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치매도 이길 수 있다
『장모님의 예쁜 치매』 출간한 의사, 한의사 김철수 치매는 무엇보다 조기 예방이 중요
100세 시대에 치매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이다. 영민한 사람이라고 피해갈 수는 없는 ‘치매’. 치매에 대한 공포는 환자 자신뿐이 아니라 가족들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 『장모님의 예쁜 치매』 출간한 김철수 저자는 “치매는 얼마든지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병”이라고 지적한다.
『장모님의 예쁜 치매』는 <프리미엄조선> ‘100세 시대’ 코너의 인기 칼럼 ‘장모님의 예쁜 치매’를 묶은 책이다. 현재 ‘김철수의 예쁜 치매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 김철수(의사, 한의사)는 실제 치매 환자인 장모님을 돌보고 있는 이야기를 비롯해 저자가 25년간 환자들을 치료하며 연구한 치매의학 정보를 책에 담았다. ‘불치의 병’이라고 잘못 알려진 치매의 정의와 함께 무엇보다 중요한 치매 예방, 치매 자가 점검 요령, 혈관 건강을 지키는 생활습관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치매 환자를 돌보고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생활수칙도 눈여겨볼 만하다.
“중증 치매는 치료 노력에 비해 얻는 효과가 미미합니다. 치매 초기 단계이거나 아직 치매가 아니더라도 기억력 등의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을 때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치매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의 개선과 예방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조기 예방이 중요합니다.”
김철수 저자
생활습관만 고쳐도 치매 예방할 수 있다
‘치매는 불치의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치매에 대한 가장 큰 편견은 무엇인가요?
무조건 불치의 병이라고 생각하고 어떠한 치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치매는 발병 원인과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증상이 다양합니다. 치매의 종류와 병의 정도에 따라서 치료의 여지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치매라고 하면 말기 치매나 나쁜 치매를 떠올리는 데서 편견이 옵니다. 초기의 경우 병의 진행을 늦추는 노력은 경증의 기간을 늘리고 삶의 질을 호전시킵니다.
말기가 아닌 초기나 경증 치매 기간의 예쁜 치매는 가족들을 힘들게 하지 않으므로 돌보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사는 데 힘이 적게 들지만, 말기나 전두엽 손상으로 오는 미운 치매는 가족을 매우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전두엽 손상으로 오는 정신과적 질환은 신경정신치료를 통해 잘 조절되므로 환자를 위해서나 가족을 위해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합니다. 치매 치료는 완치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영원히 살려고 병을 치료하는 게 아닌 것처럼 치매도 완치를 위해서만 치료하지는 않습니다.
치매는 일찍 발견하면 좋은 병인데, 사사롭게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를 일찍 발견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초기 증상에 대한 지식이 중요합니다. 의심이 되면 검사를 받게 해야 합니다. 치매를 일찍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치매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때 뇌가 치매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미리 객관적으로 알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결국 증상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초기 증상에 대한 지식이 중요합니다. 발병 원인에 따라 초기 치매 증상도 다릅니다.
퇴행성 치매의 대표인 ‘알츠하이머 치매’는 기억장애와 언어장애로부터 시작합니다. 반면에 ‘혈관성 치매’의 초기 증상은 큰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발병한 위치에 따라 특이한 중풍 증상이 갑자기 생기고 어느 정도 회복되지만 후유증으로 부서진 뇌세포가 담당하던 뇌의 기능장애가 생깁니다. 반복될 때마다 뇌기능장애 증상이 누적됩니다. 반면 ‘피질하경색 치매’는 소혈관이 막히는 경우가 여러 번 누적되면서 발생합니다. 소혈관이 막히면 두통, 어지러움 등이 짧은 기간 나타나거나 무증상인 경우가 많지만 누적되어 커지면 주로 전두엽 장애 증상이 나타납니다. 의욕이 떨어지거나 충동을 참지 못하거나 성격이 바뀌거나 융통성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언어장애로 적당한 단어를 못 떠올리는 경우가 잦아지거나 성격이나 행동의 변화가 갑자기 심해지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치매에 걸리는 환자들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공통적 특징은 변화와 절제의 불편함을 싫어하여 게으르거나 무절제하게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지나치게 열심히 살거나 지나치게 꼼꼼한 완벽주의자도 있습니다. 물론 타고난 유전적인 영향이 큽니다만, 후천적으로 살아가는 생활습관에 따라 치매 발병의 형태가 달라집니다. 반면 지나치게 열심히 살면 어느 정도까지는 뇌가 좋아지지만 한계를 벗어나면 뇌가 견디지 못하고 오히려 빨리 나빠지기도 합니다.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는 의학적인 것뿐만 아니라 생활환경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환경이 필요한가요?
