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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과외를 위한 엄마의 어긋난 욕망에 충격 - 『비즈니스』 박범신

사람들 너무 사나워… 올해는 토끼처럼 순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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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쭉 현역작가이고 싶다” 자식 사교육 때문에 도덕 불감증에 걸린 대한민국 엄마들...

인터뷰 직전, 작가님과 동반한 편집자에게서, 박범신 작가님이 음악 프로그램 <김정은의 초콜릿>에 출연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귀띔해들었다.

“작가님, 이번에 <김정은의 초콜릿>에 나가신다면서요? 노래도 부르시나요?(웃음)”

“아직 몰라요. 하자고 하면, 하는 거죠. 나가서 노래 한 곡 뽑으면 좋잖아요.”


박범신 작가(64)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는 어떤 새로운 일이라 하더라도 문학과 관계된 일이라면 마다하는 법이 없는 듯 했다. 문단계 위치나 나이로 보았을 때, 그는 선배작가지만, 그의 행보는 여느 젊은 작가 못지 않게 담대하고 뜨겁다.

“소설에만 몰두하느라 아무런 사회생활도 할 수 없다. 지금의 유일한 고민은 넘치는 창작욕구를 제어할 방법을 찾는 일”이라는 그는 지난 해 무려 두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갈망의 3부작’으로 인간의 본원적 욕망을 탐색한 소설 『고산자』 『촐라체』와 쌍을 이루는 장편 『은교』를 지난 4월에, 사람들의 관계를 비즈니스화한 자본주의의 병폐를 비판하는 소설 『비즈니스』를 지난 12월에 출간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1월에는 중앙일보에 새 장편 소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의 연재를 시작했다. 이 정도면 독보적인 생산력이다.

그는 누구보다 바쁜 작가다. 명지대에서 문예창작 교수로 재직하며, 후배 문인들을 양성하고, ‘출근도 하지 않고, 월급도 받지 않는’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공공문화예술지원에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서울시 창작공간인 ‘연희문학창작촌’의 촌장으로 다양한 문학행사를 주최하기도 한다.

그는 소설 『촐라체』를 국내 최초로 블로그 연재를 시도하며, 작가들의 인터넷 소설연재 시대의 문을 열었다. ‘작가와의 만남’ 행사나 인터넷 소설 연재를 하는 일에 작가를 부른 서점 쪽이 작가에게 마땅한 사례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앞장서 쓴 소리를 내기도 했다. “후배들이 좋은 글을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문학 환경을 개선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그의 거침없는 발걸음은 돈키호테를 연상시킬 정도다.

이번 『비즈니스』의 출간 역시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소설 『비즈니스』는 중국작가 ‘장윈’과 함께 각각 중국의 문예지 ‘소설계’, 한국 문예지 ‘자음과 모음’에 각각 연재했고, 동시 출간했다. 교류가 극히 드물었던 한중 문화교류에 있어 최초로 시도된 일이다. 그는 『비즈니스』를 통해 “노벨상 등 유럽의 반응을 매개삼아 겨우 수혈 받던 중국 문학과의 비정상적인 교류를 탈피해, 지금이라도 동시대 작품들과 직접 교류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몸이 둘이라도 부족할 지경인 청년작가 박범신은 인터뷰 내내,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현역작가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식을 줄 모르는 소설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박범신 작가를 2011년 채널예스의 첫 인터뷰이로 모셨다. 박범신 작가와의 인터뷰 현장에 내내 흘렀던 뜨거운 기운과 에너지를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하고자 한다.


“오염된 현실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작가의 책무”


중국에서도 동시 출간되었다. 중국 쪽 반응은 어떤가?

“내가 며칠 전 상해에 다녀왔는데 중국 반응이 오히려 더 뜨거운 편이다. 소설이 다루고 있는 현실비판적 이야기가 중국의 사회상이기도 한 것 같다. 중국도 최근 급격히 발전하면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교육 열풍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사회를 정면에서 비판하는 소설이 많지 않아서, 외국 작가의 사회비판 소설에서 신선함을 느낀 것 같다.”

책 출간 간담회 자리에서, “『비즈니스』를 통해 그간 써온 소설과 다른 소설을 앞으로 쓰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선언의 계기가 있다면?

“젊은 시절에는 사회 비판적인 세태소설을 많이 썼다. 그러다 93년 절필하고 96년 『흰 소가 끄는 수레』를 냈다. 그 뒤 『은교』에 이르기까지 10여 년 동안, 소설에 사회의 모습을 담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그보다 더 근원적인 존재론적인 문제에 더 관심을 두었다. 나로서는 한마디로 ‘내가 누구냐’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기간이었다.

