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선 이소영 국회방송 기자가 본 맨얼굴의 국회
『나를 위한 최소한의 정치 상식』으로 국회의 여러 모습을 소개해
내일은 지방선거 날이다. 선거 때마다 꼭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 한 명 뽑는다고 세상이 달라지나." 무관심을 넘어서 정치 혐오증에 걸린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바로 『나를 위한 최소한의 정치 상식』이라는 책을.
비난보다 더 무서운 게 무관심이다. 올해 지방선거가 있지만, 여전히 정치 혐오증이 만연하다. 뽑을 사람이 없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투표로 세상이 바뀔까, 이런 무력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테다. 그럼에도 우리가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라면, 투표가 대의민주주의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정치 행위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크게 3가지 선거가 있다. 대통령을 뽑는 대선,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그리고 올해 있을 지방선거. 이중에서 가장 흥행하는 선거는 대선이다. 아무래도 대통령이 가진 권한이 센 사회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국민에게는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지만, 국회의원은 국민의 뜻을 대신해서 법으로 발의한다. 정작 우리는 국회의원이 어떤 사람인지, 국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국회TV>의 두 기자가 힘을 합쳤다.
『나를 위한 최소한의 정치 상식』은 국회에서 수년간 의정활동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취재하며 보도한 두 기자가 함께 쓴 책이다. 두 저자는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입체적으로 썼다. 고등학교 정치 교과서처럼 딱딱하게 설명하지 않고 독자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소재를 많이 다뤘다. 국회의사당이 여의도에 자리잡기까지 역사, 선거를 둘러싼 속설, 국회 안의 다양한 장소, 국회의원의 패션, 국회의 의원실 배치 기준 등이 그렇다. 특히 국회의원, 입법 공무원, 의전 통역관 등 국회 안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을 묘사하는 대목에서 두 기자의 따뜻하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양윤선 기자와 이소영 기자를 국회에서 만났다.
이소영 기자(좌) 양윤선 기자(우)
맨얼굴 그대로의 정치를 보여주기 위해 낸 책
양윤선(이하 양) : 정치부 기자로 일하면서 질문을 자주 받아요. 국회방송 기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국회의원은 어떤 사람인지, 국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책을 내서 이런 질문에 답변하면 어떨까, 해서 책을 쓰게 됐죠.
이소영(이하 이) : 처음 국회방송에 입사할 때가 20대 중반이었고 어느덧 30대가 됐는데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생각의 깊이나 정치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어요. 이 책은 현실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제 세대 젊은이를 위해 썼어요. 젊은 세대에 만연한 현실 정치 혐오증을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비판은 좋지만 알고 비판하자는 취지로 국회, 국회의원, 정치권 전반에 관해 상세히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균형과 공정성을 제일의 가치로 하는 국회방송 기자들이 공동으로 저술했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정치색도 입히지 않은 맨얼굴 그대로의 정치를 보여주는 안내서입니다.
국회방송은 다른 방송사나 신문사 등 매체와 비교하자면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이 : 우선 상업광고가 없으니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아요. 국회방송은 3가지가 없습니다. 상업광고, 편집, 해설 이렇게 3가지가 없는 방송이죠. 물론 편집과 해설이 허용된 몇 가지 프로그램이 있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의정 중계가 국회방송의 설립 목적이라 있는 그대로 전달하죠. 그런데 의정 중계를 몇 시간 동안 그대로 하다 보면 시청자가 보기에 다소 지루할 수 있어요. 복잡한 사안은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고요. 이걸 정리해서 사실을 전달하는 팀이 보도팀이고 그 역할을 기자들이 합니다. 국회방송 기자는 의정전문 기자인데요. 다른 기자는 사회부, 문화부, 정치부 이렇게 순환 근무를 합니다. 반면 국회방송 기자는 국회 안에서 다년간 오랫동안 깊게 연구를 하고 깊게 취재를 하니까 그만큼 전문성이 갖춰지죠. 출입처나 취재 활동은 다른 매체 기자와 비슷합니다.
두 분 다 다른 매체에서도 기자 활동을 했습니다. 국회방송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쾌감이 있다면?
이 : 정치가 생물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생물이라는 건 살아있다는 의미인데요. 그만큼 역동적이었어요. 사이클은 분명해요. 4년마다 총선거가 치러지고. 20년에 한 번씩 대선과 총선이 겹치죠. 하지만 작년과 같이 되풀이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매년 달랐어요. 이번 지방선거만 해도. 세월호가 등장했어요. 지방 선거 결과도 몰라요. 정치가 현안, 사건에 따라 가장 영향을 많이 집는 집단이다 보니 이런 게 가장 재밌어요. 이렇게 일하다 보니 한 번도 지루해지거나 쳐진 적이 없었어요.
양 : 거의 비슷해요. 저도 20대 중반에 시작했는데요. 치열했어요. 역사의 현장에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도 벅찼고 국가 전체를 뒤흔들 만한 큰 이슈 한가운데 기자로 서 있다는 것. 여기서 얻는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항상 깨어있고, 살아있음을 느껴요.
