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여고 탐정단』의 탄생 비화를 듣다
『선암여고 탐정단』 박하익 작가 한국 학원물 추리소설을 확장해나가다
진지희, 강민아, 혜리, 이민지, 스테파니 리 등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 이 드라마의 동명 원작 소설인 『선암여고 탐정단』 시리즈의 원작자인 박하익 소설가 근황을 들었다.
JT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은 소설이 원작이다. 드라마와 제목이 같은 『선암여고 탐정단』 시리즈 2편이 나왔다. 바로 ‘탐정은 연애 금지’. 한국에서 그간 드물었던 학원 미스터리를 다루면서, 개성 있는 인물이 등장해 드라마 등 다른 매체로 확장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작품이다. 안채율, 윤미도, 이혜희, 김하재, 최성윤으로 이뤄진 탐정단은 선암여고에서 일어난 미스터리를 해결해 나간다. 배경이 학교이기에 중후하고 묵직한 느낌보다는 경쾌하고 발랄한 분위기다.
이 시리즈의 다른 특징은 확장형 작품이라는 점이다. 전편에 등장했던 인물이 2편에도 등장하면서 사건을 해결해간다. 『선암여고 탐정단 : 탐정은 연애금지』에는 총 3편의 미스터리가 실렸다. 보통 학교에서 흔히 있을 미스터리뿐만 아니라, 다소 충격적인 사건을 다룬다.
『선암여고 탐정단 : 탐정은 연애금지』와 함께 둘째를 출산했다고 들었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근황을 말씀해주세요.
두 아이를 돌보는 엄마들과 비슷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죠. 둘째를 돌보고, 첫째의 시중을 들고, 출산 후에 불어난 체중에 충격을 받고,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요. 수유를 하면서 책을 읽는 시간이 하루 중에 제일 즐거운 순간이에요. 그 동안 읽지 않았던 책들을 여유롭게 있으면서 모유 수유를 통해 분비되는 옥시토신 호르몬을 만끽하죠.
작품 쓰시는 시기와 임신 출산이 겹쳐서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쓰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 법도 해요.
첫째 때는 만삭인 상태로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몇 시간이든 일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둘째 때는 첫째 돌보랴, 살림하랴 몸도 약해져서30분 일을 지속하기가 힘들더라구요. 전 장시간 집중을 해야 일이 되는 타입이거든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자세도 불편했어요.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오랜 시간 앉아야 하는데 상체를 숙이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결국에는 의자를 치우고 컴퓨터 앞에서 무릎을 꿇은 상태로 작업을 했어요. 반쯤 일어선 자세로요. 둘째가 태어나면 일을 아예 못하게 될 것 같아서 좀 무리를 했죠. 하루에도 몇 번씩 아기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곤 해요.
JTBC에서 『선암여고 탐정단』이 드라마화되었잖아요. 얼마 전부터 방영되고 있는데, 작가님께서 혹시 보신 적이 있는지.
매주 본방송을 즐겁게 시청하고 있습니다. 첫 회가 방송될 때는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지만, 드라마는 제 작품과 상당히 다른 요소가 많이 첨가된다는 걸 깨달은 후부터는 괜히 긴장하지 않고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정말 훌륭하게 만들어주셨더라고요. 각색도 마음에 들고, 컴퓨터 그래픽도, 배우들도 정말 멋지더군요. 탐정단 멤버들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경쾌하면서도 학교 내 문제를 묵직하게 다루신 것 같습니다. 1편에 이어 2편까지, 작가님께서 학교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특정한 배경이 있는 편이 쓰는 입장에서는 좋아요. 장소나 인물을 묘사하기도 편하고요. 학교를 배경으로 쓴 건, 우리나라에 학원 미스터리를 다룬 소설이 그 동안 없었기 때문이고요. 또 제가 학교에서 교사로 일한 경험도 있었고, 학생이었던 추억도 있으니까 보다 생동감 있게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에는 드문 확장형 작품을 쓰고 계신데요. 1편 <방과 후의 미스터리>에 등장했던 인물이 2편 <탐정은 연애금지>에도 등장해서, 사건과 인물이 촘촘히 얽혀 있습니다. 이런 작풍은 3편에서도 이어질까요?
