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이후, 공연 없이 일주일도 쉬어본 적이 없어요”
국내 펑크씬에 괴물이 나타났다.
한국 모던록의 시초 델리스파이스의 드러머 최재혁, 마이앤트메리의 베이스 한진영, 펑크록 밴드 검엑스의 기타, 보컬리스트 이용원이 ‘옐로우 몬스터즈’로 뭉쳤다.
“세상 사람들에게 밴드를 하고 있는 동양인이다” 알리고 싶어 지은 이름이다. 각자의 밴드 활동을 통해 쌓인 10년어치 관록과 신인밴드의 패기를 동시에 지녔다. 신인 아닌 신인은 그래서 강하다.
이들의 화려한 경력 탓에 옐로우 몬스터즈는 출범부터 이슈가 되었다. 한진영은
“4월에 만나 결성하고, 7월에 첫 앨범을 내고 지금까지 달라진 게 없어요. 이제껏 공연 없이 일주일도 쉬어본 적이 없어요. 항상 계속 달리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밴드 10년 차 멤버들이 일주일도 쉬지 않고 뜨거운 공연을 이어간 것도 놀랍지만, 많은 언론과 팬들은 이들의 예상치 못한 변신 때문에 더 놀랐다. 펑크 록, 하드록, 헤비메탈 등 여러 장르가 포함되어 있는 ‘변종 록’을 선보이고 있는 옐로우 몬스터즈의 음악이 이전의 델리 스파이스나 마이앤트메리의 음악스타일과 현저하게 다르기 때문.
“좋은 음악은 좋은 멜로디와 좋은 가사가 있는 음악이라는 생각은 여전해요. 사운드 메이킹이나 포장은 말랑말랑한 웰메이드 보다 거칠고 투박하길 원했어요 드럼도 좋아했고, 평소 한 가지 음악만 파고들기보다 두루두루 들었거든요. ‘네가 즐겁게 하고 있구나’ 예전 밴드 친구들도 응원을 많이 해주고요.”(최재혁)
“혹시 다투면? 빤스만 입고 하와이로 가자!”
세 사람은 90년대 중반부터 펑크락의 성지라고 불렸던 ‘드럭’에서 만났던 사이. 먼저 이용원과 한진영이 만나 합주를 해봤다.
“밴드를 하려고 만났으면 일단 연주부터 해봐야 해요. 곡이 없어도 그 사람의 스타일을 보는 거죠. 드러머를 찾다 재혁이 형을 만났고, 바로 맞춰봤어요.
연주는 처음이었지만, 서로의 애티튜트는 알던 사이였으니까, 무엇보다 어떤 방식의, 어떤 스타일의 연주자인지가 중요했어요. 대뜸 물었죠. ‘형, 어디까지 더 세게 칠 수 있어요?’ 빠른 진행과 좋은 연주 실력자를 찾고 있었는데 형이 그걸 다 갖고 있었어요.”(한진영)
10년치 경력자들이 모여 내는 시너지는 여느 신인밴드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단지 실력의 차이만이 아니다.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는 팀워크의 힘이다.
“서로 보완해주는 부분이 커요. 저는 항상 펑크 스타일과 센 음악을 동경해왔고 계속해왔거든요. 1집 「벤자민」을 만들어왔는데 어떻게 편곡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형들이 딱딱 완성해줬어요. 또 형이 리프를 만들어오면 제가 편곡을 하는 식으로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아요.”(이용원)
옐로우 몬스터즈는 여느 밴드보다 멤버간의 사이가 돈독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용원이는 아직도 극존칭을 써요. 10년 이상 밴드를 했으면, 알게 되는 게 있잖아요. 언제 사이가 나빠지고 어떤 일로 불화가 생기는지. 어렸을 때 객기 같은 것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은 인간적으로 성숙했을 때 시작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이가 좋을 수 밖에 없죠.”(한진영)
“변하지 않을 거예요. 항상 사이가 좋을 수 만은 없겠지만, 혹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셋 다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야기하려는 편이예요.” (이용원)
“술 마시면서 그런 얘기를 한 적 있어요.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혹시라도 트러블이 생기면, 악기 다 놓고 빤스만 입고 ?이 하와이로 가자.(웃음) 이런 것까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거죠. 저 개인은 약하고, 부족하고, 갈 길이 멀기만 한데, 옐로우 몬스터즈는 강하다는 생각이 들어요.”(최재혁)
“‘다음 앨범은 어떻게 더 멋지게 만들까’ 생각 뿐”
“진혁 형은 정말 멋있어요. 말수도 적고요. 그런데 지켜보고 있으니 형이 자주 넘어지더라고요.(웃음) 부딪치고, 자기 다리에 꼬여 넘어지고, 괜찮냐고 물어봤더니 자주 그러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진혁 형은 잔 실수가 많아요. ‘앗,뜨거 앗, 뜨거’ 이런 식의.(웃음)
재혁 형은 항상 공손하게 있다가, 공연 무대에만 올라가면 별의별 욕을 다해요.(웃음) 공연이 끝나면 다시 루시드 폴의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진정시키고요. 심지어 KT 상담원이 휴대폰 바꾸라고 광고 전화를 해도 ‘아, 괜찮습니다. 제 거 최신형입니다.’ 이렇게 공손하게 답하는 사람인데 말이예요.” (이용원)
“용원이처럼 곡을 빨리 쓰고, 가사를 빨리 붙이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퀄리티도 좋지만 다작을 하는 친구예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거의 매일 곡을 가져와요. 자기 곡을 들려주는 일도 쉬운 게 아닌데, 들려줬을 때 ‘음, 별로인데’하는 반응이 있으면, 바로 ‘다음 곡~’(웃음) 쿨 하고 멋진 거죠. 용원이 음악을 듣다 보면, 첫 느낌에 딱 오는 곡이 많아요.”(최재혁)
이어 다작하는 이용원 작곡가에게 지칠 줄 모르는 창작의 비결을 물었다.