소설은 삶의 현장에 있어야 된다. 분단되어 있고, 갈등도 많고, 많은 문제들을 지닌 현실에 눈을 감고 문학이 존재할 수가 없다. 당분간은 『비즈니스』와 같이 현실 비판적인 소설을 써 나갈 예정이다. 거대 자본들이 점차 우리 사회를 반문명화, 반인간화를 야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판하고 발언하는 것이 문학의 책무다.”


이제 세상의 주인은 '자본'이고, 삶의 유일한 전략은 '비즈니스'다.
사랑과 결혼조차 일종의 '비즈니스'에 불과했다.
자본의 압제는 그 경계마저 불분명하니, 화염병을 들고 나간다고 해도 던질 데가 없었다. 간교하고도 잔인한 독재자인 자본의 품 안에서 사람들은 단지 실패한 자와 성공한 자, 두 종류만으로 구별됐다. 교육도 일종의 '비즈니스'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p.54)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소설을 쓴다는 것은 결국 지금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것인가? 질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여주인공처럼, 파멸이나 크게 잃어본 경험이 없으면 지금 여기의 소중함을 눈치채지 못한다. 여주인공의 인상적인 말, “지금… 참 좋다.” 이를 깨달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제까지 여자의 삶은 세속적 기득권을 추구하며, 질주할 수 밖에 없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지금이 좋다’는 건, 획일적인 자본주의의 트랙을 벗어나서 느끼는 행복이다. 자본주의의 최종 목표는 이윤추구, 하나뿐이다. 이윤을 많이 내려면, 사람들 사이가 좋아선 안 된다. 이간질 시켜서 소비경쟁을 시켜야 한다. 이는 사회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모자식도 가르고, 부부도 가른다.

자본주의는 분명 우리에게 안락한 생활 환경을 조성해주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슬픔, 사랑, 본원적 정신을 유린하는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은 그 중에서 교육을 통해 자본주의가 저지르는 폭력성을 비판하고 있다. 지금 일간지에 연재하고 있는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는 그보다 더 강력하게 자본주의 안에 깃들어 있는 폭력을 비판할 예정이다.”



“자본주의가 주입한 가짜 욕망에서 독립해야 한다”


‘사랑만이 비즈니스가 아닌 유일한 것’이라고 했는데, 이때 사랑은 욕망과 다른 사랑일 것이다. 박범신 작가님에게 비즈니스가 아닌 진짜 사랑은 무엇인가?

“순정이다. 지금은 연애도 결혼도 다 비즈니스화 돼버렸다.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부자가 되도 행복해질 수 없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본원적인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건 뭘 바라고 하는 게 아니잖나. 사랑에 기대서 더 높은 기득권에 오르거나, 어떤 이득을 나누려는 게 사랑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어려울 때 고통을 나누고, 상대편의 그늘을 바라보려는 마음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본다.”

충격적인 것은, 어머니가 자식의 사교육비를 대기 위해 몸을 판다는 설정이다.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어떻게 이럴 수 있어?’라는 반응보다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반응이 꽤 있어서 놀랐다.

“지난 50년 간 교육의 혜택을 받아서 나라가 이만큼 발전했는데, 지금 교육의 파행적 현상을 보자면, 자칫 교육 때문에 애들을 망칠 수 있겠다 싶더라. 지금 교육은 오로지 남을 이기고, 남보다 더 많은 파이를 갖고, 세속적인 출세를 향한 교육으로 전 사회 시스템이 총 진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의 본래 가치를 잃어버린 거다.

자식이 굶주리고 있어서, 먹이기 위해 매춘까지 불사하는 어머니가 있는 나라는 많다고 본다. 하지만 아이를 일류대학에 넣기 위해, 더 비싼 과외를 시키기 위해 매춘도 불사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 나는 우리 나라라고 본다.

노래방에 가도 젊은 엄마들이 도우미로 나오거나, 일부 젊은 엄마들이 직접 매춘에도 나서는 많은 사례들을 취재 중에 봤기 때문이다. 정말 처참하다고 느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도 충격을 받지 않고, 도덕불감증에 걸려있다. 이 소설은 이런 자본주의적 슬픔을 내밀하게 지적하고자 쓴 소설이다.”


이 도시에서의 윤리성이란 안팎에서 일관되게 지켜지는 가치가 아니라, 지켜지고 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어 얻어내는 가치였다. 쉽게 말해 들키면 반윤리, 안 들키면 윤리라 할 수 있었다. (p.230)

‘갈망의 3부작’은 끝났지만, 자본주의 비판에도 욕망이 근본적인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갈망 3부작’은 인간 내면에 숨겨진 욕망 자체가 얼마나 무서운가 보여줬다면, 『비즈니스』는 자본주의가 사람들의 욕망을 얼마나 무섭게 이용하는가 보여주고 있다.

