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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여자 서른』 저자 라라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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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철학자, 여자’를 운영하는 블로거 라라윈. 공감가는 이야기에 많은 독자가 그녀의 글을 기다린다. 그런 독자에게 반가운 소식!『서른을 맞는 여성의 마음을 다룬 책, 여자 서른』이 출간됐다.

인생 어느 시기라고 힘든 때가 없겠느냐만, 서른은 유독 고민이 많은 나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일자리는 없고 집값은 높은 때에, 사회 초년생인 서른에게 현실은 그저 팍팍하기만 하다. 더구나 일생일대의 사건, 결혼은 요즘 대개 서른 즈음에 일어난다. 블로거 라라윈이 느끼고 생각한 서른은 과연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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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윈의 뜻이 궁금합니다.


무척 좋아하던 만화 중 하나가 <시간탐험대>였고, 거기에 나오는 샬라라 공주 같은 캐릭터가 참 부러웠습니다. 지금 보면 민폐캐릭터이나, 세상 모든 것에 그녀처럼 천진난만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없을 것 같았어요. 게다가 그녀는 오마르 왕자와 압둘라의 사랑을 독차지 합니다. 저도 그런 행복하고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고 싶어, 샬라라 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는데, 샬라라공주의 팬들이 많은지 샬라라 닉네임을 선점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보는 분들이 샬라라 라고 발음하기가 어렵다며, 애칭처럼 ‘라라’라고 많이 불렀습니다. 그래서 부르는 대로 적으려고 ‘라라’라는 닉네임을 쓰려고 보니, 샬라라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한 닉네임이라 이미 사용된 닉네임이 아니면서 의미가 좋은 것으로 이름에 빅토리, 승(勝)자를 많이 쓰는 것을 떠올리며 라라 win 을 합성해서 만든 닉네임 입니다.


블로그 '서른 살의 철학자, 여자'를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 시작은 블로그로 하루에 60만원을 벌었다는 글을 보면서였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3일만에하루에 60만원을 벌었다기에 덩달아 시작했는데, 기대처럼 하루 아침에 블로그로 돈 방석에 앉는 놀라운 경험은 해보지 못했습니다. 몇 달이 지나고 블로그에 1,000명이나 방문해서 무척 감격했는데 블로그 수익은 고작 40원이었죠. 블로그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접었어요. 하지만 저의 어쭙잖은 글에 공감을 해주고 의견을 주시는 것만으로 큰 위안과 힘이 되어 블로그는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여자, 서른』으로 독자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보통 이런 글을 적으려면 서른 살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성공을 했다, 라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지금 성공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를 따라하면 서른 살의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서 멋지게 살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고심을 많이 했어요. 저처럼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나처럼 해보라고 쓰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다만 제가 서른을 지내며 고민했던 것들, 일기장에만 적어두기에는 조금 아까운 제 나름대로 찾아낸 것들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명확한 해법은 아닐지라도, 약간의 생각 변화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마음을 달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작 『우라질 연애질』을 통해서 솔직한 연애의 해법을 제시하셨는데요. 2년 후 펴낸 지금의 책에서는 또 연애 때문에 괴로워했는데요.


주체가 약간 다릅니다. 『우라질 연애질』은 최미정이라는 사람의 연애사를 담은 책이기 보다 제 나름대로 연구한 결과를풀어낸 연구보고서 같은 책이었습니다. 『여자 서른』은 이불 뻥뻥 차고 싶은 - 사실은 출간된지 한 달이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얼굴이 달아오르고 부끄럽습니다 - 최미정이라는 사람의 개인사를 바탕으로 한 책 입니다. 어떤 분은 시간 상으로 『여자 서른』이 프롤로그 같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저를 실제로 봤을 때 연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연애를 잘 하는 방법에 매달렸는지 『여자 서른』을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연애를 잘하는 여자와 남자의 특징은?


무척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본 부분인데요. 연애를 잘하는 사람은 ‘지피지기’에 능합니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 연애 할 때 모습과 다른 사람을 대할 때의 모습, 그 사이의 간극 등을 매우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반면 인터넷 용어로 연애고자라 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이성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얼마나 부담스럽게 하는지, 무뚝뚝하게 하는지)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 모르고, 이성에 대해서는 더 모르더군요.


연애를 잘하는 사람의 또 다른 특징은 자신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제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해주면 기분이 좋아지는가에 대한 ‘사용설명서’ 같은 정보를 많이 줍니다. 예를 들어, 커피를 좋아한다, 차를 좋아한다, 화날때 아이스크림 사주면 풀린다 같은 소소한 정보 말 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상대방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쉽게 알려주는 것이죠. 반면 연애를 못하는 사람은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까봐 다 맞추려고 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나 하고 싶은 것보다 상대방에 대해서만 묻습니다. 이 점이 좋을 수도 있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대체 저 사람은 무엇을 원하는지 독심술이라도 해야 되어서 힘듭니다. 상대에게 맞춰준다고 맞춰주고 자기 취향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연애에서는 상대를 머리쓰게 만드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서른이 되도록 자기 취향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한데요. 연애 상대(남자)를 볼 때, 이제 이것만은 꼭 봐야겠다 싶은 건 무엇인가요?


지금은 자라온 성장환경, 가치관을 많이 봅니다. ‘우리 엄마랑 참 비슷하시네. 우리 엄마도 그런데.’ 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 사람과 만나면, 애써 맞추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틀이 유사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 간의 관계가 서로 희생적인 분위기였던 사람은 연애할 때도 상대에게 희생적인 경향이 있고, 가족관계가 사뭇 거래적인 경우 연애할 때 상대를 대할 때고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일부러 그런다기 보다 오랜 세월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것들 입니다. 각기 장단점이 있기에 어떤 성향이 좋다고 평가를 할 수는 없으나, 보고 자란 가치관이 많이 다른 것은 좁혀 나가기 쉽지 않은 부분이었습니다.


