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형 연출가 “유머란 현실을 이겨내는 감각”
<웃음의 대학> 연출가 김낙형 인터뷰
이 작품의 매력이랄까? 좋은 점이라면 제목과 주제와 형식이 일치되어 있는 느낌이 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연극 형식이기도 하고요. 제목과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는 연극은 연극으로써 힘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웃음의 대학>은 마침 웃음이라는 구성 안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잘 갖추어진 텍스트입니다. 이런 작품을 만나니 마침 저한테도 웃음을 한번 그 삼일치 안에서 다루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2008년 11월 <연극열전 2> 아홉 번째 작품으로 국내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100% 기록, <연극열전 2_AWARDS> 작품상과 배우상 수상 및 전국 누적 관객수 30만 명을 기록한 <웃음의 대학>이 지난 11월, 대학로 복합문화예술공간 유니플렉스2관 개관작으로 선정되어 관객들과 다시 만나고 있다. <웃음의 대학>은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로 한국 관객과도 친숙한 일본 최고의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대표작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희극을 모두 없애버리려는 냉정한 검열관과 웃음에 모든 것을 건 극단 ‘웃음의 대학’의 작가가 벌이는 7일간의 해프닝을 웃음과 감동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연출은 <맥베드> <민들레 바람 되어>로 주목받은 극단 죽죽(竹竹)의 대표이자 극작가 겸 연출가인 김낙형이 맡아, 유쾌하고 따뜻한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6년 전 <웃음의 대학>을 관객 입장으로 접했던 김낙형 연출가는 당시의 좋은 기억 덕분에 연출을 수락했다.
김경주 : <웃음의 대학>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부터 궁금합니다. 김낙형 : 6년 전인가? 2회 ‘연극 열전’ 때 저는 <민들레 바람 되어>를 연출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관객의 입장으로 공연을 봤었어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초연을 이해제 연출이 맡았는데 이번엔 개인적으로 그 분이 바쁜 일로 인해서 저한테 섭외가 왔습니다. 당시의 좋은 기억도 있고 대본을 읽어 보고 결정했습니다. 김경주 : 제가 본 김낙형 연출가의 특징이라고 할까요? 굉장히 진중하고, 무거운 것도 있었고 때로는 관념적인 작품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웃음의 대학>을 연출하신다고 했을 때 주변에 의아해했던 사람들도 꽤 있었을 것 같은데요. <웃음의 대학>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코드가 웃음인데, 웃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낙형 : 개인적으로 새로운 연극이나 진중한 연극을 좋아하다 보니 제 자신도 조금 덜 웃게 되고 제 작품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조금 웃음이 줄어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오곤 했습니다. 전 농담도 많이 하는 편이고 재밌는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며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고 그랬는데 최근 들어 작업을 하다 보니 진지해지고, 그런 텍스트들을 중심으로 다루다 보니 유머가 많이 빠지기도 했죠. 그 와중에 <웃음의 대학> 연출 제안이 들어왔어요. 이 작품의 매력이랄까? 좋은 점이라면 제목과 주제와 형식이 일치되어 있는 느낌이 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연극 형식이기도 하고요. 제목과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는 연극은 연극으로써 힘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웃음의 대학>은 마침 웃음이라는 구성 안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잘 갖추어진 텍스트입니다. 이런 작품을 만나니 마침 저한테도 웃음을 한번 그 삼일치 안에서 다루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웃음이, 단순히 표현만 가지고 사람을 웃기는 게 아니라 텍스트 내부에서도 살아 움직이며 재밌는 부분들이 표현바깥으로 휘발되지 않고 유지되면서 주제까지 연결해 가더군요. 욕심이 좀 생겼어요. 웃음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생각해왔다 김경주 : 연극이라는 장르만이 줄 수 있는 형식과 주제로서의 웃음이 있을 것이고, 거기에 매료되었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요즘은 소위 웃음을 대중들에게 그냥 ‘소비’시키는 연극들도 많은데요. 이 작품만이 가지고 가는 고유한 극성으로써의 웃음의 요소가 궁금합니다. 또 연출가의 입장에서 웃음을 극성으로 표현해 내는 데 집중하신 부분이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김낙형 : 초연의 장치를 많이 가져갔어요. 