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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건강한 아이가 아니죠

아름다운 책 人터뷰’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저자 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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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에는 정신분석 전문의인 저자가 딸에게 보내는 서른 한 통의 편지가 담겨있다. 저자 한성희는 지난 33년간 의사로서 환자들을 상담하며, 또 30년의 세월을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오면서 쌓아온 경험들을 바탕으로, 세상의 모든 딸들을 향해 진심어린 조언을 전한다.



딸에게 미처 해 주지 못한 말들

예스24와 롯데시네마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책 人터뷰’를 통해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의 저자 한성희가 독자들과 만났다. 지난 24일 저녁, 롯데시네마 가산하이힐에서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저자는 소아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 전문의로서, 그리고 평범한 한 명의 어머니로서 자신의 경험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를 통해 독자들은 ‘엄마와 딸’ 그 쉽고도 어려운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다.

“제 딸이 올해 만 서른 살이 되었고, 지난 3월에 결혼을 했습니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를 쓰면서 딸과의 이별, 거기에서 오는 상실감, 그리고 인생에서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시기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보통의 모녀들처럼 저와 딸 사이에도 좋고 나쁜 순간들이 있었는데요. 딸아이를 시집보내면서 제가 미진했던 것들, 채워주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아쉬움이 짙어지더라고요. 그런 생각들을 모아서 엮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는 제 딸에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그 또래의 젊은 여자분들, 더 나아가서 그 연령대가 겪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쓴 책이에요.”

저자는 딸과 함께한 30년의 세월을 돌아보면서 “어쩌면 너무 가까이 있었기에, 그리고 앞으로도 늘 가까이 함께 있을 거라 생각해 미처 해 주지 못한 많은 말들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그 이야기를 들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를 출간했다. 책 속에는 저자가 딸에게 보내는 서른 한 통의 편지가 실려 있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딸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전하는 당부의 말이다.

‘못된 딸이 되라’ ‘슈퍼우먼이 되려고 하지 마라’와 같은 조언을 통해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 방향을 제시하는가 하면 ‘조건 없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네게 반하지 않은 남자는 만나지 마라’처럼 사랑에 관한 현실적인 조언들도 들려준다. ‘내가 33년 동안 일하며 배운 것들’ ‘회사라는 조직에서 여성이 성공한다는 것’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워킹우먼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 알려주고 ‘마흔 이후의 아름다움은 어떤 삶을 살았는가로 결정된다’ ‘멈추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 꼭 해야 할 진짜 공부’ 이야기 안에서는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가치들에 대해 들려준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은 물론 지난 33년간 진료실에서 만나온 환자들의 사례를 예로 들어 이해를 돕는다. ‘아름다운 책 人터뷰’ 자리에서 들려준 이야기들도 다르지 않았다. 독자들은 저자와 함께 일과 사랑,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다.




엄마에게 받은 상처는 대를 이어 전해져요

저자에 따르면 엄마와 딸의 관계는 크게 두 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항상 엄마의 말을 잘 따르고 때로는 말하지 않아도 눈치껏 알아서 하는 순응적인 딸이 첫 번째 유형이다. 흔히 착한 딸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어머니와 전혀 마찰이 없을 것 같지만 저자의 이야기는 달랐다. 착한 딸을 둔 어머니들이 상담실을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순응적인 딸들은 엄마와의 사이가 너무 밀착되어 있고, 마치 엄마의 일부가 자신이고 또 자신의 일부가 엄마인 것처럼 함께 묶여 다니는 공생적인 관계예요. 그런 딸을 둔 어머니들은 상담 받으러 오셔서 ‘한 번도 NO라고 말한 적 없던 아이가 이렇게 나를 서운하게 할 수 있느냐’고 말하시죠. 자라면서 말썽도 한 번 안 부리고 하라는 대로 했고, 미리 알아서 순응적으로 했던 딸들이 사실은 건강한 딸이 아니었을 수도 있어요. 아이들은 두 살 무렵부터 자기주장이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엄마, 아빠라는 말과 함께 처음 배우는 말이 ‘아니야, 싫어’잖아요. 그 나이에 NO를 말할 줄 모르는 아이는 건강한 아이가 아닌 거예요. 사춘기 때도 마찬가지죠. 자기의 기호나 의견이 생겼는데도 엄마의 뜻을 그대로 따르는 아이는 사실 건강한 아이가 아닐 수 있어요.”

