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서지원의 스토리텔링 요리법
전문 지식 없이 책 내는 방법
우리는 사람이다. 사람이니까 스펙보다 영혼이 중요하다.
책을 쓰게 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확실한 정보를 조사해야 해요. 불확실한 정보로 책을 쓸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많은 공부를 해야 하고, 전문가들도 만나봐야 하지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 자기도 모르게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됩니다. 지금 내가 두 분에게 책을 쓰라는 건 전문적인 독자를 위한 전문서를 쓰라는 게 아니에요. 두 분 같은 초보자들을 위한 아주 쉽고, 친절한 책을 써보라는 거지요.
“아빠, 제 성능은 얼마짜리예요?”
아이가 묻는다.
“넌 아직 성능을 따질 나이가 아니야.”
아빠는 아이의 말을 무시한다.
“아니에요. 강현수는 자기 성능이 12등급이래요. 어른이 되면 3등급은 될 거라고 하던 걸요?”
아이의 눈동자가 평소보다 반짝거린다. 아빠는 결심한다. 이제 아이에게 제대로 말해줘야 할 때가 되었다고.
“넌 78등급이란다. 네가 어른이 되더라도 넌 30등급 이상이 되지 못할 거야.”
“왜요? 왜 저는 등급이 그렇게 낮아요?”
“그건 말이지……그러니까 네 아빠와 엄마의 등급이 낮기 때문이지. 아빠의 성능은 32등급이고, 엄마의 성능은 38등급이야.”
아이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이제 그만 다른 얘기를 했으면 싶다고 아빠는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는 괴로운 질문으로 계속 파고든다.
“현수는 왜 12등급이에요? 현수가 아빠보다 성능이 좋다는 말이에요?”
“그건 현수의 아빠는 검사고, 엄마는 변호사이기 때문이지. 알다시피, 네 아빠는 작가잖아. 작가는 검사 변호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등급이 낮단다. 아빠와 엄마의 성능 등급이 자식들에게 대물림되는 거야.”
아이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 눈물은 끈적거린다. 오일이다. 오일이 눈물처럼 흘러내린다. 아빠도 울고 싶어진다. 하지만 눈물이 나지 않는다. 오일이 떨어진 모양이다.
“우리는 사람이 아니잖아. 로봇이니까 성능이 중요하지. 우리는 목숨보다 성능이 중요한 로봇이야.”
* * *
여기까지 동화를 쓰다가 말고 나는 창밖을 바라본다. 봄 햇살이 들판 위로 쏟아진다. 전철 안에서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한다. 덜컹덜컹 흔들리는 움직임에 몸을 싣고, 작은 수첩에 메모를 하고, 그림을 그린다. 많은 생각들이 전철과 같은 속도로 내 머릿속을 지나가면, 나는 잠자리채를 재빨리 휘둘러 그 생각들을 잡아둔다. 글이란 그런 것이다. 어디서나 쓸 수 있는 것.
오늘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무지개 창작 식당에 도착했다. 어젯밤까지 마감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오늘 오전에야 끝났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지난 터라 가게에는 손님이 없었다. 식사를 거의 마친 테이블 빼고는.
“안 가네. 벌써 몇 시간째야. 여기가 카페인 줄 아나?”
재벌 청년이 투덜거렸다. 나 대신에 가끔 식당을 봐주는 고마운 청년이다. 나는 재벌 청년이 힐끔거린 그 테이블을 바라봤다. 젊은 남녀 두 사람이었다.
“비빔밥 한 그릇 시키더니 고추장 많이 넣었다고 밥 더 달라고 하잖아요. 밥 더 줬더니 그걸 또 둘이서 나눠 먹어요. 내가 거기까지는 이해해요. 그런데 주머니에서 커피 믹스랑 녹차 꺼내서 그걸 또 타먹어요. 세 잔째예요. 벌써 세 시간이 넘었어요. 저런 손님만 있으면 일주일 만에 가게 망해요!”
재벌 청년은 역시 장사 정신이 투철했다. 괜히 부자가 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손님들이 흥미로웠다. 청년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진지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나는 주방 일을 하는 척하면서 두 사람의 얘기를 주워들었다.
“스팸이 뭐예요?”
재벌 청년이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햄이잖아. 깡통 햄. 그건 왜?”
“그게 아닌 거 같은데……. 저 손님들이 자꾸 스팸을 올려야 한다는 둥 스팸이 있어야 취직을 할 수 있고 돈을 번다는 둥 하잖아요. 스팸을 팔러 다니는 사람들인가?”
나는 재벌 청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스팸이 아니라 스펙.”
“스펙이 뭐예요? 프로스펙스 할 때 그 스펙인가요?”
“그건 운동화고, 스펙은 기계의 성능을 뜻하는 말인데, 요즘은 다른 뜻으로…….”