나쁜 생활환경은 어릴 적에 교육을 받지 못해 뇌 발달이 덜 되었거나, 영양부족 상태나 과도한 다이어트 조절로 뇌에 부담이 많았거나, 가족문화가 뇌 발달과 거리가 먼 게으른 집안에서 자란 경우 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생활환경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생활습관이 더 문제입니다. 치매 예방에 좋은 생활습관은 잘 먹고, 잘 자고, 열심히 운동하고, 열심히 살고, 술 담배 멀리하고, 불편을 피하거나 순응하지 않고, 항상 자기 내면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잘 먹는다는 것은 뇌 건강에 좋게 바른 식생활을 한다는 의미이고, 잘 잔다는 의미는 적당한 휴식으로 뇌의 과부하나 활성산소의 피해를 줄이는 것입니다. 운동을 하면 뇌 혈류 순환이 증가되고 신경성장인자의 생성도 많아지고 뇌도 많이 사용하므로 뇌가 좋아집니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열심히 사회활동을 하고 도전적이고 창의적 삶을 사는 것으로 이로 인해 뇌를 많이 사용하게 되므로 좋습니다. 술 담배는 뇌를 해치는 독이 됩니다. 익숙한 타성에 젖어 살면 뇌가 자극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니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을 피하지 말고 극복하면서 사는 것이 좋습니다. 화가 날 때 화를 내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내 잘못이 없는 경우가 없습니다. 나를 바꾸는 노력은 머리를 젊게 만듭니다.
책을 보면 “밥만 잘 먹어도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치매 환자가 먹으면 좋을 음식 또는 운동법은 무엇일까요?
잘 먹어야 된다는 말은 산해진미를 잘 먹어야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좋은 음식도 중요하고 바른 식사습관도 중요합니다. 좋은 음식은 뇌에 필요한 영양소가 잘 조화를 이룬 음식과 적당한 양의 항산화제가 들어있는 음식입니다. 바른 식사습관의 핵심은 뇌는 주로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므로 폭식, 금식 등으로 뇌에 포도당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좋지 않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만 운동법도 중요합니다. 운동은 하기 싫은 것을 하는 것이므로 의지력이 커지고 활력이 커집니다. 코로 숨 쉴 수 있는 강도의 운동을 30분 이상 가능하면 매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도 중요하지만 자주 자주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믿음과 사랑을 표현해주는 것이 절실
최근 저자님이 치료한 환자 중에 인상적이었던 회복 케이스를 소개해주신다면?
최근에 70대 중반 여자 환자가 모 대학병원에서 수두증(머리에 물이 많이 차는 병)에 의한 치매로 진단받고 허리에서 뇌척수액을 뽑고 오셨어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물이 차면 수술해야 된다고 하셨습니다. 중간에 한약 치료를 받고 다시 검사하러 가셨는데 물이 더 이상 차지 않아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물론 약을 안 드셨어도 물이 다시 차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환자분은 약이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크셨고 열심히 따라주셨습니다.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떤 성격을 가진 치매 환자들이 회복이 빠른가요?
의사를 잘 믿는 사람, 치료에 긍정적인 사람, 꾸준히 치료를 받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본성은 극한 상황에서는 악한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체로 선합니다. 의사를 믿으면 의사는 지식 보따리를 풀며 정성을 다하고 환자와 함께합니다.
