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허기진 배를 채우러 서귀포 시내로 갔다. 회사 동료가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고기국수집을 찾았다. 제주도 사람들이 추천하는 집이라는 올래국수다. 밤 10시까지 영업을 하는 덕에 여행 첫날부터 제주도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가게 안은 작고 소박했다. 테이블이 고작 6개. 벽에 걸린 메뉴판엔 딱 3가지 메뉴만 적혀있다. 고기국수, 멸치국수, 비빔국수다. 가격도 착하다. 멸치국수만 4,000원, 나머진 5,000원이다. 고기국수를 주문하고 가게 안을 휙휙 살폈다. 일본 관광객이 많이 오는지 메뉴판엔 일본어가 적혀있다. 소문난 맛집 벽에 빠지지 않는 장식품, 연예인 사인도 곳곳에 보인다.
국수를 먹는 사람들 표정도 살폈다. 극장에서 입장을 기다리기 전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영화가 재밌는지 재미없는지 알 수 있듯 음식 먹는 사람들 표정에서도 맛을 볼 수 있다. 표정으로 본 음식 점수는? 침이 저절로 꿀꺽 하는 걸 보니 기본 50점은 됐다.
“국수 나왔습니다.”
드디어 눈 앞에 따끈한 국수 한 그릇이 나왔다. 김이 펄펄, 보기에도 푸짐한 국수다. 기름기 좔좔 흐르는 우유빛깔 사골국물에 두툼한 돼지고기가 듬뿍 올려져 있다. 송송 채 썬 파와 깨까지 먹음직스럽다. 모양 흐트러질까 사진부터 찍었다. 면이 불까 젓가락질도 바빴다.
고기국수는 국수를 삶아 건져내고, 이후에 육수를 붓는다.
“부산 돼지국밥보다 국물이 맑고 맛도 시원한데?”
맛을 본 친구가 첫 감탄사를 뱉었다. 그랬다. 사골국물처럼 찐득할 줄 알았던 국물은 느끼하지 않고 시원했다. 기름기 없이 담백하면서 고소했다. 국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보기만 해도 부담스러운 기름이 없었다. 마치 기름종이로 기름을 걸러낸 듯 했다. 무엇보다 감탄스러운 것은 고명으로 올린 고기. 쫀득하고 부들부들한 게 잡냄새가 없다. 돼지 앞다리살과 오겹살 부위를 두툼하게 잘라 삶은 것이라는데 비계부분이 야들야들했다. 두툼한 고기에 잘 익은 김치를 올리니 그 자체가 수육이다.
올래국수를 운영하는 김경동?정운자 부부(위)와 왕면에 제주 흑돼지로 만든 육수를 넣는 고기국수(아래).
고기국수의 면은 일반면보다 훨씬 굵었다. 왕면이다. 소면을 주로 먹는 서울과 달리 제주도는 왕면으로 국수를 해먹었다. 소면, 중면만 봤지 왕면은 제주에 와서 처음 봤다. 소면이 입에서 녹듯 후루룩 빨려 들어간다면 왕면은 씹어서 삼켜야 한다. 올래국수 김경동 사장은 “소면은 잘 퍼져서 뜨거운 국물과 함께 즐기는 고기국수엔 왕면이 더 잘 어울린다”고 했다. 공장에 주문해서 받는 왕면은 삶는데 12분이 걸린다. 굵어서 잘 안 퍼지는 만큼 삶는데도 시간이 좀 더 걸렸다.
김 사장이 아내 정운자씨와 국숫집 문을 연 지는 12년이 더 됐다. 제주시에 있는 자연사박물관 부근에서 시작했다 현재의 자리로 옮긴지는 얼마 안 됐다. 김 사장은 “결혼식 끝나면 고기 삶은 물에 면 넣어 먹던 게 제주도 고기국수의 기원”이라며 “향토국수가 된 건 한 30년쯤 됐다”고 했다.
김 사장의 말대로 향토음식으로 유명해진 고기국수가 알려진 건 불과 30~40년 전이다. 고기국수는 서귀포를 중심으로 마을의 잔칫날이나 큰 행사가 있던 날 즐겨먹던 음식이다. 제주에선 잔칫날이면 어김없이 돼지 한 마리를 잡아 나눠먹었고, 이때 고기 삶은 물에 국수를 말아먹었다. 일제시대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제주에선 전통음식이 많이 사라졌는데 고기국수가 그나마 제주 향토음식으로 명맥을 이었다.
고기국수는 첫 인상이 부산의 돼지국밥, 일본의 돈코츠라멘과 비슷하지만 그 맛과는 또 다른 맛이 난다. 비결은 바로 제주산 흑돼지. 지방과 살의 함량이 육지의 돼지보다 뛰어난 흑돼지는 고기국수 특유의 ‘배지근한’(‘담백하다’의 제주도 방언) 맛을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올래국수 정운자 사장은 “흑돼지 맛이 익숙지 않은 타지인들을 배려해 우리 집은 제주도 흑돼지와 육지 돼지를 5:5로 섞어 12시간 삶아 맛을 낸다”고 했다.
제주산 흑돼지로 만든 고기국수는 일본인 관광객들도 반했다. 돈코츠라멘보다 더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고기국수가 유명해지자 지자체에서는 이벤트도 만들었다. 매달 11일을 국수데이로 지정해 제주시 삼성혈 부근 국수거리에 모인 점포에선 모든 국수 메뉴를 500원씩 할인해준다. 큰 금액은 아니어도 11일이 되면 국수 먹는 날을 떠올리게 하는 마케팅이다. 제주여행객들이 기억할 여행정보가 하나 더 늘었다.
“다큐멘터리 「누들로드」가 세계전도였다면,
『대한민국 누들로드』는 국수의 대동여지도다.” -이욱정 KBS스페셜 「누들로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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