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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날라리만 가던 금지된 지역 - 응답하라 길보드 차트

김종서, 서태지와 아이들, 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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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대답없는 너, 지금은 알 수 없어 등으로 인기 절정이던 김종서, 하여가, 교실이데아, 발해를 꿈꾸며의 서태지와 아이들, 그대에게, 인형의 기사, 이중인격자, 드리머, 날아라 병아리의 넥스트(신해철, 무한궤도)의 노래는 앨범의 전체 수록곡을 부를 정도로 좋아했다.

노래방, 날라리만 가던 금지된 지역

 

90년대 초반에는 노래방이 미성년자 출입금지 구역이었다. 필자가 고등학생 시절 때까지만 해도 학생주임 선생님의 단속을 피해서 몰래 노래방에 가곤 했다. 학교 주변 노래방이나 단속이 심한 대학가 주변 노래방에는 갈 엄두를 못 냈다. 물론 날라리 같은 애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노래방에 들어가기도 했는데 나 같은 애는 그런 애들의 무용담을 귀로 듣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날, 고3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생주임의 단속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할 수 없는 시장통 노래방에 들어갔다. 노래방 첫경험이었다. 지금도 있는 동래시장 니캉내캉 노래방이 첫 노래방. 첫 노래는 당시 즐겨 듣던,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였던가 흩어진 나날들이었나 그랬다. 듣는 것과 부르는 것의 차이를 그때 알았다.

 

노래방에 같이 들어간 친구의 눈치를 꽤나 보고 황급히 1절만 부르고 노래를 껐다. 그리고 다음 차례가 왔을 때 불렀던 노래는 김현식, 권인하, 강인원 세 사람이 함께 불렀던 ‘비오는 날의 수채화’란 노래. 다음에 불렀던 노래가 고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이었다. 여자 노래를 불렀다가 분위기를 망친 탓에 남성적인 노래를 고르다보니 김현식 씨의 노래를 연이어 고르게 되었다.

 

고 김현식, 권인하, 강인원 세 사람이 함께 부른 ‘비오는 날의 수채화’는 당시 옥소리, 이경영, 강석현 주연의 영화 주제곡이었다. 그때만 해도 이런 영화가 통하던 시절이었고 신성일 씨의 아들 강석현은 지금은 작품활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당시로써는 아버지 신성일의 뒤를 이을 영화계의 기대주로 꼽혔다. 이경영 씨는 맑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전도양양한 배우. 몇 년전의 스캔들로 이미지가 망가져버린 옥소리 씨는 당시에는 청초한 여배우였다. 주제가를 불렀던 3인방 중의 한 명인 김현식 씨가 작고하기 전이었기도 하다.

 

김종서, 서태지와 아이들, 넥스트, 공일오비

 

그 이후 대학에 들어가서 그렇게 어렵게 첫걸음을 뗀 노래방을 날이면 날마다 갔다. 어떤 날은 하루에 2번 가기도 했다. 낮에 왔던 노래방에 저녁에 또 가서 주인 아줌마가 “아까 낮에 봤던 학생 아인교?”라며 캔 하나 서비스해줄 정도였으니. 대학가 앞이라 1시간에 3,000원, 서비스 타임도 길었다. 친구 녀석이랑 둘이서 3,000원 내고 노래방에 들어가서 3시간 30분을 노래 불렀던 적도 있었다.

 

노래 부르다 부르다 나중에는 지쳐서 도망치듯 나오기도 했다. 군대 복무 중에는 휴가 복귀 시간이 이르다 싶어 혼자 노래방에 들어가서 노래를 부른 적도 있다. 혼자 노래 부르다가 간주가 나오는 사이에 노래방 책자를 뒤적거리면서 예약 번호를 찾아 누르고 새로운 노래를 부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드라마 주제곡도 인기가 많았다. 손지창 장동건 심은하의 마지막 승부, 최수종 채시라의 파일럿, 최진실 최수종 주연의 질투, 우희진 손지창 김민종 주연의 느낌, 이병헌 이승연 엄정화의 폴리스 등이 그랬다. 노래와 드라마의 인기 병행에서 최고는 주인공을 맡은 안재욱이 멋진 가수로 나왔던 '별은 내 가슴에'에가 아닌가 싶다. 그때 그 강민(안재욱)의 인기는 한류의 원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중에는 노래방 규제가 풀려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갈 수 있게 되었다. 내 나이도 미성년자 출입금지를 겁낼 나이를 훌쩍 넘어갔다. 처음 노래방에 들어가기 위해 주위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마치 첩보영화 한 편이라도 찍듯이 몰래 노래방에 들어갔던 첫경험의 그날이 지금도 기억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허스키한 내 음색으로 어떻게 강수지 노래를 부를 생각을 했는지. 그때의 용기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 김종서 2집 ]
[ 서태지와 아이들 3집 ]
[ 넥스트 ]


