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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영토 달라고 요청했더니…” - 『난 실행할거야』 낸시랭

낸시랭, 그녀가 보여주고 싶은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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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아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낸시랭은 알아본다. 다만 이렇게 말할 뿐이다. “도대체 낸시랭은 뭐 하는 사람이야?”

낸시랭은 OOO(이)다?

팝 아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낸시랭은 알아본다. 다만 이렇게 말할 뿐이다. “도대체 낸시랭은 뭐 하는 사람이야?” 낸시랭이라면, 자신을 이렇게 소개할 테다. “팝 아티스트 낸시랭”이라고. 지금 내가 하는 모든 활동이 나의 작품이라고.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을 내보이고 전시한다.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펼친 그녀의 첫 퍼포먼스 ‘초대받지 못한 꿈과 갈등’, 그녀는 란제리 룩만 걸친 채, 그대로 드러누웠다. 초대받지 못한 무명 예술가인 자신의 몸을 그대로 베니스 한복판에 던져놓은 셈. 지난 6월 영국에서 벌인 UK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 낸시랭 왕국을 세우기 위해, 거지여왕의 복장을 하고 런던시내를 누볐다.

엘리자베스 (진짜) 여왕의 생일 퍼레이드가 있던 날, 낸시랭은 게릴라 퍼포먼스로 깜짝 이슈를 만들었다. 근엄한 퍼레이드 한쪽에서 의자를 밟고 올라가 손을 흔들며 외쳤다. “자, UK 낸시랭이라는 나라가 태어났습니다. 제가 그 나라 여왕이에요!” 구걸통을 들고 근위병 가까이서 행진도 했다.

물론 경찰의 제재를 받았지만, 실행했다. ‘개인이 국가, 개인이 작품’ 그녀의 모토를 그렇게 표현해냈다. 아, 그런데 왜 하필 영국이냐고? “내가 좋아하는 나라니까.” 이건, 그녀에게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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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에서 펼친 퍼포먼스 ‘초대받지 못한 꿈과 갈등’ UK프로젝트 “Beggar the Queen”


2008년,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제외하고, 낸시랭은 매년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그 중 소녀의 얼굴에 건담의 몸을 가지고 있는 터부 요기니 시리즈는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작품. 금기를 깨는 터부 요기니. 꿈을 이뤄주는 터부 요기니. 그 그림 속 로봇이 언제나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있고, 그림에 캐딜락이나 예일 대학교가 등장하는 까닭은 추측할 수 있을 테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총집합(p.112)" 그 합체된 기이한 형상 속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경계를 해체하는” 새로움을 담아낸다. 결국 그녀의 작품은, 자기 자신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해내고 있는 셈이다. 이것저것 고정된 것 없이, 극과 극이 혼재되어 있는 사람,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 사이에 있고 싶고, 늘 새로움으로 보여 지는 사람. 그녀의 예술은, 그렇게 낸시랭 자신에게서 한 발짝도 떨어져 있지 않다.

터부 요기니 시리즈

사진출처: 낸시랭 홈페이지(//nancylang.com)


실행의 여왕, 낸시랭, 그런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활동이라면, 어느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루이비통 비디오 작업, ‘낸시랭 라인’ 패션 브랜드 런칭, 케이블 방송의 MC, SBS <강심장> <스타킹>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패널, 심지어 홈쇼핑 <낸시랭의 시크릿 쇼>까지! 최근에는 아티스트 최초로 연예매니지먼트사와 계약, 연말에 발매할 음반을 만들고 있다.

그녀의 자서전『난 실행할거야』 그녀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제목이 있을까! 그녀는 자기(self) 작품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낸시랭의 작업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직접 물었다.

낸시랭은 아티스트인가? 연예인인가? 그 이전에 낸시랭은…… 낸시랭이다.


인생 2막, 낸시랭 왕국 만들기


자기 얘기를 솔직하게 쓴 책이다. 감회가 어떤지?