이미 웃음의 코드가 어느 부분인지는 자료들 속에서나 초연을 봤던 관객의 입장으로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연출이 할 게 별로 없었죠(웃음). 오히려 전 좀 정리하는 입장으로 작품에 참여한 것 같아요. 텍스트 상에도 충분히 표현되어 있고, 배우들이 텍스트를 잘 따라주기만 하면 되었거든요. 웃음을 강조하기 위해서 쓴 장치나 요소들은 초연에 비해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극 속에 웃음의 소비가 많은 연극과 구별되는 <웃음의 대학>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한번 생각해 본다면, (사실 웃는 것 자체에 양질이 어디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웃음의 목표를 어디에 두냐에 따라서 조금은 다른 웃음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은 해봅니다. 저 또한 ‘공연 때 양질의 웃음이 많아야 된다, 휘발성 웃음이 지양되어야 된다’식의 강박보다는 오히려 인간에게 있어서 웃음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생각해왔던 것 같고요. 작품 속에서 실제로 웃음이 많이 존재하고, 공연 중에 웃음이 많이 있는 것 역시 소통에 있어서 중요하지만 작가가 말하듯이 이 세상이 이렇게 서민들의 웃음을 빼앗고, 이러한 사실을 사라진 웃음을 보여준다면 액면 그대로의 웃음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자기표현과 행복감의 표현으로서 웃음은 좀 더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작품 속 연극의 배경인 1940년대는 분열의 시대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금의 현재성이 녹아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언론이나 권력기관에 의해서 표현이 많이 잠식되고, 또 문화에도 검열이 이루어지며 보이지는 않는 많은 제한이 가해지거든요. 그런 가운데 ‘웃음’의 중요성을 관객들에게 조금 더 확장시켜 자유의 일부분으로 의식하게 해주는 것도 작품의 메시지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현실과 많이 닿아 있는 부분이 있는 거죠. 김경주 : 웃음도 인간 자유의 한 표현이며 부분인데, 시대적인 측면에서 감춰진 부분을 드러내고 싶었다는 부분이 좀 더 궁금해지는 데요. 자연스럽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성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김낙형 : 한국 사회는 웃음이 적다. 혹은 어느 공연에 있어서 웃음이 적다, 라는 말이 넘치지만 그런데 TV에는 웃음이 넘쳐나고 있잖아요. 코미디 프로그램은 웃음이 70%를 차지하고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웃음을 콘텐츠화 하고 있어요. 근데 그건 자세히 보면 거기서 웃음은 소비 같아요. 어느 사이에 대중은 웃음을 소비하고 있는 거죠. ‘외국 공연들이 웃음이 많고 우리 공연은 유머감이 없다’는 라는 말이 들릴 때 마다 ‘오히려 우리 무대가 더 웃기기도 한데 왜 그런 말이 나올까?’ 생각해 보게 되요. 아마도 그건 유머감각의 문제 같아요. 웃음이나 유머 자체는 우리에게도 넘쳐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관람하면서 웃음을 소비만 하는데 보는 사람도 유머감각이 길러져야 되고, 자기 검열을 빼면 그 다음에 유머가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유머감각이 있다는 건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어떤 감각을 기른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유머를 통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고 일상으로 돌아오더라도 유머를 통해 받았던 그 시간이 내면에 남아 있는 거죠. 김경주: 유머감각은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길러지는 것도 분명히 있을 텐데요? 타 장르가 아닌 연극을 통해 유머감각이 길러질 수도 있을까요? 김경주 : 수용하는 관객이나 대중들 역시 유머를 대하는 태도가 바뀐다는 말씀이군요. 관객이 연극을 보면서 이야기 속에서 함께 성장해 나가야 유 감각이 발달해 간다는, 그 균형이 중요하다는 말씀처럼 해석해도 될까요? 사실 유머라는 게 긴장이 확보되어야지만 터져 나오는 순간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김낙형: 그렇죠.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유머감각이라는 부분은 분명 동시대적인 호흡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극단 죽죽(竹竹)의 대표이자 극작가 겸 연출가 김낙형. 1970년 출생 <민들레 바람 되어> 등을 연출했다. 텍스트 안에서 배우들의 개성이 발휘되는 작품 <웃음의 대학> 김낙형 : 초연의 경우에는 텍스트를 해석하면서 나름 배우 개인의 연기 창조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후반부 쪽은 중 극장에서 소극장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관객한테 더 쏠쏠한 재미를 주기 위해서 애드리브 같은 것들이 조금 많이 들어갔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작이나 극장의 변화라든지 하는 환경의 부분도 작용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지속되면서 텍스트와 조금 멀어지는 측면도 있었던 것 같아서 그런 점에서 텍스트를 좀 더 충실히 따르려고 했습니다. 텍스트만 따라와도 충분히 재밌으니까요. 애드리브는 자칫하면 그냥 웃고 말수 있으니까요. 