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통해 그려낸 청춘의 속내, 아사이 료 『누구』
나오키상 최연소 수상작가 '아사이 료' 와의 만남
지난 6월 21일, 책 『누구』로 만 23세 나이에 제 148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전후 최연소 수상작가로 이름을 올린 아사이 료가 한국을 찾았다. 『누구』를 통해 현 시대의 젊은이들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그는 이 자리에서 젊은 작가다운 유쾌하고도 깊이 있는 통찰력을 선보였다.
현재 일본문학계가 주목하는 젊은 작가의 선두 주자라 할 수 있는 아사이 료가 6월 21일 한국을 방문했다. 아사이 료는 2009년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로 제 22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한 뒤, 최근 한국에도 출간된 작품 『누구』로 최연소 나오키상 수상 작가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누구』의 출간과 함께 그의 첫 작품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26일 개봉했다.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개봉한 이 영화는 일본에서는 이미 6개월간 영화관에서 상영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6월 21일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은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되어, 아사이 료의 작품과 그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너무나도 적나라해서 공포 소설 같은 청춘 소설『누구』
『누구』는 국내에서 ‘너무나도 적나라해서 청춘 소설이 아니라 공포소설이다’, ‘책을 보고 영혼이 탈탈 털렸다’와 같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청춘의 추한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작품을 쓰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이 작품이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저도 실제로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취업 준비생을 거쳐서 회사에 입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SNS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면서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 매우 바뀌었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과 방법이 많이 바뀌었던 시기가 제가 취업 활동을 할 시기였습니다.
그 때 제가 느꼈던 답답한 마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마음을 제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을 때 작품으로 남기고 싶어서 『누구』를 쓰게 되었습니다. 사회인이 된 지 1년 차에 약 6개월에 걸쳐서 쓴 작품이기 때문에, 처음 입사해서 ‘도대체 이 회사가 뭐야? 회사 일이 뭐야?’ 하는 마음도 당시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누구』는 제 작품 중에서 그야말로 발톱을 드러낸 가시가 돋친 작품, 공격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사이 료는 소설의 등장인물 중 자신이 가장 많이 반영된 인물로 주인공 다쿠토를 뽑았다.
“지금 현 시대처럼 내가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을 전 세계를 향해서 아주 손쉽게 발신할 수 있는 시점에는, ‘본인이 마치 뭐라도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상황이지 않은가’ 생각했습니다. 본인이 뭐라도 된 것처럼 느꼈을 때는, 반대로 ‘나 아닌 다른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느끼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나만 대단하다, 나만 뭐라도 된 것 같다’ 하는 식으로 점점 나라는 존재가 증폭되는 그런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이번에는 『누구』라는 작품을 통해서 나의 그런 추한 부분을 완전히 써버리자‘라고 생각해서 이 소설에 제 자신을 투영시켰습니다.”
『누구』에서 SNS는 청춘의 추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진짜 이야기가 묻혀 간다. 가볍게, 간단하게 전하는 이야기가 늘어난 만큼, 정말로 전하고 싶은 것을 전하지 못하게 된다.
ㅡ열심히 해야지.
전철에 흔들리면서 그렇게 중얼거리던 미즈키의 옆얼굴이 리카가 만든 새 명함과 다카요시가 중얼거리는 140문자를 한껏 사용한 트윗, 그런 것들의 깊고 깊은 속으로 묻혀간다. (『누구』, 161쪽)
“일본에서는 지금 SNS가 굉장히 유행을 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같은 경우에는 한 번에 쓸 수 있는 글자가 140자 밖에 안됩니다. 그런데 이 140자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나타내는냥 사람들은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저는 경종을 울리고 싶다고 생각을 해서 이 작품을 썼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 대해 ‘청춘 소설이라기보다는 공포 소설이다’는 반응이 나온다는 건,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안심할 수 있는 소감입니다. 그야말로 제 자신의 가장 추한 부분을 묘사했는데 여러분들이 이에 공감을 해주셨다는 것에 ‘아, 나뿐만 아니라 다들 추한 모습이 있구나’ 느꼈습니다.”
작품을 통해 SNS의 허상을 그대로 드러냈지만, 작가 역시 SNS를 즐기는 젊은이 중 한 명이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이 책엔 함정이 있다. 독자는 가볍게 페이지를 넘길 뿐인데, 어느새 그 함정의 밑바닥에 떨어지게 된다. 재미있는 건 그 함정을 판 장본인도 독자와 함께 그 함정 밑바닥에 있다는 것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SNS 사용에 있어 저는 굉장히 주의를 기울이는 편입니다. 약간의 정보밖에 안 밝히고 있는데 그게 그야말로 제 전부인 것처럼 사람들이 여길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계정을 읽는 경우, 다들 글자 수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엄선을 해서 ‘나 자신을 이런 식으로 어필하고 싶다’, ‘나 자신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다들 거기에 글을 올릴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가능한 한 트위터라든지 페이스북에 나타나있지 않은 그 사람의 모습을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즉, 그 사람이 글을 업데이트 하지 않는 그 시간, 그 부분의 그 사람을 간과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새벽 3시에 친구가 ‘아, 나 잠이 안 와’ 이렇게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 ‘아, 새벽 3시에 잠이 안 온다고 쓰려고 얘가 안 자고 있구나’ 생각합니다. 제가 남의 것을 그렇게 생각하며 보다 보니, ‘아, 내가 뭐라고 발신해도 그런 식으로 사람들이 보겠구나’ 생각하게 되어 조심하고 있습니다.“
거짓을 쓰지 않기 위해 적나라한 채로 남고 싶다
아사이 료는 스바루 신인상과 나오키상을 수상한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전업작가의 길을 가지 않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도 회사에 가지 않는 주말이라 가능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작가로서의 나라는 건, 트위터로 표현을 하면, 그야말로 140자 안에 있는 나 자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위터 밖의 제 자신이 얼마나 별 볼일 없는 인간인지 저는 잘 알고 있거든요. 밖에 나오고 공식석상에 나올 때는 머리도 예쁘게 하고 수염도 깎고 하지만, 집에서 지낼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것도 안하고, 느긋하게 지냅니다. 이런 제 자신이 ‘작가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서 저는 약간의 공포감 같은 걸 느꼈습니다.
