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에 진행되는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책’이 지난 2010년 12월, 여덟 번째 행사가 치러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YES24는 '한겨레21'과 함께 올 한해 출판계를 정리하는 자료집 『책과 함께 우리는 행복한 겁니다!』를 만들어 YES24 회원과 <한겨레 21> 독자에게 배포했습니다.
이 자료집 안에는 독자와 작가가 주고받은 편지를 실은 특집 페이지가 실려 있습니다.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편지를 띄우고, 그 편지를 읽은 작가가 독자에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요? 김중혁, 이석원, 김남희 작가님과 나눈 특별한 편지를 ‘채널 소식’에 차례로 게재합니다.
이지현 편집자가 이석원 작가에게낮술을 함께한 지 딱 일 년째 되는 날입니다. 일 년 만에 소식을 전해요. 잘 지냈어요? 오후 세 시에 홍대의 어느 작은 카페에서 마신 와인이 참 좋았다는 기억이 납니다. 네, 따로 단둘이는 아니었고, YES24
『보통의 존재』출간이벤트였지요. 하하. 저는 원래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마니아적으로는 아니어서, 책을 볼 때 아티스트 이석원보다 ‘나이탐험가’ 이석원의 글 자체만을 읽었답니다. 쿡쿡거리며 읽었어요. 작가님의 일상이나 혼잣말을 보면서 생각방법, 위트, 감성의 원천이 무엇인지……, 인생관이나 연애관도 글을 통해 조금 알게 되었네요. 그 책은 조곤조곤 담소를 나눈 듯한 착각을 일으켜요.
그중 ‘운동해’라는 메시지가 가장 와 닿았답니다. 그래서 올해는 지긋지긋한 자의식의 탐구, 그 생각에 침수되지 않으려고 산뜻한 운동을 하고 달콤한 자기긍정을 하면서 마음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던 한 해이기도 해요. 처음으로 책을 만드슴 일을 하기 시작하니,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힘들었던 거 같아요, 작가님은 그 균형을 어떻게 맞춰가고 있는지 궁금해요. 음악과 글쓰기, 취미 생활, 쉬는 시간의 경계가 모호하진 않으신지요. 적절한 에너지 분배라는 것이 있을까요? 편지를 쓰다 보니, 원래는 ‘이상형’ 이라든가 ‘연애 잘하는 법’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제 심연에 있던 고민을 꺼내 놓았네요,
같은 계절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상 같지만, 항상 다른 계절을 만나고 다른 일들이 일어나요. 그날이 그날인 것 같으면서도 어제와는 다른, 작년과는 다른 하루를 만나며 살아가고 있어요. 이제 커튼까지 얼어붙는 12월, 한 해의 끝 달이네요. 갑자기 낮술이 그립네요! 누군가의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지는 연말이에요. 저는 뭐, 별 특별한 일이 없었던 한 해 같았는데, 되돌아보니 이직을 했고 병원을 자주 갔고 처음 지리산 종주를 했고, 처음으로 편집한 책 한
『괜찮나요, 당신?』이 출간되었고요. 친했던 외삼촌을 떠나보내는 일도 있었네요. 그렇게 스물아홉을 보내고 서른을 맞이하고 있어요.
작가님의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과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그런 경험이나 생각이 글로, 음악으로 묻어나겠지요? 책이나 CD로 제 손에 쥐어지기 전에, 살짝 작가님의 2010년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항상 ‘사는 이야기’가 궁금한 작가님이신지라 감히 여쭤봅니다. 답장을 써 주신다는 전재로 이렇게 당당하게요. 그럼 편지를 이만 줄입니다. 12월 마지막 콘서트에 혼자라도 가야겠어요. 건강하세요!
2010.12.10
파주에서
줄리공공
지현.☞이석원 작가가 이지현 편집자에게 쓴 답장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