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프로듀서로 커리어를 쌓았던 ‘강현민’, 이제는 영화음악 감독으로도 성공한 ‘이재학’. 두 음악 브레인이 ‘러브홀릭’의 보컬 ‘지선’을 떠나보내고 ‘러브홀릭스’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앨범에서 「아픔」이라는 곡을 부른 신인 ‘장은아’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네요. 이어서 확실한 멜로디를 놓치지 않는 유로 댄스 팝 ‘타이오 크루즈’, 더 다듬어진 모던 록 사운드를 들려주는 ‘몽니’의 2집입니다.
러브홀릭스(Loveholics) - <In The Air> (2010)
록의 거친 질감위에 뿌려진 달콤한 팝 선율. 한 그룹에 한 명도 있기 힘든 두 음악 브레인(강현민, 이재학)의 결합은 록의 무게와 듣기 편한 선율, 그중 어느 하나 놓치질 않았다. 강렬함은 없었지만, 무리 없는 가창에서 오는 편안한 ‘지선’의 보컬까지 가세하면 ‘러브홀릭’의 음악은 더할 나위 없이 팬들의 감정선과 깊게 밀착했다.
‘러브홀릭’의 특화된 감성을 구사한 ‘지선’이었기에, 그가 팀을 빠지고 난 뒤의 음악은 과연 어떠한 톤으로 구현해내는지가 신작의 관건이다. 이미 두 장의 싱글앨범 <Butterfly> <Miracle blue>가 그랬듯, ‘웨일’ ‘호란’ ‘혜원’을 내세운 객원 보컬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펼쳐내는 것. 어쩌면 너무 고정화된 보컬의 틀에서 벗어나 때에 따라서 조금은 여리게, 때로는 더 강한 울림으로 그들의 음악을 표현하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굳이 ‘러브홀릭’의 음악과 분리선을 치려는 억지스러움은 없다. 타이틀 곡 「아픔」, 조금 독특한 선율의 진행이 듣기 좋은 「Raining」은 의심 없는 그들의 스타일이다. ‘더더’ 시절부터 함께한 강현민과 ‘박혜경’이 만난 「Beautiful」까지 이르면 그들의 이름으로 담아낼 수 있는 감성의 최대치가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강현민의 오랜 관록이 묻어나는 매끈한 라인, 작곡가뿐 아니라 영화음악가로서도 인정받는 ‘이재학’의 재치 있는 편곡과 연주는 물론, 음반을 듣는 지순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단, 이름까지 바꾸고 가열 찬 시작을 알리는 데뷔앨범이라기엔 신진의 모던 록 밴드와의 구별점이 두드러지지는 않다. 이전만큼의 잘빠진 멜로디라인의 부재일 수 있고, 이미 익숙한 객원 보컬들의 너무 강한 이미지가 곡의 흐름과 맞아떨어지지 않는 문제일 수 있다.
결국, ‘러브홀릭’의 연장선상에 있는 그들의 음악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이를 담당할 음색 은 조금 빈자리가 커 보인다는 것이다. 타이틀 곡 「아픔」의 목소리를 담당한 신인 ‘장은아’의 보컬 정도를 제외한다면 러브홀릭스의 독자성을 갖추기엔 조금 아쉬운 신작이다.
- 글 / 조이슬 (esbow@hanmail.net)
타이오 크루즈(Taio Cruz) <Rokstarr>
<Rokstarr>는 1983년 영국 출신의 흑인 싱어 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타이오 크루즈(Taio Cruz)의 두 번째 앨범이다. 2008년에 데뷔앨범 <Departure>를 발표하기 전까지 저스뻆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 윌 영(Will Young), 맥플라이(McFly), 슈가베이브스(Sugababes) 등 많은 가수들에게 노래를 작곡해 주고 음반을 제작해 준 신세대 ‘마이더스 터치’ 타이오 크루즈의 소포모어 음반
<Rokstarr>는 알앤비와 엘릭트로닉, 댄스 팝 그리고 유로 댄스가 적절히 융화된 2010년의 음악 시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2008년에 영국 앨범 차트 17위까지 오른 1집 <Departure> 수록곡 「I'll never love again」과 「Come on girl」 「I can be」는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한
<Rokstarr>에 다시 엔트리 넘버에 들면서 부활했다.
<Rokstarr>를 구성하는 11곡 중에서 「I'll never love again」과 「I can be」 그리고 보너스 트랙 「Feel again」을 제외한 8곡은 춤의 열기를 적극적으로 끄집어내는 댄스 넘버들. 앞뒤 재지 않고 무대 주변에서 서성이는 젊은이들을 플로어로 끌어들인다.
