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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읽는 장르소설

뒷권이 너무 궁금해서 잠을 청할 수 없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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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의 매력은 바로 거부할 수 없는 흡입력에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1권을 펼쳐 들었는데, 그만 책이 보여주는 매력에 빠져 들어 초조하게 최신 권을 기다리는 이들의 하소연은 자주 접할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니 어느덧 밤늦은 시간, 뒷권이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아 잠을 청할 수 없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책과 관련된 일을 10여 년 간 하게 되면서 필요에 의해서 혹은 그저 재미로 이런 저런 책들을 읽게 되지만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 되는 것은 역시 추리소설인 듯 하다.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는 책더미의 괴로움에서 벗어 나기 위해 얼마 전, 전자책으로 4권의 추리소설을 구입해 읽었다. 다른 이들의 구입 목록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그 목록을 공개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몇 년 전 큰 화제를 모았던 책인데 뒤늦게 구입했다. 역시 타우누스 시리즈가 계속 번역되어 나오는 데엔 이유가 있더라, 라는 게 개인적 소감이었다. 군더더기없는 간결한 문체가 속도감을 더해주는 듯 했다. 원래 유럽 미스터리는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넬레 노이하우스는 꽤 마음에 들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공허한 십자가』 :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선택할 때는 항상 ‘혹시나…’라는 생각을 하지만 ‘역시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작품은 상당히 흡족했다. (아, 그저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작가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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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부터 얘기하려는 야마다 무네키의 백년법』 상권도 그 중 한 권이었다. 개인적으로 처음 읽는 작가의 책을 고를 때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어떤 게 있는지를 살펴보는 편인데, 야마다 무네키가 바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어디 한 번’이라는 느낌으로 이 책을 골랐다. 

백년법』은 근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한 SF소설로, 책의 설정에 따르면 2차대전에서 패한 일본은 미국에서 개발된 ‘HAVI’라는 시술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불로불사가 실현되었으나 사회 내의 세대교체를 위하여 100년 후에는 죽지 않으면 안 된다는 법률, 즉 ‘생존제한법’을 제정하게 된다. 책은 이 생존제한법의 시행을 불과 얼마 남겨두지 않은 2048년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간 일본 정부는 국민들이 이 생존제한법, 즉 ‘백년법’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를 해왔지만, 사람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에 동요하기 시작한다. 

영원히 젊음을 누리며 살 수 있지만 사회는 서서히 생기를 잃어가고, 이를 법으로 통제하여 사회의 세대 교체를 이뤄 나가려는 국가 권력은 죽음을 피하려는 국민들과 충돌하며 갈등을 빚기 시작한다. 인기를 좇는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이용하여 이를 국민투표에 부치게 되고, 국가는 큰 혼란으로 빠져들기 직전의 위기에 봉착한다.

사실 장르의 문법에 충실한 SF 소설이라기보단 그를 가장한 사회 비평 소설에 더 가깝다는 생각인데, 책이 던지고 있는 의문은 그보다 더욱 철학적이다. 인생이 한 번 힘껏 살아볼 만한 의미가 있는 건 언젠가 끝이 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책의 상권을 모두 읽은 시각은 자정 좀 넘은 시각이었는데 도저히 뒷 권을 읽지 않고서는 잠을 청할 수 없을 것 같아 바로 하권도 구입, 다운로드하여 책을 읽었다. 만약 종이책으로만 출간된 책이었다거나, 종이책으로만 책을 접했다면, 뒷 권이 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 없어 불면의 밤을 보냈을 만큼 내용은 흥미로웠다. 그러나 이 책은 고맙게도 전자책으로 출간되어 있었고, 상권을 읽은 즉시 하권을 결제&다운로드받아 바로 이어 읽을 수 있었다. 
크레마원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전자책은 역시 눈이 편한 크레마 시리즈로 읽어야 제맛이라고 한 마디 해보며…오늘도 장바구니에 담은 전자책들을 넣었다 뺐다 하며 즐겁고도 괴로운 고민을 해본다. (전자책으로라면 20여 권이 훌쩍 넘는 만화책을 보는 것도 일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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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법야마다 무네키 저/최고은 역 | 애플북스
인류에게 궁극의 꿈인 ‘불로불사의 삶’이 실현된 사회를 배경으로, 인간이 정말 영원한 생명을 손에 넣었을 때 세상은 과연 낙원이 될 것인가라는 문제를 가까운 미래 사회의 모습에 비추어 그려내고 있다. 인구조절을 위한 명목으로 제정된 백년법. 인간의 수명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이 법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의 발달과 반비례해 인권과 생명이 가벼이 여겨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모순과 부조리한 권력의 행태를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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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선영(도서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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