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근대화 욕망이 이글거리는 강남 형성사
소설가 황석영이 인터넷에 연재하던 소설 『강남몽』을 출간했다. 지난 6월 30일 서울 역사박물관 한식당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오랫동안 쓰고 싶었던 강남 형성사를 드디어 써냈다”고 소회를 밝혔다.
201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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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6월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당시 강남 백화점 붕괴 사건을 중심에 두고 다섯 화자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부동산 업자, 화류계 요정, 백화점 종업원, 조직폭력배 등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들의 욕망을 통해 자본주의와 개발독재시대의 일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제목 『강남몽』은, 꿈 ‘몽(夢)’ 자가 암시하듯,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살림살이가 꿈과 같이 덧없다는 의미다.
저자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차례로 무너지던 “1995년 무렵이 정치적이고 형식적 민주주의가 시작된 때”라며 “한국 자본주의 근대화의 그늘과 상처를 다루면서, 현재 우리의 삶의 뿌리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돌이켜보고자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강남 형성사를 재연하기 위해 신문과 미국 국립문서보관서 등의 기록을 찾아 사실적으로 재구성했다. “소설 속 80퍼센트가 팩트”라고 밝힌 저자는 김구, 여운형, 박정희 등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은 실명을 피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 외의 엑스트라격 인물들은 삼풍백화점 회장 이준을 김진으로, 김창룡을 김창수 등으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당대에 관심을 기울이면 눈치챌 수 있을 정도다.
저자는 뒤늦게 공개된 현대사 자료를 찾아보며 “팩트의 힘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사실은 굉장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려고 애썼는데도 굉장히 불온한 작품이 되었다. 팩트 자체가 불온했다.”
오랫동안 품고 있던 이야기였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옛날처럼 그야말로 ‘광복 반세기’ 식의 대하소설로 쓸 수는 없고 그런 접근은 낡은 방식이라고 생각했다.(작가의 말)” 인형극의 꼭두각시놀음에서 힌트를 얻어, 복잡한 이야기를 인물 중심으로 구성했다. 결과적으로 당대를 다큐멘터리처럼 포착해냈다. 장면 전환이 빠르고 부각된 캐릭터가 눈에 띈다. “시나리오 쓰듯이 작업했다. 신을 결정하고, 인물을 배치했다.”며 향후 영화화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세상이 복합적이고 복잡하다는 것, 그런 것들을 쓰는 게 문학이 할 일”이라고 밝힌 저자는, 앞으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집필 의지도 밝혔다. 덧붙여 이 소설이 “이 사회의 중추인 넥타이 부대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 사람들이 고민이 많다. 저걸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이민을 가야 하나. 우선, 부동산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여태 달려만 왔으니 이제 한번 사회의 구멍을 들여다볼 때다. 잘 가고 있는지 돌이켜봤으면 좋겠다.”
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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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앙ㅋ
2012.02.10
이상향
2010.09.30
쇼펜
201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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