“갈망의 3부작이라고 말한 『고산자』 『촐라체』 『은교』 세 작품에서 다뤄진 욕망은 매우 본원적인 거다. 『촐라체』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욕망. 『고산자』는 편리한 지도를 온 백성에게 나눠주고 싶은 민주화의 열망, 『은교』에서는 삶의 유한성을 넘어서고 싶은 욕망을 그리고 있다. 이런 본원적인 욕망은 삶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자본주의에서 드러나는 세속적인 욕망은, 정확하게 말하면 가짜 욕망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우리에게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서 주입한 욕망이다. 이런 가짜 욕망에서 독립해야 한다. 이 욕망을 따라가면 죽을 때까지 쉴 틈도 없고, 사랑을 나눌 틈도 없고, 타인의 슬픔을 이해할 수도 없다.

이런 삶은 마지막 죽을 때 후회한다. 세속적으로는 출세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텅 빈 삶이다.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게 뭔 줄도 모르고, 자기 정체성에 따라 살아본 적도 없기 때문에 이런 사람은 대개 죽을 때 후회한다.”



“끊임없이 쓸 수 있었던 원동력……. 문학이 내게 유일한 길이기 때문”


『은교』를 출간한지 8개월 만에 『비즈니스』를 냈고, 지금 새로운 장편 연재를 다시 시작했다. 놀라운 생산력이다!

“늘 현역작가로 살고 싶은 나의 꿈과 소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되도록 뜨거운 마음을 가지려고 애를 쓰고 있다. 내게는 소설 쓰는 것만큼 만족스럽고 재미있는 게 없더라. 소설 쓸 때는 모든 권태를 다 잊을 수 있다. 문단생활 37년 하면서, 소설을 써서 돈을 벌겠다거나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은 다 놨다. 이건 빈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쓰는 까닭은, 이것이 나의 구원이 되기 때문이다. 혼자 심심하고 외로우면 우울증이 올 수도 있지 않은가. 앞으로도 열심히, 당분간은 끊임없이 쓸 생각이다. 쓰는 게 재미있다.”

명지대에서 교수로도 재직하고 계신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통해, 자극이나 영향을 받기도 하는지?

“오히려 내가 젊은 애들한테 기운을 뺏기지!(웃음) 젊은 문학도와 나와 다른 점은, 그들에게 문학의 길은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뭔가 다른 더 좋은 찬스가 있으면 버릴 수 있는 것 같다. 나 에게는 이게 상대적인 길이 아니라 절대적인 길이다. 다른 어떤 프로그램이 내 인생에 주어지더라도 나는 거기서 만족을 못한다. 문학의 길이 유일한 거다.

37년 동안 멈추지 않고 쓸 수 있었던 원동력도 이게 유일한 길, 운명적인 길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젊은이가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문학과 소설 쓰기에 대한 그리움이 절대적인가? 정말 깊은 그리움을 갖고 있는가? 질문해봐야 한다.

혹시 문학을 때려 치고, 고위층 자리를 준다면 갈 것인가? 대통령을 시켜준다면 소설을 버릴 것인가? 이게 과연 문학만 해당되는 일이겠나. 어떤 것에 대한 절대적인 욕망, 그리움. 그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느껴지는 게 있다면 그가 성공 여부를 떠나 최소한 그의 삶은 후회가 없을 것이다. 성공한 삶이 아니라, 후회가 적은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


늘 바쁘다고 하시면서도, 문학 환경 개선하는 일에 매번 앞장서고 있다. 이런 활동은 작가로서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일까?

“학교에 오래 있어서 제자 작가들이 많다. 후배들이나 제자들, 젊은 작가들에게 문학 판의 선배 작가로서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기꺼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글 쓰는 데 바빠서 다른 사회생활은 전혀 못한다. 다만 문단에 도움이 되는 일이면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서 헌신하려고 하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글을 통해서 사회에 헌신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내 분야에 다른 것에도 헌신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늘 열린 마음으로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청년 작가’로서 이 시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부분의 젊은 날은 방황의 연속이다. 기본적으로 자기 정체성을 확보한 사람은 언제든지 용감해 질 수 있다고 본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일이다. 청년 시절, 내 마음속에는 늘 갈망이 깊었다. 근원적? 욕망이었다. 나는 인간이 불가능한 꿈을 버리지 않기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본 바로는, 사랑은 완성되지 않는다. 행복을 느끼는 순간도 있지만, 하룻밤만 지나도 지속되기 힘들다. 영원히 살아갈 수도 없다. 이런 것을 알면서도 이에 대한 갈망을 버리지 않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인 것이다.

