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크스(Kinks, The) <Something Else By The Kinks> (1967)
전작
<Face To Face>는 그런대로 성공을 거둔다. 음반 발매 전후로 발표했던 싱글들, 「Dedicated followers of fashion」 이나 「Sunny afternoon」 과 같은 곡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고 앨범도 자국 차트에서 12위라는 위치에 이름을 새긴다. 이쯤에서 잠시 차트 기록에 대해 얘기한다면, 사실 이 작품 이후로 킹크스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이보다 높은 순위에 오른 음반은 없다. 그 뒤로는 10위권 언저리에도 오지 못 하고
<The Village Green Preservation Society> 음반서부터는 이름도 못 올린다. 혹여나 순위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 지금 언급할 음반
<Something Else By The Kinks>까지만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면 되겠다. 음반이 나온 해는 1967년. 알다시피 1967년은 기록적인 해다. 명반들이 쏟아져 나왔고 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자리를 공고히 했다. 비틀스의 페퍼 상사가 이 때 출현했고 지미 헨드릭스와 도어스, 트래픽, 핑크 플로이드의 출발이 같은 해에 이뤄졌으며
<Disraeli Gears>를 내놓은 크림과 더 후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같은 해에 나온
<Something Else By The Kinks>는 눈에 잘 안 띄는 앨범이다. 당대에 이름을 날리던 수많은 마스터피스들과 비교해도 어딘가 모자라 보였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가치가 높아진 프랭크 자파나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작품들과 지금 나란히 해봐도 쉽사리 눈길을 끌지 못한다. 확실히 시류와는 동떨어진 음반이다. 그 무렵의 미국과 영국 밴드들처럼 사이키델릭의 물결을 탄 것도 아니었거니와 뉴욕 언더그라운드 신처럼 아주 유별난 음악을 한 것도 아니었다. 허나,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은 킹크스는 진작부터 독자의 노선을 구축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영국적인 색채를 기반으로 세밀한 사운드를 꾸려가기 시작했으며 스토리가 내재된 텍스트로 음악에 서사를 부여했다.
대중의 시선과는 관계없이, 절정으로 향해가는 레이 데이비스와 킹크스의 역량은 이 음반을 명반의 위치로 올려놓는다. 독특한 멜로디와 코러스로 시선을 잡아채는 「David Watts」 가 첫 트랙에 위치하며 앨범 전반에 기묘한 분위기를 깔아놓는 「Death of a clown」 와 「Two sisters」 가 음반의 색채를 정의한다. 이는 후반부의 「Lazy old sun」 과 「Afternoon tea」 도 마찬가지. 「Death of a clown」 과 함께 데이브 데이비스의 작곡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Love me till the sunshine」 역시 음반을 멋지게 빛내며, 세션으로 자주 킹크스와 작업했던 니키 홉킨스의 키보드 연주가 로킹한 「Situation vacant」 도 단연 꼽아야할 곡이다. 그러나 의외로 베스트 트랙은 마지막에 달렸다. 「End of the season」 의 음울한 공기를 묘하게 이어받는 「Waterloo sunset」 이 바로 그것. 배킹 보컬에서의 은근한 하모니와 데이브 데이비스의 기타 연주, 무심하면서도 약간은 적적히 워털루 역의 정경을 읊는 레이 데이비스의 목소리가 이루는 사운드는 작품 최고의 결과라 해도 손색이 없다.
사실 킹크스의 디스코그래피에서도
<Something Else By The Kinks>는 그 빛이 다소 약하다. 밴드의 변신을 선언한
<Face To Face>가 바로 앞에 있고 색이 강한 두 콘셉트 음반
<The Village Green Preservation Society>과
<Arthur>가 작품의 뒤를 바로 이어 완전히 끼인 모양새다. 다만, 시류의 형세나 흐름상의 맥락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것들이 종종 있지 않았던가. 대표적인 결과물을 하나 꼽자면 이 음반을 택해야겠다. 앨범은 창작력이 한창 빛나던 순간에 나온 작품이다. 1967년 많은 이들의 눈앞을 사로잡은 것은 사이키델리아의 휘황찬란한 빛깔들이었지만 채 보지 못한 수면 밑에도 화려한 환각만큼이나 아름다운 선율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킹크스는 그 중에서 한 지분을 큼지막하게 가져가고 있었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추천 기사]
-왜 지금 셜록 홈즈인가?
-일본에 ‘스끼다시’는 없다
-죽일만한 사람만 골라 죽이는 살인범은 무죄?
-한지민 “30대 여배우의 고민, 다르지 않아요”
-거물급 스파이, ‘침저어’(沈底魚)를 찾아라!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