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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벨리록페스티벌⑦] 첫째날 “지산록페스티벌에서 만난 아름다운 장면들”

9만 관객이 환각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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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뮤즈가 "땡큐!" 손 흔들고 무대에서 내려가던 그 순간부터 '아기다리고기다려왔던' < 지산밸리록페스티벌 >이 올해도 돌아왔다.

작년 뮤즈가 “땡큐!” 손 흔들고 무대에서 내려가던 그 순간부터 ‘아기다리고기다려왔던’ < 지산밸리록페스티벌 >이 올해도 돌아왔다. 3회를 맞는 이번 축제는 7월 29일 금요일부터 31일 일요일까지 경기도 이천 지산포레스트리조트에서 열렸다. 이제 장마랄 것도 없이 이어지는 큰 비에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일기예보에 삼일 내내 호우가 예보된 날씨에도 이틀은 큰 비 없이 지나갔다.


오직 음악만 듣고, 오직 아티스트만 생각하는

영화 < 테이킹 우드스탁 > 중 한 장면

지산포레스트리조트까지 사람들의 줄이 쭉 이어져 있다. 글래스톤베리를 소재로 한 영화 < 테이킹 우드스탁 >을 보면 행사장까지 길게 줄지어 이동하는 행렬이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그 영화를 떠올리며 지산 공연장까지 걸어가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서울 소식 따위 닿지 않는, 일상과 완전히 동떨어진 곳에서 즐기는 음악축제. 오직 음악만 듣고, 오직 아티스트만 생각할 수 있는 음악 성지가 서서히 가까워져 온다.

축제 시작 전부터 관심을 모으는 헤드라이너 섭외. 올해는 캐미컬 브라더스, 악틱 몽키즈, 스웨이드가 축제의 밤을 책임질 예정이다. 라인업이 약하다느니 호불호가 여느 때보다 분분했고, 록페스티벌에 로커 아닌 대중가수가 출연한다는 논란이 이는 등 일찍부터 말이 많았지만, 막상 축제의 뚜껑이 열리고 나자 우려와 논란은 금세 사그러 들었다.


그만큼 축제에 대한 관심이 커진 탓일 테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작년보다 지산으로 향하는, 지산에 일찌감치 와 있는 관객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올해 행사장을 찾은 관객수가 많이 늘었다. 주최측에서 추산한 바로 올해 9만 2천여 명이 지산록페스티벌을 찾았다. 작년 7만 9천여 명에 비하면 15퍼센트 증가한 수준이다. 금요일인데도, 하루 휴가를 내고 일찌감치 지산에 텐트를 치고 자리잡은 이들이 포진해있었다. 주최측이 준비한 캠핑용 텐트 5천여 동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입구에서 텐트 대여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왈가왈부하고 있었다.


“이름값 톡톡히 해낸 그들_더 뮤직, DJ.DOC, 캐미컬 브라더스”


첫째 날, 가장 뜨거운 무대를 선보였던 밴드는 ‘더 뮤직’. 이번 무대에 이어 다가오는 ‘후지 록 페스티벌’을 마지막으로 해체를 선언한 ‘더 뮤직’은 무대 위에서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프론트맨 로버트 하비는 춤을 추며 등장했고, 나머지 멤버들은 타악기를 두들겨 대며 흥을 한껏 돋우었다. 첫 곡 ‘The Dancing’부터 ‘Bleed From Within’까지 무대는 점점 고조됐다. 오후 5시, 아직 낮 시간이었지만 그들의 공연에 열광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빅탑에 올라선 DJ.DOC는 얼핏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었지만, DJ.DOC는 ‘Run to you’를 첫 곡으로 부르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들었다. ‘여름 이야기’ ‘DOC와 춤을’ ‘나 이런 사람이야’로 댄스 타임을 이어가며, 한바탕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선사했다. 비키니 차림의 언니들을 대동하고, 익살?럽게 바지를 벗는 퍼포먼스까지 불사하며(!) 악동 포스로 무대를 휘어잡았다.



지산록페스티벌에 완전한 어둠이 깔리고 금요일의 헤드라이너 무대 케미컬 브라더스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2007년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무대가 굉장했다고 이후에도 두고두고 회자되던 그분들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거대한 조명으로 감싸진 원통형 장치가 오르락내리락 움직였고, 마치 우주선에 탑승한 것처럼 탐 롤렌즈와 에드 시먼즈가 거대한 무대 장치 위로 올라탔다.

무대는 한편의 스크린이 되어 끊임없이 화려한 영상이 재생되었고, 케미컬 브라더스는 스물 두 곡의 노래를 쉬지 않고 이어갔다. 거대한 크기의 흰색 말이 리듬을 타고 달려가는가 하면, 미로 같은 건축물 사이를 카메라가 파고들었다. 입체적이고 감각적인 무대 위 영상은 마치 3D 영화를 보는 기분마저 들었다.

두 사람이 지금 무대 위에 있는 것이냐, 뮤직 비디오만 틀어대는 것이냐는 불만의 소리도 있었지만, 케미컬 브라더스는 ‘Do It Again’ ‘Hey Boy Hey Girl’ 명곡들을 쏟아내며 관객들을 90여분간 환각의 도가니로 초대했다. 심장박동까지 계산해 넣은 듯한 정교한 영상과 비트가 객석을 사로잡았다. 취하지 않아도 몽롱한 무대. 첫날의 헤드라이너로서 케미컬 브라더스는 제 몫을 하고 돌아갔다.


비 오는 지산의 밤, 야외에서 만난 <헤드윅>


올해 지산에서는 헤드라이너 무대가 끝난 후 자정 이후의 시간을 책임지기 위해 몇 가지 준비를 했다. Hype stage를 신설해, 새벽까지 후끈하게 달릴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고, 한쪽에서는 음악 영화를 상영하기로 한 것. 첫 날 밤에 마련된 영화는 < 헤드윅 > 둘째 날에는 < 원스 >. 지산까지 달려온 음악 마니아라면 몇 번이나 돌려봤던 영화였을 터. 하지만 늦은 밤 잔디밭 옆 한쪽에 마련된 야외 스크린 앞에 삼삼오오 모여 (그때부터 쏟아지는) 비를 피해가며 봤던 < 헤드윅 >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 풍경 자체가 매우 낭만적인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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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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