국회 안에서 근무하고 국회의원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본 기자들이 쓴 책이라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이 : 직업에 관해 물어보는 학생, 후배가 있는데요. 어떻게 준비하면 된다고 과정을 설명하기보다는 기자가 왜 되고 싶으냐고 물어봐요. ‘왜’라는 물음에 선뜻 자기 생각을 제대로 답변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요. 마이크 들이대는 모습이 멋져 보여요, 이렇게 답하기도 하고요. 멋있어 보이는 부분은 빙산의 일각이에요. 기자가 월급이 많은 직업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아주 지위가 높지도 않잖아요. 그럼에도 제가 기자를 하는 건 사명감이 있기 때문이에요. 기자의 또 다른 이름은 역사가입니다. 제가 쓴 기록을, 역사를 후대가 읽는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양 : 아주 어렸을 때부터 꿈이 기자였어요. 매체가 국회방송이 될 거라곤 생각은 못 했지만요. 그래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했고요. 잘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이제 “네”라는 대답에 자신감이 생기는 연차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꿈을 이루고 내 기사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드림워커(dream walker)라고 할 수 있죠.
내 삶을 바꿀 가장 확실한 도구, 정치
정치란 OO다, 라고 한다면?
이 : 정치는 내 삶을 바꿔줄 가장 확실한 도구에요.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길을 가던 여우가 높은 담장에 달린 포도를 보고 먹고 싶었지만, 여우의 능력으로는 딸 수 없었죠. 그래서 그 여우는 포도가 맛없을 거라고 정신 승리하며 포기했다고 하죠. 누구나 살아가면서 저런 경험을 해봤을 거예요. 에이 이건 내 능력으로는 안 될 일이야, 저건 원래부터 저럴 거야, 하면서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원래부터 그런 건 없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만 하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직접 나서서 해결하고 살기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 이게 정치입니다.
책을 함께 쓰면 힘든 점도 있을 텐데요. 책 쓰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이 :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하고 꼼꼼하게 시장조사를 하는 점이 가장 어려웠고 공을 많이 들인 부분이었습니다. 책 쓰기 전에 시장조사를 했는데요. 유사한 책이 드물었어요. 국회 출입했던 기자가 쓴 책은 몇 권 있었습니다. 약간 뒷담화 형식의 책이었죠. 그런데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칼럼 식으로 쓴 『나를 위한 최소한의 정치 상식』 같은 책은 없었어요. 그래서 반드시 필요한 일을 우리가 해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책에도 언급하셨지만 국회에는 국회의원 외에도 다양한 사람이 일하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사람을 꼽는다면?
양 : 아무래도 국회의원이죠. 막내 기자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국회의원의 일정 조사입니다. 어떤 회의가 열리는지, 의원끼리 어떤 모임을 하는지, 또 어디서 어떤 세미나가 열리는지, 아무리 작은 모임일지라도 조사를 합니다. 그렇게 조사해보면 하루 일정이 어마어마해요. 그것을 다 소화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거든요.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보좌관이 써준 걸 그대로 읽고, 선거 때만 잠시 바쁠 것 같지만 사실 그분들이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고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의정활동에 매진해요. 당시 막내기자로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국회의원의 첫번째 자질은 강인한 체력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이 : 국회 건물 안에 국회의원 300명만 있는 줄 알지만, 국회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습니다. 입법 지원하고 국회를 운영하는 입법부 공무원도 있고요. 그중에 특이한 직업군이 통역관이에요. 외교부나 국방부 같은 곳에도 통역관이 있긴 하지만 그 규모가 각 부처에 한두 명 정도입니다. 국회에는 한 팀이 꾸려져서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다국어로 지원해요. 국회의장이 해외순방할 때 지원 나가기도 하고요. 세계 각국의 귀빈이 국회에 왔을 때 통역과 자료 번역을 담당하죠. 실제로 들여다봤을때 그분들의 업무 강도가 정말 셌어요. 통번역에만 쓰는 고급 단어를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요. 의전도 함께 수행하거든요.
우리가 꼭 투표해야 하는 이유
국회 여러 장소를 소개했습니다. 어떤 장소를 가장 좋아하세요?
양 : 의원동산을 좋아해요. 그곳에 사랑재라고 예쁘게 지어놓은 건축도 있고요. 숲길도 예뻐요.
이 : 후생관이요. 안경점 있고, 약국 있고, 서점 있고. 필요한 게 다 있어요. 국회 안의 작은 백화점이죠.
국회의원들도 국회 내 후생 복지시설을 자주 이용한다고 하던데요.
이 : 특히 여성 국회의원이 미용실을 많이 이용해요. 국회가 지리적으로 보면 조금 고립되어 있어요. 미용실은 여의도역까지 가야 있고요. 그러다 보니 국회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 하죠. 국회의원이 바빠요. 분 단위 일정을 소화해야 하고. 그리고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다 보니 밖에서 뭔가를 하기가 꺼려질 수도 있어요.
이번 주 수요일에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7월에는 재보궐선거도 예정돼 있고요. 우리가 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이 : 지방선거니까 더 와 닿을 거예요. 국회의원은 4년 임기 내 얼굴을 몇 번 보겠어요.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로 내가 사는 시를, 구를 운영할 사람을 뽑잖아요. 교육감도 뽑고요. 내 삶과 더 밀접하게 연관돼 있거든요. 내가 안 뽑아도 누군가 뽑겠지, 그리고 누군가가 뽑히겠지 하다 보면 우리 삶이 삶의 질이 하락해요. 적극적으로 나서서 내 권리를 대변해 줄 사람을 뽑는 게 국민의 역할이에요. 투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양 : 법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게 많아요. 세월호도 법이 미비했기에, 막을 수 있었는데 참사로 드러난 거죠. 법이 우리 생활에 밀접해요. 당장 소득공제가 그렇고요. 이게 다 국회에서 정하잖아요. 국회에서 어떤 법을 추진하는지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우리 생활에 도움이 많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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