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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진 상무가 말하는 낀 세대 리더십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발견한 낀 세대 리더십에 대하여 『낀 세대 리더들의 반란』 저자 조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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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다양한 세대가 모인 곳이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살아온 사람이 모인 곳이다 보니 이들을 잘 추스려서 끌고 갈 리더십이 필수다. 이중에서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에 있는 낀 세대가 특히 중요하다. 『낀 세대 리더들의 반란』은 낀 세대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다룬 책이다.

다국적 기업 모토로라에서 8년 만에 상무에 오른 인물. LG디스플레이 최초의 여성 임원. 수십 년째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부분의 전문가로 활동해온 조미진은 이렇듯 화려한 수식어로 유명하다. 그런데 세계를 누비며 글로벌 인사 및 육성 전문가로 일해온 그녀도 한국에 돌아와 몸으로 부딪히며 체험한 어려움과 고민은 우리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한다. 조미진이 쓴 『낀 세대 리더들의 반란』은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으로 기성세대의 조직 문화와 만나야 했던 그녀 자신의 이야기이자, 지금 당장 곤경에 처한 낀 세대 직장인들의 고민을 함께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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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 세대의 리더십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계기가 있었을 텐데요.


2007년에 HRD 부문 상무로 처음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일하게 됐어요. 원래 한국에서 대학까지 졸업했으니 우리 기업에 적응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와서 경험한 한국 대기업 문화나 토양은 제가 성장한 글로벌 기업의 그것과 많이 다르더군요. 제일 적응하기 힘들었던 부분 중의 하나가 회식 문화였어요. 한국의 회식 문화는 리더와 성원들 간의 친밀감와 팀 빌딩을 구축할 수 있는 방식이고, 성원들은 리더들에게 일정 부분 친밀감 조성을 위한 기회를 기대합니다. 글로벌 회사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기회들이죠. 거기까지는 좋은데, 어느 날부터 팀원들이 자꾸 제 눈치를 보면서 상무님은 뭘 좋아하시냐, 오늘은 뭘 드시고 싶으냐고 묻더군요. 그 자체가 저한테는 약간 생소했어요. 게다가 아래 팀장들이 다 남자였는데, 저랑 취향부터 맞지가 않는 거죠. 오늘은 나물 전문집 어떠냐, 회식은 1차만 하고 8시엔 끝내자고 하니 얼마나 뜨악 했겠어요. (웃음) 소주잔 부딪치는 고깃집에 가야 하는 게 회식인데 말이죠. 거기서 같이 술 한잔 하면서 어깨도 툭툭 쳐주는 게 회식이죠. 그런데 그땐 제가 술을 잘 안 했으니까 술을 시켜줄 생각도 미처 못했다니까요. 물론 지금은 “자, 한잔들 하지!” 이런 말도 잘 하지만요. (웃음) 이런 일부터 시작해서 조직 효율성에 관한 정의부터 접근 방식까지 다소 이질적인 문화가 있었어요. 특히 우리나라 조직 문화에서는 위계로 일과 사람을 관리하는 게 자연스러운 접근 방식인데, 수평으로 일을 관리하는 방식이 익숙했던 제가  “팀장은 바쁘니까 할 일들 하고, 내가 실무자와 직접 얘기하면 된다”라고 말하니 다들 당혹스러워했죠.


파격적인 방식이었군요.


글쎄요. 요즘은 수평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닌 조직도 꽤 있지만, 대기업 같은 큰 조직에서 위계에 아랑곳하지 않는 리더의 관리 방식은 성원들을 당황스럽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마도 그 중 가장 성원들을 좌절(?)스럽게 했던 부분이 성과를 관리하는 방식 아니었나 합니다. 대기업에서 팀장이라 하면 그래도 상당 기간 동안 좋은 성과를 내며 그 자리에 올라왔을 테니 최상의 평가를 기대하는 건 당연하죠. 그리고 평가 시스템도 제가 맡고 있는 담당 산하에서 배분하게 되어 있어 팀장들끼리 엄격하게 비교 평가해 비율대로 결과를 통보한 것은 약간은 쇼크를 받을 만한 상황이었어요. 그 해 연말에 한 고참 팀장이 찾아와서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 받아들이긴 힘들다”라는 한마디의 피드백을 해주더군요. 그때 ‘아, 나의 판단과 행동이 옳다고 생각되어도, 성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선 조금 더 상세하고 배려하는 소통이 필요하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한국 대기업에 간 첫 해에 사람들이 이직을 많이 하기도 했어요. 제가 옳다고 생각하고 저의 성공을 가져다 준 방식에 대한 과신이 아니었나 싶어요. 한 일 년 동안 고심했어요. 상사들과는 부딪힘이 적은데 아랫사람들과는 왜 자꾸 어긋나는 걸까? 핵심은 뭐였냐 하면, 저는 성원들에게 글로벌 리더십으로 지휘하려고 하고 그들은 머리로는 받아들이는데 가슴이 열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리더십이란 성원들의 가슴을 열고 집단지성을 어떻게 끌어내느냐의 문제인데 현실은 다르다는 걸 느꼈죠. 세대 리더십이란 게 있구나. 이미 기성세대가 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리더십이 따로 있었던 거죠. 반대로 요즘 신입사원들은 꼭 그 당시의 저 같은 부분이 있어요. 글로벌 리더십이 통하는 부분인 거죠.