 

들어는 봤나, 길보드 차트

 

그때는 카세트테이프 시대라 공테이프 하나 사서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녹음해서 들었다. 인기 라디오 DJ의 경우는 DJ의 멘트까지 같이 녹음하기도 했다. 이보다 더 쉽게 최신 인기 노래를 듣는 방법은 히트곡만 따로 녹음되어 있는 노점상 테이프를 사는 것이다. ‘길보드 차트’라고 해서 길거리 노점상에서의 인기 차트를 따로 언급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군대 휴가 복귀할 때 그런 길보드 최신 히트 카세트테이프를 사들고 가면 내무반의 소대원들이 환영을 해줬다.

 

길보드란, 짝퉁 테이프를 파는 길거리 노점상과 미국의 음악 차트 빌보드를 합친 말인데 비록 불법 짝퉁 음반 판매이긴 해도 방송 상의 순위와 실제 대중의 인기 사이의 괴리감을 없애는데 공헌(?)을 했다. 자칫 묻혀질 뻔했던 노래가 길보드 차트에서의 인기를 통해 재발견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시원한 가창력으로 90년대를 가요계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여가수 김현정의 경우가 그랬다.

 

번화가 골목골목엔 이런 길보드 카세트테이프를 잔뜩 실은 리이커가 몇 대씩 불법 정차(?)되어 있었다. 도로 정리를 위해 경찰의 규제와 단속이 이뤄지기도 하였지만 노점상 나름대로 단합도 되어 있고 그들 뒤에 있는 세력도 있어 배째라 식으로 드러눕기라도 하면 단속도 힘들었다. 90년대 들어 인권의 소중함이 중시되면서 자칫 엄한 단속이라도 했다가 문제시 되는 날엔 경찰만 골치 아파지는지라 단속은 하는둥 마는둥 그렇게 도로의 한쪽은 노점상들의 점유지가 되었다.

 

그러다가 카세트테이프 시대가 지나고 MP3의 시대가 열리면서 길보드 노점상들은 하나둘 사라진다. 길보드 차트 대신 음원 순위, 벨소리 순위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길보드 노점상들이 있던 그 자리는 핸드폰 고리와 신발 깔창 등 새로운 노점상이 자리잡게 되었다. 90년대를 끝으로 길보드 차트는 없어졌지만, 최신 히트곡을 노래방에서 불러보기 위해 길보드에서 구입한 히트곡 카세트테이프를 음질이 변하도록 듣고 또 듣던 그 시절은 내 마음 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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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영민

혹자는 그를 향해 드라마 사춘기의 주인공 정준을 닮았다고 하고 혹자는 고려대 농구선수 현주엽을 닮았다고 하지만 자기 자신은 영웅본색, 첩혈쌍웅의 주윤발이 닮고 싶어 무스로 올백머리를 하고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돌아 다녔던 남자.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옷이 주윤발이 입었던 바바리 코트라고 생각하여 소개팅 때 아버지 바바리 코트를 몰래 입고 나갔다가 유행이 지난,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바바리코트 차림에 이 여자가 소개팅녀인가 저 여자가 소개팅녀인가 싶어 교문 앞을 오가는 여학생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여학교 앞에 출몰하는 변태 '바바리 맨'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던 그 남자. 지난 90년대엔 공일오비와 넥스트, 김종서를 좋아했으나 지금은 카라와 오렌지카라멜, 아이유를 보며 흐뭇해하는 남자, 땅 비싼 서초구도 학교 좋은 관악구도, 돈 많은 강남구도 아닌, 마음 편한 불로구(不老區) 에 거주하고 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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