텍스트를 따라 웃음의 드라마를 끌고 가고 싶다는 배우들의 열의도 컸고요. 배우마다 또 드라마를 가져가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맡긴 부분도 있어요, 자기 개성에 맞게. 너무 한 쪽으로 끌고 가거나, 이거라고 확정지을 수가 없는 게 많기 때문에, 배우들에 맞게 맡겨서 진행을 한 부분도 많고요. 텍스트 안에서 당신의 개성이 발휘됐으면 좋겠다고 자주 얘기했죠. 김경주 : 배우들이 이 작품을 대하면서 갖게 되는 고유한 속도가 있을 것이고, 또 연출이 바라보는 속도가 있을 텐데, 단순하게 유머를 적용시키거나 드라마를 끌어내기 위해서 이 작품만이 가지고 있는 속도의 균형이랄까? 연출이 보는 작품의 특징과 속도에 대한 부분들이 궁금합니다. 김낙형 : 이 작품에서의 속도는 “빠르다, 늦다”라고 단정 지어 얘기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엉뚱함이 끼어들고 어이없는 게 툭 튀어나오면서 특유의 속도감을 만들어 내는 거죠. 예를 들어서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같은 걸 보면, 주로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들 안에 있는 게 갑자기 엉뚱하게 튀어나와서 사건이 되잖아요. 라디오 방송국에서 방송을 하다가 엉뚱한 게 튀어나온다고요. 약속된 것과 다르게 여자 성우가 자기 이름을 바꿨다고 해서 남자 성우가 갑자기 ‘맥도날드’로 바꿔버려서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같은 일이 벌어지거든요. 그런 속도는 빠르다, 늦다 라기보다는 유머 감각을 전광석화처럼 쓴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 속도감이 웃기면서도 나름 긴장감을 유지하는 작용도 합니다. 빠르고 늦고 하고는 조금 다른 속도감인 것 같아요. 완전히 빠르다든지, 속마음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다든지, 웃긴 상황이 다시 갑자기 제지되어 버린다든지, 옆길로 한 번 샜다가 다시 들어온다든지, 이런 정리와 개시가 대단히 빠르게 되면서 큰 상황은 유지되고. 유머 감각뿐만 아니라 작품의 속도감을 예측하게 만들죠. 이 작가를 두고 누군가는 코미디의 전범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했는데, 특이한 문법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 상황을 잘 만드는 작가인거죠. 이 작품역시 코미디로써 할 수 있는 상황적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호흡이 긴 실험적인 작품을 해야 한다 김낙형 : 어떤 커다란 깨달음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살면서 처하는 방향들에 의해서 위치가 바뀐 거예요. 배우 활동을 할 때는 연출이라거나 극작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어요. 글을 썼을 때는 배우를 못 하게 되는 상황이 와서 글을 쓴 거고요. 연출 같은 경우는, 어떤 단체에 들어가려면 팀을 만들어야 돼서 팀을 꾸리다 보니까 연출을 하게 됐고요. 물론 그 전에는 20~30대 때 극단 ‘76’에 있을 때, 크게 연출이나 작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거기에서 배우 일 뿐만 아니라 조연출, 무대감독, 기획 일 등을 많이 해봤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연출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김경주 : 극단 ‘76’과 함께 20대를 보내셨는데, ‘76’이 갖고 있는 실험 정신이라든지 그런 요소들이 연출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김경주 : 많은 극단들이 양적으로 팽배해 있지만, 극단 고유의 개성이나 정체성이 또렷한 극단이 많이 보이지 않는 것 또한 많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연극만으로 돌파하는 극단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대중들에게 노출이 많이 안 되고 있는 게 사실이고요. 극단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어떻게 찾아야 하며 어떤 식으로 돌파해 나가야 할지, 연극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경주 : 너무 조금하게 의존하게 되면 위험할 수가 있다는 말씀이시죠? 김낙형 : 예. 지금의 연극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는 경제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우리가 방향성을 조금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문화 풍토나 연극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오는 문제들이 있는데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각자가 생각하는 원점으로 돌아가서, 자기 개성과 주관으로 극단이나 연출가나 배우가 움직이고 있다고 하지만 조금 더 객관적인 걸 찾으면서 주관을 지킬 수 있는 것을 길게 보고 해나가면서 작품 활동도 하면 덜 흔들리면서 작품의 질도 높아지고 연극도 튼튼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눈에 보이는 튼튼함이 아니라 저변에 깔려 있는 튼튼함이요. 그러면 우리도 행복하고 돈이 조금 모자라도 안에서 움직이고 있고 위안을 얻고 있기 때문에 체감 온도가 덜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너무 허둥대다 보니까 돈 따라가고 너무 정신이 없는 것 같아요. 