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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나요?

45년에 걸친, 사랑이야기 <비러브드, Beloved> <비러브드>가 <레미제라블>보다 먼저 만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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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묻는다. 과연 ‘사랑하는 것’과 ‘사랑 받는 것’ 중에서 무엇을 고르겠느냐는 물음이다. 답은 각자의 몫이다. 사랑을 받지 못한 이는 눈물을 흘리지만, 사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행복했을 수도 있다. 엇갈린 운명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지만, 그만큼 추억과 기억이라는 선물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임에 분명하다. 그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축복일 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할 수 있다는 열정 말이다.

<레미제라블>이 너무 크게 흥행한 탓일까. <비러브드>는 프랑스에서 건너온 뮤지컬이다. 사실 <레미제라블>보다 <비러브드>가 먼저 만들어졌으니, 조금은 다른 의미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레미제라블>이 대사를 모두 노래로 채웠다면 <비러브드>는 중간중간 감정을 표현하는 용도 정도로 쓰였다. 비슷하지만 다르다.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레미제라블>이 아니었다면 <비러브드>가 한국 관객과 만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거라는 사실이다. 그만큼 뮤지컬은 이제 굉장히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인다.

<비러브드>의 주인공은 까뜨린느 드뇌브다. 그렇다 <쉘브루의 우산>에서 립싱크로 욕을 먹었던 그 배우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직접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투박한듯 하면서도 진심이 어린 목소리다. 그녀는 첫눈에 반한 사랑과 세월의 흐름 속에서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한다. 하지만 역시나 진정한 사랑을 이루기는 어렵다. 그리고 과연 그러한 감정을 사랑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도 서지 않는다. 구두 한켤레로 시작된 '창녀'라는 그녀의 아르바이트는 체코인 의사를 만나 결혼에 골인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요소가 된다. 체코에서 적응하지 못한 그녀가 프랑스로 돌아와 새로운 남편을 만나고, 전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딸을 키우며 일상에 적응해갈 즈음, 전남편이 다시 찾아온다. 그리고 그들은 꺼져가던 불씨를 더욱 뜨겁게 태운다.


실제 까뜨린느 드뇌브의 딸인 키아라 마스트로야니는 영화 속에서 모녀로 등장해 창녀 엄마와 공산당이자 의사였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부모님의 영향이었을까. 그녀는 굉장히 개방적인 사랑을 한다. 동료와 거침없이 섹스를 하고, 게이 남자에게 첫눈에 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늘 공허하다. 목숨을 내 놓을 정도로 열정적인 사랑을 퍼부었던 남자에게 결국 그녀는 사랑을 얻지 못한다. 그녀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한다. 자신을 닮을 딸을 갖고 싶어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갖기 위해 프랑스에서 몬트리올까지 날아온다. 9ㆍ11테러가 터진 그 순간, 그녀의 인생 역시 끔찍한 테러를 당하고 만다. 스스로 테러를 감행했다고 해야할까.

그녀를 먼발치에서 혹은 가까운 곳에서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연하의 그는 소설을 쓰면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한다. 몇 차례의 섹스와 데이트가 오갔지만 그녀의 마음을 붙잡지 못한다. 그녀의 질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스스로 몸에 낙서를 하는가 하면, 있지도 않은 여자 얘기를 꺼내기도 한다. 하지만 여자는 냉담하다. 그럴 때마다 남자는 그녀의 무심함에 몸서리친다. 그러면서도 그녀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도대체 무엇이 모자랐던 걸까. <몽상가들>, <러브송> 등에 등장했던 루이스 가렐이 남자 역을 맡았다. 짙은 인상의 매력적인 이 남자는 계속 부정당하고 무시당하지만 그녀의 곁을 끊임없이 멤돈다. 그래서 더 쓸쓸하다.


까뜨린느 드뇌브의 현재 남편이자 키이라 마스트로야니의 새아빠는 아내의 부정행위를 알고있다. 전남편과 계속적인 밀회를 즐기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는 아내의 그 같은 행위를 눈감아 준다. 아무리 전남편과 만난다 해도 지금 그녀를 소유한 것은 본인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녀가 스스로 떠나지 않는 한, 그녀를 버리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사건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계속 바라본다. 그녀가 자신만을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당당하게 그녀의 전남편에게 그녀를 찾아오지 말라고 말한다. 흥분하지도 않는다.


영화는 묻는다. 과연 ‘사랑하는 것’과 ‘사랑 받는 것’ 중에서 무엇을 고르겠느냐는 물음이다. 답은 각자의 몫이다. 사랑을 받지 못한 이는 눈물을 흘리지만, 사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행복했을 수도 있다. 엇갈린 운명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지만, 그만큼 추억과 기억이라는 선물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임에 분명하다. 그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축복일 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할 수 있다는 열정 말이다.


파리에서 시작해 프라하, 런던, 몬트리올을 오가는 볼거리는 이 영화의 매력이다. 게다가 영화를 관통하는 매혹적인 노래들은 영화의 분위기를 새롭게 만들어 준다. 배우들의 본인의 목소리로 표현해내는 노래들의 힘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선물이다. 까뜨린느 드뇌브, 키아라 마스트로야니 모녀를 비롯해 <스위밍 풀>, <피터팬>의 뤼디빈 새그니어, <워터 폴 엘리펀트>의 폴 슈나이더, <맨 온더 문>, <래리 플린트>를 연출하며 감독으로 더 잘 알려진 밀로스 포먼, <다이하드 : 굿 데이 투 다이>의 라디보제 부크빅 등 이름은 생소하지만 얼굴은 익숙한 배우들이 총출동한다는 점도 이 영화의 강점 중에 하나다. 그러고 보니, 이 작품, 지난 칸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던 작품이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신성 크리스토프 오노레의 젊은 연출은 다소 어두울 수 있는 영화의 이미지를 훨씬 컬러풀하게 변화시켰다.

성인들을 위한 뮤지컬 영화 <비러브드>는 제목에서 말하듯 연인들을 위한 영화다. 성인들을 위한 영화라고 하는 이유는 이야기의 파격도 있지만, 너무나 자연스러운 베드신을 비롯해 쓰리섬까지 이어지는 화끈한 영상들도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 <우리도 사랑일까>를 좋아했던 관객들이라면, 한번쯤 경험을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너무 새로워서 낯설을 수도 있긴 하겠지만, 늘 똑같은 경험을 주장하는 그렇고 그런 영화들과는 궤적을 달리하는 작품이다.

영화를 본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사랑을 하고 있습니까…?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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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성렬

정성렬의 아비정전(阿飛正傳)
"아비(阿飛)"는 '아비정전'의 주인공 이름이자 불량한 혹은 반항하는 젊은이를 상징하는 이름이며, "정전(正傳)"은 "이야기"라는 뜻. MOVIST.COM에서 "정성렬의 영화칼럼"을 2년 간 연재했으며, 인터넷 한겨레의 문화부 리포터, '연인', '극장전' 등의 홍보를 맡은 소란커뮤니케이션에서 마케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학원을 진학하려 했으나 영화에 대한 애정을 접지 못하고 (주)누리픽쳐스에서 '향수', '마이클 클레이튼'등의 작품을 마케팅 했다. 현재, 좋은 외화를 수입/마케팅해 소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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