10년 전, 20대로 돌아간다면 이것만은 하고 싶다, 또는 후회한다, 는 게 있나요.

대학생활을 좀 더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대학시절 돈을 벌겠다고 쫓아다니다 보니, 그 시절 한번쯤 고민해 봤어야 하는 일들에 대해 생각을 하지 못했고, 그 시절 즐길 것을 즐기지 못했습니다. 결국은 돈도 못 모았고, 대학 시절에 책도 좀 더 읽고 사색해야 할 시간을 놓쳤습니다. 만약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좀 더 학교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며 학교에 있는 책들을 다 훑어볼 기세로 책을 읽고 싶네요.


서양화와 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서로 연관이 그리 많지 않은 학문 같은데, 어떤 이유로 두 학문을 공부하게 되었나요?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아빠가 장남이라 환쟁이(시골 어르신들은 화가를 비하하여 이렇게 부르셨다고 합니다)가 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하실 수 없었던 터라, 제가 그림을 그리는 데 적극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미술학원에서는 A 이냐 아니냐를 두고만 평했지만, 대학에 와서는 각자가 그린 그림이나 작업을 앞에 전시해두고 왜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설명을 했습니다. 그 때 많은 이들이 이야기한 것이 사람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거나 사람의 심리를 건드리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림을 두고 끊임없이 심리 이야기가 나왔고,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학교 3학년때 복수전공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 들었던 과목들이 석사 때 지도교수님이신 이순묵 교수님의 심리검사와 박사 때 지도교수님이신 서용원 교수님의 조직심리였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연애심리와는 사뭇 거리가 있었지만 사람의 심리에 대해 이토록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자체가 무척 놀라웠습니다. 처음에는 심리학을 하면 타인의 심리를 꿰뚫어 볼 수 있게 되는 줄 알고 기대했는데, 여전히 독심술은 생기지 않았으나 저 자신의 심리 상태에 대해 돌아보는 기술은 늘었습니다. 


제가 느낀 심리학의 매력은 나 자신도 몰랐던 나에 대해 많이 깨닫게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더불어 상대의 정확한 속은 알 수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런 심리가 발동되어 그러는 것일 수 있겠다는 추측은 됩니다. 그러면 화가 날 일이 화가 덜 나고, 짜증날 일이 덜 짜증나는 경우가 있어 제 마음이 조금 편해집니다. 이런 면에서 공부할 만한 훌륭한 학문이라 생각했습니다.

서양화의 매력은 우주여행 같은 것이었습니다. 순수미술의 범주에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있고 사람마다 참 독특한 작업ㆍ행위를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것들이 전시되어 있고, 옆자리 친구들이 독특한 무언가를 해내는 것을 보며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서른살의 목표는 집, 차 연봉, 명함, 남편이었는데 이제 내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을 꿈꾼다고 썼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 하고 있는 노력은, 해야 할 노력은 무엇인가요.


의기소침해 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30대 중반이 되고 보니, 교육을 가더라도 자기 소개에 자신의 화려한 이력과 프로필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 가운데 저는 그저 조용히 있는 사람입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번듯한 명함이 있으면 단박에 주목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그런 사람과 대비되어 인생 자체에 대한 허무함과 자격지심을 느끼게 합니다. 저의 노력은 명함이 없더라도 나라는 사람이 꽤 괜찮다는 것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세뇌하는 것 입니다. 또 한가지 노력은 사람을 대할 때, 저 사람의 명함이 빠져도 저 사람을 계속 만나고 알고 지낼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 입니다. “OO기업 OO 자리에 있는 사람” 이라고 하면 알고 지내면 덕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속물 근성이 발동합니다. 그럴 때 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저 사람이 퇴직을 하거나 짤려서 저 명함이 없을 때, 그냥 별볼일없는 동네 아저씨, 아줌마가 되어도 나는 저 사람을 좋아할까?”라는 생각을 하고, 그래도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을 열고 지내며 본받으려고 합니다. 저도 직업, 경력 및 이용가치가 없어도 연락하고 알고 지내고픈 사람이고 싶습니다.


끝으로 독자에게 한 말씀.

이 책을 남 때문에 괴로운 분들이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피해자 원인제공주의, 사회적 바람직성, 집단주의 사회의 틀 등… 사실 우리가 괴로워 하고 스트레스 받는 많은 것들은 알고 보면 우리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잘 짜여진 속에서 잘 모르고 있었을 뿐 인 것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여자 서른이 지나면 유통기한 지나 폐기처분이라도 해야 될 것처럼 초조하게 만들고, 끊임없이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며 시집 잘 가서 직업이 없는 여자가 가장 좋아보이도록 세뇌 아닌 세뇌를 누가 시키고 있는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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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서른 라라윈 최미정 저 | 매일경제신문사
분명 아직 젊은 나이지만, 서른의 삶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대개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완전히 벗어나 사회활동을 시작하는 때이며, 그래서 결혼을 고민하는 나이이고, 그로 인해서 주변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나이다. ‘청춘’이라는 단어도 20대를 표현하는 단어인 것 같아 ‘젊음’과 조금 더 거리가 멀어진 느낌이다. 모든 의사결정을 스스로 해내야 하며, ‘호시절’은 지나고 현실의 경쟁적인 삶에 뛰어들어야 하는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은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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