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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여러 사람을 좋아한다고 죄가 되나요? - 송형석 『까칠하게 힐링』

남의 손을 만지는 버릇? 나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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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와 KT&G상상마당이 함께하는 <향긋한 북살롱>의 새해 첫 주인공은 『까칠하게 힐링』의 저자 송형석 원장이다. 『위험한 심리학』 『위험한 관계학』을 통해 읽기 쉽고 친절한 진단서를 슬며시 내밀었던 저자가 2년 만에 돌아와 독자들과 재회했다. 『까칠하게 힐링』과 함께 송형석 원장은 더 솔직하고 더 담백해진 모습이었다.



송형석 원장은 대중에게 친숙한 몇 안 되는 정신과 전문의 중 한명이다. 『위험한 심리학』『위험한 관계학』 두 권의 책이 많은 사랑을 받은 까닭이기도 하지만 <무한도전>의 ‘정신감정 편’에 출연해 쉽게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예전 개그맨 정형돈의 캐릭터 ‘갤러리 정’과 흡사한 단발머리 비주얼도 한 몫 했지만, 무엇보다 시크함의 절정을 보여주는 그의 스타일의 영향이 컸다. 입심 좋은 개그맨들 사이에서 송형석 원장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무심한 듯 척척, 족집게처럼 무한도전 멤버들의 심리상태를 짚어냈다. 그래서인지 『까칠하게 힐링』이라는 새 책의 제목은 그의 이미지와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사실 『까칠하게 힐링』은 전혀 까칠하지 않은 책이다. 오히려 과도하게 친절한 이야기에 가깝다. 지금까지 한 번도 들려준 적 없었던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제껏 이런 정신과 의사는 없었다. 환자나 대중이 아닌 자신에게도 청진기를 대어보고, 그 소리를 있는 그대로 들려주는 의사는 그가 처음이다. 또 한 권의 심리학 개론서와 같은 『까칠하게 힐링』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풀어내는 이유는 뭘까.




의사도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북 콘서트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4인조 밴드가 연주를 시작했다. 송형석 원장이 활동하고 있는, 4명의 의사들로 구성된 밴드 ‘ASIDE’였다. ‘노래하는 의사 송형석’ 이것만으로는 그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 없다. 그는 만화도 그린다. 2010년부터 지난 2년 동안 순정만화 잡지 <윙크>를 통해 ‘Dr.MAD’라는 제목의 만화를 연재하기도 했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은 음악가로 성공하는 거예요(웃음). 진짜로 제 아이덴티티는 음악가 쪽이 더 커요. 음악을 잘 하고 싶고 그쪽이 훨씬 더 재밌는데, 이상하게 기회가 많이 안 와요. 그래서 음악가로서는 아직도 많이 미진하고요, 만화가는 조금 꿈꾸다 말았던 건데 이번에 책으로 내게 돼서 그 꿈은 끝났죠(웃음). 가끔씩 제가 그린 만화 캐릭터가 제 영혼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요.”

『까칠하게 힐링』은 사람들의 성격과 대인관계, 정신질환과 같은 주제에 따라 송형석 원장의 설명과 그가 연재했던 ‘Dr.MAD’의 내용을 싣고 있다. 어느 때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드러내 보인 것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영혼이 반영되었다는 만화를 함께 엮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화가 아니더라도 그는 자신을 내보여 주었을 것이다. ‘정신과의사는 환자의 거울이 되어야 할 뿐 자신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프로이트의 지론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결심을 한 까닭이 궁금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실제로 그의 동료는 『까칠하게 힐링』을 읽고 난 후 ‘정신과의사가 자신에 대해서 오픈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라는 감상평을 남겼다고 한다.

“이번 책에서 제 이야기를 조금 드러낸 이유가 뭐냐 하면, 사람들한테 ‘이렇게 해서 치료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야기하다 보니까 자꾸 오해가 생기는 거예요. 왜냐하면 어떤 맥락에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가를 알아야 되는데 그런 사전 정보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제 말을 굉장히 편협한 소리로 들을 때도 있고, 가끔은 성경 말씀처럼 너무 존중해서 들으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렇다 보니까 내가 어릴 때 어떤 삶을 살았고, 부모님과의 관계는 어땠는지 이야기할 필요도 있다고 느꼈어요. 매일 환자들과 부모와의 관계를 분석하고 있으면서 제 부모님 얘기를 드러낼 수 없다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그 정도의 이야기는 누구나 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신과의사들이 워낙 그걸 기피하다 보니까, 다른 의사들이 보기에는 제가 유독 튀는 걸로 보일 수도 있겠죠.”




동시에 여러 사람을 좋아한다고 죄가 되나요?

