일종의 '포르노그라피'가 되고, 이미지를 보는 행위는 '관음증'으로 변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손택은 이 관음증을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본다.
한국어판은 원서와는 조금 다르다. 영어판에는 없는 도판 48장을 수록했으며, 책을 펴내기 전 손택이 발표한 기고문을 실었다. 최근에 발표된 순서대로 '문학은 자유이다', '현실의 전투, 공허한 은유', '다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 '우리가 코소보에 와 있는 이유' 이렇게 4편이다.
2) 저자 : 수전 손택
미국 지성계의 대모로, 문학, 연극, 영화, 음악, 미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비평과 감상을 남겼다. 미국 펜클럽 회장을 지냈고, 2003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타인의 고통』으로 ‘독일출판협회 평화상’을 수상했다. 『사진에 관하여』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비평 부문을, 『인 아메리카』로전미도서상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 111-112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저/용경식 역 | 까치(까치글방)
다음 ‘책, 임자를 만나다’에서 다룰 작품은 아고타 크리스토프 작가의 명작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다룹니다. 밀란 쿤데라와 비견되기도 하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이 작품은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죠. 이름의 철자 순서만이 다른 쌍둥이 형제 루카스와 클라우스의 처절한 운명이 교차하는 이 3부작 소설을 묵직하게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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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