실제로 제가 작가로 데뷔한 게 만 19세 때였습니다. 그 때 출판사에 계신 4,50대 남자 분들이 저한테 ‘선생님’ 이렇게 말을 걸어오시는데, ‘아, 만약에 저분이 저희 아버지였으면 어떨까’ 생각해보니 좀 그렇더라고요. 저희 아버지가 회사에서 저처럼 얼굴도 이렇게 얄팍하게 생긴 사람한테 ‘선생님’ 이라고 하는 걸 상상해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데뷔했을 때부터 ‘나는 취직을 한다’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140자가 아닌 나 자신의 공간도 어느 정도 메꿔지잖아요. 그러면 ‘그렇게 창피하진 않겠다’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 앞에서 제가 이렇게 멋있는 척 하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요, 사실 10분 전에는 엄청나게, 죽도록 케잌을 먹고 있었습니다.”
강연회 10분 전엔 그야말로 ‘죽도록’ 케잌을 먹고 있었다는 아사이 료. 그의 강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듯 그는 “작가스러운 작가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독자들에게 어떤 작가로 남고 싶을까.
“제 자신이 작가답지 않다는 건 충분히 자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는 ‘등장인물이 내 머리 속에서 마음껏 움직인다’는 식의 경험을 한 적은 없습니다. 다른 작가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등장인물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멋대로 이러한 대사를 말했다’ 이러한 얘기를 많이 하십니다. 하지만 제가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은 ‘아, 저 사람이 지금 힘들구나, 고민하고 있구나’ 생각하셔도 될 만큼 저는 그러한 일이 없었습니다. 이런 사람이 작가답게 행동하려 보면은, 잘못된 접근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능한 한 저는 작가답지 않게, 그리고 나 자신을 일부러 꾸미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식으로 제가 외관을 바꾸기 시작하면 내용도 거짓을 쓰기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제가 마음대로 가짜 내용을 쓰지 않을까 싶어서, 저는 이대로 있고 싶습니다. 아까 말씀해주신대로 저는 적나라하게 계속 이야기를 쓰고 싶고, 그렇게 글을 쓰기 위해서 저도 적나라한 채로 남아있고 싶습니다.”
영화화된 아사이 료의 첫 작품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이번 작가와의 만남에서는 『누구』에 이어, 그의 이름을 세상에 처음 알린 책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가 상업적인 소설로는 첫 소설인데, 사실 제가 만 5-6세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5-6세 때 동화책을 보면서 ‘한번 나도 써보면 되겠지’ 하고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마음이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말하자면 ‘내가 읽기 위해서, 내가 쓴 걸 되 읽기 위해서’ 글을 쓰는 기분입니다. 이 작품 같은 경우는 주인공이 17세입니다. 17세의 나 자신을, 17세가 지난 나 자신이 다시 되돌아볼 수 있도록 쓴 작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때 그 때 제가 느낀 것을 적어서 남겨두고 싶다는 것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트위터처럼, 앞으로 5년 후에는 이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없어질지도 모르는 것들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쓰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소설이 영화화된 것에 100% 만족한다고 했다.
“제 작품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서 확장성을 띄고 그 영역이 더 넓어진다는 의미에서, 영화화에 100% 만족하고 있습니다. 원작에는 좀비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화 마지막에 좀비가 나옵니다. 이에 대해 굉장히 좋았다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좀비의 등장으로 인해서 작품의 영역이 더 확장된 것. 이러한 확장이 영화화의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작이 충실히 전해지는 것 그 이상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사이 료는 이번 작가와의 만남에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로서의 통찰력과 뚜렷한 가치관을 보여주었다. 누구나 느끼고 있지만 선뜻 입 밖에 꺼낼 수 없었던 청춘의 모습을 예리하게 그려낸 『누구』의 메시지가 전달된 시간이었다.
나는 나밖에 될 수 없어. 아프고 볼썽사나운 지금의 나를 이상적인 나에 가까워지게 할 수밖에 없어. 모두 그걸 알기 때문에 아프고 볼썽사나워도 분발하는 거야. 볼썽사나운 모습 그대로 몸부림치는 거라고. (『누구』, 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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