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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 피터 가브리엘

‘피터 가브리엘 최고의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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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가브리엘은 1986년에 있었던 콘서트에서 「Biko」라는 노래를 불렸고, 1988년에는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있었던 그 유명한 넬슨 만델라 고희 헌정 콘서트(NelSon Mandela's 70th Birthday Tribute)에서 다시 불렸다. 이 노래는 악명 높은 흑인차별정책 이른바 아파르트헤이트로 신음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반인종차별주의자로 체제에 항거하다 죽은 스티븐 비코(Stephen Biko)에게 바치는 트리뷰트 송이다.

글의 제목 그대로의 메시지를 던지는 앨범입니다. 사람들이 믿건 안 믿건, 피터 가브리엘은 음악으로 세상의 불합리에 항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던 아티스트였습니다. 금주의 명반은 현실사회와 대치적인 태도를 보이며 세계 평단과 언론으로부터 그의 최고작이라는 평을 얻은 피터 가브리엘의 세 번째 정규앨범 < Peter Gabriel Ⅲ >입니다.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 < Peter Gabriel Ⅲ > (1980)

‘음악이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은 어느 부분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음악은 너무 적극적이지도 않지만 또한 소극적이지도 않은 삶의 기제로 받아들여지는 연유에서다. 그러나 역시 같은 이유에서 ‘음악으로 세상에 항거한다.’고 하면 별로 가능성 없는 이야기라고 여길 것이다. (물론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제네시스(Genisis)의 전(前) 보컬로서 명성을 쌓은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은 강한 제스처로 세상을 향해 외치고 그것이 파동을 타고 전달에 전달을 거듭한 인물이다. 그의 세상의 부조리와 억압에 대한 아우성은 그와 U2, 스팅 등의 동료들이 주도해온 ‘양심적인 콘서트’ 가운데서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손꼽히는 ‘국제사면위원회 인터내셔널 콘서트(Amnesty International Concert)’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이 콘서트는 사상, 신념 등의 문제로 투옥된 사람들의 석방 운동을 하는 국제사면위원회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단순하고 단발적인 콘서트가 아니라 ‘인간의 권리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모토아래 음악과 춤의 예술적 이벤트 외에 석방 청원서 서명, 편지와 엽서 보내기, 각종 물품 판매 등 참여적인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피터 가브리엘은 1986년에 있었던 이 콘서트에서 「Biko」라는 노래를 불렸고, 1988년에는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있었던 그 유명한 넬슨 만델라 고희 헌정 콘서트(NelSon Mandela's 70th Birthday Tribute)에서 다시 불렸다. 이 노래는 악명 높은 흑인차별정책 이른바 아파르트헤이트로 신음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반인종차별주의자로 체제에 항거하다 죽은 스티븐 비코(Stephen Biko)에게 바치는 트리뷰트 송이다.

이 곡은 1980년에 발표되어 ‘넘버 쓰리’ 혹은 ‘멜팅 페이스(melting face, 녹아내리는 얼굴)’라고 불리는 그의 세 번째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굳이 이렇게 별칭이 붙은 이유는 그가 제네시스에서 나온 이래 발표한 솔로 앨범 3장을 내리 ‘피터 가브리엘’이라고 붙여놓는 바람에 혼동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그의 블록버스터 앨범인 < So >나 1992년에 호응을 얻었던 < Up >과 같이 개념이 앞서는 다른 작업들과는 달리, 이 세 번째 앨범은 세상을 향해 정면 승부를 걸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직설적이고 솔직하다. 한쪽 얼굴이 녹아내리고 있는 앨범 사진부터 그렇다. 앨범의 내용은 표제곡이 된 ‘비코’를 포함하여 많은 부분 당시의 일그러지고 무감각한 사회를 들추어내어 폭로한다. 언론과 비평이 ‘피터 가브리엘 최고의 앨범’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피터 가브리엘의 현실사회 대치적 태도에서 비롯한다.

제네시스의 동료였던 필 콜린스(Phil Collins)의 드럼이 인상적인 「Intruder」와 다양한 타악기의 구성과 여성 보컬의 후렴구로 시작하는 또 하나의 멋진 곡 「Games without frontiers」는 가사의 내용이나 앨범의 배경과는 무관하게 디스코 스타일의 베이스 드럼으로 인하여 1980년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인기를 양산했다.

아프로 프로그 록(Afro-prog-rock)이라고 할 「Biko」는 피터 가브리엘 최고의 명곡으로 이후에도 필 콜린스와 케이트 부시와 같은 게스트와 함께 불리어진 바 있다. 「Family snapshot」은 암살자가 방아쇠를 당기기 몇 초 전의 속마음을 그린 것으로 심리 묘사력은 물론 음악적으로도 걸출하다. 아마도 저항의 메시지를 떠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타악기 리듬만으로도 이 앨범은 들을 만하다. 그가 나중 왜 월드뮤직의 전도사가 됐는지, 월드뮤직이란 말도 나오지 않았던 때인 1980년의 이 앨범으로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And through the wire」는 잼(Jam)과 스타일 카운실(Style Council)을 거친 영국의 대표 뮤지션 폴 웰러(Paul Weller)가 기타를 연주했다. (이 앨범은 이렇듯 화려한 게스트의 면면들도 빼놓을 수 없다) 「Lead a normal life」는 미니멀리즘 계열의 아름다운 음악이지만 ‘당신들이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보고 싶다’ 내용과 찢어지는 듯한 후렴구가 같이 배열된 강하고 슬픈 노래이다.

‘…1977년 9월 엘리자베스 항구의 날씨는 좋았어요. 경찰서 619호 업무는 평상시와 같았지요. 오 비코, 비코, 비코이기 때문에 Yihla moja 그 남자는 죽었어요. …세상의 눈들이 보고 있어요. 지금 보고 있어요…’-「Biko」
7분이 넘는 서사시 「비코(Biko)」는 아프리카 챈트(chant)로 시작한다. 1977년 9월 고문으로 사망한 비코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역사 속에 망각될지도 모를 인물을 끄집어내 반드시 기억해주기를 세상 사람들에게 간구(懇求)한다. 중간의 외침 ‘Yihla moja’는 대략 ‘그 영혼을 계승하게 하소서’라는 의미를 지닌 애도의 표현이다. 가히 거부할 수 없는 외침으로 다가선다.

피터 가브리엘은 비코라는 역사적 인물을 대중음악에 봉인함으로써 후대에 지속적으로 환기되고 재(再)인용되는데 기여했다. 그것으로 조금이나마 세상은 바뀐 것 아닐까. 아니 까맣게 지워질 것을 기록하였으니 폭력과 압제에 대한 항거라고 해도 억지는 아니다.

누가 피터 가브리엘과 같이 절대적인 용기와 포괄적인 관용을 베풀어 우리를 흔들 수 있을까. 요즘에는 이런 노래가 없다. 오로지 소중한 개인이란 미명 아래 타자에 대한 배려나 억압적 상황에 대한 항거의 메시지에는 가슴을 닫아버린다. 그것은 이기, 배타, 혹은 고질적인 여유 없음이다. 그러니 이런 아티스트를 받아들일 여력이 남아 있을 리 없다.

글/ 이진아(zina7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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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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