약 처방과 수술을 하는 경우는 치매 환자의 몇 %에 해당되나요?
약 처방과 수술에 대한 통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통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치매 환자 중에 수두증, 뇌종양, 뇌전증, 경막하출혈과 뇌혈관이 막힌 경우 중 일부는 수술로 치료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약물 치료로는 인지기능을 돕는 약과 문제 행동에 대한 정신신경치료가 있습니다. 인지기능을 돕는 약은 진행을 조금 늦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제가 한약 처방으로 임상을 하고 있지만 한의학적 약물 치료는 개념이 복잡하지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치매 환자에게 이 말만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은 금해야 하며, 또한 불안하게 하는 말도 좋지 않습니다. 바보 취급하거나 버린다는 말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치매 환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아닙니다. 뇌신경세포와 신경망이 많이 부셔져 기억이나 여러 가지 사고기능이 떨어지긴 했어도 자존심이나 감정조차 다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신경망이 단순해져 감정의 상처가 더 클 수도 있습니다. 또한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이 큽니다. 무엇보다 믿음을 주어야 하고 가족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시켜주는 것이 약만큼이나 중요합니다.
현재 장모님의 건강은 어떠한 상황인가요?
장모님께서 이번 지방선거에 투표를 하셨습니다. 딸도 못 알아보시던 분께는 장하시고 기적적인 일이지요. 비가 오지 않는 한 거의 매일 도우미 아줌마와 집 밖으로 운동 삼아 외출을 하십니다. 제가 퇴근해서 “낮에 어디 갔다 오셨습니까?” 하고 여쭤 보면, 아줌마를 쳐다보시면서 “우리 아무 데도 안 갔지?” 하십니다. 제가 아줌마를 쳐다보면 아줌마는 “아니? 할머니! 아파트 사무실과 노인정 쪽에 갔다 오셨잖아요?” 합니다. 장모님께서 “그랬나?” 하십니다. “할머니 다 알고 계세요! 아파트 사무실 앞에 가셨을 때, ‘여기서 투표했어!’ 하셨어요.“ 제게 농담도 하십니다. 기억장애가 심하신 것 말고는 정상인과 크게 다를 것이 없으십니다. 예쁘게 나이 드시는 거지요.
치매 환자를 가족으로 두고 있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치매 가족이 있으신 분들은 포기하지 마시고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힘들지만 밝고 긍정적인 환경과 사랑으로 이겨내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겪었기 때문에 얼마나 힘들고 두려운지도 잘 압니다. 그럴수록 가족이 협력하여 방법을 찾고 연구해야 합니다. 저희 환자분들 중에는 가족회의를 해서 돌아가면서 환자를 돌보고 사랑과 약으로 노력하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서로 의지하고 위안하면서 오히려 가족애를 확인하고 화목해지는 가정도 봤습니다. 치매 환자도 중요하지만 돌보는 분들의 정신적, 육체적 휴식과 건강관리도 매우 중요합니다. 돌보는 가족이 건강해야 치매 환자를 밝게 돌볼 수 있고, 치매 치료는 장기적이기 때문입니다.
치매는 유전병인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약 20%는 유전적 경향이 큽니다.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있다면, 특히 조발성 치매가 있는 경우 유전병일 가능성이 더욱 크므로 가족들의 철저한 조기 예방이 매우 중요합니다. 부모의 치료에만 신경 쓰고 자신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유전병이 없더라도 나이가 많아지면 치매 발병은 증가합니다. 백세시대에 접어들어 이제 누구나 치매에 걸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은 정말 힘듭니다. 치매를 두려워하지만 말고 지금부터라도 치매에 대한 예방적인 노력을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치매는 이길 수 있는 병입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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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치매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조기발견과 예방이 치매 치료의 가장 좋은 시작이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건강한 노후 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하며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치매는 빼놓을 수 없는 주요 키워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