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이이후의 나, 꼰대
세금 내는 교회가 보고 싶다
한국 교회가 가야할 길
어느 주일에 다소 따분한 설교를 들으며 주보를 훑어보다가 이런 의문이 들었다. 웬만한 기업 1년 매출에 해당하는 큰 돈은 대체 어디에 쓰이고 있으며, 각종 교회 활동에 따른 세금은 과연 얼마나 내고 있는 걸까?
나는 서울 수서동에 있는 남서울은혜교회에 다닌다. 식사 전에 기도를 올리지도,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하나님을 찾지도, 신약성경조차 일독을 한 적도 없지만 나는 결혼 이후 교회 다니는 걸 멈춘 적이 없다. 한마디로 ‘나일론 신자’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 주일마다 교회로 향한다.
아이들 학교 때문에 용인 집을 떠나 일원동 전셋집으로 옮긴 우리는 가까운 이곳 교회에 다니게 됐다. 우연적 선택이었지만, 얼마 전 은퇴하신 홍정길 목사님은 아주 훌륭한 분이셨다. 예배 장소인 장애아 밀알학교는 건축학적으로도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난 이 교회가 마음에 든다.
남서울은혜교회가 발행해 온 주보에 따르면 매주 들어오는 헌금이 적게는 1억 2000만원에서 많게는 2억 3000만원 가량이다. 물론 십일조의 비중이 가장 크다. 1년이면 적게 잡아 62억, 많게 잡으면 120억원이다.
어느 주일에 다소 따분한 설교를 들으며 주보를 훑어보다가 이런 의문이 들었다. 웬만한 기업 1년 매출에 해당하는 이 큰 돈은 대체 어디에 쓰이고 있으며, 각종 교회 활동에 따른 세금은 과연 얼마나 내고 있는 걸까?
우리나라 교회는 대부분 비영리 사단법인의 형태를 띠고 있다. 웬만한 다른 나라들에서 교회는 종교법인이다. 미국은 1908년 종교법인법을 입법하고, 일본은 1952년 입법했다.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종교법인은 “법률에 의해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인정된 종교단체”로 공익법인의 일종이다. 종교법인은 공익사업 외에 법인의 목적에 반(反)하지 않는 한 공익 이외의 사업을 행할 수 있다. 그 수익은 해당 종교법인이나 다른 공익사업을 위해서 사용하도록 의무 지워져 있는데, 종교법인이 수익사업을 행하면 물론 그것은 과세의 대상이 되지만, 그 이외에 대해서는 면세 특전이 주어진다.
‘종교법인법’에 의거해서 법인이 될 수 있는 종교 단체는 종교의 교의를 펼치고, 의식행사를 행하고, 신자를 교화육성 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예배의 시설을 갖춘 신사, 사원, 교회, 수도원, 기타 이와 유사한 단체이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발언이 하나 있다. 지난 1월 초 법륜 스님(정토회 지도법사)이 “종교인 과세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혀 관심을 끌었다. 법륜 스님은 지난해 11월 출간한 《쟁점을 파하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미래구상》을 통해 “자선단체가 면세 혜택을 받는 것처럼 종교단체 역시 공익적 활동을 수행한다면 세금을 면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종교단체가 수익사업을 통해 얻는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교회나 절에서 서점이나 커피숍, 식당, 호텔 등을 운영하면서 이용객에게 돈을 받아 수익을 내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런 경우는 종교행위와 관련 없는 수익사업으로서, 세금을 내지 않으면 국민들의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륜 스님은 또 “사회적 공공성이 전무한 완전히 개인을 위해 종교시설이 운영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런 경우에는 세금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도가 절 안에 집을 짓는데 일반 집과 달리 별장처럼 사용하거나 ▲절을 지어 놓고 월급을 주고 스님을 데려다가 종교행위를 해 수입을 얻는 것은 완전한 영업행위로 이런 경우는 관리감독을 통해 세금을 납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륜 스님은 종교단체 과세에 대해서는 ‘종교법인법’을 통한 허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은 개별 사찰이나 교회 모두가 법인화 되어 있고, 종교 단체는 지역사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면세 혜택을 받을 때는 재정을 공개해야 한다”면서 “우리도 종교단체를 공익법인으로 등록하고 지방 자치단체 차원에서 관리를 하면서 1년 또는 2년 단위로 재정을 공개하도록 의무규정을 만들면 종교단체 과세 논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법인은커녕 법인 일반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필자로선 법륜 스님의 주장에 대해 뚜렷한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의 하나가 아닐까 할 뿐이다.