아마도 여타의 의사들과 송형석 원장의 차이점은 환자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환자는 치료 대상이고 의사는 그의 거울이라는 일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송형석 원장은 환자가 의사를 객관적으로 봐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치료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그는 의사와 환자가 마주 보고 앉아 서로의 정신 상태에 대해 진단하는 ‘상호 정신 분석’의 방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정신과의사만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송형석 원장은 ‘나한테 치료받을 돈이 있으면 차라리 그 돈으로 여행을 가고, 나한테 치료받으러 올 시간이면 그 시간에 여행을 떠나라’고 쿨하게 말한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쉽게 답을 드리기는 어려워요. 그런데 사람이 뭔가를 다음 수준으로 깊이 있게 가져가려고 하면, 사실 자기 내면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그런 생각을 하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될까요. 여행을 가게 되면 마음속에 고독이 생겨나면서 자기한테 묻는 질문들이 올라오게 돼요. 거기에 대해서 혼잣말하는 것처럼 계속 주고받다 보면 굉장히 진지한 이야기도 스스로에게 하게 되고요. 그게 하루 이틀 만에 되는 건 아니지만 한 달 정도 여행을 하고 오면 자신이 이전과는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송형석 작가의 강연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독자들은 ‘향긋한 북살롱’ 시작에 앞서 준비된 종이에 각자의 질문을 적어, 자신들이 안고 있는 심리적 고민에 대한 솔직한 조언을 구했다.


정신과전문의는 처음 만난 사람의 정신적 문제도 짚어낼 수 있나요?

정신분열증이나 조울증, 인격 장애, 우울증을 심각하게 앓고 계신 분들은 보면 알 수 있어요. 특유의 얼굴 표정들이 있거든요. 굉장히 친숙한 표정인데 상대방 마음을 잘 읽을 수 없다는 느낌이 들면, 정신과 치료를 받고 계신 분이 아닐까 생각하죠. 알 수 있는 이유는 포커 칠 때의 상황과 비슷해요. 상대방이 겁을 내면 그게 읽히는 거예요. 사람들은 자신이 감추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과반응을 하거든요. 그것을 반복적으로 관찰하다보면 자기 내면을 감추고 싶어 하는지 아니면 보이고 싶어 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요. 정신과의사들이 환자에게 물어보는 질문지는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왜 똑같은 질문을 하냐하면 사람마다 평균 반응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의사들은 환자가 그 평균 반응에서 벗어나는 부분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거예요. 그렇게 질문하는 시간을 5~10분 정도만 가지면 중요한 포인트들을 잡아낼 수 있죠.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두 사람이 아니라 세 사람, 네 사람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소녀시대를 보면서 한 사람만 좋아하게 되던가요?(웃음) 상대방에게 끌린다는 마음 자체는 사실 사랑의 일부일 뿐이잖아요. 저는 사랑에 있어서 상대방에게 확 끌린다는 것에 대해서 환상이 별로 없어요. 그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신 역동의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가족들과의 관계가 얽혀서 생기는 갈증이기 때문에,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달려들면 나중에 힘들어지기도 하죠. 사랑에는 상대방에게 끌리는 감정도 있어야겠지만, 자신이 상대방을 어떻게 이끌고 나가야 하겠다는 의무감과 자기 계획이 없으면 결국 완성이 되지 않아요. 저는 사랑이라는 게 감정의 개념이 아니라 내가 죽을 때까지 이뤄나가야 되는 긴 일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 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전혀 문제될 건 없지만, 그렇다고 그들 모두와 결혼할 수 있다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할 뿐이죠.

어렸을 때부터 남의 손을 만지는 버릇이 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끊을 수가 없는데, 어떤 심리상태 때문일까요?

그 사실 하나만 가지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뭔가 애정결핍이 있다는 쪽으로 생각해 보시는 게 좋지 않겠어요?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죠(웃음). 사실 저는 그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킨십 자체가 너무 없잖아요. 초등학교 1~2학년 이후로는 스킨십을 하는 시간이 거의 없어요. 사실 이건 굉장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원숭이는 사실 스킨십을 통해서 안정감을 찾는 동물이거든요. 원숭이나 인간이나 다 그래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스킨십을 성적인 의미로만 몰아가죠. 저는 그게 불만이에요. 스킨십의 과정과 섹스를 너무 붙여서 생각하잖아요. 사실 많은 부분 프로이트의 영향이기도 하죠. 무의식적 역동이 다 성(性이)이라고 이야기한 것이 많이 퍼져 있잖아요. 그렇게 스킨십을 금기시하다 보니까 오히려 유일하게 남은 스킨십은 성적인 것 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저는 서양 사람들이 손잡고 포옹하고 키스하는 문화를 빨리 들여와야 될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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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하게 힐링 송형석 저 | 서울문화사
현대인들의 불안심리가 확대되는 만큼 이 문제를 다루는 심리학 관련서들 역시 우후죽순으로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지나치게 딱딱한 심리학 이론에서 접근한 어정쩡한 이론서이거나, 반대로 너무 가볍게 다이제스트한 심리 테스트 수준의 책들이 상당수이다. 이에 방송으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전작으로 심리학서의 방향을 제시한 바 있는 저자의 유쾌한 시선을 바탕으로, 실제 상담사례집을 보는 듯한 생생한 내용과 만화를 접목시킨 방식의 색다른 심리학서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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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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