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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가의 장수비결 정지천 저 | 토트출판사 |
이 책은 조선시대 명문가들의 건강비책을 역사적인 배경과 생활습관 그리고 가문의 고유한 전통과 한의학적 근거를 통해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저자는 명문가 선비들이 건강하고 장수했던 이유를 ‘가문 의식과 가문의 영향력, 종가 음식, 건강관리를 위한 의학 공부’라는 세목으로 나누워 고찰하고 ‘혼인, 성(性)생활, 삼년상, 과거 공부, 청백리淸白吏, 귀양’을 그들의 장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변수로 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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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사람의 건강 상태를 크게 바꿀 수 있는 명약이다. 난치병에 걸렸더라도 환자가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재미난 영화, 비디오를 보며 소리 내어 웃으면 극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조금 특이한 성향이 있어서, 우리가 상상 속에서 느끼는 정서와 현실에서 직접 느끼는 정서를 구분할 줄 모른다. 그래서 현실은 기분이 나쁜 상태에 있더라도, 입 꼬리를 올리거나 기분 좋은 생각을 하면 신체 반응도 그렇게 금방 달라진다. 그래서 평소에 긍정적인 태도를 갖거나, 유머를 즐기면 정기를 강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정말 중요한 점은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웃기 때문에 즐겁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백사 이항복의 이야기를 통해 웃음이 얼마나 건강에 좋은 것인지 알아보자.
농담, 재담이 전매특허인 유머꾼
조선시대에 이항복처럼 해학과 풍자가 뛰어난 인물도 드물다고 할 정도로 그에 관한 많은 이야깃거리가 전해오고 있다. 하루는 유성룡이 지방으로 떠나는 친구를 환송하는 자리를 가졌는데, 이항복, 이정구, 정철, 심희수 등이 참석했다. 한창 술기운이 오르자 정철이 먼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여기는 소리에 대해 말했다.
“달 밝은 밤에 누각에 올랐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알운성(지나가던 구름도 멈추게 한다는 노랫소리)이 그만이지요.”그러자 심희수가 말을 받았다.
“온 산에는 나무마다 붉게 물들었는데, 바람소리에 실려 오는 먼 골짜기의 물 흐르는 소리가 제일이지요.”그러자 유성룡이 말했다.
“날이 밝자마자 잠에서 깨어났을 때, 문득 들려오는 술 거르는 소리가 묘하지요.”이번에는 이정구가 말했다.
“한적한 산속 초가집에서 들려오는 시 읊는 소리 또한 아름답지요.”마지막으로 이항복이 말했다.
“여러분이 말한 소리는 모두 아름답소. 하지만 맑게 갠 밤에 침실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여인의 옷 벗는 소리를 따를만한 것은 없지요.”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무릎을 치며 웃었다고 한다.
백사 가문의 장수 비결백사 가문은 익재 이제현(1287~1367, 81세)의 후손으로써 최고의 명문가 중의 하나이다. 백사 이래로 10명의 정승(추증 포함)을 배출하여 〈상신록相臣錄〉을 만들어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나이를 살펴보면 그 중 2명이 80세를 넘겼고, 2명이 70세를 넘겼으며, 단 한 명만이 60세를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대단히 장수한 집안임을 알 수 있다. 백사를 포함한 10명의 평균 수명이 무려 70.1세나 된다.
정승을 지내지 않은 후손들도 1세손 기남(箕男, 1598~1680, 83세), 2세손 시술(時術, 1606~1672, 67세), 7세손 석규(錫奎, 1758~1839, 82세) 등을 비롯하여 대부분 장수하였다. 또 대한제국이 일제에 강제 합병된 후에 전 재산을 정리하여 만주로 망명한 뒤에 독립운동에 헌신하여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우당友堂이회영(李會榮, 1867~1932, 66세)의 6형제도 상당히 장수한 편이다. 3명이 80세를 넘겼으며, 한 명만이 60세를 넘기지 못했다. 평균 수명이 73.5세로서 우당이 감옥에서 일제의 고문으로 사망하지 않았다면 평균 나이가 훨씬 더 올라갔을 것이다. 우당의 부친인 이유승(李裕承, 1835~1906)도 72세로 세상을 떠났다.
백사 가문이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청빈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는 등의 요인도 있었겠지만,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후손들에게 전해 내려온 탓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 이항복은 친구, 대신들과 어울려 재담으로 좌중을 휘어잡는 분위기 메이커의 역할을 했으니 그의 인맥은 엄청 넓었을 것이고, 집안사람들에게도 그의 면모가 발휘되었을 것이다.
유머가 있는 분위기에서 살아온 후손들은 어려움에 처했어도 여유를 잃지 않으며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삶의 지혜를 스스로 터득하게 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폭넓은 교유 관계를 가졌을 것이니 벗들과 잘 어울리고 웃음과 더불어 사는 삶이 장수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웃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웃음이 명약이란 사실은 틀림없지만 모든 감정을 웃음으로만 풀수 없다. 화가 많이 나서 간장이 상하게 될 때는 웃기보다 오히려 슬프고 비극적인 영화를 보는 것이 좋다. 화를 내는 것은 목木에 속하는데 금金에 해당되는 슬픈 감정이‘금극목金克木’으로 억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크게 화날 때는 웃을 것이 아니라 울어버려야 마음이 풀어지고 속이 후련해지면서 가라앉게 된다. 또한 기쁨이 넘쳐서 주체할 수 없을 때에는 공포 영화를 보는 것이 좋다. 기쁨은 화火에 해당되는데 수水에 해당되는 무서운 감정이 ‘수극화水克火’로서 수水가 화火를 제압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화날 때는 슬픈 정서를 일으키고, 너무 기쁠 때는 무서운 정서를 일으키면 감정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