종교법인법을 만들 경우 대형 종교 단체들이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지정 받아 세제 혜택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하거나 영리사업을 해서 문제가 되는 우리의 현실을 크게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외부 감사를 통해 재정 운영상태가 투명해짐으로써 일부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종교 사유화’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더 논란이 되는 건 ‘종교인’에 대한 과세다. 지난 연말 기획재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추진했으나 결국 유보됐다. 재정부는 “종교인의 소득에 대해 과세하기로 한 원칙은 확정했다”면서도 “사회적 공감대 확산을 위한 협의와 과세 기술상 방법 및 시기 등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는 1월 중순 “이미 NCCK 내부에서 세금을 내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종교계가 과세에 반대하거나 과세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처럼 비치는데 불교계는 과세를 조금도 부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1월 17일)
그러나 “수행자인 스님에게는 임금 지급을 전제로 성립하는 고용관계가 없다”며 수행, 교화활동에 따른 전통적 보시(布施) 방식과 현대 세무 행정 간 조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기재부가 종교인의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규정하겠다고 밝힌 데에서 연유한다. 종교계 대부분은 성직자를 ‘근로자’로 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측도 “불교는 출가 수행자의 개념이 강한데 근로소득이라는 개념이 정서적으로 이해되기 힘들다”고 밝혔다. NCCK측도 “보수교단도 참여하게 하려면 근로소득세보다는 기타 항목에 종교인세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실 천주교는 1994년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소득세를 원천징수해 왔고, 대한성공회도 2012년 6월 모든 사제가 소득신고를 하기로 결의했다. 개신교도 적지 않은 중-대형 교회 목회자가 세금을 납부하고 있지만 종교인의 소득 수준과 납세액은 공개된 바 없다.
종교인 과세 논란은 멀리는 20여년 전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의 문제제기로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가깝게는 2006년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가 “종교인 대부분이 탈세하는데도 정부가 이를 용인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재점화되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은 요즘은 ‘국민개세(皆稅)주의’로 표현을 달리 한다. 한 국가의 국민된 도리로 모든 국민은 적은 액수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 국민개세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소득이 있는 경우 소득이 적은 사람일지라도 조금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법륜스님은 “종교인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유재산을 가질 권리가 있고, 세금을 낼 의무가 있다”면서 “소득이 있다면 종교인을 비롯해 누구든지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또 “종교인들의 경우 개인적으로 받는 비공식적인 돈이 있기 때문에 이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공식적인 개인 수입에 대해서는 당연히 세금을 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에서 ‘종교인은 노동자가 아니어서 세금을 낼 수 없다’는 주장에 “변명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법륜 스님 또한 스님들이나 목사들에게 신도들이 제공하는 개인적인 보시금에 대해서는 사실상 세금 부과가 어렵다고 본다. 영수증을 남기거나 회계 보고가 힘든 현실인 탓이다.
진짜 문제는 고액의 목회비를 받는 목사들이다. 법륜 스님은 수입이 많은 교회에서 목사가 고액의 월급을 받는데 당연히 수입에 따라 세금을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월급쟁이가 아니라면 수입 전액을 사회에 기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옳으신 말씀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세금 납부에 성역(聖域)이 있을 수 없다”며 지난해 교황청과 소속 가톨릭 교회의 부동산에 세금을 물리는 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미국 장로교 목회자들은 예외 없이 모두 세금을 낸다. 미국 감리교는 납세를 국가에 대한 의무라고 아예 정관에 못 박고 있다.
현제 우리나라엔 개신교의 종교시설이 전국에 약 8만 곳, 목사 등 종교인 수가 14만명이다. (문화체육관광부 ‘2011년 한국의 종교 현황’) 불교가 2만 7000여 곳에 4만 7000여명, 천주교가 1600곳 1만 6000명이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여기에 무속인 10만여명도 소득신고를 하지 않고 있어, 30만여명에 대해 국가가 헌법에서 정한 납세의무를 부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2012년 종교자유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제 국민의 68%, 즉 기독교는 물론 불교 신자, 천주교 신자들도 10명 중 6~7명이 성직자의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는 이미 무르익어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종교법인법도 빠른 시일 내에 제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모든 나라에 갖춰져 있는 종교법인법을 통해,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종교인의 탈세, 성직자 선출 및 임면 과정에서의 성차별, 종교재단 사립학교 학생들의 종교선택권 박탈, 명의신탁에 의한 부동산 실명제 위반 등의 위법적 행동들을 방지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주일마다 교회를 찾아갈 나는 내가 다니는 교회가 언제, 어느 경우에도 교회 신도는 물론 사회와 일반 국민 앞에 떳떳하길 소망한다. 성경도 이를 가르치고 있다.
“집 하인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나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길 것임이니라.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 (누가복음 16장 13절)
성경에서 가장 감동적인 구절의 하나만 항상 마음에 새겨도 한국 교회가 가야할 길은 명백하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 /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 보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 /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마태복음 6장 29~31절)
신문을 읽고, TV를 보고, 거리를 걸으며
우리가 무심결에 범하는 오류와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인습에 대해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 때의 세상이 좀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