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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YES24 문학캠프①] 첫날 밤! 이외수와 ‘통’하다

“하나의 만남이 이루어지면, 우리는 그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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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한국의 대표 작가와 함께 문학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YES24 문학캠프가 지난 8월 26일부터 28일까지 충청도에서 진행되었다. 2010년 네티즌 추천 한국의 대표작가로 선정된 이외수, 김영하 작가가 여섯 번째 문학캠프에 동행했다.

매년 여름, 한국의 대표 작가와 함께 문학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YES24 문학캠프가 지난 8월 26일부터 28일까지 충청도에서 진행되었다. 2010년 네티즌 추천 한국의 대표작가로 선정된 이외수, 김영하 작가가 여섯 번째 문학캠프에 동행했다. 1회 금강산(2005)을 시작으로, 지리산(2006), 전라남도(2007), 경상남도(2008), 강원도(2009)에 이어 올해 충청도 문학의 현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YES24 독자들이 전국 5개도 문학의 터에 발자국을 남겼다.


정지용의 고향 방문, 「향수」에 취하다

옥천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첫 탐방지인 정지용 생가로 출발했다. 매년 문학캠프를 동행한다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향수」 속 고향, 정지용의 생가 근처에 이르자, 시 속에 등장하는 실개천이 그의 집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곳은 한국 전쟁 중 정지용이 행방불명 되기 전까지 살았던 곳이다. 전쟁 중 생가가 헐린 자리에서 ‘생가 터’를 알리는 표지를 발견하고, 1998년에 새로 복원했다. 거세지는 비바람 때문에 독자들은 잠시 처마 밑에 발이 묶였다. 촘촘한 빗금을 그리며 떨어지는 여름 비 소리가 경쾌했다. 정지용 시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던 가이드의 목소리가 빗줄기보다 먼저 그쳤다. 잠시 모두가 생가 앞에서 비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아마 정지용 시인이었다면, 이 풍경을 두고 시 한편 지었을 테다.


정지용의 생가. 내부는 위와 같이 꾸려져 있다.

정지용 문학관에서는 터치스크린, 영상 시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지용 시를 소개하고 있었는데, 그 중 영상실에서 상영했던 짧은 다큐멘터리가 인상적이었다. 일본을 오가면서 본 바다를 두고 열 편 이상의 시를 지었을 정도로 정지용은 감수성도, 감각도 유별났다. 심상이 약동하는 그의 언어들은 ‘정지용 사전’을 만들었을 만큼 방대했고, 독보적인 시 세계를 구축하는 요긴한 재료가 되었다.

올 초 『만인보』를 털어내면서, 모국어로 시를 쓰는 시인이라면, “응당 새 시어를 만들어내는 일이 시인의 임무”라고 말한 고은 시인이 떠올랐다.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다시 읊어본 「고향」이 또 다른 감상으로 다가왔다. 비 오는 날씨에 살짝 센치해진 기분 탓인지, 시어들이 입 속에서 빗방울처럼 굴러다녔다.

정답은 O일까요, X일까요? 무대 위에서 벌어진 OX 퀴즈쇼!

옥천 관성회관에서 퀴즈대회를 진행했다. 참석자 전원이 무대에 올라 OX 퀴즈를 펼쳤다. 많은 수의 인원이 좌우로 움직이며 정답을 맞히고, 책과 선물 꾸러미를 조별로 타갔다. 그야말로 ‘퀴즈쇼’였다. 퀴즈를 푸는 사람들은 무대 위에서 움직이고, 탈락자는 객석에 앉아 퀴즈를 구경했기 때문. 혹자는 양손 두둑한 흡족함을, 혹자는 빈손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시문학 아트밸리로 이동했다. 금강과 맞닿아있는 산책길 곳곳에, 정지용 시 세계를 공공예술로 재해석? 작품들이 서 있었다.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하니
눈 감을 수 밖에 - 「호수」 정지용


‘카페 프린스’의 세련된 외관이 금강의 하늘과 잘 어울렸다

비가 멈추자,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푸른 얼굴을 드러냈다. 곳곳의 벤치나 벽에 정지용의 시구가 새겨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카페 프린스’라는 간판에서 느꼈던 묘한 여운이 기억에 남는다. 산책 후에 몰려오는 피로 탓에, 숙소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는 모두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네티즌 추천 ‘한국의 대표작가’ 이외수를 만나다

