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아모르에게
1784년 여름
막슬린, 스코틀랜드
친애하는 마담,
사랑의 열정은 넘치는 기쁨으로 생산적이 될 필요가 있어요. 결국엔 그것이 남자의 소유로 실현되지만, 그것은 어떤 것보다 남자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자신이 준 사랑이 똑같이 돌아올 것을 확신하는 연인은 가장 행복한 남자일 겁니다. 하지만 욕망과 두려움의 희생자인 남자는 전혀 부럽지 않지요.
그건, 내 현재의 상태가 충분한 증거가 될 수 있어요.
내게 있어서 사랑은 즐거움을 주기는커녕 일을 방해하고 있으니까요. 당신 혼자 내 마음을 구석구석 차지하고 있어요.
내게 한 줄의 소식을 전해달라고, 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를 때, 요구해도 될까요? 불쌍하게 여겨주셔서, 빠른 시일 내로 소식을 받아 볼 수 있게 해주세요. 그동안 내게 허락해주세요, 이 모든 꾸밈없는 진심이 당신에게 진정한 나의 모습을 확신 시킬 수 있게 말입니다.
내 사랑스러운 마담,
당신의 열정적인 연인, 그리고 헌신적이고 겸허한 하인이.
로버트 번스(1759-1796)는 간단히 방랑시인(The Bard)로 잘 알려져 있고,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국민 시인으로 널리 간주되고 있다. 낭만파 운동의 기수였고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창설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오래된 스코틀랜드의 민요 멜로디에 그의 시로 가사를 붙인 새해의 노래 ‘올드 랭 사인’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번즈는 악평이 자자한 연애를 많이 했고 그의 엄마의 하인 사이에서 서녀 한명을 두기도 했다. 그리고 동네 채석공의 어린 딸인 진 아모르를 만났다. 매리 캠벨과의 짧은 연애에 이어 번즈와 진은 1786년 쌍둥이를 갖게 되었고 2년 뒤에 결혼을 했다. 막슬린(Mauchline, 로버트 번즈는 이곳에서 농사를 지었다)의 미인으로 알려진 그녀는 번즈의 여러 시에 영감을 주었다.
서진의 번역 후기"My heart was caught before I thought, And by a Mauchline lady."내 심장은 내가 생각하기도 전에 사로잡혀 버렸지, 바로 막슬린의 여인에게 말이야.
우리나라에 김삿갓이 있다면 스코틀랜드에는 로버트 번스가 있다. 스카치 위스키와 백파이프의 나라인 스코틀랜드에는 로버트 번스의 생일인 1월 25일엔 그를 기리는 번스 나이트,라는 저녁 식사를 할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순대정도가 되는 스코틀랜드의 전통음식 해기스(양이나 송아지, 돼지 내장을 다진 것이 향신료를 쳐서 양의 위 속에 넣은 것,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감독이 좋아한다고^^;;)를 차려 먹는 것이 하이라이트라고. 그걸 먹기 전에는 번스의 시를 낭송하는 것이 전통이다.
어떤 이는 고기를 가지고도 먹지 못하고, 또 어떤 이는 먹고 싶어도 못 먹지만 우린 고기도 있고 먹을 수 있으니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
내가 로버트 번스를 알게 된 것은 J.D 셀린져의
『호밀밭의 파수꾼』에서다. 소설 제목의 유래가 아이들이 번스의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를 만나면’ 라는 노래를 부르며 뛰어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시인이 있겠거니, 하고 넘어갔는데 사실은 번스는 낭만주의를 이끈 스코틀랜드 국가 대표급 시인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명성이 자자한 바람둥이이기도 했고.
로버트 번즈는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농사일을 도와야 했지만 아버지는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어서 직접 성경을 가르치고, 개인 교습도 시켰다. 물론 번스는 문학에 뛰어난 역량을 보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되어 형과 함께 힘들게 농장일을 해야 했다. 그 시절 번스는 보통 사람을 힘들게 하는 종교나 사회체계를 적대시하게 되었다. 이 편지의 주인공인 진 아모르와 사랑에 빠져 쌍둥이를 갖게 되지만 그녀의 아버지의 반대로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자메이카로 가는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방언 시집”을 내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 성공으로 번스는 에딘버러에 상경해서 문필가들과 교류를 나누고 제임스 존스의 후원으로 스코틀랜드 민요수집을 위한 여행을 떠난다.
번즈는 젊었을 적부터 여자들에게 매력남으로 인기가 많았다. 전해져 오는 삽화를 봐도 출중한 외모에다, 농부 출신이라 격식없고 유쾌한 성격이기도 하고, 정치와 종규의 위선을 싫어한 낭만주의자였다. 그의 자자한 연애 편력은 고향에서도 이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안 그래도 고지식한 진 아모르의 아버지는, 임신을 하고 법적으로 결혼에 서약을 한 이 두커플을 갈라놓기 위해 딸을 먼 친척에게 보내고 번스가 자메이카로 돈을 벌러 떠나는 것을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
번즈는 매리 캠벨이라는 여자와 결혼을 약속하기도 했지만 매리 캠벨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기록에는 매리 캠벨이 그 어떤 시인이라도 반할 미인인 반면, 진 아모르는 평범한 외모의 시골 처녀로 묘사되어 있다. 시집의 성공으로 번스는 에딘버러에서 그리고 스코틀랜드 전역을 돌며 민요수집에 나섰다. 여행을 하는 동안 많은 여자를 만났다. 세련되고 격식있는 사교계의 여인들과 염문을 뿌리고, 짧은 사랑에도 빠져 봤지만 그녀들은 번스의 외모와 젊은 시인이라는 점에 반한 나비들과 같았을 것이다. 그가 결국 정착한 것은 고향의 연인 진 아모르였다. 그녀의 아버지도 시인으로 높아진 번스를 사윗감으로 더 이상 반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진 아모르도 더 이상 아버지에게 끌려다니는 여인이 아니라 번스에 대한 사랑을 확신하는 심지굳은 여인으로 변해 있었다. 결국, 농민들의 소박한 감정을 표현한 시인 로버트 번즈에게는, 진 아모르가 가장 이상적인 아내였던 것이다.
My luve's like A Red Red Rose - Robert Burns -
my luve's like a red, red rose That's newly sprung in June: my luve's like the melodie That's sweetly play'd in tune.
As fair art thou, my bonnie lass, So deep in luve am I: And I will luve thee still, my dear, Till a' the seas gang dry:
Till a' the seas gang dry, my dear, And the rocks melt wi the sun; I will luve thee still, my dear, While the sands o' life shall run.
And fare weel, my only Luve! And fare thee weel a while! And I will come again, my Luve, Tho' it were ten thousand 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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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고 붉은 장미여 - 로버트 번즈 -
오오 내 사랑은 붉고 붉은 장미니 유월에 막 피어난 신선한 장미여라. 오오 내 사랑은 아름다운 곡조로 감미롭게 연주되는 노래이어라.
귀여운 사람아, 네가 귀엽기에 나는 무척이나 너를 좋아하노라. 바닷물이 모두 말라 버려도 나는 너를 사랑하리, 그리운 이여.
진정 바닷물이 모조리 말라 버리고 바윗돌이 햇빛에 녹아 버린다 해도 내 생명이 붙어 있는 한에는 진정 나는 너를 사랑하리라.
마음은 쓰라려도 이제 헤어져야 하나니 그러나 잠시 동안의 헤어짐이니. 나는 반드시 돌아오리라 비록 천 리 만 리나 된다 하여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