그럼요. 1편 <방과 후의 미스터리>에서 그랬듯이2편 <탐정은 연애금지>에도 3편을 위한 복선을 깔아두었습니다. 눈치가 빠른 독자 분들은 앞으로 벌어질 사건을 짐작하실 수 있을 거에요. <탐정은 연애금지>를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겠죠.
다소 잔잔한 1번째 에피소드와 2번째 에피소드와는 달리 3번째 에피소드는 다소 섬뜩했는데요. 이렇게 에피소드를 배치한 의도가 있을 듯합니다.
일단 여러 사건들 중에서 가장 큰 사건을 뒤에 배치하려고 해요. 독자들이 읽기에 가장 나은 배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구조적으로도 이상적이고요. 그래서1편 <방과 후의 미스터리>에서는 마지막 에피소드를 전체 사건을 아우르는 지지대로 이용했고, 2편 <탐정은 연애금지>에서는 마지막 에피소드에 살인사건을 넣게 되었어요. 음식을 먹을 때도 처음부터 자극적인 맛을 느끼면 담박한 맛을 즐길 수 없게 되니까요.
<선암여고 탐정단>에는 아이돌 문화와 중고생이 즐기는 MMORPG 문화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는데요. 이런 중고생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시는 편인지요. 아니면, 실제로 그 문화에 관심이 있고 즐기시는지.
네. 특정한 그룹의 팬은 아니지만, 아이돌 그룹이 데뷔해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걸 좋아해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감동도 되고 괜히 안타깝기도 하죠. 게임은, 좋아하기는 하는데 순발력이 따라주지 않아서 직접 플레이는 하지 못해요. 어렸을 때부터 남동생에게 몇 번이나 배워봤지만, 손발이 느려서 도저히 안 되더라고요. 하지만 판타지적인 세계관은 아주 동경합니다.
<선암여고 탐정단>에는 개성 있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작가님과 가장 닮은 캐릭터가 있나요?
외모적인 측면만 따지자면 최성윤 대원을 가장 닮았어요. 드라마에서는 정말 멋진 모델, 스테파니 리께서 역을 맡아주셔서 감탄했었는데요. 소설을 쓰면서 제가 생각했던 성윤이의 이미지는 <방과 후의 미스터리> 표지에 있는 우람한 종아리의 남자소녀였습니다. 여고에서 인기가 많은 미소년 스타일이 아닌, 그냥 남자애요. 그것이 제 고등학교 때 비주얼이었죠. <방과 후의 미스터리> 표지 시안이 나왔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혹시 일러스트를 그려주신 이수희 작가님께서 고교시절 제 사진을 보셨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닮아 있었거든요. 만나 뵌 적은 없지만 영감 넘치는 분이 틀림없어요.
추리소설 작가로 입지를 굳혀 오고 계신데요. 추리소설에 매료된 계기는?
추리소설들을 읽고 한눈에 반해버렸거든요. 누구든 정의를 갈구하는 마음을 조금씩 품고 있잖아요. 현실이 그렇지 못할 지라도 소설 속에서나마 악인이 벌을 받는 걸 보고 싶어하죠. 또 악인이 가지고 있는 드라마를 알고 싶어하고요. 결국 욕망에 흔들리는 사람과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나올 작품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언제 다시 일을 하게 될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이에요. 일단 선암여고 탐정단을 졸업시켜야겠다고 단단히 다짐하고 있습니다. 반쯤 써놓은 다른 작품도 완성하구요. 코지 미스터리도 좋아하지만, 정반대의 이야기도 좋아하거든요. 앞으로도 지켜봐주세요!
선암여고 탐정단박하익 저 | 황금가지
한국 디지털 작가상 대상을 포함하여 한국 추리 작가 협회에서 수상하는 황금펜 상, 동양일보 신춘문예,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는 박하익 작가의 장편소설로, <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에 이은 '선암여고'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이다. 전작에 이어 또 한 번 경쾌하고 즐거운 추리극 속에서 묵직한 교육 현실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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