내 말이 다 끝나기 전에 재벌 청년이 말했다.
“아, 기계? 그러면 기계를 고치러 다니는 사람들인가? 그렇게 안 생겼는데……?”
나는 잠시 말문을 잃었다. 대한민국 대학생이라면 가장 중요한 말 가운데 하나가 스펙이 아닐까? 그런데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바로 자기 사업을 시작한 재벌 청년은 스펙을 모른다. 어쩌면 한 번도 스펙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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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는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대. 스펙 쌓으려고. 스펙은 이제 경쟁력이야. 스펙은 또 다른 신분증이 됐어.”
여자가 말했다.
“아, 스펙은 한국에만 있는 올가미야. 우리를 노예처럼 옭아매는 올가미! 우리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녀!”
남자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어? 학점, 영어점수, 자격증을 갖추지 않으면 취업이 안 되는 걸. 미혜는 이번에 강남에 있는 대기업 취업전문 학원에 다닐 거래. 원하는 곳에 취업하려면 어떤 스펙이 필요한지 진단해주고, 갖고 있는 스펙을 부각시킬 수 있는 자기소개서 작성법, 면접 요령 등을 가르쳐준대. 취업준비생들이 줄을 섰대.”
“나도 거기나 다닐까?”
“석 달 수강료가 300만 원이래.”
“푸하!”
남자는 바람 빠지는 풍선 같은 소리를 냈다. 그러나 여자는 여전히 무표정했다.
“나, 사실은 많이 불안해.”
여자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취업 준비한다고 휴학을 두 번이나 했잖아. 스펙 3종 세트 만들려고 학점, 토익 900점, 자격증도 땄잖아. 그러면 뭘 해? 취직을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간신히 먹고 살면 어떻게 하지? 나도 88만 원 세대가 될 것 같아.”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공모전이나 인턴쉽 같은 걸 해볼까?”
“선배들 말이 그런 것도 취업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대.”
“어떻게 해야 스펙을 쌓지?”
여자와 남자의 목소리는 점점 기운을 잃어갔다. 희망을 잃어가는 것만 같았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곳에 갇혀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30대까지 IT 분야의 기자로 일했다. 기사를 쓸 때 스펙이란 말을 자주 썼다. 주로 컴퓨터나 장비를 분석할 때 사용했다. 스펙(spec)은 영어 ‘specification’을 줄여서 만든 말이다. ‘specification’은 물건이나 기계에 쓰는 말이다. 사전에 ‘명세서, 설명서, 설계서’로 나와 있다.
그런데 기계에 쓰는 그 말을 요즘 청년들은 자신을 평가하는 점수로 사용한다. 취업을 하려니까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스펙에 목을 매게 된 것이다. 20대 초반의 꿈과 낭만이 있어야 할 청년들이 스펙 쌓기라는 무한 경쟁 시스템에 몰아넣어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잠을 못 이루고, 필요도 없는 스펙을 길게 더 길게 만드는 일에 골몰하게 된 것이다. 누가 그런 상황을 만들었을까?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청년들이 불행해진 것은 대한민국 청년들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거나 무식한 것이 아니다. 그들을 불행하게 만든 것은 바로 기성세대들이다.
그러나 기성세대들은 반성하지 않는다. 여전히 그들을 사회 속에 품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조금은 서투르고, 조금은 부족하다고 해도 그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경력자만 찾는다. 가장 비용을 적게 지불하면서, 가장 많은 노동력을 뽑아낼 수 있는 3~5년차의 경력자만 찾는 것이다. 당장 써먹을 수 있고,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직원을 찾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신입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고, 3~5년 차의 경력자는 품귀 현상이 일어난다. 새로운 피가 수혈되지 않는다면, 그 몸은 썩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창의력이 부족한 것은, 젊은 피가 수혈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난 어떻게 스펙을 쌓아야 하지?”
남자가 여자에게 물었다.
“해병대를 가.”
여자가 말했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해병대를 가면 스펙이 올라갈까?”
“당연하지. 인사 담당자들이 해병대 나온 남자를 잘 뽑아줄 거 같아. 책임감과 인내심 있는 느낌을 주잖아. 난 남자라면 해병대 간다!”
맙소사! 지금 저 청년들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취직을 하기 위해 해병대를 간다고? 해병대가 언제부터 취직을 위한 교육 시설로 탈바꿈했지? 나는 답답했다. 냉장고에서 레모네이드를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두 잔에 담아 젊은 손님들에게 내밀었다.
“한 잔 하세요. 제가 이 식당 주인입니다.”
손님들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스펙 쌓기 때문에 고민이 많은가 봐요?”
내가 물었다. “네.”하고 여자는 수줍은 듯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취업하기가 어려우니까요. 취업이 거의 안 돼요. 올해 졸업한 우리 과 선배들 중에서 열 명도 안 됐어요.”