결국 밖의 것은 변하지 않을 텐데, 우리는 안에서 추위를 견딜 수 있는 내실을 조금씩 기하는 게 환경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요구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생각돼요. 김경주 : 극성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텐데요, 연극만이 줄 수 있는 고유한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김낙형 : 우린 엔터테인먼트적인 매체에 끌려가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분명히 내실이 채워졌을 때 더 매력적인 배우가 될 수 있고, 그걸 배우가 한다면 극성이 강하든 덜하든 분명히 매력적인 무대가 될 것이고, 또 그런 배우들과 같이 하면 연출가 또한 조금 더 유머러스한 모습들로 변혁이 가능한 무대도 꿈꿀 수 있지 않나 싶어요. 다시 순수해지고 숨고르기를 할 필요가 있다 김낙형 : 요즘 <밤의 연극> 시리즈 하다가 조금 주춤하고 과제로 남겨져 있는데요. 그 전에는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것도 무대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런 걸 쫓아가다 보니까 부딪히는 게 있어요. 연극이란 건 어쨌든 외적인 걸 보여줘도 내적인 걸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내적인 걸 완벽하게 채워버리면 스토리가 없기 때문에 관객의 흥미도가 많이 떨어지기도 하고 모호해진다는 걸 알겠는 거예요. 분명히 강화돼야 하는 것은 내적인 건데, 작품 속에서는 외적인 것을 통해서 보여줘야 하는데, 우리가 너무 일변도로 외적인 것을 한 느낌이 드니까 오브제도 써보고 비물질적인 촛불도 써보고 소리도 써보고 여러 가지를 해봤던 거죠. 그런 것이 추상적인 것까지 나타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죠. 김경주 : 예전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비선형적이고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질료 혹은 질감들이 <웃음의 대학>에서도 많이 드러날까요? 김낙형 : 텍스트 중심이라고 해서 이런 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일부러 변형하기에는 손해 볼 것이 많다면 아예 안 하는 게 좋지 않을까(생각했어요) (웃음). 김경주 : <웃음의 대학> 연출 섭외를 받으시고 텍스트를 보셨을 때 가장 매혹적이었던 지점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김낙형 : 간단한데요. 웃음을 다루면서도 극이 짜임새가 있다는 것. 공백이 보이지 않고. 약간의 정극처럼 극을 축조해 가면서도 웃음들이 있다는 게 매혹적이었죠. 김경주 : 앞으로의 계획 혹은 준비하고 계신 작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김낙형 : 당장 준비하는 작품은 아직은 없고요. 조금 천천히 가기로 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뜻 맞는 사람들끼리 극단 개념이 아니라 그룹 형식으로 해서, 천천히 가면서 우리가 상품화시키기 전에, 자기가 연극배우라는 생각을 손으로 만져볼 수도 있고 이런 시간들을 갖는 그룹의 모임 같은 걸 일주일에 1~2 시간이라도 가졌으면 좋겠어요. 호흡을 조금 길게 보고 근원적인 것부터 먼저, 예를 들어서 자기 몸도 느껴 보고 자기 호흡도 느껴 보고, 대사를 몸으로도 한 번 느껴보고 소리를 안 내고도 대사를 쳐 보기도 하고, 이런 내적인 힘이 강화된 배우 그룹들하 함께 작업하고 싶은 거죠. 자기 몸이나 자기 연기의 주인이 되는, 내 몸과 마음의 주인이 되는, 연극이 가장 기본적이면서 길게 가는 방법이거든요.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느끼고 싶은 거죠. 겨울이 춥다면 히터를 틀어달라고 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이지만 자기 안에 있는 정신이나 체질이 조금 더 건강해진다면 현실이 추워도 조금 더 견디듯이, 대학로가 어떤 제도에서 우리를 구원해 주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안에 있는 것의 튼튼한 안정감에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작품이 나와도 비닐하우스 안의 작품이지 진짜 세상 밖의 날 것 같은 것은 아닌 거죠. 큰 극장들도 이미 검증된 것만 포장해서 만드는 느낌이지 극단 자체의 뿌리 힘으로 만드는 건 부재하잖아요. 그걸 누구나 다 알고 있죠. 잘했다 잘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걸 원망만 하거나 아쉬워할 게 아니라 누군가는 시작해야 하고, 배우 연출 작가가 다 극복해가는 과정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아요. 그것이 결국은 가장 단순하고 순수한 행위이고, 그걸 하는 것만이 나중에 강렬한 극성과 매력을 가지는 변혁을 줄 수 있는 것이지, 지금 콘셉트 잡아서 변혁을 하는 방법은 현실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후배들에게도 하고 싶은 얘기이고요. 김경주 : 현실적인 승리보다는 연극 자체를 시작했을 때의 초심, 순정에 집중해야 된다는 거군요. 김낙형 : 그걸 머리로가 아니라 연극배우이기 때문에 느끼고 만질 수 있는 시간들이 주어진다면 작품으로 승화되고, 돈을 벌든 흥행을 하든 문제적인 작품을 만나든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그걸 더 많이 갖기 위해서 다시 순수해지고 조금 숨고르기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획: 엄지혜 기자 정리: 임나리
문화예술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 김경주가 매월 공연 예술인을 만나 여러분께 소개해드립니다.