『낀 세대 리더십의 반란』을 기획하게 된 건 그때부턴가요?


그런 고민들을 계속 가지고 있다가 올해 초에 한 회사로부터 리더십과 관련해 강연 요청을 받았어요. 그때 세대 리더십을 주제로 삼았는데 아주 반응이 뜨거웠어요. 제가 한국에 와서 리더십을 발현하면서 답답하게 생각했던 부분, 그러니까 세대 리더십에 대한 갈등을 비슷하게 느끼고 있더라고요. 이제 리더십 트레이닝이 필요한 낀 세대 리더들은 위에서 배운 대로 아랫사람에게 하면 안 된다, 새롭게 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던 거죠. 그러나 현실과 생각의 간극이 크기 때문에 행동하기엔 쉽지 않죠. 말하자면 내적인 반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책이 7월에 나왔어요. 오래된 기획이었지만 출간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듯해요.


두 달 반 만에 폭풍 집필을 했어요. (웃음) 일단 제가 할 말이 너무 많았으니까 쓰는 게 어렵지가 않았어요. 또 세대 간 리더십은 오래된 기업 이슈 중 하나인데도 그동안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어요. 만약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출판 이후에 블로그를 통해서 독자들의 반응을 살펴봤는데, 자기에게 지금 딱 필요한 솔루션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낀 세대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도 많고요.


좀 전에 지적하신 ‘내적인 반란’이 인상적이에요. 하지만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낀 세대들도 제대로 실천하기는 어려워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사실 저도 기성세대예요. (웃음) 우리나라 기성세대의 재미있는 점이 뭔가 하면, 대체로 세계적인 변화의 추세와 사회 분위기가 변하는 데에는 관대해요. 그런데 조직에 들어가면 유연성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워낙 우리나라 기업 조직이라는 게 압축성장을 위해 똘똘 뭉쳤던 체계를 바탕으로 하잖아요. 변화는 지금의 모습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냉정한 평가 하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동기가 강력해야 이루어져요. 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성장을 이뤄왔기 때문에 거기서 변화해야 할 강력한 동기를 찾을 필요가 없고, 있다 하더라도 용기가 없는 상태예요. 그러니까 조직의 변화 속도가 더딘 거죠.


또 다른 편에서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가진 안일한 현실 인식에 대해 기성세대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요. 문자로 퇴사 통보를 한다거나 하는 상식 밖의 행동들이 기사화되기도 했고요.


그런 문제들이 있는 게 사실이긴 해요. 하지만 단 한 가지 문제 때문에 불거지는 문제는 아닐 거예요. 그러니까 문자로 퇴사를 통보하는 식의 행동이 있기까지는 많은 곪음이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기성세대와 낀 세대는 아무리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라도 노골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고 배워왔어요.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의 특성은 리더들이 그렇게 참고 사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나는 거기까지는 못 하겠다는 판단이 생긴다는 거죠. 게다가 기성세대들이 자기가 끌어안아야 할 세대를 비난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은 옳지 않죠. 책에서 저는 젊은 세대를 ‘M세대’라고 했는데, M세대에게는 끊임없이 반복해서 설명해주고 온정적으로 설득하고 또 정확하게 피드백을 해주는 등의 몇 가지 기술이 필요해요. 소주 한잔 마시면서 어깨 툭툭 쳐주는 방식이 아니라 간단히 차 한잔 놓고 앉아서 바로 바로 논리적으로 짚어주는 방식이 더 통합니다. 그러면 오히려 쿨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게 M세대예요. 그러니까 몇 가지 사건으로만 M세대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떤 돌발행동을 벌이기 전에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현실적으로 낀 세대가 해야 할 역할이 많은 것 같네요. 낀 세대가 현명해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먼저 낀 세대가 자기도 모르게 기성세대 쪽으로 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해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힘을 길러야 하는 거죠. 최근에 제가 요즘 젊은 세대들과 개별적으로 면담하며 그들의 생각을 짚어볼 기회가 있었어요. 자신의 전공이나 평소 열망하던 부분들과는 상관없이 부서에 배치를 받아 그냥 주어진 일을 한다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상태인지를 정확히 아는 똑똑한 친구들이었어요. 문제는 그들의 재능과 지성을 어떻게 끌어내서 그 자리에 적합한 인재로 키워내느냐 하는 거예요. 그건 선배 리더들의 몫이에요. 다르게 보는 힘, 깊게 보는 힘을 기르고 그것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힘을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지를 공부하고 배우고 들어야 해요. 새로운 성원을 기존 방식으로 재단하고 규격화시키려는 마음이 우리에게 있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새 성원을 조직에 편입시키려면 좀 더 큰 생각의 틀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함부로 판단하지 않아야 해요. 반대로 윗사람을 모시려면 세상에 완벽한 리더가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해요. 상사를 대하는 첫걸음은 사람의 강점을 보고 그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성원과 지지를 보내는 거죠. 거기서 서로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올 수 있어요.


