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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때문에 흥하고 비틀즈 때문에 망한 비운의 그룹 - 배드핑거

‘제2의 비틀즈’에서 ‘비운의 밴드’가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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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라이어 캐리의 「Without you」를 알고 계신 분들은 많겠지만, 이 곡의 원래 주인공이 배드핑거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비운의 밴드’라는 타이틀은 그래서 배드핑거를 말할 때마다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죠. 그러나 단지 「Without you」 때문에만 이들이 박복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머라이어 캐리의 「Without you」를 알고 계신 분들은 많겠지만, 이 곡의 원래 주인공이 배드핑거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비운의 밴드’라는 타이틀은 그래서 배드핑거를 말할 때마다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죠. 그러나 단지 「Without you」 때문에만 이들이 박복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금주의 명반, 비틀즈에 항상 비교당해야만 했던 배드핑거의 대표작 < No Dice >입니다.


배드핑거(Badfinger) < No Dice > (1970)

배드핑거 역시 팝 역사에서 자주 회자되는 그룹이다. 그러나 화려한 업적이나 전설적인 스타로 기억되기보다는 불행하고 박복했던 밴드로 여겨지는 존재다. 「Come and get it」과 「No matter what」, 「Day after day」 등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했음에도 배드핑거가 비극의 대명사로, 그들의 히트작 < No Dice >가 비운의 작품으로 이야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앨범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이들의 일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틀스(The Beatles). 배드핑거를 얘기함에 있어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이들이다. 그룹의 흥망성쇠에는 이들이 항상 관련되어 있었으며, 단적으로 말해 비틀스 때문에 성공했고 비틀스 때문에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첫 계약사는 비틀스가 설립했던 애플 레코드 사(社)였다. 디 아이비스(The Iveys)라는 이름에서 새로이 바꾼 배드핑거라는 밴드명은 비틀스의 곡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의 초기 제목인 「Bad finger boogie」에서 따온 것이었고 이들을 본격적으로 알린 곡 「Come and get it」은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가 직접 넘겨준 것이었다.

비틀스 멤버들의 솔로 곡에도 참여하고 데뷔 앨범 < Magic Christian Music >과 세 번째 정규 앨범 < Straight Up >의 프로듀싱을 맡기는 등 연이은 교류로 밴드는 비틀스의 후광과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었으나 반대로 이는 그룹에 드리워진 그림자이기도 했다. 사람들과 미디어는 배드핑거와 그들의 후원자를 비교하기 시작했고 비틀스라는 이름은 뗄 수 없는 꼬리표처럼 이들을 따라다녔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매니저를 담당했던 스탠 폴리(Stan Polley)와의 수익 분배 문제와 금전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멤버들 사이의 다툼은 밴드의 내분을 초래했으며 비틀스의 그늘을 벗어나고자 워너 브라더스 사(社)와 계약했던 1973년 이후에는 이렇다 할 결과물 없이 쇠락의 길을 걸었다. 결정적으로 1975년과 1983년에 그룹의 두 축이었던 피트 햄(Pete Ham)과 톰 에반스(Tom Evans)의 연이은 자살은 배드핑거의 원동력을 완전히 상실케 하는 사건이었다. 굴곡이 짙었던 영욕의 15년에 찍는 마침표였던 셈이다.

결국 밴드가 가장 화려하게 꽃 피웠던 시기는 애플 레코드 사에서 활동했던 1969년 말부터 1973년 초까지로 수렴한다. 그중에서도 두 번째 정규 음반인 < No Dice >는 성공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작품으로 비극의 뒤안길로만 보내기에는 아쉬운 작품이다. 특히 많은 이들이 해리 닐슨(Harry Nilsson)의 원곡으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리메이크한 머라이어 캐리의 버전으로 잘 알고 있는 「Without you」는 이 앨범의 여섯 번째 트랙에 수록된 피트 햄과 톰 에반스의 공동 작품으로 싱글로 발표되지 않아 제대로 된 빛을 못 본 비운의 팝클래식이다.


지금에서야 가장 많이 회자되는 곡은 역시 「Without you」이겠지만 이것만으로 음반을 해석한다는 것은 온당치 않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첫 곡 「I can't take it」이나 「Love me do」와 같은 흥겨운 로큰롤 넘버는 물론, 영국과 미국 싱글 차트에서 각각 5위와 8위를 기록했던 히트 싱글 「No matter what」과 같이 강렬한 록 사운드 속에 멜로디를 심은 감각적인 노래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정적인 피아노 반주 위로 피트 햄의 보컬이 귀를 잡아끄는 발라드 「Midnight caller」 또한 밴드의 재능을 보여주는 결과물이었다.

한편으로 밴드의 두 중심축 피트 햄과 톰 에반스가 보여주는 상반된 이미지들 또한 앨범에 다채로움을 부여하는 요소이다. 어쿠스틱 기타에 단출한 관현악 편곡을 얹어 깔끔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주는 「We're for the dark」와 앞서 소개했던 「No matter what」과 같은 피트 햄의 곡에서는 멜로디를 강조한 팝 적인 진행이 드러나는 반면, 그루브 있는 베이스가 확연히 눈에 들어오는 「Better days」와 폭발적인 후렴구를 심은 「Believe me」와 같은 톰 에반스의 곡에서는 리듬 라인에 중점을 둔 날렵한 사운드가 돋보인다. 심지어 「Without you」에서의 보컬에서도 두 사람의 대조적인 성향이 드러나니 듣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탑 10에 안착한 싱글 차트와 28위에 오른 빌보드 앨범 차트가 증명하듯 밴드는 사람들에게서 높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더불어 스타 밴드로서 지분을 확보하는 등 성공가도가 열리는 것처럼 보였으나 애석하게도 비틀스의 그늘에 가려지기 시작한 시점도 이 시기부터였다. 사람들과 매스컴은 비틀스의 잣대 옆에 배드핑거를 두었고 음악 매거진 롤링 스톤(Rolling Stone)은 < No Dice >를 가리키며 ‘배드핑거로 환생한 비틀스’라는 표현까지 덧붙였으니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고역스런 칭찬이었을 테다.

이어지는 세 번째 앨범 < Straight Up > 이후 배드핑거는 빠르게 쇠퇴기로 접어든다. 레퍼토리의 부족과 음악적 원천의 부재는 결정적인 원인이었고 여기에 촉매 효과를 던졌던 경제적 문제와 팀원 간의 불협화음 또한 무시 못할 문젯거리였다. 끝없는 고뇌의 시간 속에서 계속 한계의 벽을 두드려야만 했던 밴드의 전성기는 불행하게도 짧고 또 짧았다. 그 꽃이 그렇게나 빨리 시들 줄을 배드핑거 자신들은 알고 있었을까.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는 ‘no dice’라는 말은 그래서 더 절절하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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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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