이러한 경우 엄마들은 자신의 딸을 독립된 개체로 인정하고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감당하기 어려워한다. 자기애의 연장선상에서 딸을 봐왔기 때문에 떼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뒤늦게라도 딸과 자신을 분리해서 인지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두 번째 유형은 엄마와 딸이 깊은 갈등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다. 성장과정에서 엄마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던 딸은 훗날 자신이 엄마가 된 후에도 그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힘들어한다. 딸아이를 키우면서 지난 날 자신이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상처가 환기되면서 더 화가 나게 되고 ‘나는 안 그래야지’ 생각했지만 어머니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더 억울한 마음이 들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 쇠약해진 어머니를 보면 마음껏 울분을 토할 수도 없다. 어머니를 마음껏 미워할 수도, 미워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들의 어머니는 말만 어른이지 아이의 형태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아요. 나이가 돼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중년이 되었지만, 인격적으로는 덜 성숙된 거죠.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딸들 중에는 상처를 품고 있으면서 성격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걸 승화시키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도 많이 있어요. 후자의 경우에는 우울 때문에 자발적으로 상담실을 찾아오죠. ‘엄마를 미워하면 안 되는데 미워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봐요. 그럴 때 저는 당신이 아니라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도 당연히 상처받았을 거라고 말해줘요. 그러나 과거의 엄마와 지금의 엄마는 전혀 다르고, 과거의 엄마와 화해를 하려면 현실의 엄마가 갖고 있는 한계를 인정해 줘야 한다고 얘기해주죠.”

저자는 상처가 대물림되는 상황을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딸에게 상처를 주었던 어머니의 삶을 되짚어 보면, 그녀 역시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문제를 겪으면 성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로부터 상처 받으며 자란 딸들은 그것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상처에 매몰된 채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멈추기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상처를 인지하고 그에 연루된 여러 가지 역경들을 충분히 숙지하고 쏟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책이나 전문가의 도움, 종교 활동과 함께 좋은 배우자를 만나 새로운 형태의 경험을 하는 것이 힘이 되어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워킹맘, 모범생이 되려는 생각을 버리세요

이 밖에도 저자는 서른이라는 문턱에서, 혹은 사회 진출을 앞두고 고민하는 여성들을 향해 진심어린 응원을 전했다. 워킹맘 선배로서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서른 살이 되었지만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서 불안합니다.

특히 여자들은 서른이 되면 ‘이제는 뭔가 달라야 되는 나이가 도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중심을 잘 잡고 서있다가도 흔들리는 거죠. 남자들에게는 그런 나이가 마흔인 것 같고요. 마흔이 됐더니 자신이 왜소해 보이고, 잘못 살아온 것 같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 나이가 남자들은 마흔인 것 같고 여자들은 서른인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서른이라는 단어에 발목이 잡히듯 멈칫하는 걸 많이 보게 되는데요. 그런데 제가 나이를 먹고 보니까 서른은 너무 어려요. ‘이렇게 살아도 되나, 내가 잘못 사는 건 아닌가’ 이런 걸 논의하기에는 너무도 어리고, 너무도 갈 길이 멀고, 너무도 가능성이 많아요. 한 마디로 너무 예쁜 나이인 거죠. 남자 마흔도 그런 것 같고요. 그런데 사실은 거기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한 발짝 멀리 떨어져서 더 큰 조망을 갖고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금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때로는 가까이 들여다 봐야할 때도 있겠지만 거기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20대 중반입니다. 지금 제가 가고 있는 길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되돌아보면 지금이라도 돌아서 다른 길로 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걷고 있는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몰라서 불안해요.

