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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문출판사 눈빛, 눈 밝은 독자를 기다린다

① 특색 있는 출판사를 찾아가다 눈빛출판사, 사진독자라는 새로운 독자층을 형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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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올해로 창립 26주년을 맞은 눈빛출판사는 사진집, 사진이론서, 사진기술서를 중심으로 사진과 관련한 역사, 인류학, 미술 분야의 책 500여 종을 출판해 왔다. 유일무이한 사진전문출판사로 이렇게 오랫동안 책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규상 눈빛출판사 대표를 만나보았다.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입니다. <채널예스>는 ‘책의 날’을 맞아, 특색 있는 책을 만들고 있는 출판사와 잡지사를 만나보고, 양서를 추천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2년 통계에 의하면, 대한민국에 있는 출판사는 총 4만 2천157개다. 2003년 2만 782개를 시작으로 해마다 수천 개씩 출판사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1년에 책을 1권도 발간하지 못하는 출판사가 94%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면, 출판사의 수만큼 책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출판사들의 모토는 각기 다르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데 열을 올리는가 하면, 스테디셀러에 집중하는 출판사도 있다.

 

1988년 창립해, 올해로 26주년을 맞은 눈빛출판사는 명확히 후자다. 사진집, 사진이론서, 사진기술서 등 전문서적으로 발간하는 출판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눈 밝은 독자들은 언젠가 좋은 책을 발견해준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눈빛출판사는 사진기술서가 전부였던 사진출판 분야에 사진사(寫眞史)와 함께 현대사진의 제이론을 소개하고, 역량 있는 새로운 작가를 배출해 다큐멘터리 사진의 부흥을 불러일으켰다. 형식주의 사진 일변도인 한국사진에 동화되지 않고, 작가주의 사진가들의 오랜 권위와도 선을 그으며, 기록과 재현으로서의 사진을 일궈 왔다. 수많은 전문서적 출판사가 새롭게 문을 열고 닫을 때, 눈빛출판사는 한 해도 빠짐없이 저자를 발굴하고 책을 펴냈다. 이경모, 김기찬, 이형록, 김한용, 구와바라 시세이, 윤주영, 전민조 등 작고 및 원로 사진가들의 사진을 발굴한 것도, 미술평론가 존버거의 저서를 선구적으로 소개한 것도 ‘눈빛출판사’다.

 

눈빛

 

책에서 얻은 수익은 책에 투자한다


‘국내 유일의 사진전문출판사’ 눈빛은 서구화, 산업화로 잃어버린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한 책들을 주력해 출간하고 있다. 저자를 선정할 때, 사진의 완성도가 첫째로 보지만 진실성이 있고 자기세계가 분명한 작품이라면 출간을 염두에 둔다. 대부분의 출판사가 저자와의 계약기간 동안만 책을 관리하는 데에 반해, 눈빛출판사는 장기간 저자와 책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이규상 눈빛출판사 대표는 “전문서적이다 보니, 단시간에 팔리는 책들이 많지 않다. 덕분에 오랫동안 관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눈빛출판사에서 책을 펴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모든 사진에 맥락을 부여하는 것이다. 첫 페이지의 사진부터 마지막 사진까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배치한다. 전문서적인 까닭에 마케팅에는 큰 힘을 쏟지 않는다. 눈빛출판사는 좋은 책은 언젠가 독자가 알아준다는 무한한 믿음이 있다. 이규상 눈빛출판사 대표는 “책 값을 놓게 책정하지 않는 편이다. 독자들이 살 수 있을 정도의 가격으로 500부라도 판매해 저자에게 작은 인세라도 줘야, 다른 책들이 또 다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아날로그시대의 출판물을 정리하는 ‘눈빛 아카이브’ 시리즈를 펴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력이 많이 들지만, 시대의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한다는 책임감으로 꾸준히 출간할 계획이다.

