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몰입은 나의 힘, 동성 간의 키스도 OK” - 정상윤 <삼천 - 망국의 꽃>

왕이라서 외로운 남자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우선 배우가 하고 싶단 자식은 말리고 보겠다는 생각과 달리 그는 평생 한 길을 갈 생각이다. 그가 할 줄 아는 건 바로 연기 하나 뿐이므로. 그의 소망은 유명세를 떠나 평생 배우로 늙는 것. 배우 정상윤으로 말이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멋지게 늙어가는 걸 보는 것 역시 동시대를 사는 관객의 행운 아닐까?


내 생애 첫 사극

대선을 앞두고선지 어쩐지 영화나 드라마 모두 사극 일색인 요즘, 백제 의자왕을 소재로 한 뮤지컬 사극 한 편이 눈길을 끈다.

“뮤지컬만의 매력이라면 음악이 계속 흐르면서 감정이 노래로 표현되잖아요. 특히 저희 사극에는 국악 밴드가 들어와요. 한국적인 정서가 담겨 있죠.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한’이 있다고 하잖아요. 저희 음악을 듣고만 있어도 마음이 움직여요. 팝 음악과 달리 가야금, 북, 대금 이런 것들이 한국적 선율을 만드니까 더 그렇죠. 저도 국악 라이브 밴드에 맞춰 노래하다보면 마음이 젖어들어요. 소재도 백제를 재조명하기 때문에 신선하고 의자왕의 이야기를 새롭게 다뤘기 때문에 보시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2006년 데뷔한 뒤 꾸준한 활동을 해온 배우 정상윤에게도 이번 작품은 특별한 도전, 사극 뮤지컬은 그에게도 색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많이 듣던 그 ‘사극 톤’으로 연기를 한다는 얘기?

“정통 사극은 아니고 퓨전 사극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쓰는 ‘~했어?’ 이런 말도 ‘~하였는가?, 하였느냐?’ 이렇게 표현해야 해요. 초반에는 힘들었죠. 하지만 그걸 지루하거나 어색하게 들리지 않게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죠.”


비운의 왕, 그의 페르소나

잠시 잠깐 들어본 그의 사극 어투에서 왕의 포스가 느껴진다. 실제로 그는 그렇게 의자왕에 푹 빠져있었다.

“제가 보기에 비운의 왕, 외롭고 고독하고 슬픈 왕이에요.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의자왕이 향락과 사치에 빠져있다 나라가 망했다는 말은 승전국에 의해 전해져 온 역사잖아요. 그들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낙화암은 3천 명이 떨어져 죽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에 기인해서 작가님이 이야기를 만드셨어요. 삼천에서 제가 표현하는 의자왕은 꽤 강해요. 결단력도 강하고. 그런데 그게 잘못된 방향으로 자꾸 가니까 신하들의 불만도 쌓이게 되고요.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의자왕은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거죠. 왕좌에 앉아있을 때 주변에 아무도 없는 장면이 있어요. 강한 결단력과 신념 뒤에는 그렇게 쓸쓸함과 외로움이 큰 것 같아요.”

맡은 역할마다 푹 빠져 감정전이가 빠른 그에게 의자왕의 외로움과 슬픔 역시 고스란히 배우 정상윤의 몫이 되고 말았다.

“원래 장난기 많고 시끄러운데 삼천 대본만 보고 이 역만 생각하다보니 요즘 외롭단 생각이 들어요. 수염도 안 깎았잖아요, 그래서.”

예쁜 짓만 할 5개월 된 아기의 아빠로선 참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일 터.


원캐스팅에 대한 압박도 없다?

“컨디션 조절을 잘 하는 편이에요. 오페라의 유령을 할 때 6개월간 원캐스팅이었거든요. 그 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힘들었지만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그 때 내공이 쌓였죠. 이번에는 3개월이니까 할만 할 것 같아요. 몸살만 안 걸리면요.”

평소 술을 즐겨 하는 그에게 원캐스팅 공연은 오히려 살을 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란다. 공연할 때만 컨디션 조절을 위해 삼가는 술자리. 다만 공연이 쉬는 월요일 전 날, 일요일엔 마음 편하게 한 잔 기울이곤 한다. 그의 강철 체력에 건배~


몰입은 나의 힘, 동성 간의 키스도 OK

파리의 연인, 천국의 눈물, 블랙메리포핀스 등 창작뮤지컬 초연 멤버라는 눈에 띄는 그의 이력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라 만들어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무대에 오르기 시작해서 공연을 다 마치고 나면 더 재미있었다는 게 느껴져요. 특히 만들어져 있는 역할보다 제가 창조해나가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물론 그간 다 애쓰며 만든 작품이겠지만 힘들게 캐릭터를 만들어 유난히 뿌듯한 기억으로 남는 작품이 있다면?

“지금 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 작품이 제일 힘들어요. 하지만 그래서 즐거워요. 즐거우면서 힘든 상황이라고 해야죠. 과거 작품들은 다 지나서 그런지 힘든 기억도 잊었어요.”