“네 번째 책이다. 『난 실행할거야』 는 내 첫 번째 자서전이라 그런지 애착이 크다. 이 책에는 아티스트의 열정과 도전, 치열하고도 사적인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옆에서 친한 언니, 누나, 동생과 수다 떠는 기분이 들도록 진솔하고 편하게 썼다. 평소 말할 때 주어와 서술어를 바꾸는 습관이 있는데, 글도 말하는 투 그대로 썼다.”

자서전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

“출판사를 운영하는 지인이, 나와 관련된 책을 내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다. 그때 내가 자서전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네 나이가 몇인데 자서전이냐’고 묻더라. 꼭 내가 위대해지고, 나이가 많을 때 회고전처럼 자서전을 써야할까? 평소에 내가 새로운 도전과 터부를 깨는 시도를 하고 있으니, 자서전 역시 나의 작품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이에 비해 다이내믹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쓸 얘기가 많았다.”

책을 보고, 낸시랭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다는 리뷰도 많더라. 혹시 책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은 의도도 있었나?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다. 작업을 하거나 특강을 나가면 학생들에게 늘 ‘Just be yourself & Dream and Go for it’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에 자서전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미술은 잘 모르면, 작품을 봐도 감흥이 일지 않을 수 있다. 책은 정적이고 지적이지만, 공감을 나누는 데 있어서는 미술보다 파워풀하다. 이 책을 통해 나의 꿈을 실현하고, 읽는 사람들의 퇴색된 꿈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물론 책을 쓴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을 위한 거다. 2010년을 기점으로 1막이 끝났고 2막이 시작되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나에게 지금 이 책이 더 의미가 깊다.”

2010년 10월이다. 새로운 2막의 시간에 어떤 변화를 겪었나?

“작년에 ‘UK프로젝트, 거지여왕’을 계획하게 되었고, 지난 6월에 실행에 옮겼다. 내가 아티스트로는 최초로 연예 기획사와 계약을 했다. 기획사에서 왕복 티켓을 후원해주는 등, 어느 갤러리에서도 해주지 않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런 일 덕분에 UK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었다. 낸시랭 왕국 만들기가 시작되었잖나. 이런 일들이 새로운 시작으로 느껴졌다.”

1년 전부터 계획했던 건데, 영국에 ‘낸시랭 왕국’을 만들러 갈 거야. 이게 내 2010년 개인전인 거지. 제목은 ‘거지 여왕’ 낸시랭 개인의 왕국. 개인이 국가가 되는 거야. 거긴 사랑, 평화, 예술이 넘치는 나라. 계급 없는 나라. 사람들이 미쳤다고 하겠지? 상관없어. 하지만 누구든 그런 나라에 살고 싶지 않겠냐? 나는 그렇게 믿어.(p.235)


내 예술의 콘셉트는, 나 자신이다


‘셀러브러리 아트’ 작업을 하고 있다. 아티스트와 연예인의 면모가 더해진, 낸시랭에게 잘 어울리는 프로젝트다. 소개해 달라.

“내가 존경하는 백남준 아티스트가 비디오 아트를 창시했다면, 나는 ‘셀러브리티 아트’라는 장르를 만든 거다. 말 그대로 연예인 아트다. 미술계에 팝아트라는 게 있긴 하지만, 고급 미술이라는 인식이 있고, TV에 예능 프로그램은 천박하다는 인식이 있다. 나는 팝 아트를 하면서 방송 활동을 한다. 이 양 극단의 인식을 섞어서 줄타기를 하는 거다. 내가 작품이 되어 버리는 거다. 나는 누구나 다 ‘셀러브리티 아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Celebration myself! 자기 존재 자체가 예술이고 즐거움이고, 축복할 만한 것이다.”

연예계와 미술계를 허물고 하나가 되게 하고 싶다. 나는 그 사이의 벽을 자꾸 허물고 있다. 왜? 연예인은 보여지는 사람들이고 아티스트는 남이 어떻게 보든 오로지 자신의 눈으로 이 세계를 보는 사람들, 그러니까 한 쪽은 보여지기만 하는 사람들이고 다른 한 쪽은 보기만 하는 사람들이다.(…) 예술과 오락만큼 현대사회에서 뜨겁고 또 그것들만큼 사람들의 욕망이 집중된 곳이 있을까? 이 뜨거운 두 영역이 결합하면 언젠가는 뭔가가 화산처럼 터져 나올 것이다.(p.263)

낸시랭 왕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가(國歌)가 담긴 음반이 연말에 나온다고 들었다.