“좋은 곡을 써야지, 진지하게 해야지. 이런 생각 하지 않아요. 웃기려고 하면 더 웃기지 않은 것처럼요. 그냥 나오는 거예요. 항상 어떤 밴드가 되고 싶나, 생각을 제일 많이 해요. 2집이 나왔을 때부터 ‘3집 때는 어떻게 더 뻑 가게 할까’(웃음) 생각했어요. 두 앨범은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나와준 것 같아 정말 다행인데, 여기서 끝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지금의 만족을 넘어서서, 어떻게 더 멋진 3집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예요.”(이용원)
“밴드가 할 수 있는 일? 공연하고 음반을 내는 일!”
2010년 7월 Yellow Monsters의 1집이 발매됐고, 정확히 1년 만에 2집
< Riot >가 나왔다. 일주일도 쉬지 않고 공연을 이어간 밴드가 1년 만에 15곡이 수록된 정규 앨범을 발매한 건, 상당히 부지런한 작업속도다.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건 좋은 멜로디, 좋은 가사. 좋은 리프예요. 「Riot」 가사를 보면 알겠지만,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젊은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항상 수줍어하고 추진력이 부족한 친구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고 위험해 보였거든요. < Riot >는 대중음악 씬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여러 현장에서, 지체하지 말고 모두 일어나서 바꿔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곡이자 앨범입니다.”이번 앨범은 1집보다 훨씬 풍성해졌다. 앨범명과 같은 곡 「Riot」는 빠른 비트와 강렬한 메시지로, 전복의 기운이 넘치고, 인상적인 멜로디의 「4월 16일」, 경쾌한 팝 펑크의 곡 「앵무새」 「Walking in the rain」까지 추리고 추려 넣은 열 다섯 곡에는 나름의 매력이 넘친다. 좋은 멜로디, 좋은 가사,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빠르기는 여전하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세 사람은 ‘올드 레코드’를 직접 차렸다. 이용원이 대표이사, 다른 두 멤버는 이사가 되어 운영, 마케팅, 회계 등 각자 1인 5역 이상을 소화해내고 있다.
“밴드가 할 수 있는 일은 공연하고 음반을 내는 일뿐이에요. 1집 같은 경우 프로모션이 거의 안됐는데, 이번에는 프로모션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일주일에 공연을 두 세 번 해보기로 했어요. 이런 결심이 아니었으면, 지금 저희를 좋아하는 분들이 이마저도 없었을 거예요.
재고 따지는 게 없었어요. 일주일에 2~3회 공연이 목 관리, 체력관리 측면에서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밴드로서 할 일이었다고 생각했어요.”(이용원) 그렇게 1년에 200회 이상의 공연을 소화했다. 그리고 이들의 계산 없는 계산은 맞았다. 공연을 통해 입 소문이 났고, 매 공연마다 팬들이 늘어갔다.
“희소성의 원칙으로 몸값을 높이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게 너무 멋이 없어요. 무조건 열심히 연습하고, 할 수 있는 건 몸으로 다 부딪치고 그런 식으로 꾸준히 해 오다 보니 팬들도 늘어나고 앨범도 꾸준히 나가요. 이게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한진영)
“요즘은 정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빅피스 같은 큰 시장, 넓은 무대를 보면 정말 달라요.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많이 배우거든요. 정말 열심히 하는 밴드도 많고, 우리보다 날고 기는 밴드들 보면 자극도 되고요. 교육차원으로 우리나라 밴드들과 모두 손잡고 가서 보고 오면, 나태한 마음이 싹 사라질 것 같아요.(웃음)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크라잉넛’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들이 에너지 넘치고 열심히 하는 밴드기 때문이에요. 그런 친구들이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유희열, 김동률, 루시드 폴도 옐로우 몬스터즈의 빅팬”
나는 뮤지션?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연예인?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예술가? 아닌 것 같은데
그저 big drunker 그래 이게 나야
-「Riot」중음악을 하는 삶에 대해 묻자 셋은 입을 모아 단숨에 대답한다.