김낙형: 감각의 문제 같아요. 이 작품이나 연극 같은 경우는 극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보는 사람도 다양한 문화 감각을 생각해 볼 수 있고 의사 표현도 확장이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유머감각이 있는 작품들이 많이 보는 건 분명 타자와의 소통이나 상호작용을 기르는데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연극 <별이 쏟아지다> <나의 교실> <지상의 모든 밤들> <맥베드>
김경주 : 캐스팅이 계속 바뀌어왔었고, 이번에 연출을 맡으시면서 새로운 배우 분들과 호흡을 맞추어 왔습니다. 초연 때와의 변별력이라는 측면에서 집중하셨던 지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경주 : 배우도 하셨고, 글도 쓰시면서, 연출도 하시잖아요. 그 과정의 흐름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김낙형 : 어떤 형태를 이어받았다든지 어떤 메소드가 정확하게 있어서 이어받은 건 아니고요 사실 ‘76’ 극단에는 딱히 어떤 메소드가 없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를 띠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활동하다가 지금 다른 곳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어떤 형태를 연장 시킨다기보다는 연극에 대한 태도나 정신들 같은 걸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시각이라고 할까, 그런 것들이 지금의 현장에서 제가 가벼운 연극을 하든 무거운 연극을 하든 항상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지키면서 해야 된다는 게 조금 있는 것 같아요.
김낙형 : 극단이 꼭 목적이 아니라 다른 대안의 그룹 형식이라도 하더라도 길게 보고 차분하게 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메소드가 필요한 시대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디션에 잘 된다고 해서 연출이나 배우가 행복한 시대도 아니고요. 그것도 필요한 것이지만. 계속 혼란스러운 시대에 극단이라고 해서 그냥 모여서 하는 방식도 있지만, 연합해서 그룹 형식으로 나이대에 맞게, 길게 보고 공연이 없어도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꾸준히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그런 것들이 뒷받침이 되면서 실험적인 걸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김경주 :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 중에 배우로서 혹은 작가로서의, 연출로서의 나만의 고유성의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연극 <웃음의 대학>
장르 : 연극
일시 : 2013.11.08 ~ 2014.02.23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등급 : 만 12세 이상
문의 : 02-334-5915/25
관람시간 : 총 100분
* 극장뎐 줌 인(zoom in) - <웃음의 대학>
<웃음의 대학>은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로 한국 관객과도 친숙한 일본 최고의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대표작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희극을 모두 없애버리려는 냉정한 검열관과 웃음에 모든 것을 건 극단 ‘웃음의 대학’의 작가가 벌이는 7일간의 해프닝을 웃음과 감동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작가가 고군분투하며 공연을 올리기 위해 대본을 수정하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웃음을 지키려는 진정성으로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전한다. <웃음의 대학>은 일본, 러시아를 비롯해 캐나다, 영국에서 공연되었으며, 국내에는 지난 2008년 연극열전 제작으로 무대에 올려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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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웅 연출가 "연극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
시인이자 극작가.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 작품을 올리며 극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야설작가, 대필작가, 카피라이터 등을 전전하다가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를 펴내면서 이 문단과 대중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8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상, 2009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 문학 부문상, 2009년 제28회 김수영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독립영화사 '청춘'을 확장 개편한 무경계 문화펄프 연구소 '츄리닝바람'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인디문화를 제작하고 개발하며 공연기획들을 하였다. 최근에는 스튜디오 '나는 공항'에서 다양한 문화 작업과 실험극 운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