“발매되는 음반과 뮤직비디오는 나의 비디오작업이 될 거다. 무대 위의 공연 모습은 퍼포먼스다. 고로, 음반작업을 통해 삼위일체 아트 작업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셈이다. 음악 안에 메시지를 담는 게 좋다. 음악이 질투나게도 미술이나 무용보다 영향력과 파급력이 크다. 미술은 꼭 갤러리에 가서 봐야 하지, 책이나 인터넷으로 작품을 보면 와 닿지 않는다. 그런데 음악은 어디서 들어도 마음을 건드리는 게 있잖나.”

낸시랭의 음반작업을 두고, 한국의 레이디가가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하더라.

“레이디가가 하면, 뮤직비디오에서 보여 지는 파격적인 비주얼이나 의상을 연상한다. 레이디가가는 레이디 가가, 나는 낸시랭이다. 내 음반 작업을 두고, 사람들은 내가 뭔가 파격적인 비주얼을 보여주지 않을까 얘기하는데, 오히려 그런 생각을 뒤집어 나오는 게 파격일 수 있다.”

예술은 콘셉트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낸시랭 팝아트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난 실행할거야? 개인이 국가, 개인이 작품이라는 말은, 하나하나의 인간이 유니크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매트릭스 속에 살지만, 항상 창조적 가능성을 품고 산다. 그런데 자기 꿈을 포기해버리는 일이 많다. 세상과 타협하기도 하고. 고달프고 힘들지만, 자기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알아야한다. 나의 콘셉트는 나 자신이다. 예능 프로에 나가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출연진들은 작가가 콘셉트를 정해주지만, 나는 “너답게 해”라고 말한다. ‘너 자체를 보이라’는 말이 나를 작품으로, 아티스트로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고맙고 좋았다.”

‘큐티, 섹시, 키티, 낸시!’라고 외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이건 일종의 구호인가?

“나는 하나님을 사랑한다. 교회에 가면, 하나님이 먼 존재 같고, 어렵고 힘든 분처럼 느껴졌다. 하나님은 나의 하나님 아닌가. 하나님의 딸로서 애교를 부리고 싶었다. 샤워를 하다 문득 갑자기 하나님 앞에서 쇼를 하고 싶었다. 애교부리는 고양이가 됐다고 생각하고 외쳤다. “큐티, 섹시, 키티, 낸시!” 하나님과 나만 아는 둘 만의 구호지만, 가끔 건배할 때, 외쳐도 반응이 좋다. 유머러스하고 귀엽다고, 이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도 굉장히 좋아한다. 그럼 이거 해피 바이러스 아닌가? Be happy together!”

하나님한테 보내는 메시지를 건배하면서 외친다니 좀 이상하다.(웃음) 기독교는 술을 금지하고 있어서, 하나님이 안 좋아하실 텐데.(웃음)

“대신 법으로 안 된다고 규제하는 일은 절대 안한다. 나 예술가다. 풀어야 한다. 술 마시는 게 너무 좋다. 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술자리를 가지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 정말 행복하다. 그러니까 하나님, 제발 이것만 봐달라고 조른다. 아니, 부탁드린다.”

낸시랭이 하는 작업의 대부분은 컬레버레이션이다. 로봇과 소녀, 근엄한 것과 섹시한 것, 예술과 상업을 마구 뒤섞는다. 컬레버레이션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새롭고 크리에이티브한 결과물을 보는 즐거움이다.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게 없잖나. 평면 작품에서 새로운 이미지, 자기 철학을 넣어서 구도, 색감을 통해서 보여줄 수 있지만, 결국에 캔버스라는 고전적인 것 위에서 표현되는 것이니, 완전히 새로울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미술 쪽에서 해보지 않았던 다른 분야와의 마찰, 혼합, 응용을 통해서 하이브리드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은 거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그 자체가 새로운 시도가 된다. 이는 지구상의 모든 아티스트들이 추구하는 바다.”