작품에 임하는 그의 집중력과 몰입도가 느껴지는 대목. 뮤지컬 <쓰릴미>에서 동성 간의 키스 장면도 그래서 아무렇지 않았을까?

“그 역할에 몰입해서 했기 때문에 전혀 키스신이 이상하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 그냥 다시 하라고 하면 진짜 못 할 것 같아요. 그래도 다시 연습해서 그 역할에 몰입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다시 할 수 있겠죠?”


정상윤의 새로운 도전은 계속된다.

연극과를 나온 그는 잠시 연극과 뮤지컬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하는 일에 갈등을 겪기도 했다.

“우연한 기회에 뮤지컬을 시작하게 됐어요. 뮤지컬을 하다가 나중에 연극을 한 적이 있는데 연극에 대한 열정이 컸을 때여서 연극을 계속해야 하는데 뮤지컬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제가 노래하는 걸 워낙 좋아해서 뮤지컬을 계속 하자고 생각했죠. 운 좋게도 드라마가 강한 뮤지컬을 많이 하게 되었고요. 앞으로는 어떤 분야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선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만큼 성장한 지금, 그의 시각은 더 넓은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제의가 들어온다면...하겠죠. 안 하겠단 사람이 있을까요? 다른 매체로 도전해볼 생각이 있어요. 내년쯤엔 연극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생각이에요.”

아무렴, 아이돌들도 뮤지컬계에서 대활약을 펼치는 요즘, 뮤지컬 팬으로 뮤지컬 배우들의 다양한 도전은 대환영이다. 물론 뮤지컬 무대를 잊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내 딸만은 배우가 안 됐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결혼하고 5개월 된 예쁜 딸의 아빠가 된 그에게 물었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배우가 되겠다고 한다면?

“지금은 좀 말리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힘들어요. 제 딸이 배우를 하겠다면 말릴 것 같은데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으니까 모르죠. 어쨌든 최대한 말리고 싶어요.”

뭐 물론 부모의 무조건반사 같은 대답일지도 모르겠다. 같은 직업군의 배우자를 얻고 싶지 않다는 기자의 소망과도 일맥상통한달까? 그에게도 역시 자녀가 좀 더 평탄한 길을 선택하길 바라는 애틋한 부모 심정이 있을 뿐이다.


우선 배우가 하고 싶단 자식은 말리고 보겠다는 생각과 달리 그는 평생 한 길을 갈 생각이다. 그가 할 줄 아는 건 바로 연기 하나 뿐이므로. 그의 소망은 유명세를 떠나 평생 배우로 늙는 것. 배우 정상윤으로 말이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멋지게 늙어가는 걸 보는 것 역시 동시대를 사는 관객의 행운 아닐까?


삼천.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3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예진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어떻게하면 인디밴드들과 친해질까 궁리하던 중 만난 < 이예진의 Stage Story >
그래서 오늘도 수다 떨러 간다. 꽃무늬 원피스 입고…

기사와 관련된 공연

  • 의자왕의 여인, 뮤지컬 [삼천]
    • 부제: 의자왕의 여인, 뮤지컬 [삼천]
    • 장르: 뮤지컬
    • 장소: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1관
    • 등급: 만 12세 이상 관람가 (중학생 이상)
    공연정보 관람후기 한줄 기대평

오늘의 책

차가운 위트로 맛보는 삶의 진실

문장가들의 문장가, 김영민 교수의 첫 단문집. 2007년부터 17년간 써 내려간 인생과 세상에 대한 단상을 책으로 엮었다. 예리하지만 따스한 사유, 희망과 절망 사이의 절묘한 통찰이 담긴 문장들은 다사다난한 우리의 삶을 긍정할 위로와 웃음을 선사한다. 김영민식 위트의 정수를 만나볼 수 있는 책.

누구에게나 있을 다채로운 어둠을 찾아서

잘 웃고 잘 참는 것이 선(善)이라고 여겨지는 사회. 평범한 주인공이 여러 사건으로 인해 정서를 조절하는 뇌 시술을 권유받는다. 그렇게 배덕의 자유를 얻으며, 처음으로 해방감을 만끽한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조금 덜 도덕적이어도’ 괜찮다는 걸 깨닫게 해줄 용감한 소설.

그림에서 비롯된 예술책, 생각을 사유하는 철학책

일러스트레이터 잉그리드 고돈과 작가 톤 텔레헨의 생각에 대한 아트북. 자유로운 그림과 사유하는 글 사이의 행간은 독자를 생각의 세계로 초대한다. 만든이의 섬세한 작업은 '생각'을 만나는 새로운 경험으로 독자를 이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생각을 멈출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삶

베스트셀러 『채소 과일식』 조승우 한약사의 자기계발 신작. 살아있는 음식 섭취를 통한 몸의 건강 습관과 불안을 넘어 감사하며 평안하게 사는 마음의 건강 습관을 이야기한다.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삶을 통해 온전한 인생을 보내는 나만의 건강한 인생 습관을 만들어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