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와 영화적 설정을 결합한 영화 <여배우들>로 호평을 받았던 이재용 감독이 차기작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로 돌아왔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의 광고용 단편 영화 ‘시네노트’ 프로젝트를 제안 받고 아이템을 구상하던 이재용 감독은 “인터넷으로 앉은 자리에서 세상의 모든 정보를 찾아낼 수 있는 시대인데, 영화 연출도 인터넷으로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단편 영화 <십분 만에 사랑에 빠지는 방법>를 제작했다. 동시에 감독이 실제로 원격 연출을 시도한다는 설정의 장편 영화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를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감독이 사라지고 카메라가 꺼진 뒤, 펼쳐지는 영화 촬영 현장. 14명의 배우들은 과연 사상 초유의 사태를 잘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이재용 감독 “배우들 달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2월 6일 서울 압구정CGV에서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영화 속 설정에 맞게 화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재용 감독은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배우들이 우왕좌왕했다. <여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에 잘 참고하리라 생각했는데, 설정만 있는 상황에 대해 배우들은 꽤 부정적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영화 촬영 중반에서는 ‘감독이 원래부터 없었다’, ‘지금 할리우드가 아닌 서울에 있다더라’, ‘영화 자체가 몰래 카메라다’라는 소문이 돌아 난감했다는 후문을 전했다. 이재용 감독은
<여배우들>에 이어 기존의 영화 문법을 뒤흔드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원격 연출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실현한 이재용 감독은
“한편의 영화를 모두 원격으로 찍은 경우는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가 세계 최초로 알고 있다. 최초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안 해본 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신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을 통해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인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는 제6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이재용 감독은
<스캔들>에,
<다세포소녀>에,
<여배우들>에 이어 4번째로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 받았다. 한편 전 버라이어티(Variety)지의 수석 평론가인 Derek Elley)는 “이제용 감독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창의적인 연출가이며, 이 영화는 복잡한 영화계 전반에 보내는 따뜻하고 포괄적인 연애편지와 같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여정 “배우들은 희상양, 감독만 좋았던 영화”<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는 감독이 현장에 없다는 기본적인 설정만 주어진 채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디렉션도 없이 촬영이 진행됐다. 감독이 없는 촬영 현장을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던 14명의 배우들은 당혹과 혼돈 속에서 촬영을 이어갔고, 극도의 팽팽한 긴장감을 그대로 표현했다.
<여배우들>에 이어 이재용 감독과 또 한번 호흡을 맞춘 윤여정은
“<돈의 맛>을 찍고 있는 중이었는데 어느 날 이 감독이 전화를 해서 3일 만 나와서 촬영하면 된다고 하길래, 덜컥 나갔더니 이렇게 요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수도 없이 감독을 때리고 싶었다. 정말 정신 없었고 배우들이 감독을 얼마나 욕했는지 모른다”며 영화 출연 소감을 밝혔다.
윤여정은
“휴대폰, 원격 등 이런 단어를 사용하면서 영화를 설명하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아마 배우들 전부 뭣도 모르고 감 없이 촬영장에 왔다가 영화를 찍게 됐을 것”이라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재용 감독과는 다시는 영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이하늬 “대선배들 앞이니 저는 조용히 있었어요”윤여정, 박희순, 강혜정, 오정세, 김민희, 최화정 등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한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이번 영화가 네 번째 작품인 이하늬는
“현장에 와봤더니, 전부 대선배 배우들이었다. 어수선한 촬영장이었지만 나는 아직 신인이기 때문에 얌전히 있었다(웃음). 나까지 화를 내면 안 되는 분위기였다. 정말 정신이 없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하늬는
“극중 조감독으로 출연하는 오정세 씨가 나한테는 한참 오빠인데 현장에서 나와 동갑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 말에 속아 촬영장에서 3일 내내 ‘정세야’라고 불렀다”며 에피소드를 밝혔다.
배우 정은채는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출연을 계기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 캐스팅됐다. 정은채는 두 작품으로 제6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정은채는
“운 좋게 두 감독님과 작품을 하게 됐다. <뒷담화> 촬영 현장에서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 제작자를 만나게 됐는데, 그 일 때문에 후속작에 캐스팅됐다”고 밝혔다. 정은채는
“촬영은 정신 없었지만 나에겐 둘도 없는 기회의 장이었다.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처음으로 가게 되었는데 벌써 떨리고 설렌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김남진은 극중 연기에 몰두한 진지한 남자 배우 역을 맡았다. 김남진은 어수선한 촬영 현장에서도 꿋꿋하게 자기 연기에 몰입하는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김남진은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은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배우라는 역할이 좋아서 흔쾌히 출연을 결심했는데 정작 촬영장에 갔더니 좁은 장소에 카메라도 많고 배우들도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며,
“처음으로 연기했을 당시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됐다. 감독님이 뼛속까지 나를 들여다 본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감독이 없는 영화 촬영장에서 배우들의 예측불허 행동을 볼 수 있는 영화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는 오는 2월 28일 관객들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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