나도 당신도, Just be yourself


방송활동, 연예계 활동은 낸시랭에게 어떤 일인가?

“흥미롭고 재미있다. 진정한 화이트큐브를 벗어난 팝아트랄까? 우리 시대는 미디어가 굉장히 큰 파워와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를 통해 보여주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연예인을 패러디하는 일종의 작업(p.216)이라고 밝혔는데, 구체적으로 패러디한다는 의미는 뭔가?

“나는 미술 쪽 아티스트로서, 일반인이 생각하는 페인팅, 비디오, 사진, 전시를 다 하고 있지만, 미디어가 이런 활동은 별로 보여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내가 아무것도 안하는 줄 알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전시되는 내 활동은 연예인들의 활동과 거의 중복되어 있다. 아티스트와 연예인이 극점에 서 있지만, 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방송에서 하는 일들은 미디어와 연예인을 같이 컬레버레이션 시키고, 그걸 다시 재연하는 아티스트의 역할이다. 난 이걸 최초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p.216)”

아티스트 낸시랭과 방송인 낸시랭은 같은가, 다른가?

“그대로니까 ‘걸어다니는 팝아트’라는 별명이 생긴 거다, 작품이랑 내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 나를 처음 보는 사람도 이렇게 말한다. “정말 똑같으시네요.”(웃음)”

지금의 성격은 태생적인 것인가? 어떤 긍정적 사명감에 의해 바뀐 모습인가?

“어렸을 땐 훨씬 더 말괄량이였지. 혼자 시도 많이 쓰고 음악도 만들고. 그때의 나는 천재였다. 나이 들어가며 점점 평범해진 거다. 그때가 그립다. 학교에 가면 인기가 많았는데, 외동딸이라 철저하게 혼자 보내는 시간도 많았다. 나는 늘 그렇게 극과 극이 함께 공존했다. 그러다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좀 더 완벽하게 내 본래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튀는 것, 남과 다른 것은 예술의 숙명이지만, 결국 혼자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외롭거나 두려울 때는 없나.

“인간은 누구나 다 혼자고 외로운 존재다. 형제가 많은 친구들도, 부모님 다 계신 친구들도, 자신의 것을 공유할 수 없으면 엄청 외롭다더라. 아닌 척 하고 있는 것이거나, 극복해나가고 있는 거다.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후자에 속할 것이다. 언제나 자기만의 색깔을 내야 메리트가 생기니까. 하지만, 역시 아티스트라는 것 때문에 얻게 되는 다양한 분야의 인맥들을 생각해보면, 외로움보다 감사함이 크다. 만약 내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면, 만나는 분야가 한정되어 있겠지만, 나는 지금 아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얻기 때문에 행복하다.”


코코샤넬(매일 어깨에 얹고 다니는 고양이 인형)과는 무슨 이야기를 자주 하나?

“이렇게 마주보고 얘기한다. 코코. 사랑해, 고마워. 나와 함께 해 줘서. 네가 4살이어서 인형인 몸이 점점 볼품없어지는데…… 망가져도 언닌 널 사랑할거야. (그녀는 갑자기 왈칵 눈물을 쏟았다.) 이럴 땐 감정이 복받쳐 올라온다. 지금 완전히 혼자가 된 상황이라 그런지. 볼 때마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된다. 사람도 사람에게 사랑을 주지 않으면, 살인마가 되기도 하고,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 되기도 하잖나. 반대로 이렇게 생명이 없다고 한들, 내가 애정을 쏟고 대화를 나눠주면 그 안에 ‘스피릿’이 생길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렇게 느낀다.”

늘 같이 있으니 애틋한가 보다.