내 마음속에 있는 불가능한 욕망, 갈증, 갈망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젊은이일수록 갈망이 커야지. 갈망이 클 수록 물론 본인은 고통스럽다. 세계는 이미 잘 짜여 있기 때문에, 내 갈망이 세계와 자꾸 부딪치기 때문이다. 그걸 두려워하지 말고. 깊은 갈망을 내부에서 키우는 게 평생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2011년 토끼해, 순한 마음으로 순정을 회복하자”


간간히 바람소리도 들렸다. 창이 가끔 떠는 소리를 냈고, 그리고 먼 곳에서 바다가 돌아눕는 소리도 났다. 이곳에 자리 잡은 뒤부터 귀가 더 활짝 열린 모양이었다. 어떤 날 깊은 밤엔 작은 별들이 몸을 뒤채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지금…… 참 좋아…….” (237p)

삶의 기쁨을 표현하는 장면 중에 이런 표현이 있다. “새 종이에 새로 판 도장을 꾹 눌러 찍는 것 같은 매일매일(p.170)” 그런 나날들을 지금 보내고 있나?

“다른 사람보다는 그렇다.(웃음) 자본주의에 맞춰 살다 보면, 습관화된 삶을 살게 된다. 남이 이렇게 성공했다고 하면, 다 따라하잖나. 습관적이고 모방적인 삶을 벗어난 순간의 희열을 묘사하기 위해 쓴 표현이다.

공자님은 삶의 섭리에 이르는 방법으로 세가지 단계를 제시했다. 가장 낮은 데에 있는 것이 모방적인 삶, 두 번째가 경험적인 삶, 나머지가 사색하는 삶이다. 물론 습관적인 삶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지만, 내가 정말 원해서 보낸 시간들이 삶에 축적되는 게 좋다. 작가는 습관과 고정관념을 부정하고 매일 새로 태어나야 하는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내 인생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박완서 작가님은 이전에 ‘글을 쓰는 일이 매번 새롭게 어렵다’고 했다. 박범신 작가님은 어쩐지 펜을 들면 쭉쭉 써내려 갈 것만 같다.(웃음)

“아니다. 글 쓰는 것이 정말……. 죽음 가까이 가는 고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편안하고 완전한 행복은 나는 잘 모르겠다. 고통이라는 과정을 통해 뜨거운 오르가슴에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소설을 쓰지 않을 때는 주로 어떤 일을 즐기나?

“평소 나무를 다루는 걸 좋아한다. 노동력이 많이 요구되는 일이라, 목공예를 하루 정도 하면 일주일은 손이 떨려서 작업을 못한다. 나이 들어서 문학적 감수성이 왕성하지 못할 때, 내 마지막 꿈은 작은 목공소를 만드는 거다. 좋아하는 사람들의 식탁을 짜서 선물하고……. 나무를 다루는 게 나를 굉장히 편안하게 한다. 내 취미인데 요즘은 원고를 열심히 쓰느라 못하고 있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산책을 하거나 예능프로그램, 연속극을 보기도 한다.”

최근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문제나 고민거리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소설 쓰는 걸 멈추지 못한다는 거다. 내가 왜 이렇게 집중하는지 모르겠다. 이걸 멈추지 않으면 건강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내부에서 용암처럼 끓어올라서 막상 끊으면 정신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아 계속 쓰고는 있다. 최근의 나의 고민은 글쓰기에 대한 나의 질주를 멈출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정신은 충만하고 뜨거운데, 육체는 노동력을 따라가기 힘든 상태니까……. 천천히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박범신 작가님이 새해 첫 작가로 채널예스 독자들과 만난다. 독자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한다.

“2010년은 호랑이 해였다. 호랑이는 먹이를 쌓아두지도 않고, 잉여재산도 없다. 무리 짓거나 패거리 지어 놀지 않고, 홀로 고독하게 자기 길을 간다. 작년 우리는 호랑이처럼 살지 못했다. 올해는 토끼해다. 어차피 호랑이처럼 살기 어렵다면, 올해는 부디 토끼처럼 순해졌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너무 사나운 것 같다. 순해지면 원래 순정이 회복되겠지. 회복되고 나면, 사실 우리 마음 속에 순정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는 걸 느끼게 될 거다.
휴대폰도 두 개씩 갖고 있는 사람도 있고, 집집마다 TV도 있고, 3 세끼 안 굶는데도. 사람들은 늘 더 많이 가지려고 한다. 내 젊은 날을 생각하면 우린 정말 부자다. 지금 가진 소중한 것들을 잘 모르는 거다. 토끼 같은 마음이 되면 내가 행복한 삶의 조건 속에 놓여 있다는 걸 느낄 것 같다. 그러면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너그러워질 테고, 올해는 무엇보다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기 자신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면 타인에게도 너그러워 지고 사회도 순한 사회가 될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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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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