직업적으로 여러 가지 리더십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보셨을 거예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있다면?


인재상이 ‘따뜻한 프로페셔널’이란 회사가 있었어요. 따뜻한 프로페셔널이라니, 처음 들었을 때 바로 다가오지 않았어요. 프로페셔널의 이미지는 차갑고 이성적이고 냉정한 것인데 그걸 따뜻하게 하라니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잖아요.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리더십과 비슷하더라고요. 성과 창출은 진취적으로 해내고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성원들을 한 방향으로 정렬해 부드럽지만 강인하게 끌고 가는 사람. 이보다 더 이상적인 리더가 어디 있겠어요. 어쨌든 그 회사를 들여다보고 CEO를 뵐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로 그렇게 만들어가고 계시더라고요. 또 어느 투자증권 회사가 있었는데 사장님이 평생 영업을 하시던 분이었어요. 그런데 말단 지점 사원까지도 그 사장님이 오래 일하셨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아마도 그분이 업계 최장수 전문경영자일 거예요. 그분의 키워드는 합리성이에요. 성과 창출도 합리적이고 성과에 대한 보상 역시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주 집요하세요. 하지만 성과 창출에 우선순위를 두면서도 거기에 접근하는 방식은 달랐어요. 굉장히 친화력 있는 분이고 말로만 하지 않고 행동하시는 분이에요. 본인이 일일이 챙기느라 스케줄러가 빽빽할 만큼 일정을 소화하세요. 말로만 하는 게 아닌 실행을 우선에 두는 리더십 철학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는 게 느껴졌어요. 또 좋은 리더들은 공통적으로 상대방의 말을 굉장히 잘 들어줘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주니까 상대방은 존중받는 느낌을 갖게 되죠. 그런 리더십이야말로 낀 세대가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조직도 이제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해요. 회식 문화도 예전에 비해 문화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고요. 전문가의 입장에서 어떻게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말씀하신 대로 이전에 비해 조직 문화가 정말 많이 변했어요.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경영을 추구하기 때문에 만약 다음 세대가 기업에서 주도권을 잡게 되면 굉장히 큰 변혁이 있을 거라고 봐요. 무조건 밀어붙이기 식 문화는 지금도 많이 희석되었고, 정확한 분석과 합리적 판단에 의해서 사업을 결정하는 방식이 자리를 잡았죠. 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열정을 끌어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조직 인사의 관점에서는 사람을 보는 기준부터 많이 달라졌고요. 출산, 육아 등에 대한 제도와 조직적인 배려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고요. 이런 부분들은 계속 진화하고 있고 제도도 많이 바뀌었죠. 이렇게 하드웨어는 많이 바뀌어가고 있는데 소프트웨어, 즉 마음가짐과 사고방식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스스로 확인해봐야 알 수 있어요. 여성 프로페셔널들을 보는 사고가 어떠한지, 낀 세대 리더로서 나의 사고방식은 어떠한지. 그런 건 개개인 간의 차이가 아직 커요. 누군가는 깨어 있고, 누군가는 아직도 쳇바퀴 돌 듯 하고 있고요. 그건 스스로 점검해봐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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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 세대 리더의 반란조미진 저 | 알에이치코리아(RHK)
책이 정의하는 ‘낀 세대 리더’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으로 12년에서 18년, 길게는 20년 정도 일한 사람들이다. 조직에 따라 과장부터 차장, 부장까지 포함된다. 삶의 단계에서 보면 새로운 도전과 변화보다는 안정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전환된 그룹으로 보인다. 이들은 그야말로 기성세대 상사와 M세대 팔로워 사이에 낀 위치 때문에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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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

낀 세대 리더의 반란

<조미진> 저11,700원(10% + 5%)

왜 지금 낀 세대 리더에 주목해야 하는가? 탑이 있고 중간이 있고 따르는 사람이 있는 리더십의 위계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중간에 낀 리더의 역할과 책임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럼에도 이들의 차별적 리더십이 부각되어야 하는 이유는 오늘날 이들이 과거와 전혀 다른 토양과 변화를 마주한 채 해야 할 일이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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