영국에서 3주 동안 1위를 차지한 「Break your heart」는 지난 3월에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올라 미국과 영국 모두에서 대박을 터뜨렸고 국내에서도 클럽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피드백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 다른 가수들의 래핑 피처링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루다크리스(Ludacris)가 참여해 미국 진출에 안착한 「Break your heart」는 3개의 멜로디 코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고급스러운 댄스 팝으로 탄생했다. 완성도 높은 댄스곡이다.
「Break your heart」의 후속 싱글로 낙점된 「Dynamite」 역시 확실한 멜로디를 놓치지 않고 있으며 영국에서 6위에 랭크된 「Dirty picture」에서는 2010년 최고의 신인 중 한 명인 케샤(Kesha)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원 리퍼블릭(One Republic) 스타일의 「I'll never love again」과 현악 스트링이 투명하게 삼투한 업 템포 발라드 「I can be」, 미카(Mika)의 가성을 떠올리는 록의 시원함을 포용한 「Falling in love」 그리고 전형적인 유로 댄스 넘버인 「Higher」는 타이오 크루즈가 전천후 싱어 송라이터이자 뛰어난 보컬리스트임을 확증한다.
<Rokstarr>는 기본적으로 힙합 알앤비와 팝 그리고 유로 댄스의 조화 속에서 그 존재감이 호흡하고 있다. 최근 유로 댄스 팝이 미국에서 환영받고 있는 시류에 동참한 타이오 크루즈의
<Rokstarr>는 2010년에 가장 빛나는 댄스 팝 음반이다.
- 글 / 소승근(gicsucks@hanmail.net)
몽니(Monni) <This Moment>
2005년,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무대에서 발견했던 몽니(Monni)를 기억한다. 하드한 기타 리프가 폭발하는 가운데, 절규에 가까운 후렴구가 고막을 잠식하던 「소나기」는 필자의 뇌리 속에 도사리고 있는 망각의 늪에서도 용케 살아남았다. 보컬 김신의의 목소리에서 파열되는 고음이 워낙 강한 인상을 준 것도 사실이지만, 음울한 브릿 록의 실루엣을 온전히 품은 사운드가 무색무취한 가요 프로그램 중에서도 이들을 단연 돋보이게 만들었다.
5년 만에 정규앨범으로 돌아온 몽니에게서 브릿 록의 색채는 다소 희석되었다. 찌푸려 있던 회색조 사운드도 살며시 개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가 주도권을 쥔 「일기」같은 곡들이 부상하면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순화한 셈이다. 상위 카테고리인 모던 록으로 외연을 넓힌 것에서 부조화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나쁘지 않은 전환이다.
스타일의 다변화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일면 간극이 보이기도 한다. 밴드의 홍일점이자 베이스 연주를 맡고 있는 이인경의 곡인 「My girlfriend」는 시도 자체는 신선하지만, 전체적인 일관성의 물결에 파장을 줄 수 있는 역효과도 양존하고 있어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일렉트로니카 성향이 가미되어 왜곡된 사운드가 작렬하는 연유로 여타 트랙들과 비교하면 섬처럼 고립되어 있는 터라, 보너스 트랙으로 배치한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프론트 맨인 김신의의 고음 보컬이 머금고 있는 호소력은 아직도 가공할 만하다. 「비밀」과 서장을 장식하는 「나 지금 뛰어가고 있어」는 ‘기승’에서 잔잔하던 에너지를 ‘전결’에서 일순간에 터뜨리는 전략을 취한다. 다소 눈에 보이는 루트를 따르지만, 속보이는 전략에도 불구하고 ‘길티 플레져’를 느낄 수밖에 없음은 후경을 충실하게 메운 기타 사운드의 중량감이다. 전곡을 직접 작사, 작곡한 밴드 멤버들의 녹록치 쪾은 내공에 더하여 자우림의 이선규와 김진만의 손을 거친 마무리가 1집의 다소 거칠었던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 결과도 가져왔다.
몽니는 정직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오랜만에 재회의 인사를 건넸다. 못 본 사이에 이들의 음악이 키가 커진 것 같고, 안색도 좋아진 것 같다. 근래 들어 어쿠스틱 사운드가 대세를 이루던 인디 신에서 한층 더 댄디하게 돌아온 모던 록 사운드를 듣게 되어 무척 반갑다.
-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제공: 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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