“완전 행복하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는 것. 그 이상 행복한 게 뭐 있겠어요. 하기 싫은 일이라도 견디며 생활을 유지하는 친구들에게 이런 행복을 보여줄 수 없으면 껍데기죠.”(최재혁)
“저희는 뮤지션도 맞고 아티스트도 맞아요. 하지만 뮤지션인 척 하면 안될 것 같아요. 뮤지션이면 치렁치렁 뭔가 걸고, 염색해야 한다는 둥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남들이 그들을 보고 ‘진짜 뮤지션이다’라고 했을 때나 뮤지션이지, 자기만 ‘내가 뮤지션이다’ 하는 건 소용 없는 것 같아요.” 사정없이 내지르고, 있는 힘껏 내달리는 펑크록은 보는 이들까지 들뜨게 만든다. 옐로우 몬스터즈는 요즘 뮤지션 사이에서도 부러움을 사고 있다.
“모던락 하는 유희열, 김동률 형도 옐로우 몬스터즈의 빅 팬이에요. 루시드 폴도 빅 팬이고요.”(한진영)
“남자들은 다 로망이 있거든요. 형들에게서 부러워하는 눈빛을 봤어요.(웃음)”(이용원)
“모험심이 필요해요. 저희? 각자 오랜 시간 우리 것을 만들어놓고, 그걸 버리고 온 거거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거고요. 1년 만에 2집을 냈잖아요.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한 게 있어요. 작년 공연할 때, 서너 명에서 열명 정도였는데, 할수록 꽉 차는 거예요.”(한진영)
“새로운 시도라는 건 정말 쉬운 일은 아니에요. 순탄치만은 않았어요. 저만 해도, 이렇게 내지르는 보컬은 처음 해보는 일이었거든요. 형들이랑 셋이 분담하다 보니 연주하는 것도 처음에는 잘 맞지 않았고요. 핑거링으로 모던 락을 하다가 피킹하려니까 아무래도 어려움도 있었고요. 중간에 ‘이게 정말 맞나’ 싶었지만, 꾸준히 하나하나 목표를 이뤄가서 뿌듯해요.”아직도 언제나 언젠가란 생각을 하나
아직도 뭐 같은 망상에 사로잡혀 있나
그래 바로 지금 너의 벽을 부숴버려
*아직도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
아직도 후회하고 있는 건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나
바로 지금 너의 벽을 부숴버려
- 「Destruction」중“8월 19일 단독공연, 모든 것을 다 보여드릴 예정”
옐로우 몬스터즈는 지난 7월 17일 일본에서 열리는 대형 펑크페스티벌 ‘빅피스 펑크페스티벌’에 참여했다. 이어 20일부터 크라잉넛,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함께 ‘다이너마이트’ 전국투어를 시작했다.
“빅피스 펑크 페스티벌은 일본에서 가장 핫한 펑크팀이 모이는 페스티벌이예요. 아직 옐로우 몬스터즈가 그들에게 생소하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은 보여주고 온 것 같아요. 지난 ‘다이너마이트 투어’는 대전의 한 클럽에서 열렸는데, 시작이 좋았어요. 앞으로 발전시켜서 체조경기장으로까지 공연 규모를 늘리고 싶어요.”(이용원)
“’다이너마이트 투어’는 크라잉넛,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술을 마시다 시작된 프로젝트였어요. 지방 클럽문화가 죽고 있는 것 같아서, 좋은 취지로 시작했는데 저희도 재미가 있어요. 이번 공연 때도 100명 정원이 꽉 찼어요. 어쿠스틱, 말랑말랑한 팝밴드도 잘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락밴드도 존재한다고 알리고 싶었어요. 편차가 너무 심해서요. 락하는 친구들, 메탈하는 친구들이 힘을 합쳐서 한번 일어나보자고 시작한 일이예요.”옐로우 몬스터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자, 덩달아 이전에 활동하던 밴드의 거취에 대한 질문도 많다고.
“전 밴드 얘기보다는, 옐로우 몬스터즈가 프로젝트 밴드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국내 밴드 중에 단발적으로 활동하고 마는 친구들도 많은데 저희는 왜 그런지 잘 알고 있어요. 그런 시행착오나 실수 없이 옐로우 몬스터즈는 잘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이용원)
오는 19일 홍대 상상마당에서 2집 발매 기념 공연을 가진 후, 10월부터는 일본 활동도 시작할 예정이다. 일본 음반사 두 세 곳과 최종 협상 단계에 있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괴물들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일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여기 생활 다 정리하고, 돌도끼 하나 들고 아마존 뛰어드는 심정으로 가는 거거든요.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국내 활동이에요. 일본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돌아와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한진영)
한쪽 벽에 걸려있는 일정 달력이 빽빽하다. 지산록페스티벌이 끝났으니 이제 다가오는 19일 열릴 단독공연 준비로 한창일 터.
“지산에서 저희 공연을 본 팬들이라면, 단독공연 때 당연히 오실 거라고 믿어요!”(최재혁)
“알차게 준비하고 있어요. 다른 연주자들도 함께 해, 좀더 완성도 있고 색다른 공연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드리겠습니다!”(이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