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에 위치한 ‘북성재’에서 마음이 경영을 만났다. 봄볕이 내리쬐던 4월 23일 토요일 오후, 주선자는 최명기 마음경영 전문의였다.
먼저 그는 공중 보건의로 근무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이 조제하는 약이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인지, 불현듯 궁금했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편찮으셔서 진찰 후 약을 드렸고 하루가 지나서 병세가 나아지셨는지 물어볼 수 있었죠. 조금 나아졌다고 하시더군요.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준 약이 정말 효과가 있구나!’하고 말이죠(웃음).” 그는 이와 같은 이치로 자신의 책을 읽은 독자 분들이 과연 있을까, 또 실제로 책의 내용이 도움이 되었을까 궁금했다고 한다. 그래서 독자와 만난 이 자리가 반갑고 고맙다는 말로 강연을 열었다.
실패하지 않는 삶을 위한 덕목은 무엇일까? 그는 친절과 재주 그리고 끈기, 용기, 책임, 열정, 지혜 등 일곱 가지 키워드가 원을 그리고 있는 형상을 보여주었다. 바로, 마음경영에 기본 요소가 되는 낱말들이다.
“저에게는 딸이 하나 있습니다. 시험 성적이 나쁘게 나왔다고 해서 딸을 혼내지 않겠다고 딸에게 맹세를 한 적이 있어요. 며칠이 지나서 아빠가 왜 그런 맹세를 했는지 궁금했던지, 딸이 물어보더군요. 사실은 술김에 한 거였죠(웃음). 물론 더 큰 생각은 있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다가 공부를 못할 수가 있는데, 그것으로 질책을 하면 다른 일을 그르칠 수가 있기 때문이죠. 재학 중에 재주를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물건을 파는 것도 재주인데 그건 학교를 다니면서는 발현되기 힘들죠. 남을 설득하는 것도 재주이고 남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도 역시, 재주이죠. 그렇게 재주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잡초가 난초를 이긴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잡초는 끈기다. 인생을 살다 보면 성공할 때보다 실패할 때가 더 많게 마련이다. 하지만 끈기가 있으면 실패가 마냥 두렵지는 않다. 그는
“실패하더라도 꾸준히 노력해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면 실패를 메우고 앞설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성공은 작은 씨앗 같이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 씨앗에 한참 물을 주고 거름을 주어야 겨우 묘목으로 성장하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나무가 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완성된 형태의 휘황찬란한 풍선을 보여줘야 그것이 기회라고 생각하죠. 남들이 안하려고 하는 궂은 일, 고된 일이 오히려 성공의 씨앗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일에서 기회를 살릴 줄을 알아야 합니다. 끈기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죠.”
기회는 전혀 엉뚱한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는
“회사에서 가장 그만두지 못하게 하는 사람은 잡일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실력 있는 사람은 다시 뽑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궂은일을 껴안고 있는 만큼 그 사람을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용기는 남보다 한발 앞서게 한다
인간에게는 위험을 무조건 피하고 싶은 본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의 기회를 두려움으로 인해 놓치는 경우도 생긴다. 틀림없이 잘된다는 확신이 있으면서도 사람들이 안한다는 이유로 불안해서 포기하기도 한다. 반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으면 안심하고 생각 없이 따라가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일단 선택을 하면 그 선택이 잘못된 것을 본능적으로 알면서도 미련이 남아 질질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죠. 손해를 보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결정을 미루다보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르게 되기 마련입니다. 인간관계에서도 맺고 끊는 용기가 필요해요. 안 좋은 관계를 끝낼 수 있는 용기, 이용당하지 않을 용기, 여러분의 부모님에게 담보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청중 웃음). 같은 것들 말이죠.”
“책임감은 앞서 말한 재능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된다.
“맛있는 재료를 모았어도 버무려야 그 맛이 합쳐져서 제대로 된 맛”이 난다. 그러기 위해서 그릇 즉, 책임감이 필요하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한 책임감은 오래 가지 못”하고,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데서 진정한 책임감”은 비롯된다.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런 책임이 없는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그가 물었다. 그의 답은 이랬다.
“모든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는 삶은 행복해질 수도 없어요. 책임질 수 있는 만큼이 그 사람의 힘이 됩니다. 타의에 의해 조종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과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지는 것이죠.”
자기 자신으로 인해서 피해를 받게 될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 지를 느낀다면 무책임한 행동을 하지 못한다. 약속을 지키고 책임질 때 사람들이 믿고 따른다. 이렇게
“책임을 지고 나가면서 보다 그릇이 큰 사람이 된다”고 그는 말한다.
“처음에 조그만 뚝배기 크기의 마음이 책임지고 견디어가는 동안에 솥같이 커다란 마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벌은 사람을 책임지지 못하게 만들어요. 처벌을 주관하는 이가 보고 있는 자리에서는 책임을 가질 수 있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그렇게 되지 못하죠.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책임이 곧 처벌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책임감이라는 말을 멀리하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거죠.”
사람들은 유한한 삶 속에서 육체를 바꾸는 걸 꿈꾸기도 한다. 우선은 얼굴을 바꾸는 걸 꿈꾼다. 팔의 힘을 늘리고, 육신의 능력이 올라간다는 걸 믿는다. 그러나
“마음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잘 믿지 않”는다. 지금 이 일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내일도 이 일을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만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나 책들은 열정을 강조한다. 그는 열정이야말로 운이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열정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걸 알아야하고 좋아하는 걸 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인정해주어야 하죠. 가령, 열쇠 따기의 귀재가 있다고 한다면 세계 최고가 되더라도 세상이 인정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고, 세상이 인정해주는 뭔가에 대해 열정이 타오른다면 그것은 인생의 가장 큰 행운 중 하나입니다. 콜라병을 강박적으로 모으는 것과 돈을 강박적으로 모으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지 모릅니다. 하고 싶은 일이나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라고 동시에 말한다면 모순이 되기도 하죠.”
내 삶의 목표와 목적은 무엇일까
“삶의 있어서 중요한 것은 목표와 목적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불교에서는 카르마를 끝내는 것이 목적이고, 진화론에서는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성장이 목적이라고 공식석상에서 말한 바 있죠. 알코올 중독자나 마약 중독자에게는 술이나 약이 목적일 것이고 실존주의자에게는 목적 없는 삶을 견디는 것이 목적이 되겠죠.”
그렇다면 보통 사람의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가 정리한 네 개의 문장은 의외로 간단하다. ‘될수록 오래 산다’, ‘될수록 건강하게 산다’, ‘될수록 인정받고 산다’, ‘될수록 즐겁게 산다’. “이 네 가지에 근접할수록 행복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런데 ‘인정받고 싶다’와 ‘즐겁게 살고 싶다’ 사이에는 갈등이 있을 수 있다. “모든 인간은 자서전적 기억이 있죠. 자신쟀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서전적 기억을 지니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정받는데 급급해서 즐거움을 챙기지 못한다면 행복해질 수가 없겠죠. 반대로 즐거움에 빠져 성취가 없으면 인정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