 

눈빛출판사는 “전문성이 곧 대중성”이라는 신념 아래, 전문출판사로서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다. 직원은 세 명뿐이지만, 기획부터 교정, 편집, 인쇄 감리 등 각자의 역할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규상 대표는 사진에 관심이 많지만 작가로 활동하지는 않는다. 이 대표는 “사람에게는 주어진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작가라는 이름보다 편집자, 경영자의 역할이 걸맞다”고 말했다. 눈빛출판사가 26년간 책을 펴낼 수 있었던 이유로는 ‘책에서 나온 수익은 다시 책에 투자하는’ 출판사의 사명을 꼽았다. 또한 오로지 책을 펴내는 일에만 열중했던 것이 눈빛출판사의 저력이다. 눈빛출판사의 주요 독자는 사진전공자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사진애호가가 늘면서 일반 독자들도 사진집을 즐겨 찾는다. 최근 2년간 눈빛출판사의 스테디셀러는 임재천의 『한국의 재발견』과 김기찬의 『골목 안 풍경』, 최민식의 『휴먼 선집』 등이다.

 

눈빛

이규상 눈빛출판사 대표

 

지난해 눈빛출판사는 창립 25주년을 맞아 기념도서전을 열고, 신간 사진집 3종을 선보였다. 임재천의 『한국의 재발견』, 정태원의 『서울발 사진종합』, 이창성, 전민조 등 한국사진작가협회가 엮은 『한국의 보도사진』이다. 『한국의 재발견』은 450부가 사전예약으로 마감되고, 출간 열흘 만에 2쇄를 찍을 만큼 큰 반응이 있었다. 오는 4월 말에는 이스라엘계 프랑스인이 집필한 한국 여성들의 삶을 기록한 『한국의 여성들』이 출간될 예정이다. 이규상 대표는 “지금까지 만든 책 가운데, 에피소드가 가장 많을 정도로 애를 많이 쓴 책이다. 1920년대에 태어난 여성부터 1990년대 젊은 세대 여성들까지 골고루 인터뷰했다. 전통의 굴레 안에서 한국여성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깊이 있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눈빛출판사에서는 4월 2일부터 6월 4일까지 한겨레신문사와 함께 사진 토크쇼 ‘사진의 정체성을 찾아서’를 진행한다. 한국사진의 미래에 대해 살펴보는 강연으로 신수진, 신미식, 원덕희, 구본창 작가 등이 참여한다. 사진전공자들을 비롯해 사진애호가들의 반응이 뜨겁다.

 

눈빛

 

눈빛출판사가 선정한 스테디셀러


북녘사람들(1989년)
프랑스의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인 크리스 마커가 6.25전쟁 이후 북한의 모습을 담은 책. 2008년 저자의 동의를 얻어 개정판으로 재출간해 한국어판이 현재 남아 있는 크리스마커의 유일한 북한관계 사진집이 되었다. 한국어판이지만, 저자의 명성에 힘입어 미국과 유럽에서도 종종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격동기의 현장(1989년)
해방과 분단의 민족사를 기록한 이경모의 사진집으로 출간 당시, 언론의 큰 호평을 받았다. 일본사진가협회 회보와 잡지 <아사히 카메라>에도 소개되었으며, 사진집 사상 초유의 6쇄를 기록했다. 2010년 특대판으로 개정 출판했다.

 

제7의 인간(1992년)
미술비평가이자 소설가, 사진이론가로 널리 알려진 영국 작가 '존 버거'의 저서로,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을 기록했다. 1970년대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의미는 한국뿐 아니라 지구 전체의 현실에 해당된다. '제7의 인간'은 그 당시 유럽의 육체노동자 일곱 명 중 한 명이 외국에서 들어온 이민노동자인 데서 붙여진 제목이다.

 

행운아(2004년)
존 버거가 집필하고, 장 모르가 사진을 찍은 작품으로, 영국의 작은 시골마을 의사 ‘존 사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존 버거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불행아’로 만드는 현대사회에서 ‘총체성’을 지닌 ‘행운아’인 한 시골의사의 삶을 통해, 인간의 삶에 부여되는 가치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사진예술개론(2007년)
사진작가 한정식 교수의 『사진예술개론』의 개정판. 미술개론과 같은 성격의 개론서로 사진이란 무엇인가, 사진의 특성, 카메라, 렌즈, 촬영, 빛, 사진적 시각, 주제와 소재, 엮음사진, 사진과 예술, 사진의 역사적 전개 순으로 소개하며 기초 이론에 실제 작업한 사진을 함께 논했다.

 

골목안 풍경 전집(2011년)
사진가 김기찬의 사진전집. 기존에 나왔던 김기찬의 사진집들이 절판되거나 품절되기 시작해 눈빛아카이브 전집으로 묶어 출판했다. 출간이 되지마자, 4쇄를 돌파하는 등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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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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