“꼭 코코에게만 한정된 마음이 아니다. 사람들도 이렇게 사랑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잘 변하잖나. 가족끼리도 못할 짓도 많이 하고, 배신하는 일도 많다. 나도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늘 순수영혼의 아티스트로 남고 싶지만, 40~50대가 되어 나도 모르게 망가질 수도 있으니까. 그러고 싶지 않아서 누구에게나 사랑을 실천하고 싶다. 내가 함께 한 사람들에게 더 베풀고 행복을 주고 싶다. 코코샤넬은 그런 사랑의 매개체다. 내가 본보기가 되고 싶다. 여기서부터 사랑이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있다면?

“후회를 해 본적이 없다. 후회를 안 하면, 후회해본 적이 없는 셈 아닌가. 우리는 어차피 지구에서 오래 못산다. 지정된 시간 동안 각자의 꿈을 이뤄야 한다. 사람들이 실패를 두려워하는데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우리를 정말 사랑하시기 때문에, 그대로 실패만 하게 두시지 않는다. 본인의 의지, 꿈과 노력이 있으면 실패 가운데에서도 뭔가 깨닫게 될 테니까. 포기만 하지 않으면 더 큰 성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불변의 진리다. ”

낸시랭의 작업실, “타고 다니기 좋게” 만들었다는 유니콘이 보인다

Be yourself! 온전한 자기가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할 것이 있다면 뭘까?

“대한민국에서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기는 힘들다. 첫째로, 남의 눈치 보지 말기. 주위에 신경 쓰지 말기. 당신이 어느 나라에 살건 간에 그 나라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자본주의 민주국가 안에서 뭐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대개가 억압적인 교육 시스템에서 성장한 친구들이지만, 부디 부모님의 삶을 살려고 한다거나, 주변에 잘나가 보이는 친구의 삶을 따라 살려고 하지 말자. 이게 두 번째다. 나 자신이 원하는 삶이 뭔지 모르는 친구들도 있다. 그럼 알려고 노력해야지. 주변에 S.O.S를 청해라. 셋째로, ‘내가 최고야!’ 생각해라. 자꾸 비교하면 안 된다. 각자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거다. 난 단 하나의 유니크한 존재다! 얼마나 소중한가. 이런 세 가지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Just be your self’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검색해보니, 낸시랭 이름에 ‘굴욕’이라는 말이 많이 붙어있더라. 사람들은 낸시랭을 질투하는 걸까?

“나도 나답게 살고 싶은데 자기는 그럴 수 없는 현실 때문에 화가 난 것일 수도 있고,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아예 몰라서 그럴 수도 있을 거다. 우리나라는 학교라는 조직에서부터, 뭔가 다르면 잘났다고 왕따, 못났다고 왕따를 시키잖나. 모두가 중간 무리에 있어야 편안해 하는 것 같다. 사회 전반적으로 그렇다.”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걸까?

“두려움이다. 누가 나를 비판하고 욕하는 걸 감당할 수 없어서. 이런 것들을 이겨냈으면 좋겠다. ‘좀 그러면 어때? 내가 더 잘나지면 되잖아. 저 사람들 아직 나의 가능성을 몰라.’ 이렇게 자기 꿈과 신념이 확실하면 가능할 것 같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라면?

“낸시랭 왕국을 선포해서 내가 여왕이 됐잖나. 이 작업을 전 세계에서 하고 싶다. 내 나라를 만들었지만, 영토가 없다. UK 프로젝트 할 때도, 엘리자베스 여왕에게도 땅 한 평만 달라고 했다. 물론 The more is better! 어느 지역이든 상관없다. 그곳에 사랑과 평화와 아트가 가득한 나만의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거다. 일단 내년엔 프랑스를 계획하고 있다.”

낸시랭의 꿈은 살아있을 때, 돈과 명성을 쌓아, 낸시랭 재단을 만드는 것이라고 들었다. 명성을 쌓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는 게 내 첫 번째 꿈이다! 그 인프라로 부와 명성을 한 손에! 그 다음 서울을 현대미술의 메카로 만들어서 국가에 이바지하는 것까지가 내 꿈이다. 앞 단계가 이뤄져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 책 역시 첫 번째 꿈을 이루기 위한 작업이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는 페인트로도 가능하고, 아티스트의 존재, 혹은 말 한마디로도 가능하다. 그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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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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