이외수 작가, 오른쪽은 사회를 맡은 기노 작가

“한국의 대표작가로 거론이 하도 안돼서, 주최측의 농간이 아닐까 했는데, 아닌 모양입니다.(웃음) 정말로 고맙습니다. 인정받는 일은 크게 기쁜 일입니다. 제가 글 쓴지 이제 40년이 됐습니다. 『훈장』으로 데뷔할 때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올해 YES24에서 ‘한국의 대표작가’로 뽑힌 일을 새로운 전환기 삼아 다시 한번 기염을 토해보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유쾌한 소감으로 작가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이외수 작가는 “지금 다섯 명의 인간을 대하고 있습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소설가이자, 두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고, 다섯 번의 개인전을 치룬 화가이자, 최근에는 연기도 시작했다며 웃었다. 최근에는 활발한 트위터 사용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런 다양한 활동을 두고, 혹자는 뾰족한 말들을 던지기도 하지만, 이외수 작가의 입장은 단호했다. 매년 꾸준히 책을 내고 있는 그에게 “이 모든 활동은 글쓰기를 위한 일종의 트레이닝”이라는 것. 이 트레이닝의 성과물은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 3월호에 단편소설 「완전 변태」로 발표했다.

작년 <문학사상> 11월호에는 이례적으로 ‘이외수 특집’이 다뤄졌다. 이것이 이례적인 까닭은, 작가 스스로 밝히듯 “문단에서 소외된 작가”이기 때문이다. 글을 발표할 지면이 없어서,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오랫동안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명약관화한 학연, 지연 공화국 속에서 대학 중퇴로 글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독립선언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작가와 출판사, 독자. 이 삼각 구도 만으로 34년의 세월을 버텨오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제 힘이 되어 주길 간곡히 부탁합니다.”

문예지면에서 이름을 발견하기조차 어려웠던 이외수 작가는 이제 명실공히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작가가 되었다. 이번 네티즌 투표는 물론, 지난해 연말 한국 갤럽에서 실시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에도 이외수 작가는 맨 첫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만물과 통~하였느냐? 좋은 문장의 비결!

소외로 운을 뗀 것은, 오늘 이야기의 주제가 바로 소통이기 때문이다. 작가 역시 소통이 업인 셈. 독자들에게 사랑 받는 것은, 그만큼 그의 이야기가 ‘통했다’는 뜻이다. 이 시대 독자들과 ‘통’한 이외수 작가의 소통법! “보은까지 먼 길 오셨는데, 오늘 본전을 뽑게 해드리겠습니다.(웃음) 오늘 하는 얘기를 귀담아 들으시면, 스님들이 한 30년 가부좌를 틀고 산에서 수련한 것과 맞먹을 겁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냐고 묻습니다.” 답은 만물과의 소통에 있다. “눈여겨보면 우주 만물은 열려 있는데 인간만 닫혀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당장 지금 어디론가 시선을 던지는 순간, 그 사물이 동시에 여러분을 봅니다. 눈을 마주쳤을 때, 보지만 말고 대화를 해보십시오.” 좋은 문장은 그 순간에서 비롯된다. “좋은 문장이란, 사물의 외피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예수도 말했고, 석가모니도 말했고, 공자, 장자도 말했던 사랑과 자비가 필요합니다. 그것만이 합일을 이루게 쿇고, 마음을 읽어내게끔 합니다.” 우선, 사랑하라. 산의 기운을 얻고 싶다면 산을 사랑하고, 바다의 기운을 얻고 싶으면 바다를 사랑하라는 것. 거기다 덧붙이는 말씀. “삽질하지 말고!”

만물과 합일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들어보자. “생각과 마음을 구분하면 됩니다. 흥부, 놀부를 예로 들어봅시다. 다리가 부러진 제비를 본 흥부가, 마음이 아파서 제비 다리를 치료해줍니다. 이건 마음입니다. 놀부는 그걸 보고 자기도 부자가 되고 싶어서 제비 다리를 부러뜨립니다. 이건 생각입니다. 흥부는 제비를 나와 동일시했습니다. 그것과 내가 합일되면 마음입니다. 그것과 내가 둘이면, 생각입니다. 옛날의 많은 소설들이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다고 하는데, 결국 그 이야기들은 모두 생각으로 살지 말고 마음으로 살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생각은 머리에서 나오고, 마음은 가슴에서 나오는 것. 마음으로 살 때, 만물이 초자연적인 힘을 건네준다. 그것은 사랑의 힘이다. 문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힘이다. “마음으로 만물을 대하면, 놀라울 정도로 문장력이 향상되고, 인품이 달라집니다. 생각을 갖고서 내 이득만 취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면, 인간은 도와줄지 몰라도 하늘과 자연은 도와주지 않습니다.”


