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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스타일로다가-니하운(Nyhavn)

가장 코펜하겐답지 않은 곳이 코펜하겐에서 제일 인기 있는 곳이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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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운 운하의 한쪽 면에는 18세기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하고, 한쪽 면에는 그야말로 암스테르담을 따라하려 무던히도 노력한 파스텔 색조의 건물이 늘어서 있다. 그런데 재미나게도 사실 암스테르담보다 니하운이 좀 더 깔끔하고 조화된 맛도 있고 색감도 ‘일부러’ 만든 것이어서 그런지 더 상큼한 느낌이다. 센스 있고 완성도 높은 그들의 취향 대로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보기 좋게 해놓았다고 해야 할까? 말하자면 디자인해놓았다는 기분이다.


코펜하겐에는 17세기에 지어진 네덜란드 르네상스 양식 건축물들이 많이 있다. ‘건축왕’이라 불리는 크리스티안 4세가 열심히 지어놓은 것들이다. 그는 크리스티안하운Chiristianshavn을 만들기도 했는데, 배를 타고 그곳을 지나다보면 암스테르담과 꽤 닮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암스테르담에 가본 후 감흥이 깊었던지 그 주변을 아예 암스테르담 스타일로 개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 시절의 덴마크 왕족과 귀족들은 모두 네덜란드풍에 심취했었다니 그럴 법도 하다. 미술관에 가 보아도 네덜란드 그림을 참 많이 수집해 놓았다.

그런데, 그렇게 만든 크리스티안하운에 사람들이 영 가서 살려고 하지를 않자 세금을 감면해주고 집세를 할인해주는 등의 정책을 시행했지만 별달리 신통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초기에 크리스티안하운 주변에는 가난한 선원들만 모여 살아 악평을 얻기도 했다고 하니까.


니하운Nyhavn도 마찬가지다. 크리스티안 5세 때 만들어진 그곳은 크리스티안하운보다 좀 더 노골적으로 암스테르담 스타일이다. 예전에는 선원들이 항해를 마치고 돌아와 휴식을 즐기던 술집 거리였던 니하운이 지금은 코펜하겐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구역이 되어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인가보다.

니하운 운하의 한쪽 면에는 18세기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하고, 한쪽 면에는 그야말로 암스테르담을 따라하려 무던히도 노력한 파스텔 색조의 건물이 늘어서 있다. 그런데 재미나게도 사실 암스테르담보다 니하운이 좀 더 깔끔하고 조화된 맛도 있고 색감도 ‘일부러’ 만든 것이어서 그런지 더 상큼한 느낌이다. 센스 있고 완성도 높은 그들의 취향 대로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보기 좋게 해놓았다고 해야 할까? 말하자면 디자인해놓았다는 기분이다. 암스테르담처럼 막 기울어져 쓰러질 것만 같은 불안한 건물도 없고 말이다. 레고 매장에 가면 니하운을 그대로 따라 만들어놓은 작품이 있는데, 니하운 그 자체야말로 레고로 만들면 아주 잘 어울릴 것 같다.

길지 않은 거리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들은 모조리 카페나 레스토랑, 바로 바뀌어 관광객들을 가득 채우고 있다. 운하에는 작은 배들이 딱 분위기 좋게 정박해 있고 투어를 하는 배들이 관광객을 싣고 둥둥 떠다닌다.

안데르센도 이곳에서 수년간 이집 저집 이사를 하며 동화를 썼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동네에서 여기저기로 이사 다니는 심정은 내가 정말 잘 아는데, 그나마 예쁜 동네에 사시면서 아름다운 동화를 쓰셨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굳이 카페에 들어갈 필요도 없다. 그냥 운하의 가장자리에 앉아 운하 쪽을 보든 건물 쪽을 보든 적당한 곳에 시선을 두고 맛있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든지 맥주를 한 병 까든지 하며 거리의 음악을 들으면 니하운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덴마크의 옛 왕들이 정확히 무슨 생각으로 이 귀여운 항구를 만들라 지시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나라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명을 내린 것은 분명하다. 가장 코펜하겐답지 않은 곳이 코펜하겐에서 제일 인기 있는 곳이 되게 했으니 그 선견지명은 무서우리만치 대단하다 해야 할까? 뭘 따라할 양이면 이렇게 좀 더 좋은 쪽으로 퀄리티 있게 확 따라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결국은 또 다른 무엇이 되기 마련이니까.

어설프게 따라하다가 망해버리면 정말 창피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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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처럼 김나율 저/이임경 사진 | 네시간
디자이너이며 보통의 여행자인 두 저자가 핀란드 헬싱키, 스웨덴 스톡홀름, 덴마크 코펜하겐 세 도시로 북유럽 여행을 떠났다. 여정에 얽힌 유쾌한 이야기, 먹고 즐기고 쉬기에 유익한 정보 등 여행지로서의 북유럽을 담으며 그들의 공간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필두로 독특한 문화와 날씨, 물가 등 다양한 관심 키워드를 다룬다. 보통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적당히 놀며 쉬며 접하는 북유럽 사람들의 사는 방식을 통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북유럽 스타일의 감성으로 삶을 덜어내고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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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터홀릭 ]
[ 그대로 꿈, 그래도 쉼 ]
[ 스칸딕 베케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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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나율, 이임경(사진)

김나율
드라마 작가와 음악가와 월세 집 주인을 최고 동경하고
처녀 귀신, 생 굴, 날아오는 공이 제일 무섭고
오로라, 한 겨울 사우나, 피오르를 만나러 가고 싶고
디자인, 산수, 집안일이 너무 두렵고
이제 막 맥주와 커피의 맛을 좀 알 것 같은
대체로 무익하지만 가끔은 유익하게 사는 적당한 사람.
서울대 디자인학부 졸업. 싸이월드, LG 전자 근무. 현 프리랜서 모바일 GUI 디자이너.

이임경
점토의 말캉말캉함과 희뿌연 흙먼지, 흐르는 땀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아 도자기를 한다.
가장 맑게 그리고 거침없이 꿈꾸는 열아홉과
함께할 수 있어 수업시간은 늘 기대된다.
안목바다의 수평선 같은 조용하고 담백한 사진은
설렘을 주고 흙 작업을 하며 한껏 벌린 설거지거리를
예쁜 수세미로 닦는 시간은 무척이나 좋아하는 순간 중 하나다.
여행은 ‘진짜’ 나를 마주하게 한다.
서울대 디자인학부, 공예대학원 졸업, 도자 공예가.
현 선화예고, 남서울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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