남자는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남자와 여자의 이름을 물어봤다. 남자는 강민규, 여자는 손혜진 두 사람 모두 H대 4학년이었다.
예스24와 상상Univ.가 진행한 대학생 인문 독서 토론 1기 모습으로 본 칼럼과는 상관 없는 사진입니다
“그런데 설마 취직을 하려고 해병대에 가겠다는 건 아니죠?”
“해병대가 왜요? 스펙을 위해서는 해병대가 아니라 북한에도 갔다 올 수 있어요.”
민규가 과감하게 말했다. 나는 잠시 머리가 어질했다.
“돈만 많으면 스펙 쌓기는 쉽게 할 수 있는데, 돈이 없어서 유학도, 해외 연수도 못 다녀오니까요.”
혜진은 민규의 얘기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어질어질한 정신을 다시 차리려고 이마를 문질렀다. 그리고 내 생각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건 조언이니까 부담은 갖지 말고 들어요. 내 생각에는 해병대를 가는 것보다 책을 쓰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책이라고요? 우리가요?”
혜진과 민규가 서로 바라봤다.
“해병대에 가서 훈련을 받는 것보다 카페나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책을 쓰는 게 훨씬 낭만적이지 않겠어요? 도서관에서 필요한 책을 읽고, 필요한 사람을 만나 인터뷰도 하고요. 난 아무리 생각해도 책 쓰는 게 훨씬 멋질 것 같은데…….”
“하지만요, 책 쓰는 게 스펙 쌓기에 도움이 될까요? 더구나 우리는 책을 써본 경험도 없고요. 어떤 출판사가 우리 책을 내주겠어요?”
역시 요즘 대학생들은 현실 감각이 빠른 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미 준비된 질문인 것처럼 민규와 혜진은 척척 질문을 쏟아냈다.
“내가 인사담당자라면 토익, 자격증, 해외연수 같은 것들로 스펙을 쌓았다고 뽑아줄 것 같지는 않아요.”
나는 스펙이란 말을 귓구멍으로 들어온 날벌레만큼 싫어하지만, 두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했다. “왜요?”하고 민규가 물었다.
“그건 남들 다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돈만 들이면 쌓을 수 있는 스펙이잖아요. 아까 본인들이 그러지 않았어요? 돈만 있으면 스펙 쌓기 쉽다고. 그렇게 쌓은 스펙으로는 취업하기 어려워요. 이미 인사담당자들도 다 꿰고 있다고요.”
“하긴 그럴 거 같아요. 그렇다고 다른 방법은 없고…….”
혜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인사담당자라면 전문지식을 갖춘 경력자 같은 신입을 뽑으려고 할 거예요. 또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본인만의 독특한 경력을 쌓은 사람을 원할 거예요. 내가 책을 쓰라는 건 바로 그 두 가지 점에서 다른 신입들과는 다른 스펙을 갖게 된다는 거지요. 전문성과 특별한 능력 예컨대 인내심 같은 것. 책은 인내심으로 쓰는 것이니까요. 해병대보다 오히려 더 강한 인내심을 키워줄 걸요?”
“하지만 저희는 책 쓰는 법을 몰라요. 그리고 저희가 책을 쓴다고 해서 내줄 출판사를 찾기도 어렵고요. 어쩌면 취직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걸요?”
“해보지도 않고 벌써부터 겁을 먹지는 말아요. 책 쓰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책은 누구나 쓸 수 있어요. 책은 능력으로 쓰는 게 아니라, 인내심으로 쓰는 것이니까. 혜진 씨는 졸업을 하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저는 출판사에 들어가고 싶어요.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요.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그림책이요. 우리나라에는 그런 그림책이 없더라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민규를 바라봤다.
“저는 게임 개발회사에 들어가고 싶어요. 성공하면 수익도 좋고, 일하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요.”
“꿈이 멋집니다. 내가 책을 써보라고 하는 건 자신이 꿈꾸는 미래에 대해 대한 책이에요. 예를 들어 증권사에 들어가고 싶다면 증권 투자에 대한 책을 써보는 거지요. IT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면 IT 관련 책을 쓰고, 인터넷 쇼핑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면 인터넷 쇼핑으로 성공하는 법에 관한 책을 쓰는 거지요.”
“아하.”하고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내용으로 책을 써요?”
“그건 이미 다 알고 있잖아요.”
내가 말했다.
“네?”
“바로 민규 씨나 혜진 씨 같은 독자를 위해 책을 쓰는 거지요. 민규 씨처럼 게임 개발회사에 들어가서 게임을 개발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거 아닙니까? 민규 씨가 가장 알고 싶은 게 무엇이겠어요?”
“어떻게 하면 성공하는 게임을 개발할까? 그 노하우는 무엇일까? 지금 어떤 기술을 익혀야 성공하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을까? 앞으로 어떤 게임이 인기를 끌까? 실패하는 게임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런 것들이겠지요.”