자기 일 만큼은 ‘생활의 달인’이 돼라!

“병뚜껑을 10년 동안 주워도, 인생이 바뀐다.
하물며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그만큼의 노력을 들인다면야!”

홈페이지로, 트위터로 젊은 독자들과도 활발하게 대화하시는 이외수 작가, 이날도 문학캠프에 참여한 많은 젊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이외수 작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20대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냐는 한 독자의 질문에, 그는 “20대는 성공하는 나이가 아니라, 성공을 준비하는 나이”라고 대답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질풍로또의 시기’로 보낸다며, “성급하게 성공을 이루려는 마음은 급조된 스펙만 쌓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왜 20대에 취직해서 평생 그저 겨우 입에 풀칠하는 정도의 월급에 감지덕지하며 살려고 합니까? 인간으로 태어난 보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감성마을까지 찾아가 고민을 호소하는 20대가 많단다. “선생님을 멘토로 삼고 싶습니다”라며 찾아오는 친구들의 고민이란 이런 것. “저는 소질도 없고요. 특기도 없고요. 취미도 없고요. 살 재미가 없어요. 어떡하죠?” 작가님 대답은 이렇다. “어쩌라고!(웃음) 저라도 참 곤란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말해줍니다. 너 지금 나가서 길바닥의 병뚜껑을 주워봐라. 병뚜껑을 10년만 주워도 인생관이 달라진다. 세상이 널 다르게 보고, 주목하게 되어 있어!”

10년만 병뚜껑을 주워, 그것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지경이 되면, 병뚜껑과의 합일을 넘어 현실과의 합일을 이룰 수 있다. “하다못해 그걸 진열해둬도 박물관을 세울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세상이 다르게 봐주기만을 기다리면 그렇게 됩니까?” 무슨 일이든, 충분한 시간을 쏟아 부어 노력하라는 것. 각자의 삶 속에서 자기 일 만큼은 ‘생활의 달인’이 되라는 권고다. 투자하는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몸과 마음을 바칠만한 패기, 용기, 자신감을 갖추는 일이다.

이외수 작가가 말하는, 이상적인 인생의 사이클은 이러하다. “10대는 보는 것 족족 꿈이 됩니다. 멋있는 것 보면 다 하고 싶죠. 20대는 평생을 다 바쳐도 억울하지 않을 꿈 하나 고르면 됩니다. 30대는 그 꿈을 붙잡고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그렇게 10년을 바치면 아무나 못 따라 옵니다. 꿈같은 시간은 40대부터 펼치는 겁니다. 용이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50대는 소요기죠, 노니는 시기가 옵니다.”

“그렇다면 이게 밑지는 장사입니까? 인생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초조해하지 마세요.”


알.러.뷰.독.자

이외수 작가님의 강연은 이날, 트위터로도 실시간 중계가 되었다. 현장에 있던 독자들과 트위터 중계단이 강의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고, YES24 팔로워들은 질문을 올려, 먼 거리에서 이 자리에 참여했다. 이에 걸맞은 질문 하나가 트위터에 떴다. “오늘 독자와의 만남을 다섯 글자로 표현한다면?” 잠시 고민하시던 작가님, 바로 트위터에 접속하셨다. 이윽고 떠오른 다섯 글자. “알.러.뷰.독.자”



사인회가 끝나고 이외수 작가의 하모니카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이외수 작가님이 강연 중에 조합해내는 감각적인 단어를 통해, 그가 인터넷 매체로 그 어느 작가보다 수월하게 네티즌들과 소통하는 비결을 짐작할 수 있었다. 화천군 감성마을에서 감성사전을 쓰며, 늘 자신의 감수성이 빛을 잃지 않게 벼르는 그의 끊임없는 ‘트레이닝’은, 자신의 분야의 달인이 되라는 그의 말을 몸소 증명해내는 듯 했다. 그런 훈련이 140자의 짧은 트위터에서, 『청춘불패』 『아불류 시불류』의 아포리즘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하나의 만남이 이루어지면, 우리는 그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합니다.” 이날 밤 우리의 만남 역시 마찬가지. 오늘 처음 만나 한 조를 이룬 독자들은, 강연이 끝나고도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자기소개를 하기도 하고, 벌써 함께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느라, 조별로 앉은 테이블은 제각기 떠들썩했다. 강연 이후 사인회가 다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많은 독자들이, 급작스럽게 마련된 이외수 작가의 하모니카 연주를 감상하는 보너스까지 얻었다고! 강연장의 이야기 소리, 음악 소리와 더불어 문학캠프의 첫날밤도 함께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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