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워낙에 하고 싶어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첼로를 했고, 아버지, 어머니도 노래를 잘 하셔서 항상 음악이 가까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많이 듣게 되고, 노래대회 나가서 상도 받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게 됐던 것 같아요.”
2005년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로 뮤지컬에 데뷔한 그녀는 지금껏 <달콤한 안녕> <위대한 캣츠비> <싱글즈> <김종욱 찾기> <금발이 너무해> 등에 참여했다. 그러는 사이 오히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얼굴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활동을 거의 안 했어요. 뮤지컬 쪽에서 기회가 왔을 때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무대에서 관객들과 교감하는 게 굉장히 재밌어요. 영화나 드라마는 즉석에서 느끼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무대에서는 눈앞에 있는 관객들이 바로바로 반응하는 게 아주 재밌고, 이래서 사람들이 ‘무대가 마약’이라고 하는 구나 느끼거든요(웃음). 그 재미를 알게 돼서 계속 무대 욕심이 나는 것 같아요.”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는 2008년, 2009년 이후 벌써 3번째 참여한다. 스스로 늘어난 기량이 느껴질까?
“저는 잘 모르겠는데, 상대 배역이나 주변 배우들이 바뀌면서 그분들에 맞춰가다 보니까 저도 달라진 점은 있는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은 전보다 노래실력이 많이 나아졌다고 말씀하시는데, 아마도 무대에 좀 더 익숙해지면서 어떤 테크닉이 늘지 않았나 생각돼요(웃음). 사실 연예인들은 오디션을 안 볼 것이라 생각하시는데, 저는 매번 오디션을 보고 참여했거든요. 그만큼 노래나 춤, 연기부분에 노력을 많이 했고, 또 무대 위의 경험들이 쌓이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젊음의 행진>은 김지우를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게 했던 작품인 만큼 애착이 남다르다. 또한 익숙한 노래들로 채워지는 무대라서 공연 때마다 즐길 수 있다.
“이 작품은 재밌어요. 그리고 향수라고 해야 하나? 배우들은 물론이고 관객들도 자랄 때 들었던 노래들이라서 그 시절로 함께 돌아가는 거죠. ‘영심이’도 어릴 때 일요일이면 항상 TV에서 봤던 만화고요. 사실 <금발이 너무해>와 <젊음의 행진>은 ‘김지우가 뮤지컬 무대에서 잘 버티고 있네’라는 말을 듣게 해준, 저를 뮤지컬 배우로서 자리 잡게 해준 작품들이라서 애착이 많이 가요.”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김지우 씨는 한결 여성스러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있어서 그런가요(웃음), 서른을 앞두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뮤지컬은 계속 춤추고 노래하고 달려 다니니까 살도 빠졌어요.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이미지가 차분해졌다고 하세요. 사실 어렸을 때는 항상 조급했어요. ‘이 작품 끝나면 뭐하지? 다른 친구들은 어디까지 하고 있는데, 나는 어떡하지?’ 하는 걱정들로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공연을 하면서는 마음이 정말 편한 거예요. 일단 공연을 할 때는 작품에 몰입하게 되고, 오디션에서 안 되면 다음을 위해서 준비하다 보니까 마음이 유해졌어요. 그 전에는 오만 걱정과 고민을 안고 살았는데, 그걸 떨치고 나니까 겉모습까지 유해지나 봐요.”
하지만 6년간 참여했던 작품들의 캐릭터가 비슷해서 새로운 인물에 도전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있을 것 같다.
“맞아요. 항상 <렌트>의 미미나 <지킬앤하이드>의 루시, <시카고>의 벨마나 록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는데, ?두가 안 나요. 아직 오디션도 못 봤어요. 의지만 가지고 도전했다, 지금의 김지우로 영원히 기억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만큼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관객들은 언제쯤 무대에서 새롭게 변신한 김지우를 만날 수 있을까?
“저도 궁금해요(웃음). 우선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요. 예를 들어 김정은 선배님이나 김선아 선배님은 캐릭터가 분명하잖아요. 가지고 있는 색깔이 굉장히 뚜렷하고, 특정 캐릭터에 바로 떠오르는 배우처럼, 지금은 제가 가진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내고 싶어요. 그렇게 좀 더 나이가 들고 준비가 되면 선 굵은 역할들에 도전해야죠.”
29살이다. 배우로서, 개인적으로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일단은 20대 마무리를 잘 해서 상큼한 30대를 맞이하고 싶어요. 주위에서 우선 주변 정리를 잘 하라고 하시네요. 제가 실속 못 챙기고 남부터 챙기는 스타일이거든요(웃음). 정말 저 자신을 챙겨야 남도 챙길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은 질풍노도의 시기지만(웃음) ‘배우’라는 호칭에 전혀 손색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배우’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더 많이 노력할게요.”
차갑고 도도할 것 같았던 김지우 씨는 대화가 시작되자 이내 방긋방긋 웃으며 여린 마음을 들춰냈다. 덜렁대고 푼수 같은 극중 영심이가 딱 자신과 닮았다고. 실제로 무대에 선 영심이 김지우는 쉴 새 없이 문제를 만들고 뛰어다니는데, 그런 캐릭터에게 모두가 느끼는 마음,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는 유재하의 ‘가리워진 날’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는 곳 100미터 전’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 오장박의 ‘내일이 찾아오면’ 심신의 ‘오직 하나뿐인 그대’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 김건모의 ‘핑계’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 등 1980~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히트 가요들이 모두 나온다. 흔한 주크박스 뮤지컬 같지만 간단한 스토리에 히트 가요를 짜임새 있게 연결해, 객석의 열기는 대단하다. 특히 ‘상남이’ 전아민의 완벽한 캐릭터 연기와 아슬아슬한 노출, 현란하면서도 파워풀한 댄스는 여러 누님들을 10대처럼 들뜨게 만든다. 그 시절이 그립다면, 잠시 뮤지컬 <젊음의 행진> 타임캡슐에 입성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