“바로 그것입니다! 민규 씨는 이미 책 내용을 다 알고 있잖아요. 자신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들을 쓰세요. 그게 바로 다른 사람들도 가장 궁금해 하는 것들입니다.”
내 대답에 민규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번에는 혜진이 물었다.
“책을 쓰면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정말 자신이 일하고 싶은 분야의 전문성을 갖게 되나요?”
“책을 쓰게 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확실한 정보를 조사해야 해요. 불확실한 정보로 책을 쓸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많은 공부를 해야 하고, 전문가들도 만나봐야 하지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 자기도 모르게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됩니다. 지금 내가 두 분에게 책을 쓰라는 건 전문적인 독자를 위한 전문서를 쓰라는 게 아니에요. 두 분 같은 초보자들을 위한 아주 쉽고, 친절한 책을 써보라는 거지요. 해병대에 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멋있는 일이긴 한데, 우리 책을 과연 출판사에서 내줄까요?”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어요. 지금은 블로그가 책이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면 어떤 내용이든 책이 될 수 있습니다. 책은 글재주가 있는 작가만 쓰는 게 아닌 시대가 되었습니다. 특별한 정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어요. 그리고 지금 시대는 그런 책을 원해요.”
그들은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많은 생각들이 그들을 스치고 지나갈 것이다. 식당을 나가면서 민규가 내게 물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우리에게 왜 이런 말씀을 해주시는 거예요?”
“미안해서요.”
내가 말했다.
“미안하다니요? 미안한 건 저희인데요?”
“저도 기성세대니까요. 청년들에게 일할 기회가 없는 건 기성세대들 책임이니까요. 스펙 쌓기라는 무한 경쟁으로 몰아넣는 것도 기성세대가 만든 것이니까요.”
그들은 서로 바라보고 웃었다. 잃어버린 희망을 찾은 것 같은 미소였다.
“저희, 또 와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언제든지 오세요.”
“저희는 돈이 없어서 한 그릇밖에 못 사먹어요.”
“괜찮아요. 밥은 무한리필입니다.”
민규와 혜진이 가고 나서 나는 다시 수첩을 꺼내 동화를 쓰기 시작한다.
* * *
“아빠, 제 스펙은 얼마짜리예요?”
“넌 아직 스펙을 따질 나이가 아니야.”
“아니에요. 현수는 자기 스펙이 높대요.”
“현수 아빠는 검사고, 엄마는 변호사이기 때문이지. 아빠와 엄마의 스펙이 자식들에게 대물림되는 거야. 우리는 사람이 아니잖아. 로봇이니까 스펙이 중요하지. 우리는 목숨보다 스펙이 중요한 로봇이야.”
나는 마지막에 빨간 글씨로 이렇게 쓴다.
우리는 사람이다. 사람이니까 스펙보다 영혼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울 필요는 없어. 순결한 영혼을 가졌으니까.
스토리텔링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하며, 재미없는 글을 쓰는 건 죄악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250여 종의 스토리텔링 책을 집필을 했으나, 재능이 있어서 쓴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누구나 배우고 익히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지원 작가의 특징은, 지식과 교양을 유쾌한 입담과 기발한 상상력, 엉뚱한 소재로 스토리텔링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바다 소년으로, 한양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문학과 비평》에 소설로 등단했다.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며 이상한 사람과 놀라운 사건을 취재했고, 출판사에서 요란한 어린이 책을 만들다가, 지금은 어린 시절 꿈인 작가가 되어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며, 예스24와 네이버에 스토리텔링 방법론에 대해, 빅이슈에 인간의 행복과 삶의 양식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글을 연재한다.
스토리텔링으로 쓴 책은 수학, 과학, 철학, 인문, 역사, 환경, 예술 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 있으며, 무려 300종에 가까운 책을 썼다. 중국, 대만 등 외국 여러 나라에 수십 종의 스토리텔링 책이 수출이 됐으며, 외국에서도 인기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쓴 책으로는 『어느 날 우리 반에 공룡이 전학왔다』, 『몹시도 수상쩍은 과학 교실』, 『국제무대에서 꿈을 펼치고 싶어요』, 『빨간 내복의 초능력자 1, 2』, 『훈민정음 구출 작전』, 『원더랜드 전쟁과 법의 심판』, 『세상 모든 철학자의 철학 이야기』, 『원리를 잡아라! 수학왕이 보인다』, 『다짐 대장』, 『토종 민물고기 이야기』, 『귀신들의 지리공부』, 『무대 위의 별 뮤지컬 배우』 『어린이를 위한 리더십』 등 많은 책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뽑은 2012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는 등 스토리텔링으로 지식 탐구 능력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능력을 담아주는 집필을 계속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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