당연하죠. 다른 길로 가볼까, 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어야 되는 나이 아닌가요? 지금 걷고는 이 길이 어딘지 당연히 모르죠. 그 나이에 그걸 알면 건강한 사람 아니에요(웃음). 그 나이에 어떻게 길을 다 알고 걷겠어요. 당연히 모를 나이예요.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너무 많은 가능성이 있고, 너무 많은 길들이 열려 있기 때문에 모르는 건 당연해요. 몰라서 오는 불안을 이상하다고 보면 안 된다는 거죠. 잘 살고 있다는, 잘 가고 있다는 하나의 표현일 수도 있어요. 걱정할 필요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20대 중반이면 치열하게 더 고민해야죠. 지금 여기에 이 모습으로 있다고 해서 내일도,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이 모습일 거라고 생각해서는 절대 안 돼요. 나도 모르는 방향으로 변화가 되어 있을 거예요. 이왕이면 조금 더 멋지고, 여유롭고, 행복한 모습으로 가고 싶다 보니까 어떨 때는 울기도 하고 불안해하기도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게 없으면 안돼요. 감정이나 경험의 스펙트럼이 넓지 않으면 절대 인생의 맛을 넓게 느낄 수 없거든요. 이 분에게는 ‘너무 잘하고 있다, 더 그렇게 하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네요.

워킹맘입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슈퍼우먼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워킹맘이 되려면 우군을 많이 만들어야 된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일하느라 아이의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학부모들과 자주 만나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그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애쓰고 우군으로 만들어야죠. 그리고 친정이나 시댁의 식구들, 동네 분들도 우군으로 만들어야하고요. 필요하면 도우미도 써야 해요. 어떤 분들은 ‘힘들게 나가서 일하는데 도우미를 쓰면 남는 게 뭐 있나요’라고 하시는데, 그 시기에는 사실 돈 못 모아요. 그렇지만 빅뱅이 일어난 시기잖아요. 일단 그 시기는 넘어가야죠. 그 시기는 놓칠 수 없어요.

그리고 모든지 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 모범생이 되려는 생각을 버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모든 걸 다 하려다 보면 너무 고갈되어 버려서, 결국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일에 오래 치이다가 스트레스에 관련된 여러 가지 부작용 같은 것들이 생기거든요. 다 잘하려고 하는 게 얼마나 힘들어요? 또 잘 할 수도 없지 않나요? 똑같이 24시간을 살고, 우리가 갖고 있는 에너지의 총량이라는 절대량은 다 똑같잖아요. 쥐어짜도 한계가 있죠. 해도 해도 안 되는 것들이 있어요. 그것을 인정하는 게 첫 번째 단계가 될 것 같아요. 다 열심히 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는 모범생 증후군이 있는 분들이에요. 해내지 못하면 뭔가 자기가 잘못 되어있는 거고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식으로 자책하는 사람들이죠. 그런 것들을 조심해야 돼요.

다음으로는 자기가 갖고 있는 에너지의 총량, 쓸 수 있는 시간의 총량 가운데 구분을 나누어야 될 텐데요. 시기별로 각각의 차지하는 부분을 조율해야 돼요. 예를 들면 아이가 어릴 때는 아무래도 일보다는 아이 쪽에 시간을 더 할애해야 하는 거죠. 시기 별로, 상황 별로, 내가 쓸 수 있는 총량에서 각각의 부분을 늘이고 줄이는 것들을 현명하게 해내야 해요.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에는 엄마만이 들려줄 수 있는 절대적인 응원, 그 따뜻한 온도가 스며있다. 동시에 정신분석 전문의의 명쾌한 해석이 전해주는 시원함이 담겨있다. 그래서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를 읽다보면 세상 모든 엄마들의 진심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지다가도, 곧 출구를 발견한 것 같은 후련함이 찾아온다. 그 느낌은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이들뿐만 아니라, 엄마라는 존재를 안고 살아온 모든 이들에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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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한성희 저 | 갤리온
이 책은 딸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홀로서기가 두려운 이 세상 모든 딸들을 위한 편지이기도 하다. 대기업이 아니면 아예 취직을 안 하겠다는 여대생,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정한 일자리에 얼마 전 결혼마저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며 눈물을 그치지 못하던 아가씨, 얼굴도 예쁘고 집도 부자인 데다 사랑 때문에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닌데 특별히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며 자살을 시도한 여성 등 진료실에서 마음을 다친 청춘들을 만나 온 저자가 그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골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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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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